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연소하기 쉬운 기체로 공기나 산소와 접촉하면 쉬이 불이 붙는다. 수소-공기 혼합기체는 불꽃을 튀겨주면 조건에 따라 폭발적인 연소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폭발이 일어나는 농도범위가 커서(4-75%) 폭넓게 폭발을 일으킨다. 또한 불이 붙는 발화에너지가 작아 아주 미세한 정전기에도 쉽게 발화된다.
공해 없는 청정에너지
때문에 적절한 조건으로 통제하면서 수소를 연소시키면 일반 도시가스처럼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수소와 산소는 2:1의 부피비로 연소하면서 물(수증기)을 만들며, 이때 1kg당 2만8천6백20kcal의 열량을 발생시킨다. 이 열량은 0℃물 0.3t을 1백℃로 높일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킬 수도 있으며, 핵융합반응을 통해 수소폭탄과 같은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수소의 장점은 연소시 극소량의 질소산화물만을 발생할 뿐 다른 공해물질이 생기지 않는 청정에너지라는 점이다. 수소를 직접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고, 연료전지 등의 연료로서도 사용이 간편하다. 또한 수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무한한 양의 물을 원료로 만들어낼 수 있으며, 사용 후에는 다시 물로 재순환되기 때문에 고갈될 걱정이 없는 무한 에너지원이다. 수소는 산업용의 기초 소재로부터 일반 연료, 수소자동차, 수소비행기, 연료전지 등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분야에 이용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수소 만들기
수소는 대기중에 0.1ppm 정도로 극히 작은 양이 포함돼 있으나, 지구 전체로 볼 때 거의 무한한 양이 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지구상에 수소를 포함하는 가장 많은 화합물은 물(H2O)이다. 또한 원유나 천연가스는 탄소와 수소가 결합된 여러 종류의 탄화수소화합물로 구성돼 있으므로 이들도 좋은 수소 제조의 원료가 될 수 있다.
물로부터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2개의 수소원자와 1개의 산소원자로 구성돼 있는 물분자로부터 수소와 산소를 분리해야 한다. 전기분해를 이용하면 물 36g에서 수소 4g을 얻을 수 있다. 전기분해는 이론상 1.23V(볼트)의 전압이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장치의 내부저항 등으로 이보다 높은 전압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기는 그 자체를 직접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전기로 물을 분해하고, 여기서 얻어진 수소를 다시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은 효율이 낮은 이용방법이다. 때문에 심야전력과 같이 잉여전력을 이용하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심야의 잉여전력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고, 얻어진 수소를 적절한 방법으로 저장한 후, 연료전지와 같은 방법으로 다시 전기를 얻는 것이다.
그 외 태양광을 직접 이용해 이산화티탄(TiO2) 같은 광촉매로 물을 분해하거나 미생물의 작용으로 수소를 얻는 방법이 있으며, 2천5백도 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물을 직접 분해해서 수소를 얻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또한 여러가지 화학반응을 이용해 물을 분해하는 반응을 만들어 수소를 얻는 열화학사이클법도 연구되고 있으나, 모두 실험실적인 기초연구 상태에 머물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값싼 수소제조 방법은 천연가스와 원유를 정제해 얻는 나프타 등의 탄화수소에 고온의 수증기를 반응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천연가스나 원유 등의 화석연료는 유한한 자원이므로 이들을 이용해 수소를 얻는 것도 아직은 특수한 목적에 한정되고 있다. 값싸고 간편한 수소 제조법 개발은 수소에너지 기술의 성공을 위한 첫번째 관문이 되고 있다.
수소는 가장 가벼운 원소지만, 표준상태(0℃, 1기압)에서 2g이 22.4L의 큰 부피를 차지한다. 그렇기때문에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높은 압력으로 압축해야 한다. 보통 사용되는 수소실린더는 1백20-1백50기압의 높은 압력으로 수소를 압축하고 있다.
너무 무거운 창고 수소저장합금
수소기체를 극히 낮은 온도에서 압축시키면 액체수소를 만들 수 있고 부피가 크게 줄지만, 이를 위해서는 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액체수소의 부피는 상온에서의 기체수소 부피의 8백분의 1로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액체수소의 끓는점이 영하 2백52.6℃로 아주 낮아 액체수소의 보관을 위해서는 단열이 완벽한 저온용기가 필요하고, 저장 중에도 계속 기체상태로 증발하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수소 저장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은 수소저장합금을 이용하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금속이나 합금은 수소와 반응해 금속수소화물을 만들어 수소를 자체 내에 포함한다. 이때 저장되는 수소의 양은 같은 부피의 액체수소보다 밀도가 높아 저장성이 뛰어나다. 0℃ 1기압의 수소로 환산하면 수소저장 합금은 1cm3당 1천cc를 저장할 수 있지만, 보통의 용기는 2백기압으로 압축해도 2백cc밖에 저장하지 못한다. 또한 액체수소로 만들더라도 수소저장 능력이 수소저장합금에 비해 떨어진다.
수소를 저장하는 합금으로는 란탄-니켈합금(LaN${i}_{5}$), 티탄-철합금(TiFe)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수소를 저장하는 합금은 매우 무겁기 때문에 수소를 저장해서 자유자재로 옮겨다니기가 어렵다. 이 합급은 물의 비중보다 8배 정도나 크다. 이 때문에 가능한한 가벼우면서도 수소저장능력이 높은 합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우주선, 비행기, 자동차
아직까지 수소는 주로 석유화학공정에서 필요한 원료가스로 사용되고 있을 뿐 천연가스나 석유보다 값이 비싸므로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는 연료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주개발 등과 같은 특수 용도에서 수소는 매유 유용한 물질로 인식돼 있다. 우주선을 발사하는 로켓은 연료가 가벼우면서도 큰 추진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액체수소를 이용한 엔진이 일찍부터 개발됐다. 현재 우주왕복선이나,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추진체로 수소로켓이 이용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수소로켓의 경우 수소를 연소시키기 위한 산화제로 액체산소를 함께 사용한다. 수소로켓의 이용과 더불어 최근에는 수소를 비행기의 연료로 사용하고자 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한편 수소자동차에서는 일반 가솔린자동차와 달리 가솔린 대신에 수소를 연료로 엔진을 구동시키므로 배기가스는 물이 주성분이며, 아주 소량의 질소산화물을 제외하고는 공해물질의 배출이 거의 없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선진국에서 오랜동안 연구돼 많은 실험차량들이 제작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 등에서 실험용 차량이 제작된 바 있다.
수소자동차를 실용화시키는데 가장 큰 문제는 수소의 저장방법이다. 액체수소 저장탱크와 금속수소화물을 이용한 수소저장탱크의 두가지가 사용되고 있는데, 액체수소를 이용하는 경우는 저장탱크의 제작도 어렵거니와 수소를 액화시키는 것이나 저장 도중의 손실 등 에너지의 낭비가 많은 것이 문제이다. 금속수소화물을 이용하는 것은 수소저장합금이 무거운 금속이므로 이를 이용한 수소저장탱크가 너무 무거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일 현재의 연료통 정도되는 40L짜리 연료통을 부착한다면 수소저장 합금의 무게만 3백kg이 넘어 이를 움직이는데만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다른 목적으로 저장합금을 수송하는데도 여간 어렵지 않다.
21세기의 연금술 핵융합
핵융합은 수소, 헬륨 등 가벼운 원소가 높은 온도와 압력하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무거운 원소로 바뀌는 반응이다. 태양에서는 지금도 수소가 핼륨으로 바뀌는 수소핵융합반응이 일어나고 있는데, 태양계에 쏟아지는 태양에너지는 핵융합에서 나온 에너지인 것이다. 핵융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1억도 정도의 초고온이 필요하다. 이 온도에서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원자번호 1, 질량 2.014)와 삼중수소(원자번호 1, 질량 3.016)가 핵융합반응을 하면서 질량결손이 일어나고, 이 질량결손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방출된다.
자연상태에서는 원자량 1인 보통수소가 99.985%, 동위원소인 중수소가 0.015%의 비율로 존재하고 있으며, 삼중수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에는 0.015%의 중수(D2O)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로부터 중수소를 얻고 이를 원료로 핵융합반응을 시킬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핵분열을 하면서 강력한 에너지를 내는 핵분열반응에 대한 연구가 완성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과 옛소련은 계속해서 더욱 큰 파괴력을 가진 무기개발에 매달렸는데, 이때 개발된 것이 핵융합에 의한 수소폭탄이다. 소형의 원자폭탄 폭발에 의해 순간적으로 생기는 초고온 상태를 이용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더 큰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 폭발력은 원자탄의 수백에서 수천배에 이른다. 그러나 수소폭탄은 임의로 제어해서 필요한 에너지를 얻어 쓸 수 없기 때문에 핵융합을 진행시키면서 이를 제어할 수 있는 핵융합기술이 필요하다.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빼내 쓸 수 있으려면, 강한 자기장을 걸어준 진공용기 속에 수억도에 달하는 초고온 상태의 플라스마를 가두어 두는 극한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초고온 플라스마를 높은 밀도로 유지하면서 가능한한 긴 시간 동안(1m3당 1천20개 이상의 플라스마 밀도하에서 1초 이상) 가두어 두기 위한 실험장치들이 고안됐다. 그 중에서 옛소련의 사하로프와 탬에 의해 자기장을 가지는 진공용기로 개발된 토카막(Tokamak) 장치는 1968년 처음으로 1천만도로 초고온인 플라스마를 1백분의 1초 이상 가두어 핵융합 연구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토카막 장치를 이용한 연구로 1970년대 이후 현재까지 20여년간 핵융합반응에 의해 발생된 에너지는 약 10억배 이상 증가했으며, 현재 1만kW의 핵융합에너지를 발생시키며 임계치 도달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의 공동참여로 ‘국제 열핵융합 실험로’(ITER)가 계획되고 있는데, 이 장치가 완성되면 핵융합 반응에 의한 1백50만kW의 열에너지가 1천초 이상 발생될 것으로 예상돼 핵융합 에너지 기술이 실용화될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아직 핵융합기술은 실험실적으로 실증하는 단계이며, 실제로 핵융합기술에 의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고온 유지기술과 이를 견디어 낼 수 있는 재료의 개발 등 산재한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
공해 없는 발전기 연료전지
수소를 제조할 때는 물을 전기분해하지만, 연료전지는 거꾸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연소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발생하는 것이다.
2${H}_{2}$ + ${O}_{2}$ → 2${H}_{2}$O + (직류전기)
수소산소물(수증기)
현재 수소의 이용기술 중 가장 유망한 분야로 꼽히고 있는 것이 연료전지 발전기술이다. 기존의 화력발전기술은 석탄이나 석유 등의 연료를 연소시키고, 이를 이용해 증기를 발생시키며, 발생된 증기로 증기터빈을 회전시키고, 여기에 연결된 발전기를 회전시켜 전기를 얻는 과정처럼 복잡한 다단계의 공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연료전지는 연소하는 과정이나 터빈 등의 구동장치가 전혀 필요없다. 따라서 화력발전소의 열효율은 보통 35-40% 정도이지만, 연료전지는 50% 정도로 효율성이 높다. 또한 환경문제를 전혀 유발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발전기술이다. 연료전지는 (그림2)에서 보는 것처럼 통로가 직각으로 교차하는 접촉면에 전극판 물질을 만들어 수소와 산소를 통과시키면 이들의 화학반응으로 인해 전기가 발생되는 원리를 채용한 것이다.
이 장치는 1839년 영국의 그로브(W.R.Grove)가 발명했으며, 1952년 베이컨(F.T.Bacon)이 이보다 약간 개선된 베이컨전지를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미국에서는 이 특허를 더욱 개량해 1969년 아폴로 11호에 탑재함으로써 연료전지는 일약 유명해졌다. 이후 현재까지 우주선의 전력 및 식수 공급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은 1960년대, 일본은 1980년대 초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고 현재 이들 두 나라가 연료전지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유럽은 미·일에 비해 상대적 열세에 있으며, 한국은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연료전지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연료전지 발전기술은 가장 확실한 차세대 발전기술이 되리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