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과학동아, 천문대가 공동 주최한 제 7회 천체사진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은 ‘헤르쿨레스자리 구상성단 M13’(윤재룡 작)이 차지했다. 지금까지 화려한 발광성운이나 은하수에 집중해왔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천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구상성단에 도전한 것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구상성단은 별들이 촘촘하게 모여 둥근 솜뭉치를 연상시키는 별무리다. 웬만한 실력이 아니면 성단 내의 별들이 잘 분리되도록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수상작은 성단 내의 별들이 뚜렷이 분해돼 성단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동두천중학교 수학교사인 윤재룡씨는 1996년 우연히 동료 과학교사의 관측에 따라갔다가 천문관측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한다. 경력이 3년도 안됐지만 그 동안 상당한 관측기술을 습득하고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추어 천문 동호회인 ‘별부스러기’의 회장을 맡고 있는 윤씨는 작년에도 장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천문대는 올해 사자자리 유성우 같은 대형 천문 사건이 싱겁게 끝나 큰 호응을 기대하지 않았으나 예년과 다름없이 많은 작품들이 응모됐다고 밝혔다. 출품작만 해도 1백여 점에 이르고 수준도 계속 향상되는 것은 천문의 저변이 확대되고 관심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증거라고 반겼다.
이번 공모전에는 난이도가 높은 작품들이 다수 출품됐다. 금상을 수상한 ‘안드로메다 은하’(황형태 작)는 무려 2시간10분 동안이나 노출을 주어 촬영한 사진으로 심사위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현재 단국대 전산통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황형태씨는 한달에 반드시 1-2회 관측을 나가는 열성파로 알려졌다. 그는 “노출을 오래 주었을 때 화려한 모습을 드러내는 숨어있는 천체들을 촬영하는데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 외 은상을 수상한 권오철씨의 ‘겨울철 은하수’는 어안렌즈를 사용해 전 하늘을 촬영한 특이한 사진으로 관심을 모았고, 이건호씨의 ‘석호성운과 삼렬성운’도 상당한 촬영기술을 보여준 수작으로 평가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세종대 강영운 교수(지구과학과)는 “화려한 천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천체들에 두루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공모전이 대상 천체들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내다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