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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은 색을 어떻게 구별하나

모기들을 유인하기 위해 켜놓는 수은등은 우리 눈에는 희미하게 보이지만 곤충에게는 밝게 보인다. 반대로 나트륨등은 사람에게는 밝게 보이지만, 곤충들에게는 어둡게 보여 고충들이 잘 모이지 않는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사람의 눈에는 약 7백만개의 원추세포(노랑)와 1억3천만개의 간상세포(주황)가 있다.


46억여년전 지구가 탄생한 이래 태양빛은 생명체의 진화를 이끌어 왔다. 눈이 없는 단세포 동물조차도 빛과 어둠은 뚜렷이 구분한다. 이 뜻은 지구상의 모든 동물이 빛에 반응하며 생활한다는 말이다. 동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 물체를 보기에 가장 적합한 눈을 갖는다. 생존하는 동물들의 눈이 가지고 있는 빛에 대한 감도는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항상 땅속, 동굴, 또는 깊은 바다 등에서만 사는 동물도 있고 낮에는 자고 밤에만 나와 움직이는 야행성 동물도 있다. 이들의 눈은 크기가 크며 빛에 아주 민감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아예 퇴화해서 쓸 수 없든가(박쥐) 둘 중 하나다.

포유류 중에서 색깔 구별 능력을 가진 것은 오직 우리 인간과 원숭이뿐이다. 사람은 같은 계통의 색깔에 대해서도 2백50가지를 구별하며, 혼합색은 1만 7천가지나 구별할 수 있다. 사람은 1km 거리에서 촛불 밝기의 1천분의 1 정도되는 빛을 감지할 수 있다. 흔히 우리의 눈을 카메라에 비교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무리 정교한 카메라도 사람의 눈을 따라올 수는 없다.

빨간색이 가장 잘 눈에 띄는 이유

흑백 영화가 주류를 이루던 1960년대에 등장한 컬러 영화의 포스터에는 총천연색 영화라는 표시가 뚜렷이 있었다. 우리가 보는 색을 바로 천연색 또는 자연색이라 한다.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색깔을 느낄 수 있을까?

사람의 망막(그림1)에 있는 시세포에는 간상세포와 원추세포가 있다. 시세포는 빛을 감지하는 기능을 가지도록 특별히 분화된 세포다. 사람의 눈에는 약 7백만개의 원추세포와 1억 3천만개의 간상세포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간상세포로는 물체의 명암을 구별하며 원추세포로는 자세한 모양과 색을 인식한다.


(그림1)사람이 색을 느끼는 메커니즘^눈으로 들어온 빛은 망막의 간상세포와 원추세포를 자극한다. 명암을 구별하는 간상세포와 물체의 모양과 색을 인식하는 원추세포의 정보는 망막내의 또다른 시세포인 쌍극세포와 시신경절 세포를 통해 시신경으로 전달된다. 이때 빛의 방향과 정보가 전달되는 방향은 반대다.


이 시세포들은 망막 전체에 균등하게 분포돼 있는 것이 아니다. 원추세포는 모자이크를 이루면서 중심에 좀더 촘촘하게 집결돼 있다. 원추세포가 특히 밀집한 곳이 황반인데, 이 황반은 주위 물체를 자세히 관찰할 때 이용된다. 황반이 물체에 관한 매우 상세한 정보를 뇌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원추세포의 분포 밀도가 높아서 신경세포와 1대 1로 접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상세포는 명암의 구별에 관여하고 원추세포에는 적색, 녹색, 청색광에 예민한 세 종류의 세포가 있어 색깔을 구별할 수 있다.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범위의 빛 파장은 우리가 지닌 시각색소가 그 빛의 파장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추세포에는 빨강 영역을 보는 장파장 원추세포인 로우(ρ)세포, 초록색과 노랑 영역을 보는 중파장 원추세포인 감마(γ)세포, 그리고 파랑 영역을 보는 단파장 원추세포인 베타(β)세포가 있다. 이들의 분포 비율은 정상인의 경우 40:20:1 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빨간색이 눈에 가장 잘 띄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그림2).


(그림2)망막에 존재하는 시세포의 흡수 스펙트럼^간상세포에는 빛을 감지하는 색소물질인 로돕신이 있다. 이 로돕신이 가장 잘 흡수하는 파장의 빛이 496nm이다. 원추세포에는 흡수스펙트럼이 다른 3종류 세포가 있다. 각 세포는 일정한 파장 영역의 빛에만 주로 반응한다. 즉 로우세포는 빨간색, 감마세포는 초록과 노란색, 베타세포는 파란색 영역의 파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색깔의 식별 능력을 잃어 사물의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를 색맹이라고 한다. 가장 흔한 경우는 적록색맹으로 적색과 녹색을 식별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3종류의 원추세포 가운데 적색이나 녹색 원추세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추세포의 기능이 전혀 없어서 모든 색을 구별하지 못하고 단지 명암만을 느끼는 경우를 전색맹(또는 전색각이상)이라 부른다. 3종류의 원추세포가 모두 존재하지만 그 중 하나나 두 종류의 세포가 기능적으로 부실하거나, 어느 하나가 현저히 적어서 빛이 약할 때나 먼 곳을 바라볼 때 색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을 색약이라고 부른다. 색맹이나 색약은 모두 유전하는데 이 유전자는 성염색체인 X염색체가 가지고 있어 반성유전을 한다. 색맹인 사람은 남자의 경우 약 8%이고, 여자의 경우 약 0.67%이다. 전 색맹은 아주 희귀해서 30만명 중에 한 사람꼴로 나타난다.

야맹증과 비타민 A1

드레이퍼는 1872년 빛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색소물질이 있어서 빛이 흡수돼야 한다는 가설을 제안했다. 그 후 개구리 망막에 있는 자홍색 색소가 빛에 의해 탈색되는 현상이 관찰됐는데 이것이 1878년 분리된 로돕신이라는 색소물질이다. 로돕신은 파장이 약 5백nm인 녹색광을 가장 잘 흡수하는 것으로 포유류를 포함한 대부분의 척추동물에 존재한다. 로돕신은 옵신이라는 단백질과 빛을 흡수하는 물질인 레티날(비타민 A1)로 구성돼 있다.

빛이 없으면 옵신과 레티날은 결합된 상태로 존재한다. 옵신은 간상세포의 시각 수용기막에 모자이크 형식으로 고정돼 있는 막단백질의 일종이고, 레티날은 로돕신이 빛을 쪼여 광화학 반응을 일으킬 때 옵신으로부터 쉽게 분리된다. 이 현상을 탈색이라 하는데, 탈색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간 산물의 최대 흡수파장은 제각기 다르다.

간상세포에서 계속 빛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광화학 반응으로 분해된 로돕신이 계속적으로 재합성돼야 한다. 로돕신이 탈색하고 재합성되는 반복 과정에서 레티날과 옵신은 거듭 사용될 수 있지만, 화학적으로 분해되거나 소실되는 일부 레티날은 망막의 뒤에 있는 색소상피에 저장돼 있는 비타민 A1으로부터 보충된다. 색소상피의 비타민 A1은 혈액에 의해서 계속 공급된다. 따라서 혈액 중에 비타민 A1이 결핍되면 자연히 레티날의 합성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로돕신의 함량도 줄어든다. 어두운 빛 아래에서 물체를 잘 식별하지 못하는 야맹증에 걸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색을 느끼는 원추세포는 간상세포에 비해 빛에 대한 감수성이 훨씬 둔해서 감지하려면 빛의 강도가 간상세포에서보다 50-1백배 높아야 한다. 원추세포에도 로돕신과 유사한 원추 옵신이라는 3종류의 시각색소가 있는데 원추세포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변화의 정도는 시각색소에 흡수되는 광자 수에 좌우된다. 따라서 서로 다른 시각색소를 지닌 3종류의 원추세포에서 발생하는 신경 신호의 비율에 따라 색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황색 파장은 청색 파장을 흡수하는 원추세포, 즉 청색수용기나 녹색수용기보다 적색수용기를 훨씬 더 많이 자극한다. 따라서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파장에 따라 3종의 수용기에서 발생하는 흥분에 차이가 생기고, 이러한 차이가 신경계에 그대로 전달됨으로써 색깔의 식별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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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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