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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우주 수면의 비밀

지구에서 볼 수 없는 천태만상

금성의 하루는 1백17일, 토성의 하루는 10시간, 그리고 우주왕복선의 하루는 90분이다. 이처럼 우주에서의 하루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 그렇다면 우주여행을 하는 살마의 수면리듬은 어떻게 될까.

우주왕복선의 하루는 90분 - 24시간 동안 해뜨는 횟수 16회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은 24시간마다 한바퀴씩 도는 지구의 자전에 따라 뜨고 지는 태양의 영향 아래 있다. 지구에서의 하루는 약 24시간. 9억년 전에는 18시간이었는데, 조금씩 자전주기가 늘어난 결과다. 지구의 자전주기는 달의 영향으로 1백만년마다 약 24초 정도 길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지구를 벗어난다면 하루는 어떻게 변할까.

우주왕복선은 초속 7.9km의 속도로 지구를 돈다. 지구궤도의 길이가 약 4만3천km이므로, 90분마다 한번씩 지구를 도는 셈이다. 이것이 우주왕복선에서의 하루다. 우주왕복선에서는 45분마다 낮과 밤 이 바뀌고, 24시간 동안 16번이나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상에서 보면 거의 움직이지 않던 태양이 16배 속도로 움직인다.

한편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달여행을 떠났던 우주비행사들이 겪은 경험은 또 다르 다. 달에서의 하루는 지구시간으로 27.3일이나 된다. 바꾸어 말하면 지구의 하루는 달시간으로 53 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폴로 11호는 22시간 동안 달에 머물렀지만 달시간으로 47분에 불과 하고, 아폴로 17호는 75시간 동안 달에 머물렀지만 달시간으로 2시간 45분밖에 되지 않았다.

만약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을 찾아간다면 수성의 하루는 지구시간으로 1백76일(공전주기는 88일, 자전주기는 59일)이고, 금성의 하루는 1백17일(공전주기는 2백25일, 자전주기는 2백43일)로 매우 길다. 비록 화성의 하루는 24시간 37분(자전주기)으로 지구와 비슷하나, 목성과 토성의 경우 하루 의 길이는 약 10시간이다.

이처럼 우주에서는 하루의 길이가 지구와 다르기 때문에 약 24시간으로 맞춰진 우주비행사들의 개 일리듬(자고 깨나는 리듬)은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주왕복선에 탑승한 우주비행사들이 90 분마다 한번씩 자고 일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지구에서 활동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행동하려고 하 지만 이 또한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우주왕복선을 탔던 사람들은 대개 우주에서의 수면시간이 지상 에서보다 1시간 반(90분) 가량 짧아진다고 밝혔다. 그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주비행사들은 특별한 경우 2교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모두 같은 시간에 자며, 활동시 간은 존슨우주센터가 있는 휴스턴의 시계를 따른다.


2004년 세워질 국제우주정거장의 침실 모습. 서서 자는 모습이 특이하다.
 

우주비행사들은 어떻게 잘까 - 벽에 고정시킨 슬리핑백

우주왕복선에 3회 이상 탑승했던 우주비행사들을 면접해 본 결과 비행 첫날과 마지막날 밤에는 특히 잠이 오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23%였다. 또 초기 우주비행사 중 40%가 첫날밤에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을 잤다고 했다. 이처럼 대부분 우주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잠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

최초로 우주에서 잠을 잔 사람은 러시아의 게르만 티토프였다. 그는 1961년 8월 6일 유리 가가린 에 이어 두번째로 지구궤도를 돌았다. 그의 비행시간은 25시간 18분. 그의 기록은 1년 후 러시아의 안드리안 니콜라예프(94시간 22분)에 의해 깨졌지만, 우주에서 하루를 보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녔다. 그는 당시 "무중력에서 잠자기는 매우 힘들었으며, 특히 우주선 내의 수면시설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잠자리는 크게 개선됐지만 침낭에서 자는 것은 마찬가지다.

우주왕복선에 탑승한 우주비행사들은 슬리핑백(침낭)에 들어가 잠을 잔다. 슬리핑백은 3단식 백으 로 이뤄졌으며, 길이가 1백75cm, 넓이는 80cm 가량 된다. 각각의 백은 벨트로 고정시켜 침낭 가운 데 넣고 잠을 잔다. 이때 슬리핑백은 벽에 고정시키는데, 이렇게 하면 편한 잠을 잘 수 있다. 무중 력 공간에서 슬리핑백 안에 들어가 자면, 사람과 슬리핑백이 따로 떠있기 때문에 착용했다는 느낌 이 전혀 들지 않아 잠이 잘 들지 않는다.

한편 전등불이 켜져 있으면 잠이 오지 않는 사람들은 안대를 한다. 우주는 조용하지만 우주선 내 부는 각종 기계 때문에 매우 시끄럽다. 그래서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귀막이를 하고 잔다. 귀의 한 쪽은 귀막이 대신 이어폰을 낄 때도 있다. 이것은 긴급사태 경고음이나 지상관제센터에서 보내는 모닝콜을 듣기 위한 것이다.

모닝콜에 사용되는 음악은 특별히 주문한 것이 아니면 관제센터 수석관제관이 정한다. 때로 유행 음악이 정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들려줬던 음악들을 살펴보면 '록키' '리셀웨폰' '스타트렉' '다이 하드'와 같이 씩씩한 것도 있고, '뉴욕 세레나데' '80일간의 세계일주' '위 아더 월드' '러브 미 텐더' 와 같은 발라드곡도 있다.

우주비행사들은 자면서 꿈도 '무중력'으로 꾼다고 한다. 1998년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생 활하다가 돌아온 미국의 앤디 토머스는 "어린 시절 동네아이들과 노는 꿈을 꾸었는데, 친구들은 거리에서 뛰어노는 반면 자신은 무중력 상태에서 떠다녔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자신만 떠다녔 는데, 나중에는 모든 것이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처럼 떠다녔다고 한다. 또 우주에서 코를 고는 사 람도 있다고 한다.

우주에서 겪은 이상한 경험 - 눈을 감으면 스치는 섬광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잠자기 전 이상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눈을 감으면 지구에서 경험하지 못한 이상한 섬광이 번쩍거리는 것이다. 물론 눈을 뜨고 있는 낮에는 이런 섬 광을 볼 수 없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 주범은 우주에 있는 떠다니는 방사선이었다. 방사선이 망막을 자극 해 마치 섬광을 보는 듯한 효과를 낸 것이다. 특히 우주왕복선이 남태평양 위를 지날 때면 섬광현 상을 더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곳은 반알렌대가 지상 가까이까지 뻗쳐 있기 때문이다.

우주공간에는 대량의 방사선이 날아다니고 있다. 방사선이란 원자를 구성하는 양성자, 중성자, 전 자와 같은 소립자들을 말하는데, 우주에는 태양풍, 우주선(cosmic ray), 반알렌대 등 3가지 방사선 이 존재한다.

태양풍은 수십만℃의 온도, 초속 1-1.5km의 속도로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방사선으로 극지방에서 오로라를 일으킨다. 우주선은 우주공간을 종횡무진으로 떠도는 방사선으로 우주와 별이 탄생할 때 생겨난 것들이다. 반알렌대는 태양풍이나 우주선의 하전입자가 지구의 자기장에 포획돼 지구를 둘 러싼 방사선 띠를 말한다. 반알렌대에는 지상에서 5백km에서 3만km에 걸쳐 있는 한개의 띠로, 우 주왕복선의 경우 5백km 이하에서 날아다니는 반알렌대의 방사선에 피폭될 수 있다.

방사선이란 생물의 염색체를 파괴하는 무서운 소립자들이다. 대부분은 지구대기 때문에 지표면까 지 도달하지 못하지만, 우주선을 타고 지구밖으로 나가면 크게 인간을 위협한다. 우주왕복선 내의 승무원들은 지상에 있는 사람보다 20배나 많은 방사선을 쏘인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X선 촬영 한번에 해당하는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우주 방사선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잠자기 전 반짝거리는 현상을 처음으로 보고했던 에 드윈 올드린(아폴로 11호 탑승)은 정신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두뇌가 명석해지고 초능력이 생 겼다고 믿었던 에드거 미첼(아폴로 14호)은 초능력연구소를 세웠고, 이를 신과의 교감으로 받아들 인 제임스 어윈(아폴로 15호), 찰스 듀크(아폴로 16호)는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1998년 11월 77세의 나이로 잠의 비밀을 풀기 위해 우주여행을 했던 존 글렌.
 

잠의 비밀을 찾는 실험 - 멜라토닌 먹고 생체반응 측정하는 존 글렌

사람은 날마다 한번씩 잠을 자야 하는가. 몇일씩 잠을 자지 않다가 주말에 몰아서 잠을 잘 수는 없을까. 왜 잠은 24-25시간 리듬을 지키는 것일까. 이처럼 잠에 관해서 풀리지 않은 숙제가 많다.

잠의 비밀을 푸는 첫번째 단계는 개일리듬이 외부환경에 의해 결정되는지, 인간의 몸 내부에 있는 생체시계에 따르는 것인지를 밝혀내는 일. 지금까지 지구에서 실험한 바에 따르면 개일리듬은 생체시계에 따른다. 그런데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도 결과는 같을까. 만약 생물의 몸 내부에 중력 변화를 읽는 능력이 있다면,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험한 결과 어떤 식물은 1mg중의 작은 중력을 원심력으로 만들어줬을 때 뿌리가 중력방향이 아닌 원심력 방향으로 뻗고, 줄기는 그 반대방향으로 구부러졌다.

우주 개일리듬 실험 대상으로는 비교적 관찰이 용이한 붉은빵곰팡이가 선발됐다. 90분마다 하루가 바뀌고 무중력 상태인 우주와, 24시간마다 하루가 지나고 중력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지상에서 동 시에 개일리듬실험을 실시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동일했다. 즉 붉은빵곰팡이의 개일리듬은 내부의 생체시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또 한번 증명된 셈이다.

노화를 막고 면역력을 키워준다 해서 '현대판 불로초'로 불리는 멜라토닌은 원래 불면증 치료제다. 뇌의 송과선에서 나오는 이 호르몬은 시차 피로와 만성불면증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됐다. 그 런데 과다복용할 경우 몸이 나른해지는 현상이 장기간 계속되고, 오히려 불면증이 심화되는 경우 가 있다고 한다. 야행성 동물의 경우 사람과 달리 밤에 멜라토닌의 분비가 증가하는데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이 그 예다.

그래서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1996년 우주에서 멜라토닌 효능실험에 참가할 사람을 모집했다. 거기에 뽑힌 사람은 얼마전 77세의 나이로 우주여행을 마친 존 글렌. 그의 임무는 뇌파, 심장박동, 체온 등을 점검한 23개 첨단 센서를 단 채 멜라토닌을 먹고 잠을 자는 일. 멜라토닌 확산의 분수령이 될 이 실험은 이틀 동안 계속됐다. 실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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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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