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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관측우주론의 딜레마, 자식보다 어린 부모?

천문학의 중심은 관측에 있다. 우주론 역시 관측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관측우주론에는 여러 가지 딜레마가 있다. 우주는 지금 팽창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팽창할지 알 수가 없으며, 우주의 나이보다 그 안에 생성된 구상성단의 나이가 많은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우주론은 우주의 구조를 파악하고 우주의 생성과 진화과정을 규명하는 학문으로, 그 역사가 매우 길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거대우주(universe)를 다루는 현대우주론은 20세기에 시작됐다.

현대우주론의 이론적 바탕은 아인슈타인에 의해 20세기 초에 마련됐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없는 공간에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계의 운동을 기술할 수 있는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함으로써, 빛처럼 빨리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을 정확하게 설명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915년에는 중력이 있는 시공간에서의 물체 운동을 기술할 수 있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해, 거대우주를 이론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1917년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해 우주의 상태를 단순하게 기술하는 우주론을 발표했다. 이 우주론에서는 우주가 정적인 상태(팽창하거나 수축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에 있으므로, ‘정적 우주론’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그때 생각한 우주는 사고(思考) 속의 우주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눈에 보이는 우리은하가 곧 우주의 전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 역시 은하라는 천체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우리은하의 구조와 그 안에 있는 태양계의 위치가 올바로 알려진 것은 1918년이었고, 아인슈타인이 실제 관측되는 거대우주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그 후의 일이다.

현대우주론에서 거대우주의 구조와 운동상태를 밝히는 관측우주론과, 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우주론이 나온 것은 1920년대이다. 현대우주론의 본격적인 장은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에 의해 열렸다.


윌슨산천문대에 방문해 망원경을 보는 아인슈타인. 가운데 있는 사람은 허블이다.


허블은 1923-4년에 윌슨산 천문대의 1백인치 망원경(2.5m)을 사용해 얻은 관측자료를 조사해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최초로 40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한 결과를 1925년에 발표했다. 그는 세페이드 변광성의 밝기와 이 밝기가 변하는 주기(변광주기)를 측정해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가 2백75kpc(약 90만광년, 1파섹(pc)은 3.26광년)임을 밝혔다. 이로부터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은하 바깥에 있는 또 다른 섬우주임을 최초로 보였다. 허블이 측정한 안드로메다 은하의 거리는 실제보다 3배나 작았지만,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 은하의 바깥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허블은 우주라는 것이 우리은하와 비슷한 크기의 섬우주인 은하들이 수없이 많은 거대한 공간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때부터 우주에 외부은하가 있음이 알려지고, 이 은하를 이용해 우주의 거대구조를 밝히는 관측우주론이 시작됐다.

1929년 허블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관측결과를 발표해 전세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허블은 여러 은하단에 있는 밝은 은하들의 후퇴속도(천체가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속도)와 거리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후퇴속도가 크다는 점(이는 오늘날 허블법칙이라고 불림)을 밝혀냈다. 이러한 사실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허블이 발표한 팽창우주에 대한 결과는 일찍이 은하에 대해서 전혀 모른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정적우주론의 결과와 반대되는 것이었다. 이후 아인슈타인은 정적우주론에서 우주를 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임의로 도입했던 우주상수를 철회했고, “우주상수를 도입한 것은 내 일생 최대의 실수”라고 말했다(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우주상수의 필요 여부는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됐고, 최근에는 우주상수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음). 이는 관측우주론이 현대우주론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해 팽창우주를 설명하는 이론적 모형은 아인슈타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발표됐으며, 오늘날에도 우주론의 기본모형으로 사용되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결정하는 우주인자

허블에 의해 시작된 관측우주론은 그 후로 망원경과 검출기의 발전에 힘입어 무거운 블랙홀을 포함하고 있는 퀘이사의 발견,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차가운 우주배경복사의 발견, 거대구조의 발견,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 보이는 중력렌즈의 발견 등 많은 발전을 보았다.

오늘날 관측우주론의 주요 목표는 우주의 구조와 상태를 자세히 밝히고, 팽창하는 우주에서 은하, 은하단, 초은하단과 같은 거대구조의 생성과 진화과정을 규명하며, 이로부터 우주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관측과 이론을 이용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중에서 최근에 가장 많이 논란이 되고 있는 우주의 나이와 우주인자 문제를 간단히 소개한다.

우주의 구조와 상태를 기술하려면 우주에 있는 물질의 양과 은하들의 운동상태를 알아야 한다. 이와 관련된 인자를 우주인자라고 한다. 대표적인 우주인자는 아래와 같다.

1)허블상수(H0): 우주의 현재 팽창률을 나타낸다.

2)감속인자(q0): 우주 팽창속도의 현재 감속량 또는 가속량을 나타낸다.

3)우주상수(Λ): 우주척력의 크기를 나타낸다.

4)밀도인자(Ω0): 우주의 현재 밀도를 나타낸다. 이는 바리온(baryon, 양성자와 중성자와 같은 무거운 입자)의 양을 나타내는 바리온 물질인자, 암흑물질을 포함해 물질 전체의 밀도를 나타내는 물질 밀도인자, 우주상수의 크기를 나타내는 우주상수 밀도인자 등으로 이루어진다.

5) 우주의 곡률(K): 우주의 공간적인 성질을 우주곡률로 나타내는데, 우주곡률이 0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편평공간이고, 우주곡률이 양수이면 구면과 같은 볼록공간이며, 우주곡률이 음수이면 말안장의 면과 같은 오목공간을 나타낸다. 이는 밀도인자의 값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밀도인자의 값이 1이면 편평공간, 1보다 크면 볼록공간, 그리고 1보다 작으면 오목공간에 해당된다.

6)우주의 나이: 가장 오래된 천체의 나이를 나타낸다. 이는 우주가 대폭발 이후 현재까지 팽창하는데 걸린 시간을 나타내는 우주팽창나이(보통 허블나이라고 함)와 같거나 이보다 작아야한다.

이와 같은 우주인자들의 값을 정확히 알면, 우주의 구조, 나이, 과거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주의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우주인자의 결정은 관측우주론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의 하나다. 관측우주론에서는 오랫동안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해 이 인자들의 값을 측정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대략적인 값을 알게 됐다. 그러나 정확한 값은 관측적으로 매우 어려워 아직 모르고 있다. 그래서 측정오차를 줄이는 일은 21세기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은하단. 거대은하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우주론의 중요한 과제다.


고무줄 같은 우주나이

허블상수의 값은 허블이 1929년에 5백km/초/Mpc(1백만pc만큼 떨어진 천체는 1초에 5백km의 속도로 멀어진다는 뜻)의 값을 발표한 이후 천체의 거리 측정 방법이 향상되면서, 점점 작아졌다(반면 우주의 크기는 커짐). 1999년 2월 현재 발표된 허블상수의 값은 약 65km/초/Mpc이다. 이로부터 우주상수가 0일 때의 우주의 팽창나이를 구하면 1백20억년이 된다. 이 팽창나이는 가장 늙은 구상성단의 나이인 1백40억년보다 작다. 이는 부모(우주)가 자식(구상성단)보다 나이가 적게 되는 꼴로 모순이다. 이것이 유명한 우주의 나이 문제이다.

우주의 나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한 가지는 우주의 팽창나이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우주 팽창률이 과거보다 크면 된다. 결국 중력의 효과를 줄이는 척력(서로 미는 힘)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아인슈타인이 도입했던 우주상수다.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이 우주상수의 값이 0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에 우주는 현재 가속되고 있고, 우주상수 밀도인자가 매우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와 같이 우주상수가 크면 우주는 시간이 지나면서 중력에 비해 척력 효과가 커지므로 팽창속도가 점점 늘어난다. 결국 우주의 팽창나이가 우주상수가 0일 때에 비해 늘어나게 되므로, 우주의 나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여러 연구 결과에서 나오는 우주의 현재 밀도인자의 값은 1(이 중 물질 밀도인자는 0.3이고, 우주상수 밀도인자는 0.7임)로서, 현재의 우주공간은 우주 곡률이 0인 편평공간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값들은 아직도 불확실해 정밀한 측정을 할 수 있는 연구가 앞으로도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대우주론의 화두는 “팽창하는 우주 속에서 은하와 은하단 같은 거대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했을까”라는 것이다. 지금의 우주나이로는 이런 거대구조가 생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최근에 전세계에 걸쳐 지름이 8-10m에 이르는 대형 망원경이 건설되고 있고, 1백만개에 이르는 은하들의 위치와 후퇴속도를 측정하려는 대규모 탐사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허블우주망원경의 후속으로 근적외선을 관측할 수 있는 차세대 우주망원경이 2007년에 발사될 예정이고, 고분해능 우주배경복사 탐사선도 21세기 초에 발사될 예정이다. 이런 관측시설들이 준비되면 뜨거운 대폭발로 시작된 우주에서 우주배경복사가 나오고, 우주 초기에 은하가 태어나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에 태어난 관측우주론은 20세기 말에 이르러 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21세기에는 만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명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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