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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예측보다 어려운 유성우 예측

독자들 항의에 전문가들 속앓이

"무슨 예측이 이래?" "에이! 하늘도 무심하시지." 강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도시근교 야산에서, 아파트 옥상에서, 밤하늘을 응시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탄식소리다. 지난 11월 18일 새벽 3-5시에 시간당 1천여개의 유성들이 한반도의 하늘에 쏟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결과는 띄엄띄엄 한두개의 유성이 꼬리를 늘이며 사라져가는 모습에 만족해야 했다. 한반도에 예정됐던 하늘의 불 꽃놀이는 예정보다 12시간 전에 저 멀리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에서 펼쳐졌다. 하늘이 무심하게 도 그곳에서는 시간당 2천여개의 별똥별이 쏟아지는 하늘의 불꽃놀이를 만끽했다고 한다.

이번 유성우는 모혜성인 템펠-터틀 혜성의 궤도와 지구 공전궤도의 거리가 예전의 유성우 때보 다 멀어 시간당 수십만개의 유성이 떨어졌던 1966년이나 1833년 때보다 규모가 작을 것으로 예측 되기는 했다. 이번에 지구는 혜성이 흩뿌린 먼지 지대를 정통으로 통과한 것이 아니라 스쳐 지나 가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유성우의 극대시간이 한반도 상공의 새벽시간으로 예측돼 특히 우리나라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천문대는 "유성우의 절정은 한반도가 아닌 스페인 카나리아 제 도인 라팔마 지역에서 나타났다"고 밝히고, 이는 유성우의 절정시간대가 예측보다 약 12시간 정 도 앞당겨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천문대는 우리나라 상공에서 시간당 약 4백개의 유성이 나타났다고 밝혀 밤새 수십개의 유성밖에 보지 못했던 일반인들의 육안 관측과는 큰 차이가 났 다. 이는 천문대의 계산이 육안으로 관측하기 힘든 희미한 6.5등급의 유성우까지 고려한 순전히 학문적인 계산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태기산의 유성^●촬영자 : 상명대 별똥별 촬영팀. 강원도 평창군 태기산 정상.
 

움직이는 혜성 잔해들

그렇다면 우주정거장과 우주왕복선을 만든 현대과학이 유성우의 발생시간과 발생량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단 말인가. 천문대의 문홍규 연구원은 "한마디로 유성우의 예측은 일기예보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혜성이 지나면서 흩뿌려진 잔해들은 지구가 이들을 쓸고 지나가며 유성우를 만들 때까지 우주공간에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먼저 주변행성들의 섭동 때문에 처음 있던 자리에서 불규칙하게 이동하고 전체적인 분포가 달라져버린다. 여기에 더해 태양에서 불어오는 강한 태양풍의 영향으로 입자들이 원래의 혜성궤도 주변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예측이 더 어렵다.

또한 영화 '딥 임팩트'에서 묘사됐듯이 혜성은 자전하면서 우주공간을 달려가는데, 이때 태양열 을 받으면 혜성으로부터 제트라고 하는 폭발적인 분출이 생긴다. 더구나 혜성의 자전축 방향에 따라 물질의 공간분출 상황이 또 달라진다. 문홍규씨는 "자전하면서 물질을 흩뿌리고, 거기에 예 측하기 어려운 제트가 가세하면, 혜성궤도에 어떻게 물질이 흩뿌려질지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은, 근접관측이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번 유성우를 예측하기 위해 캐나다 연구진들은 약 3백만개의 혜성 잔해가 분포하는 상황을 설정하고, 행성의 중력섭동, 태양풍, 혜성의 자전, 제트 등 다양한 요소들을 대입시켜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예측은 유성우의 극대시간에서 12시간이 틀렸으며, 시간단 1천여개로 예측된 유성의 개수도 시간당 2천개가 나타나 빗나가고 말았다. 천문대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전문가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기대했던 화려한 유성우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천문대의 잘못인 것처럼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말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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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전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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