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가 무엇이든 현재 사용되는 모든 자동차는 내연기관을 이용하고 있다. 자동차는 휘발유나 경유 등을 엔진 내부에서 연소시켜 생긴 힘을 이용해 움직이며, 이 때 배기가스를 엔진 밖으로 내보낸다.
배기가스는 연료가 실린더 내에서 연소해 고온, 고압의 가스로 변한 뒤 팽창함으로써 일을 마치고 대기로 배출되는 ‘불순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연료가 만들어내는 열량사용을 보면 실제 유효하게 사용되는 것은 약 55%에 불과하다. 그밖에 기관 자체나 부속장치를 움직이는데 약 15%가 사용되고 나머지 30% 가량은 배기가스로 그대로 방출된다.
얼핏 보기에 총량의 30%나 되는 배기가스는 낭비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4행정기관의 경우 흡기-압축-폭발-배기의 순으로 1개의 사이클을 이룬다. 이때 실제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것은 폭발행정 하나뿐이고, 나머지 행정들은 폭발행정에서 나온 에너지를 이용해 자신의 일을 수행한다.
4행정 모두가 중요하지만 이중에서도 배기행정은 바로 다음에 오는 흡기 행정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 더욱 중요하다. 실린더 내에서 배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대기압과 실린더 내부의 압력차에 의해서 다음 폭발을 위한 연료와 공기가 손쉽게 실린더 내부로 들어올 수 있다.
다시 말해 순조롭게 배기가 이루어져서 외부보다 실린더 내부의 압력이 낮아져야 그 만큼 흡기가 잘된다는 얘기다. 마치 주사기로 물을 빨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분당 수만번 되풀이되는 이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배기가스가 잔류(불완전 연소)해 효과적인 엔진 운행을 가로막는다.
완전 연소 불가능이 문제
기가스에는 유해성분이 많아 최근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 자동차메이커들은 배출가스의 유해성분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앞으로 누가 더 공해가 적은 자동차를 만들어내는가에 기업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배기가스 유해물질 배출한도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규정이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앞으로 2012년부터는 무공해차량만 운행시킨다는 ‘어마어마한’ 규정도 이미 정해놓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보유국인 미국에 수출을 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기업을 비롯한 전세계 어떤 메이커도 살아남을 수 없다.
대부분의 개인 승용차가 연료로 사용하는 가솔린은 갖가지 종류의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가솔린이 완전 연소되면 탄소는 이산화탄소로, 수소는 물이 된다. 이산화탄소와 물은 인체에 무해하다. 문제는 이처럼 완전 연소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면 이산화탄소가 되지만 산소 부족 상태에서는 불완전 연소를 일으켜 유해한 일산화탄소가 된다. 즉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의 양은 엔진에 공급되는 연료와 공기의 혼합비에 좌우되는 것이다. 일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려면 연료보다 공기를 많이 넣어 혼합기를 엷게 하면 되지만, 이 경우에는 엔진의 출력이 저하되기 쉽다.
유해가스인 탄화수소는 연소실이 충분한 온도까지 올라가지 않은 상태에서 연료를 미처 제대로 연소시키지 못한 채로 배출할 때 발생한다. 또 흡기밸브와 배기밸브가 함께 열려 있는 오버랩 시기에 흡기 밸브에서 들어온 혼합기가 그대로 배기밸브로 빨려 나가는 경우도 있다. 혼합기를 엷게 하면 일산화탄소의 배출은 줄일 수 있으나 이 때에는 제 때 불꽃점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른바 ‘실화현상’이 발생, 탄화수소의 발생은 오히려 늘어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문제가 되는 자동차 배기가스는 질소산화물이다. 공기 중에서 광화학 스모그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질소(NO₂) 농도가 50ppm이면 두통과 현기증을 일으키고, 3백ppm이 되면 생명을 잃게 된다.
질소는 비교적 안정된 원소로, 쉽게 산화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고온이나 고압, 전기불꽃 등이 있는 환경에서는 질소산화물이 되기 쉬운데, 자동차 엔진 내부는 여기에 아주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질소산화물의 생성은 온도와 관계가 깊다. 온도가 높을수록 생산량이 증가한다. 대략 2천℃를 초과하면서 갑자기 증가한다. 또한 혼합기 농도가 진하지도, 엷지도 않은 공연비(공기 : 연료 = 14.7 : 1) 근처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결국 배출가스의 주요 유해성분인 일산화탄소(CO), 탄화수소(HC), 질소산화물(NOx)은 혼합기의 농도와 온도에 따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메이커들은 자동차 개발단계부터 가장 공해물질을 적게 배출되는 조건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그림).
가솔린보다 디젤이 더 심각
많은 자동차 가운데에서도 디젤엔진은 대기오염의 주범이다.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디젤엔진은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의 발생이 휘발유보다 오히려 적다. 휘발유엔진은 연료와 공기를 혼합한 상태로 실린더에 집어넣고 전기불꽃으로 연소시킨다.
그러나 디젤엔진은 공기를 고온에서 높은 압축상태로 만들어놓고 이곳에 연료를 분사해 연소시킴으로써 동력을 얻는다. 따라서 휘발유엔진보다 디젤엔진이 연소할 때 훨씬 공기가 풍부하다.
문제는 디젤엔진이 질소산화물 발생이 많고 더욱이 탄소 미립자를 많이 배출한다는데 있다. 고온 고압으로 운전되기 때문에 질소산화물 생성에 아주 적합한 환경이 마련되는 탓이다. 디젤기관에 정도 이상의 부하가 걸리면 연료가 미처 기화되지 못하고 액화상태로 연소돼, 결국 타다만 탄소알갱이들을 배출한다. 트럭이나 버스가 언덕길을 올라갈 때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것이 바로 이 탄소미립자(흑연)다.
디젤엔진은 고온 고압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고안된 것이다. 시동을 건 뒤 엔진이 더워지기 전까지는 불완전 연소가 많아 탄소미립자가 많이 나온다. 트럭이나 버스가 시동이 걸린 직후에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이유는 여기에 해당한다.
탄소미립자가 호흡기로 들어가면 폐에 달라붙어 건강에 매우 해롭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대기오염 저감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디젤엔진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입자상 물질이 포함된 미세 먼지 입자로 인한 사망자수가 서울에서만도 2만5천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보다 2배가 넘는 수치다.
정부는 이처럼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자 LPG가 공해물질을 적게 배출한다는 이유를 들어, 일반 승용차에도 LPG사용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LPG는 기체연료이기 때문에 공기와의 혼합이 좋고, 비교적 엷은 혼합기 상태에서 사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LPG는 휘발유를 사용할 때보다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의 발생량은 적지만 스모그를 일으키는 질소산화물 발생량에서는 차이가 없다. 결국 스모그를 줄여보겠다고 정부가 내놓은 LPG 사용 확대 조치는 탁상공론인 셈이다.
최근 들어 혼합비 조절 외에도 각종 장치를 통해 공해물질을 줄이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배기파이프에 촉매를 설치, 유해성분을 인위적으로 줄여주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7년부터 배기가스 속의 유해성분을 줄여주는 장치인 촉매기를 승용차에 의무 장착토록 했다.
촉매기는 배기가스 중에 포함된 유해성분을 물, 질소, 산소 등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전환시켜준다. 촉매기는 알루미나에 백금(Pt)과 로듐(Rh), 또는 팔라듐(Pd)을 입힌 벌집모양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5천개 이상의 이 벌집 모양 통로에 배기가스를 통과시켜주면 산화와 환원작용을 통해 공해물질을 줄여준다. 백금은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의 산화(산소와의 결합)작용을, 로듐은 질소산화물의 환원(산소와의 분리)작용을 한다.
하지만 촉매장치도 문제는 있다. 이를 사용하면 실제 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배기가스가 벌집모양으로 막혀 있는 촉매장치를 통과하면서 병목현상이 일어나 흡기에 필요한 적절한 흡입력을 가져다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3백℃ 이상의 온도에서만 제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시동을 건지 얼마 안지나 발생하는 오염물질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
터보, 너무 믿지 말라
배기에 의한 동력손실이 전체동력의 30% 가까이 된다는 사실은 앞에서도 언급했다. 이 손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배기가스를 다시 이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고민에서 탄생한 것이 터보차저(turbo-charger)다.
엔진의 출력을 높혀주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배기량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배기량을 늘이면 이에 따른 무게도 같이 늘어난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배기량에 따라 세금을 다르게 부과하기 때문에 배기량을 한정없이 늘릴 수만도 없는 노릇.
배기량을 늘리지 않고 생각해볼 만한 방법은 실린더에 더 많은 혼합기를 넣어주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대표적인 것이 DOHC(Double Over-Head Cam)방식이다. 흡기와 배기밸브를 일반 엔진보다 실린더당 1개씩 더 설치해줌으로써 혼합기의 흡입과 배기 가스의 배출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10-15%의 출력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터보차저는 배기가스의 힘을 이용해 흡입행정에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우선 배기관에 물레방아 모양의 터빈을 장치하고, 이와 함께 연결된 또다른 터빈을 흡기관에 연결한다. 엔진에서 배기가스가 나오면, 배기가스가 방출되는 힘으로 배기관에 연결된 터빈이 움직이고, 이에 따라 흡기관에 연결된 터빈도 따라 움직여 대기압보다 1.5-2배 높은 공기를 엔진에 넣어준다.
이때 터빈의 분당회전수(rpm)는 5만-16만 정도의 초고속으로 고도의 내구성을 요구한다. 이는 자동차 엔진에 사용하는 rpm이 4기통의 경우 기껏 7천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짐작이 가는 일이다. 이처럼 고압의 공기를 엔진에 넣어줌으로서 엔진에 비해 20내지 30%정도 출력이 향상된다.
터보차저는 본래 항공기에 채용됐던 시스템이다. 중량이 가벼울수록 좋은 항공기에 터보차저는 제격이었다. 더구나 하늘 높이 올라갈수록 공기 밀도가 희박해 스피드와 부력이 약해지는 것을 터보차저로 압축공기를 넣어 보완해줄 수 있어 각광을 받았다.
스웨덴의 사브자동차가 1970년대 말 승용차에 터보차저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현대 자동차의 스쿠프와 갤로퍼, 기아의 스포티지 등에 터보 차저가 장착됐다.
밖으로 버려지는 배기가스의 힘을 이용해 출력을 높여주긴 하지만, 터보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같은 크기의 보통 엔진보다 터보 엔진은 압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내구성이 떨어진다. 또 배기가스의 속도가 적정하게 올라가야만(엔진 분당 회전수 3천 정도) 터보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단점이다.
터보차저가 작동되기 위해서는 배기터빈-흡기터빈-흡기관이 순차적으로 부드럽게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터보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가속페달을 밟은 뒤 얼마 지나서다. 이를 터보 지체(turbo lag)라 하는데, 이로 인해 자동차가 가만히 있다가 별안간 튀어나가는 등 조종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물론 갑자기 튀어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고루 출력을 올려주기 위해 배기압의 정도에 따라 2단계로 터보가 작동하도록 터보차저를 2개 부착시키는 경우도 있다.
배기가스의 열은 약 9백℃이며 배출속도는 음속에 가깝다. 배출속도를 조절하는데는 엔진과 연결된 배기관(배기 파이프), 그리고 머플러의 길이와 지름을 조절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배기관과 머플러는 원칙적으로 전체의 길이가 짧고 지름이 클수록 순간 가속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고속에서 유리하다. 반면 길이가 길고 지름이 작을수록 저속에서 토크와 출력이 커진다.
배기 파이프와 머플러 길이는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해 자동차의 특성에 따라 적정 지름과 길이를 선택해야 한다. 스포츠카의 경우라면 짧고 굵은 배기관을, 사업용 등 경제적인 필요에 의한 경우라면 배기관 길이가 길고 지름이 작은 것을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동차의 개발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자동차 개조(튜닝)가 흔한 나라에서는 동일한 차종의 배기 파이프와 머플러를 사용취향에 따라 선택하도록 여러가지를 내놓고 있다. 배기 파이프 등의 조합에 따라 동일한 엔진에서 20-30%의 출력증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