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투명한 겨울밤, 동쪽 하늘에서 빛나는 1등성들을 보노라면 그 맑은 빛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 오리온자리를 가로지르는 겨울 은하수의 여린 별빛을 감지할 수 있다면 살을 에는 찬바람도 잠시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밤하늘에 뿌려진 별들 중 상당수는 혼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 성단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별들이 모여 있는 모양에 따라 크게 흩어진 ‘산개성단’과 둥글게 모인 ‘구상성단’으로 나뉜다. 우리은하에 속해 있는 성단들 중에는 맨눈이나 쌍안경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조금만 눈여겨보면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껴볼 수 있다.
함께 태어난 별들
드넓은 우주에 비하면 한없이 작지만, 인간의 규모에서는 거대하기만 한 성운들이 우주의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성운의 가스 구름 속에서는 끊임없이 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성운은 어린 별들의 엄마 품이자 유치원인 셈이다. 여기서 어린 별들은 별무리(성단)를 이루어 삶을 시작한다. 이들은 서로 가까운 영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물리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며 성단을 이룬다.
성단들 중 특별한 모양 없이 불규칙하고 성글게 모여있는 것을 산개성단이라 한다. 산개성단에 포함된 별들은 제2세대 별들이다. 이들은 은하계가 형성된 초기에 만들어진 제1세대 별들이 죽어가면서 자신의 잔해를 뿌려놓은 뒤, 이 잔해 물질들이 다시 모이면서 생겨난 것들이다.
우리은하에는 약 1천여개의 산개성단이 있는데, 주로 은하면의 나선팔에 분포한다. 이들은 대부분 나이가 2천만년 이하의 어린 별들인데, 이보다 늙은 성단은 나선팔 근처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나선팔 근처에서 탄생한 성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 흩어지면서 성단 자체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우리은하에서 성단이 분포된 층의 두께는 약 2백30광년 정도인데, 이는 은하 전체와 비교할 때 굉장히 작은 것이다. 만약 우리은하를 지름 12cm의 CD 크기로 축소한다면 산개성단들은 지름 1mm 정도인 CD 두께에 해당하는 얇은 공간에 모두 모여있는 것과 같다.
일반적으로 산개성단의 지름은 대략 수십광년 정도이고 성단을 이루는 별의 수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M18(궁수자리 산개성단) 같은 경우 12개 정도이지만, M11(방패자리 산개성단)은 5백개가 넘는 별들로 구성돼 있다.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산개성단으로 황소자리의 플레이아데스 성단, 히아데스 성단, 페르세우스자리의 이중성단 등이 있다.
둥근 별무리 구상성단
깨알처럼 모여있는 별들이 둥근 공 모양을 하고 있는 구상성단에는 수십만개 이상의 별들이 포함돼 있다. 이렇게 많은 별들로 이루어진 구상성단의 중심부는 아주 조밀해 지상의 망원경으로는 중심부의 별들까지 분리해 보기 어렵다. 하지만 성단 하나의 지름이 보통 50에서 1백50광년 정도이므로 만약 우주선을 타고 구상성단의 내부로 들어갔을 경우 별 사이의 거리는 몇 광월 이상이다.
우리은하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구상성단의 수는 1백50여개로 주로 은하 중심부를 둘러싸고 있는 헤일로(Halo)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밤하늘에서 구상성단들의 위치를 살펴보면 대부분 궁수, 전갈, 뱀주인자리에 있다. 이 별자리들은 우리은하의 중심방향에 있는데, 은하 외곽에 있는 태양계에서 헤일로에 분포돼 있는 구상성단들을 바라보게 되면 은하중심방향의 별자리들과 함께 어우러져 보이는 것이다.
구상성단은 언제 만들어진 것일까? 우리은하에서는 약 1백50억년 전에 거대한 가스 구름이 수축하면서 별이 생겨났는데, 구상성단은 가스 구름의 수축기인 초기 1백억년 사이에 탄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구상성단의 공간 분포가 은하계와 같은 규모이며, 성단 내 별의 원소들이 헤일로 근처에 있는 별들과 흡사하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천문학자 샤플리는 구상성단의 분포를 연구해 우리은하의 크기를 계산해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은하수를 둘러싸고 있는 구상성단의 분포 지도를 만들고, 구상성단은 밤하늘에 균일하게 분포돼 있지 않고 궁수자리를 중심으로 한 커다란 구 모양을 이루고 있음을 밝혀냈다. 그는 성단 내의 변광성을 통해 성단까지의 거리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당시까지 알려진 것보다 우리 은하의 크기가 훨씬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당시 우리은하의 크기를 1만5천-2만광년으로 알고 있었지만 샤플리의 계산을 통해 30만광년으로 확장됐다. 현재 우리은하의 크기는 약 10만 광년으로 확인되고 있어 샤플리의 계산은 과장된 것이기는 했지만, 우리은하의 탐구에 성단과 변광성을 이용한 획기적인 업적이었다.
성단 관찰하기
성단들 중에는 맨눈이나 소형 망원경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 많다. 보다 나은 관측을 위해서는 달빛의 영향이 적은 날을 택하고 관찰하기 30분 전부터는 밝은 빛을 피해 눈을 어둠에 적응시키는 것이 좋다. 관찰 대상을 정한 다음 실제 하늘과 성도를 비교해 가면서 찾아보도록 하자. 망원경이 준비된다면 목표로 잡은 대상 주위에서 밝은 별을 찾아 단계별로 접근해가도록 한다.
산개성단은 주로 넓게 퍼져 있으므로 시야가 넓은 망원경이 더 유리하다. 특히 은하수를 배경으로 많은 별들 속에 파묻혀 있는 산개성단은 쌍안경으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구상성단은 산개성단에 비해 훨씬 많은 별들을 가지고 있으며, 작고 흐리게 보이므로 배율을 적당히 높여가며 관측하는 것이 좋다. 이 경우 성단을 이루는 주변 별들이 분해돼 보이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