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 피자, 여드름박사, 곰팡이, 멍게, 이것들은 모두 여드름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얻게되는 별명이다. 본인이 달가워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이 여드름 때문에 고민하는 10대들에게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말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못하는데···
“얘! 여드름을 계속 머리로 감추면 더 심해진다니까.” 승연이는 어머니 말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얼굴 여기저기에 울긋불긋하게 솟아오른 여드름을 감추려고 거울 앞에서 떠날줄을 모른다. “몰라! 애들이 나보고 멍게공주라고 놀린단 말이야. “ 요즘엔 여드름 때문에 밖에도 잘 나가려고 하지 않아 어머니의 걱정이 태산이다.
청춘의 꽃, 또는 청춘의 심벌로 불리는 여드름은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다 생기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단지 사람마다 증상이 차이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심하고 어떤 사람은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여드름은 주로 10대로 접어들면서 생기고 20대를 고비로 수그러든다. 하지만 40대에도 여드름으로 고민하는 일이 있다. 이것은 신체의 호르몬변화나 다른 병이 있을 때 여드름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다.
여학생들이 선배
여드름 고민에 관해서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의 선배다. 왜냐하면 대개 여자들이 남자보다 신체적으로 빨리 성숙하면서 여드름도 먼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염증반응은 남자가 여자보다 심하게 나타난다. 이는 여드름을 일으키는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안드로겐 호르몬이 남자에게서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여드름이 생기는 부위는 주로 피지선의 분포가 많은 곳에서 두드러진다. 여드름이 얼굴에 많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처음에는 이마나 뺨부위에서 시작해 나이가 들면서 턱이나 목까지도 내려온다. 얼굴뿐 아니라 등이나 가슴에도 여드름이 생긴다.
여드름은 털구멍(모낭)을 중심으로 피지가 고여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면서 모낭에 염증을 일으켜 생긴 것이다. 염증으로 고름이 함께 생기기도 하는데 다 나은 후에도 흉터를 남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드름이 왜 생기는가에 대해서 제일 중요한 원인으로는 ‘안드로겐’ 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을 들 수 있다. 안드로겐은 남성호르몬의 일종으로 사춘기가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신체의 2차성징, 즉 수염이 나고 목소리가 변성되면서 성기가 발육하는 것을 도와주는 주 호르몬이다. 남성 호르몬이라고 부르지만 여성에게도 작은 양이 분비된다.
누구나 겪는 성인신고식
안드로겐은 피부의 지방샘(피지선)에서 더 많은 피지가 만들어지도록 한다. 이러한 피지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털구멍 내에 남아있으면 여드름의 주증상인 ‘면포’가 만들어진다. 면포는 피지가 약간 굳어지면서 모낭 내에 남아있는 것을 말한다. 오래 두면 밖에서 볼 때 검은 색을 띤다. 여기에 피부에 살고있는 피 애크니(P. acne)라는 세균이 달라붙어서 이 피지를 분해하면 독성을 갖는 물질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모낭의 염증이 심해져 고름, 낭포(큰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것) 등이 생긴다(그림).
시험 때 여드름이 특히 심해져 병원으로 오는 학생들이 많다. 이는 안드로겐이나 세균의 역할 외에도 스트레스, 밤샘, 과로, 술 등의 환경적 요인들이 몸의 저항을 떨어뜨리고 피부의 청결함을 방해하기 때문에 여드름이 악화된 것이다.
여드름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어야 하는 ‘성인 신고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2차 성징이 끝나고 20, 30대에 이르면 피지의 생성을 자극하는 주된 원인인 안드로겐 호르몬의 양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나이가 들면 다 없어진다라고 하는 말은 바로 안드로겐 호르몬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 말이 외모에 신경을 쓰는 사춘기의 학생들에게는 위로가 되지 못한다. 너무 심각한 고민에 빠져서 학업성적이 떨어진 것은 물론 자살까지 생각하는 여학생도 있으니 말이다. 여드름으로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가장 큰 문제는 남앞에 나서지 않으려고 하는 소극적 자세나 열등의식이다.
증상이 너무 심해서 나중에 흉터를 남길 정도이거나, 심한 염증으로 일상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심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10% 내외다. 하지만 본인이 여드름 때문에 괴로워하면 즉시 치료받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치료 후에 피부가 좋아지는 물리적인 효과보다 그것으로 인해 훨씬 떳떳하게 남앞에 나설 수 있고 자신감도 생기는 심리적인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화장과 매니큐어는 NO
40대가 된 후에도 입 주위에 여드름 같은 것들이 돋아나 고민하는 여성들이 있다. 이는 여드름의 사촌격이라고 할 수 있는 '구강주위피부염' 이라는 병으로 치료는 여드름과 동일한 방법으로 한다. 주로 내부의 호르몬 변화나 여러 가지 심리적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다. 따라서 신경을 많이 쓰는 전문직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생리 전에 여드름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이는 안드로겐 호르몬이 생리 전에 약간 증가하기 때문이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중요하다’는 어느 선전 카피는 여드름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에겐 진리다. 짙은 화장을 할 때 사용하는 파운데이션을 많이 쓰면 털구멍에서 피지가 잘 배출되지 않아 여드름이 심해지고 염증도 악화된다. 그러므로 여드름 환자가 꼭 화장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oil-free’ 라고 쓰여있는 화장품 종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매니큐어를 칠한 손으로 얼굴을 만지게 되면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여드름이 심한 경우에는 매니큐어를 안 바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여드름 치료와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굴을 비누로 자주 씻어주는 것이 다. 즉 모낭입구를 막고 있는 찌꺼기를 제거해 주면서 피지배출을 원활하게 도와줘야 한다는 말이다. 또 여드름이 창피하다고 일부러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머리카락에는 균이 많이 있으므로 가급적 머리를 뒤로 모아 묶어서 머리카락이 상처에 닿지 않도록 해야한다.
오염에 의해 염증이 심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흔히 기름기 있는 음식이나 초콜릿, 술 등이 여드름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해 잘 먹지 않는데 실제로는 별 영향이 없으므로 음식을 가릴 필요는 없다.
언제든 재발 가능
여드름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먹는 약, 바르는 약, 그리고 짜주는 수술이 그것이다. 심하게 곪은 경우에는 일단 짜주는 것이 염증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배출시켜주기 때문에 가장 빨리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오염된 손톱으로 집에서 혼자 짜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먹는 약은 염증을 가라앉혀 주고, 세균도 죽이며, 피지분비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지속적으로 2-3개월 꾸준히 복용하면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복용하다가 조금 좋아진다고 금방 끊어 버리면 여드름이 쉽게 재발되므로 전문의에게 상의하는 것이 좋다.
바르는 약은 연고나 물약 등을 주로 쓴다. 사용하기 쉽게 물비누의 형태로 나온 것도 있다. 항생제 계열이거나 피부의 각질층을 용해해서 피지분비를 촉진하는 것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단 중요한 것은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드름은 좋아졌다고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어떤 나이가 될 때까지는 계속 생길 수 있는 병이기 때문이다. 즉 여드름은 치료로 완치가 되기는 하지만 안드로겐 분비가 정상으로 돌아오거나 피지선이 안드로겐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시기가 될 때까지는 계속 치료해야 한다. 재발까지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여드름을 앓고 난 후의 흉터자국은 나중에 화학박피술이나 레이저 등을 이용해 좋아지게 만들 수 있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100% 제거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여드름을 너무 심하게 앓아서 흉이 깊게 남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