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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리노 질량 발견

우주 암흑물질 문제 해결 못해

 

(그림1) 슈퍼 가미오칸데의 뮤온뉴트리노 관측 결과


최근 과학계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온 사건이 있다. 천체물리학과 입자물리학의 최대 수수께끼라고 할 수 있는 뉴트리노(중성미자)의 질량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게 사실일까.

지난 6월 5일 일본 다카야마에서 개최된 ‘뉴트리노 98’ 학회에서는 세계 최대의 뉴트리노 검출기인 일본의 슈퍼 가미오칸데가 지난 2년 동안 관측한 결과가 발표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지구 대기층에서 생성된 뉴트리노는 검출기에 도달하기 전 진동을 일으켜 다른 뉴트리노로 변환됐다. 이러한 사실은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셈이다.

뉴트리노는 질량이 없는 물질로 알려져 왔다. 지금까지 입자물리 현상을 훌륭하게 설명해 온 표준모델(중력을 제외한 약력, 강력, 전자기력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이론) 역시 뉴트리노의 질량이 없다는 가정 아래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뉴트리노가 질량을 갖게 됨으로써 표준모델은 폐기돼야 한다.

또 뉴트리노는 우주의 90%를 이루고 있는 암흑물질일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져 왔다. 은하가 운동할 때는 거대한 질량을 가진 어떤 물질에 의해 힘을 받는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모든 물질(다른 은하나 우주먼지 등)을 합쳐도 이를 설명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주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있으며, 뉴트리노가 암흑물질이지 않을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뉴트리노의 질량이 발견됨으로써 암흑물질의 문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과연 옳을까.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이번에 발표된 논문을 먼저 뜯어본다.

질량 확인되면 노벨상은 떼논 당상
 

(그림2) 새로 탄생한 뉴트리노의 질량


우주선이 지구 대기와 충돌하면 수많은 뉴트리노가 만들어진다. 이때 생성된 전자뉴트리노와 뮤온뉴트리노의 비율은 이론적으로 1대 2가 돼야 하지만, 관측 결과는 1대 1이다. 나머지 뮤온뉴트리노는 어디로 갔을까. 학자들은 이것이 다른 뉴트리노로 변하지 않았을까 추측해왔다(과학동아 98년 6월호 ‘겨우 존재하는 입자, 뉴트리노’ 참조). 그런데 이번 슈퍼 가미오칸데 실험에서 그 사실이 확인됐다.

지구 대기층에서 만들어진 뮤온뉴트리노는 검출기에 도달하는 거리에 따라 그 수가 달랐다(그림1). 즉 거리가 멀수록 뮤온 뉴트리노가 많이 줄어드는 것은 다른 뉴트리노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실은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뮤온뉴트리노가 변해 생긴 새로운 뉴트리노의 질량을 계산해 봤다. 그 값은 3×10-2eV. 학자들은 이 값이 타우뉴트리노의 질량일 것이라고 믿고자 한다. 물론 지금까지 알려진 전자뉴트리노, 뮤온뉴트리노, 타우뉴트리노 등 3가지 뉴트리노 이외의 새로운 뉴트리노(sterile neutrino)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일 ${3×10}^{-2}$eV의 값을 지닌 뉴트리노가 타우뉴트리노라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러면 유감스럽게도 뉴트리노는 우주의 암흑물질을 설명할 수가 없게 된다. 너무 질량이 작아 아무리 우주에 뉴트리노가 많다고 하더라도 모아봤다 큰 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트리노의 질량 발견으로 암흑물질의 수수께끼가 풀릴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는 잘못된 것이다. 역으로 3×10-2eV의 값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뉴트리노의 질량이라면 암흑물질의 정체는 여전히 미궁에 빠진다.

최근 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다수의 학자로부터 지지를 받아 왔다. 또 별로 의미는 없지만 입자가속기로부터 뉴트리노 질량 상한치(전자뉴트리노 4-5eV, 뮤온뉴트리노 1백50keV, 타우뉴트리노 5MeV)를 측정한 바도 있다. 그런데 이번 슈퍼 가미오칸데 실험 결과를 높이 사는 이유는 뉴트리노의 질량에 관한 데이터(전자뉴트리노와 뮤온뉴트리노의 비율을 이론치와 관측치로 비교하면 0.63±0.03의 차이를 보인다. 과거의 실험치는 0.65±0.1의 큰 오차를 보였다)를 매우 정확하게 측정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높은 신뢰도를 갖춘 슈퍼 가미오칸데 실험으로 뉴트리노의 질량이 밝혀졌다고 해도 과학자들은 이를 ‘뉴트리노 질량의 발견’이라고 발표하진 않고 있다. 왜냐하면 다른 관측소에서 전혀 다른 실험방법을 통해 검증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에서 만든 뮤온뉴트리노를 2백50km 떨어진 슈퍼 가미오칸데 검출기로 측정하는 실험(1999년),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 만든 뮤온뉴트리노를 7백30km 떨어진 미네소타주의 수단 검출기로 측정하는 실험(2000년 이후), 유럽핵물리연구소에서 만든 뮤온뉴트리노를 7백20km 떨어진 이탈리아 그랑사소 검출기로 측정하는 실험(2000년 이후) 등은 이 때문에 준비된 것이다.

또 이번에 발견된 뉴트리노의 질량이 타우뉴트리노의 질량인지, 새로운 뉴트리노의 질량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만약 다시 확인했을 때 슈퍼 가미오칸데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이번에 발표한 사람 중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일한 사람은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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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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