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의 별들과 별들 사이에 존재하는 물질을 총칭해 성간물질이라 한다.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된 기체이며 아주 적은 양의 얼어붙은 먼지티끌이 포함돼 있다. 성간물질 모두를 우주 공간에 균일하게 뿌려 놓는다면 가로, 세로, 높이가 1cm인 단위체적에 수소원자가 하나 들어갈 정도로 희박하다. 대기중에는 1cm³의 단위체적당 ${10}^{19}$개의 공기분자(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등)가 들어있다. 별 사이의 공간은 지구의 어떤 실험실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보다 더 깨끗한 진공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희박한 성간 물질이지만 이들이 모여들면 두꺼운 성운을 만들고 주변에 있는 별의 빛을 받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스스로 빛을 내는 성운
뜨거운 별 가까이 있는 수소 기체는 별에서 나온 강한 자외선 복사에너지에 의해 1만도 이상으로 가열되면 붉은 빛을 내기 시작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소원자는 별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흡수해 내부의 전자가 떨어져 나가는 전리현상을 겪는다. 전자가 분리돼 나간 수소원자는 불안정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지 못하고 자유전자와 다시 결합하게 되는데 이때 에너지 준위가 낮아지면서 가시광선을 방출하게 된다. 별에서 나온 자외선 복사에 의해 성운의 수소원자가 전리됐다가 자유전자와 다시 결합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성운은 붉은빛을 내는 것이다. 이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형광등의 원리와 비슷하다. 형광등에 전기가 공급되면 전자는 내부에 있는 증기상태의 수은원자와 충돌하면서 자외선의 광자를 내보내고, 이 광자가 형광등 안쪽 벽에 칠해진 인광 물질을 때리면 이 물질이 가시광선을 내게 된다. 마치 형광등 안의 수은원자는 자외선 복사에너지를 방출하는 별의 역할을 하고, 인광 물질은 이 에너지를 받아 가시광선을 내는 성운에 비유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주변 별에서 오는 복사에너지를 받아 스스로 빛나는 성운을 발광 성운이라 한다. 사진에 나온 성운은 백조자리의 펠리컨성운으로 붉은 색의 성운과 함께 별들이 어우러져 있다.
성운에 채색된 푸른색
밝기와 색깔이 같은 두 별이 비슷한 거리에 있고, 두 별 중 한 별 앞에 성운이 있을 때, 밝기와 색깔은 서로 달라져 보일 것이다. 성운을 통과해오는 별빛은 조금 더 어둡고, 붉은색을 띠게 된다. 어둡게 되는 것은 별빛이 성운을 통과하면서 일부가 산란돼 빛의 세기가 약해진 때문이고, 조금 더 붉은색을 띠는 것은 별빛 중에 파장이 짧은 푸른색 계열의 빛이 성운에 의해 산란되고 상대적으로 파장이 긴 붉은색은 그대로 통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별 근처에, 밀도가 높은 성운이 있다면 산란효과는 더욱 커지고 우리 눈에 보일 정도로 뿌옇게 빛나게 된다. 이러한 성운을 반사성운이라 하며, 이들은 대체로 푸른색을 띤다.
대표적인 반사성운으로 ‘좀생이별’이라 불리는 황소자리의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들 수 있다. 이 성단은 약 4백광년 거리에 있으며 맨눈으로는 물음표 모양을 한 6-7개의 별을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백 개의 별들로 구성돼 있다. 성단을 이루는 별들은 밝고 젊은 별들로 현재 어떤 성운 하나를 통과하는 중이며 성단을 이루는 별빛이 성운에 반사돼 푸른색으로 보인다.
우주의 검은 그림자
가스나 티끌로 이루어진 성운 주위에 별이 없다면 우주공간에서 그 모습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성운은 발광성운이나 반사성운처럼 주변에 있는 별빛의 도움을 받아야 비로소 그 자취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별빛의 도움을 직접 받지 않고도 충분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성운이 바로 암흑성운이다. 이 성운은 아주 두꺼운 가스층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보이지 않고 주위의 환한 배경을 이용해 모습을 드러낸다. 밝은 성운의 일부를 가려버리거나 별들이 촘촘한 은하수 사이에서 마치 텅 빈 공간을 만들 듯 별빛들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암흑성운의 실루엣만을 파악할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암흑성운으로는 오리온자리의 말머리성운이 있다. 말머리성운은 진한 분자 구름 덩어리로 뒤쪽으로 둘러쳐진 붉은 색의 발광성운 IC432의 빛을 가로막고 있다. 말머리 성운은 바나드33으로 불려지기도 하는데, 바나드(E. E. Barnard)는 19세기 후반의 미국의 천체관측자로 암흑 성운의 목록을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천체사진 기술을 이용해 은하수 사진집을 내기도 했는데, 특히 은하수 여기저기에 나타나는 암흑영역에 관심이 많았다. 바나드는 이러한 암흑영역이 텅 빈 공간이 아니라 별빛을 가로막는 물질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여름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살펴보면 우리 은하의 암흑지대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 암흑지대는 백조자리에서부터 은하수를 갈라쳐 궁수자리까지 이어진다.
겨울 하늘의 꽃 오리온대성운
겨울의 대표적인 별자리인 오리온자리에는 약 2등급의 밝기를 가진 3개의 별이 나란히 늘어서 있는데 이를 흔히 삼태성이라 부른다. 이 삼태성 아래에는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오리온 대성운이 있다. 약 1천5백광년 거리에 있는 이 성운은 별이 탄생하는 장소로 알려진 것 중에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다. 사진에 나타난 대성운의 모습은 마치 불사조를 연상시키는 듯 아름답게 빛난다.
성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원동력은 내부에 작게 무리짓고 있는 트라페지움 4중성이다. 이 별들은 태어난 지 채 1백만년도 되지 않은 어린 별들로 5만도로 매우 뜨겁다. 실제로 오리온자리에는 지름이 약 3백광년(약 2천8백조km)에 달하는 암흑성운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들의 질량을 모두 합하면 약 10만개의 태양에 해당한다. 지금도 새로운 별들을 탄생시키는 우주드라마가 펼쳐지는 곳이다. 오리온대성운은 트라페지움 4중성의 뜨거운 별빛으로 인해 오리온자리에 걸쳐 있는 커다란 암흑 성운의 일부분이 드러나 보이는 발광성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