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각을 흉내내는 기술들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시각을 흉내낸 만년필 크기의 카메라, 귀를 흉내낸 마이크로폰,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 등. 그러나 다른 감각에 비해 후각은 아직 정복되지 않은 분야다.
최근 미국 칼텍의 화학자 네이트 루이스와 연구팀은 최신 후각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했다. 인공 코가 실용화된다면 그 쓰임새는 매우 다양하다. 차의 브레이크액이 새는 것을 감지하고, 냉장고에서 생선이 썩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으며, 병원에서는 환자의 날숨으로 위궤양, 당뇨병, 암 등을 진단할 수 있게 된다.
루이스가 개발한 인공 코가 지금까지의 방법과 다른 점은 냄새를 구별하는 방식에 있다. 기존 방법의 핵심은 전기를 전도하는 플라스틱. 냄새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플라스틱이 흡수하면 스펀지처럼 부풀게 되고 결과적으로 전기를 전도하는 속도가 변한다. 냄새가 단순한 전기적 신호로 바뀌는 것이다. 서로 다른 화학물질에 민감한 플라스틱을 사용함으로써 인공 코는 각각의 냄새에 대해 고유한 ‘냄새 자국’을 만든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전기를 전도하는 플라스틱의 수가 많지 않아 감지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감지재료로 보통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여기에 탄소 입자를 섞음으로써 전기가 전도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다양한 플라스틱을 사용해 여러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센서가 가능하다. 또한 이전의 인공 코들과 달리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신기술도 생물체의 진짜 코에 비하면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한 연구자는 “세상의 어떤 컴퓨터도 가장 간단한 생물체가 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며 한계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