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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과기대 가는 길

이렇게 공부해야 입학한다.

전국 공통인 과학고 학력고사를 출제한 교사, 과학기술원 학사과정 입학시험문제를 낸 출제교수로부터 직접 들어본다.

커트라인은 1백40~1백50

우리나라 과학고는 아직 여덟살박이 어린이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84년 경기도 수원에 세워진 경기과학고가 국내 최초가 된다. 그 1년 뒤에 대전 전남 경남 과학고가 문을 열었고, 88년에는 대구, 89년에는 서울 충북과학고가 신입생을 모집했다.

그러면 과학고에는 어떤 학생들이 진학할까. 일반고교에 앞서 특차전형을 하고 있는 과학고는 7개 과학고교가 공동으로 학력고사를 실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비슷한 실력을 지닌 영재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선발과정에서부터 엄격하게 응시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중학교 2학년과 3학년 1학기 학업성적이 모두 학년석차 3%안에 든 학생에게만 응시자격을 주었어요. 이렇게 못박고나니 자녀를 과학고에 꼭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은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과학고니까 수학 과학만 잘 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이었지요. 그래서 문호를 다소 넓혔습니다. 이 기간동안의 국어 영어 수학 과학성적이 모두 '수' 학생은 응시할 수 있게 한것이지요."

대전과학고의 한 교사의 말이다.

응시조건이 이처럼 까다롭기 때문에 웬만한 규모의 중학교에서는 응시자격을 갖춘 학생이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또 설령 자격이 있다 할지라도 쉽게 진학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높은 경쟁률(보통4~8대 1)을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과학고의 경우 지난 해 모집인원 1백80명에 1천2백48명의 지원자가 몰려 평균 6.9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학교의 합격생 중 중학교 전교석차 22등인 학생이 끼어 있는 것이 교사들 사이에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이들의 우수성은 지능검사의 평균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예를 들어 경기과학고의 경우 1백55점을 만점으로 하는 지능검사의 평균치가 1백51점이었다. 학생들 중 35%는 아예 만점을 기록했다. 이는 일반인보다 지능이 평균 4~5세 앞선다는 얘기인데, 다른 과학고들도 대동소이하다.
"입학시험은 1차와 2차로 나뉘어 실시됩니다. 1차시험은 전국의 과학고가 공동으로 출제한 문제로 같은 날에 치르게 돼 있어요. 하지만 1차 합격자에 한해서 시행하는 2차전형은 학교마다 전형일과 방법 등이 조금씩 다릅니다."

서울시 교육위원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상 당락이 판가름나는 1차시험은 학력고사(1백80점)와 체력고사(20점)로 구성된다. 커트라인은 1백40~1백50선. 이 점수를 받는 것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게 일선교사들과 과학고 학생들의 공통된 견해다. 고입연합고사, 즉 일반고교입시와는 문제의 난이도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합고사에는 출제되지 않는 주관식문제도 다수 포함돼 있다.

배점도 연합고사와는 판이하다. 수학 50점, 과학 34점(물리 11점, 화학 10점, 생물 8점, 지학 5점), 영어 35점, 국어 30점, 사회 10점(일반사회 4점, 세계사 3점, 지리 3점), 국사 8점, 도덕 7점(반공 3점, 도덕 4점) 순(順)으로 점수가 주어진다. 이중에서 주관식 문제가 출제되는 과목은 수학(주관식 15문제, 객관식20문제) 영어(주관식 11문제, 객관식 24문제) 국어(주관식 9문제, 객관식 20문제) 과학 등 4과목. 영어와 국어의 주관식 문제는 각 1점씩이지만 수학 과학 주관식 문제는 한 문제에 2점이 걸려 있다.

"문제는 과학고 교사들이 공동으로 출제합니다.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고난도의 문제를 내야 하므로 고충이 적지 않지요. 특히 수학 과학 영어 국어는 보다 수준높은 문제를 내려고 애를 씁니다. 한마디로 교과서 안에서 심화된 문제가 제시된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어요."

학력고사 출제경험이 있는 대전과학고서요원교사(수학)의 지적이다.

그는 또 "무조건 문제를 많이 풀어야 한다는 관념에 쫓기지 말고 한 문제라도 완전히 깊게 아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가능하면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의 문제는 다뤄보고 응시하는 것이 유리하지요. 특히 중학교 과정과 중복되는 부분은 점검해 보아야 해요"라는 암시를 주었다.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수석을 하려면 적어도 1백80점 이상을 득점해야한다.

과학고입시문제 수준이 다소 높다고는 하지만 교과서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없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전한다. 따라서 학교에서 충실히 공부한 학생이면 무난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수학과 과학만 조금 더 심도있게 공부하고, 나머지 과목은 연합고사 준비하는 기분으로 점검해 나가면 무난하다.

주관식은 서술하는 문제가 아니고 전부가 단답형이다. 그러므로 주관식공포증에 걸린 학생도 부담없이 지원해 볼만하다.

또 과학고입시가 고입연합고사보다 조금 일찍 치러진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3학년 교과서의 끝 부분은 출제범위에서 빠진다.

'수학은 많은 문제를 다뤄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수학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기본원리를 이해한 다음 문제풀이로 실력을 다져가라는 얘기다. 특히 도형에 관한 문제가 주관식으로 자주 제시되므로 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시간도 잘 배분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먼저 아는 문제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

실험을 많이 해 봐야

그리고 우리 실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들에 대한 과학 문제도 출제되고 있다. 또 시사성있는 문제도 심심찮게 나온다. 예를 들어 작년 생물문제 중에는 유전공학에 관한 문제가 출제됐다. 유전자 운반체로 주로 쓰이는 미생물 속의 고리모양을 한 DNA덩어리인 작은 염색체의 이름을 묻는 문제였다. 물론 답은 플라스미드다. 이런 유형의 문제에 대비하려면 평소에 과학잡지나 신문·방송의 과학관련 보도를 눈여겨 봐두는 것이 좋다.

지난 해 서울과학고를 수석입학한 박종원군은 "'과학특별반'에 들어가 방과후에 실험실에 남아 과학전문잡지도 보고 실험도 해가면서 탐구정신을 키웠어요. 또 천체망원경을 통해 별자리를 살펴보기도 했어요"라고 자신의 '과학공부비결'을 소개했다.

박군처럼 일찍부터 '실험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입학고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실험과 관련된 문제가 상당수 나오기 때문이다.

모집지역도 미리 잘 살펴둬야 한다. 과학고는 학생들의 출신지역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도 입시요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체로 10월10일~31일의 원서교부를 시작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원서접수 기간은 10월17일~10월31일. 1차전형은 11월11일(일요일) 8시 30분부터 13시 15분까지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될 예정이며, 2차전형은 11월16일 전후로 치른다. 2차전형 내용은 지능 과학 적성검사 면접 신체검사 등이다.

최종합격자는 11월19일 쯤에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이 다시 연합고사를 치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날을 합격자 소집일로 잡고 있다. 이날 소집에 응하지 않는 학생은 불합격처리된다.

속진과정을 통해

합격자 소집일 날부터 과학고의 교육은 시작된다. 금년도 과기대에 수석입학한 대구과학고 출신 하형진군은 "소집일의 분위기가 제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쥐죽은 듯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동료들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난 거죠"라고 돌이킨다.

정식으로 입학하기도 전에 과기고진학학생들은 '입학전 지도'를 받는다. 일반학교 교사인 박문순(국어)씨는 "벌써 이때부터 일반고 학생들과 차이가 나게 되지요. 고입연합고사가 끝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해방감으로 들뜬 기분이 되잖아요"라고 반문한다.

이 기간에 과학고 진학생들은 중학과정을 다시 정리하게 되고 입학후 본격적으로 배울 내용을 미리 맛보기도 한다. 서너번의 시험도 치른다. 이 시험도 결코 가벼운 기분으로 치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때의 시험성적이 장학생선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입학 후 3개월 간은 이른바 탐색기간을 거친다. 이 시기에 개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과정을 선택하게 된다. 이 중요한 선택을 도와주기 위해 학교에서는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현장학습을 통해 실제 경험을 쌓게 해 준다. 아울러 적성검사와 상담활동을 전개한다.

탐색을 마치면 학생들은 세 과정중 하나를 붙잡아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정규과정 심화(深化)과정 속진(速進)과정 중 과연 어디로 가야 할까. 서울과학고를 제외한 나머지 과학고 학생들은 대부분이 속진과정을 선택한다. 1년이라도 빨리 과기대에 진학한다는 포부를 가지고.

정원을 맞춘 적 없어

한국과학기술대학이라는 교명은 이제 없다. 지난 해 7월 한국과학기술원과 법적으로 완전통합함에 따라 한국과학기술원 과학기술대학 또는 한국과학기술원 학사과정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이는 한국과학기술원이 대덕으로 이전함에 따라 기존의 석·박사과정과 과기대의 학사과정이 통합된데 기인한다.

학사과정 입시는 전기대 입시에 앞서 특차전형으로 실시된다. 금년 입시는 1차가 10월 21일(일), 2차가 11월 19일~22일에 치러질 계획이다. 문호는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으나 과학 엘리트 양성기관답게 일반입시와는 상당히 다른 성격을 띤다.

우선 모집정원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원은 5백40명이나 어느해고 정원을 딱 맞춘 적이 없다. 86년 개교이래 정원을 다 채우지 않는 '전통'을 고수해 오다가 지난 해 입시에는 13명이 오히려 초과, 국면이 반전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도 초과하리라는 예측은 무의미하다. 다시말해 정원에 관계없이 수학(修學)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굳이 정원을 채우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합격선은 대체로 과목별 성적에 따라 다르나 입시전문가들은 총 9백90점 만점중 53%~60%(6백점 내외)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학과별 합격선도 대동소이하다. 다른 일반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위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 간의 현격한 점수차를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제2지망 합격자가 6명에 불과한데서 잘 읽을 수 있다. 그중 5명의 제2지망 합격자를 낸 산업디자인학과와 가장 높은 커트라인을 보인 학부 사이의 커트라인 점수차가 10점 정도.

작년 입시에서는 1차합격자 5백54명중 5백52명이 최종합격자로 확정됐다. 2명은 2차시험(면접, 신체검사)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이다.

경쟁률은 2.04대 1(1천1백1명 지원)을 나타냈는데 이 경쟁률은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과기원과의 통합과정에서 일어났던 '잡음'들이 경쟁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학교당국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수석합격자의 점수는 7백55점. 여자수석의 점수는 6백22점. 이들 수석합격자들에게는 스웨덴에서 열리는 노벨상시상식에 참가하는 특전이 주어진다.

과기대는 과학영재의 조기발굴을 위해 고교 2학년 재학생중 수학과 과학을 특별히 잘하는 학생에게 응시기회를 주고 있다. 물론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하고 과학영재선발위원회의 소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즉 과학고 2학년 재학생이거나 일반고등학교 1학년 성적이 전체석차 3% 안에 들어야하는 것이다.

기실 과기대 입시의 가장 큰 특징은 고2학생들의 합격률이 높으며 그들의 대부분이 과학고 학생이라는 점이다. 작년 입시에도 고2학생이 2백85명(전해보다 51명 늘어난 숫자)이나 합격, 전체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 과학고 출신이 2백71명으로 압도적인 다수(95.1%)를 점하고 있다. 일반고교 출신중 고2 재학생 합격자는 14명에 불과하다.

요컨대 과학고 고2 재학생이 과기대에 진학하는 추세가 이제 일반화돼 있다. 작년 입시에서는 이들이 89.4%를 점유할 정도. 86년에 56.5%였던 데 비하면 무려 32.9%나 증가된 것이다.

과기대가 일반 고교 출신과 검정고시출신 학생들의 지원자격에 제한을 두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선 고등학교 2학년 성적과 3학년 1학기 성적이 전체에서 10% 안에 들어야 한다. 또 검정고시 합격자는 검정고시 전과목 평균점수가 85점 이상이어야 한다.

1차시험은 국어(1백50점, 70분) 영어(1백50점, 70분), 수학(3백점, 1백30분), 과학(3백점, 1백30분)을 치르게 된다. 이 점수 합계 9백점에 내신 점수 90점을 합한 9백90점이 만점이다.

내신은 거의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체석차 10%안에 드는 학생들에게만 응시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특별전형으로 1차를 면제받는 학생도 있다. 국제수학 올림피아드 참가자, 전국수학·과학경시대회에서 대상 또는 금상수상자, 전국컴퓨터경진대회에서 대상이나 금상을 받은 학생이 그 대상이다.
 

과학고와 과기대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어

어떻게 공부하면 과기대에 진학할 수 있을까. 먼저 과기대 학생들의 합격담을 들어 보자.

"저는 수학 때문에 많은 애를 먹었는데, 결국 계속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특히 틀린 문제는 꼭 다시 풀어 보았어요. 물리 등 과학과목은 과학고학생의 교과서를 빌려다 보았구요. 또 공식증명수첩을 만들어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학력고사와 과기대 입시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과기대에 진학하려면 단순한 공식의 응용으로는 어려워요. 종합적인 논리, 사고력을 통한 원리이해와 응용에서 당락이 판가름 나지요. 따라서 무슨 문제든 원리를 이해하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기대 시험문제는 대체로 다음 네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어요. 초보문제, 과기대지원자 정도면 풀 수 있는 문제, 당락결정문제, 고난도문제로 구분되는 것이지요. 그중 1, 2단계의 문제를 재빨리 처리해야 3, 4단계의 문제를 여유를 가지고 '요리'할 수 있게 돼요.

영역과 영작문 문제도 과기대 지원자들을 늘 괴롭히지요. 영작은 따로 공부하기보다는 평소에 많은 예문을 암기, 시험장에서 요령껏 자신의 상상력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점수안배도 중요해요. 못하는 과목에 고집스럽게 매달리는 것보다는 자신이 있는 과목에서 더 높은 점수를 따는 것이 유리해요. 특히 주관식 문제는 금방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매달리는 것이 중요해요. '동정점수'가 있을 수 있거든요."

전자·전산학부 진재권군(2년)의 충고다.

또 기계·재료공학부 김용남군은 문제를 빨리 푸는 훈련을 평소에 해 놓아야 한다고 들려준다.

"문제를 빨리 풀 수 있게 됨에 따라 검토할 시간을 갖게 되었지요. 이것은 특히 수학문제를 풀 때 실수를 줄여주는 안전장치가 돼 주었습니다."
과기대를 졸업한 박성일씨는 합격에 이르는 공부방법을 조목조목 짚어주고 있다.

"주관식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당락이 주관식에서 좌우되기 때문이죠. 국어와 영어는 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찍어서 점수를 얻겠다는 생각은 버려야해요.

수학은 먼저 문제지 여백에 끄적끄적 문제를 푸는 습관부터 고쳐야 잘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풀 때 항상 깔끔히 정리하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어요.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체크해 두었다가 그 해답을 얻을 때까지 매달려야 합니다. 직접 해결하기 전에 풀이부터 보면 그 문제의 효용은 반으로 줄게 되지요.

물리나 화학의 경우는 공식을 묻는 문제보다는 원리를 확실히 알고 있는가를 묻는 문제가 많아요. 학력고사보다는 어렵다는 얘기지요. 결국 많은 문제를 다뤄보고 기본원리에 무섭도록 이해도가 깊지 않으면 안되지요. 날을 잡아서 연습장에 공식을 유도해보는 작업도 필요할 거예요. 문제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시간이 답을 찾아내는 시간보다 훨씬 더 드는 게 과기대 문제라고 보면 틀림 없어요. 물론 암산으로도 풀리는 문제, 그 반대로 풀지 말라고 내는 문제도 출제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거예요."

전자·전산학부 곽태영군(2년)은 입학당시 수석으로 들어온 학생이다. 그는 과학고(전남) 출신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과기대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수학을 무조건 잘 해야 해요. 과학고에서는 미국에서 개발한 특수교재를 번역, 교과서로 쓰고 있는데 이 책은 입시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일반고 출신들은 적어도 과학 1, 2를 끝내고 응시해야 가능성이 있어요."

출제교수의 충고

이번에는 출제경험이 있는 과기원 교수들로부터 합격의 지름길을 들어 보자.

작년까지는 과기원 학사과정 교수들만이 출제에 참여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석박사과정 교수들도 합류한다. 이 점이 출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뚜껑이 열려보아야 알겠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관련자들의 귀띔이다.

국어는 주 객관식 비율이 50대 50인데 대체로 학력고사보다 약간 어렵게 출제된다.

박일용교수(국문학)는 "교과서 내에서 60~70%, 밖에서 30~40%가 나옵니다. 예년의 경우 주관식에서 감점을 많이 당하더군요. 특히 논리를 따라 사고하기보다는 암기한 바에 따라 기계적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어요. 주관식은 문제의 취지를 정확하게 파악, 주어진 조건에 맞게 답하는 것이 중요해요. 또 교과서외의 지문은 국한문혼 용문이 출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국한문 혼용문의 독해훈련을 권하고 싶어요.

대개 주어진 1백50점 중에서 97~1백5점은 득점해야 합격 가능성이 높습니다. 작문이 출제될 가능성은 5~10%며 한자를 묻는 문제도 1~2문항 나올 거예요. 아무튼 너무 어려운 문제에 외곬으로 빠져 들어 지나치게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영어의 학습방법에 대해서는 이수현교수(영문학)에게 물어 보았다.

"영어는 출제범위가 교과서 내라고는 하나 지문은 교과서외가 대부분입니다. 수준은 학력고사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습니다. 주관식 객관식 비율은 반반이지요. 영작독해 등 주관식 문제는 먼저 자신있는 문제부터 풀어나가야 합니다. 예년의 답안지를 보면 특히 논리적 해독력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주관식은 딱 정해진 답이 있을 수 없으므로 정답이 아니더라도 단계별로 점수를 부여하고 있어요. 절대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요. 과기원 학사과정을 지원하는 학생은 먼저 기초를 확립한 후 독해력 향상에 주력하는 수순을 밟아가야해요. 영어에 배당된 1백50점중 90~1백5점을 득점하면 합격에 지장이 없을 거예요. 거듭 강조하건대 독해는 먼저 논리적 흐름을 파악해야 해요. 또 영작은 단어대 단어의 번역이어서는 안되고 의미의 전달을 중시해야 합니다."

수학 역시 원칙적으로는 교과서 내에서 출제하게 돼 있으나 실제로는 응용문제가 더 많다. 주관식과 객관식의 비율은 60대40. 이 과목은 과학의 기초이니 만큼 학력고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나온다.

수학과 곽도영교수는 "주 객관식의 시간을 비율대로 할애하고, 주관식문제는 모두 풀려고 하지 말고 3분의 2정도만 완전히 푼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유리해요. 채점하다보면 판별식을 지나치게 남용하는 경향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채점자는 점수를 깎고 싶어지지요. 또 최종적으로 답을 할 때는 조건이 다 맞나 확인하고 답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수학은 답보다 풀이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풀이과정이 여백이나 뒷면에 있을 경우 반드시 답안이 있는 곳으로 옮겨 놓아야 합니다. 또 식을 순서대로 깨끗이 작성하고, 중간답 또는 최종답은 꼭 답란에 써야하지요. 만일 답을 다른 곳에 써 두었다면 표시를 해주어야 해요. 풀이과정이 정확할 경우 계산도중에 답이 틀렸을 경우에도 많은 점수를 부여하지요. 3백점 만점 중에 1백60점 정도만 맞으면 수학(修學)하는데 지장이 없을 거예요"라고 들려준다.

그는 수학의 생명은 풀이과정이라고 재삼 강조한다. 아무튼 풀이과정만 올바르면 점수가 거의 깎이지 않는다는 게 관련교수들의 귀띔이다. 한때 계산을 돕기 위해 시험장에 전자계산기를 들고 가는 것을 허용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그 뒤로 별 전진이 없다.

물리도 고등학교 교과서의 기본개념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에서 다루고 있는 현상은 교과서 밖일 수 있다. 다시말해 기본개념에 의해 이해될 수 있는 것이면 모두 출제대상이 된다. 주객관식 비율은 60대40.

물리학과 염도준교수는 물리의 1백50점중 1백점은 받아야 한다고 전제한 뒤 물리다득점 요령을 설명했다.

"그저 막연하게 공식에 대입하려고 시도해서는 안됩니다. 먼저 문제에 주어진 상황을 이해하고, 교과서에서 배운 원리에 입각, 적절한 해결책을 구상해 풀어나가야지요. 채점할 때도 수험생의 그러한 지식의 준비상태, 과학적 사고방식과 추진력을 많이 고려합니다.

사실 공식을 암기하고 대입하는 것, 참고서의 문제풀이를 통해 기계적으로 훈련하는 것은 무의미하지요. 기본적인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주어진 상황과 조건을 이해하고, 과학적 원리에 의해 분석하고, 논리적인 사고에 따라 추적해 갈 경우 옳은 해답을 얻어낼 수 있어요.

시험볼 때는 주관식을 풀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채점중에 느낀 건데 우리 학생들이 열물리의 기본개념에 약한 것 같아요. 또 전자기현상과 역학적인 현상이 서로 관련된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요."

화학은 그 출제수준이 학력고사 수준이고 범위도 교과서 내로 제약된다. 주관식과 객관식의 비율은 60대 40이고 75점이 만점.

"그중 45점은 맞아야 해요. 주관식은 풀이과정을 반드시 명시해야 하는데 풀이과정이 없으면 감점사유가 됩니다. 물리 화학 생물을 같은 시간에 보기 때문에 물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겨, 화학을 답하는데 시간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꽤 많아요.

우리 학생은 특히 계산문제와 유기화학문제에 큰 약점을 보이고 있어요. 화학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교과서를 중심으로 기초이론을 완전히 이해하고 실험에 관한 사항을 철저히 공부해둬야 합니다."

화학과 최병석교수의 지적이다.

적어도 과기원 학사과정 시험에서는 생물은 암기과목이 아니다. 생물현상 상호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현상의 원인을 이해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과 이성택교수의 조언을 들어보자.

"교과서를 중심으로 기초이론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공부를 해 나가야 할 거예요. 무엇보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해 답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주관식대 객관식은 60대40인데 75점 중에서 45점 이상은 득점해야지요."
 

기계공학과의 한 실험실
 

금년은 더 치열할 듯

현재 과기대는 물리학과 생산공학과 생물공학과 재료공학과 수학과 전기및 전자공학과 화학과 전산학과 경영과학과 화학공학과 기계공학과 산업디자인학과 등 12개과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과별모집을 하지는 않는다. 산업디자인 학과만 제외하고 무학과(無學科)개념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입학후 적성에 따라 자유롭게 학과선택을 할 수 있다.

석사와 박사과정에는 설치돼 있으나 학사과정에 없는 핵공학과 산업공학과 항공공학과 토목공학과 등 네 과들도 멀지않아 학사과정에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작년에는 경쟁률이 낮았지만 금년에는 꽤 높아질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따라서 합격선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다음 두가지. 하나는 과기원 학사과정에서 석사과정으로 무시험 입학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통합문제'가 해결된 것도 큰 호재.

다른 하나는 올해 처음으로 2학년 수료생을 내게 되는 두 과학고(서울과 충북)가 변수다 이들이 다크호스로 입시판을 휘젓는다고 생각했을 때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더욱이 한 학년이 1백80명이나 되는 서울과학고 학생들이 입시판도를 크게 바뀌놓을 것으로 보인다.

199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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