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산업발달은 에너지의 사용을 증가시켰다. 그러면서 지구의 대기는 오염돼 최근에는 산성비, 오존층파괴, 지구온난화현상 등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 발생했다. 이 문제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를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들 중 산성비와 오존층파괴를 야기하는 오염물질들은 감소시킬 수 있는 대책들이 제시돼 이미 상당 부분 실용화됐다. 대책마련 후 그 효과도 나타나고 있어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의 온난화 문제는 화석연료 연소시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주된 물질로 판명됨에 따라 이산화탄소에 대한 배출 규제대책들이 국제적인 모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1등 공신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복사에너지를 받고 있다. 태양복사에너지의 약 30%는 대기층에서 반사돼 우주 공간으로 흩어져 나가고 나머지인 70%는 대기, 구름, 지표에 흡수된다. 이렇게 흡수된 태양복사에너지는 다시 지구복사에너지의 형태로 우주공간으로 방출되면서 복사 평형을 이루게 된다. 이때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기체의 대기 중 농도가 짙어지면 반사파 중 긴 파장의 복사파(적외선)가 이들 기체에 흡수된다.
이러한 온실기체들은 적외선 주파수와 비슷한 주파수로 진동을 일으키기 때문에 적외선의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 그러면 대기가 갖는 복사에너지의 양이 증가돼 점차 지구의 온도가 상승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식물원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온실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결과만을 연관시켜 온실효과라고 부르게 됐다. 사실 정확한 표현을 하자면 대기로 흡수된 열량이 마치 담요로 덮어씌운 듯 탈출되지 않기 때문에 대기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담요효과 (blanket effect) 란 말이 더 어울린다.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기체로는 수증기가 가장 중요하다. 수증기는 지구복사에너지를 흡수하는 가장 풍부한 기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이 수증기는 온도가 낮아지면 눈과 비가 된다. 따라서 지구 대기의 온도를 올리는데 직접적인 요인이 되지 않는다. 반면 산업혁명 이래로 화석연료가 광범위하게 사용됨으로써 그 농도가 급증한 이산화탄소가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프레온, 메탄, 질소산화물, 오존 등이 있다.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에 대한 기여도를 1로 할 때 프레온은 4천5백-7천3백인 것으로 평가돼 가장 강력한 지구온난화가스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체 배출 양이 이산화탄소에 비해 3만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아 전체적인 양으로 보면 약 20%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온실효과에 대한 기여도가 60%정도인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물질 중 제1의 규제대상이다.
물 그물에 걸려든 이산화탄소
과거 대기의 온실효과가 없었다면 지표면의 평균 온도는 현재보다 33℃ 정도 낮게 나타날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러면 지금과 같이 지구상의 생물들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온실효과가 수면을 상승시키고, 거대한 홍수를 일으키며, 식량난과 심각한 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거나 없애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구온난화현상에 대한 기여도가 60%인 이산화탄소를 없애기 위해 여러 방안이 제안됐다. 이 중에는 기존의 이용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억제하는 방법과 에너지를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적은 것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경제활동 위축과 에너지 이용시스템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 억제보다 에너지 절약 기술을 개발하고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분리, 회수해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산화탄소를 분리, 처리하는 방안으로는 물리, 화학적 특성을 이용한 많은 방법이 있다. 대량의 가스를 처리하는 방법은 바닷속에 저장하는 것이 현재까지는 최선의 대안이다.
지구온난화가스를 심해에 저장하는 기술은 기체수화물(가스 하이드레이트)이라는 물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체수화물이란 물이나 페놀과 같은 수소결합이 가능한 분자들이 형성하는 3차원의 구조에 메탄, 에탄, 이산화탄소, 질소 등 비교적 저분자량 가스분자가 물리적으로 포집돼 완성되는 복합체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얼음과 매우 유사하나 그 물리적 성질은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샤벳 모양의 덩어리로서 매우 밝은 백색을 띤다.
구조체를 형성하는 분자를 주체(host)라 하며 포집되는 가스분자를 객체(guest)라 한다. 이렇게 형성된 구조체는 주체가 물인 것을 하이드레이트, 페놀이나 크레졸 등 물을 제외한 유기물질이 주체인 것을 크러스레이트라 명명한다. 바닷물을 주체로 하고, 이산화탄소가 객체가 되는 수화물을 심해에 형성시키는 것이 바로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가둬두는 것이다.
기체수화물은 화학반응에 의한 것이 아니라 물로 만들어진 그물에 기체가 걸려든 것으로서 이들이 만들어지려면 적절한 온도와 압력을 만들어줘야한다.이러한 조건들은 객체에 따라 달라지며 일정한 온도와 압력 조건이 바뀌면 물로 만들어진 그물이 풀어져 각자 상태로 복원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산화탄소 수화물의 구조는 46개의 물분자로 얽혀진 그물에 6개의 이산화탄소가 붙들려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말 대로라면 물에 담길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짐작할 수 있다.
38조톤의 탄소는 바다에
이산화탄소는 영하 0.05-영상 12.5 ℃의 온도조건과 12기압 이상의 압력조건이 유지되면 기체수화물로 존재할 수 있다. 바닷속은 이러한 조건을 자연적으로 갖추고 있는 천혜의 장소이다. 난류가 흐르는 곳에서도 약4백-5백m의 수심이면 이러한 온도와 압력이 유지될 수 있다. 또한 기체수화물의 비중이 물보다 크므로 물에 뜨는 빙산과는 달리 바닷속 깊이 가라앉혀 둘 수 있다.
지구상에서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은 바로 해양이다. 그 양은 대기 중에 포함된 약 7천3백50억톤으로 추정되는 탄소양의 약 50배에 해당한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매년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양의 약 7천배에 해당하는 38조톤의 탄소가 해양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의 탄소 양은 이산화탄소에 포함된 탄소뿐 아니라 메탄, 탄산칼슘 등에 포함된 탄소의 총량이다. 따라서 해양으로 이산화탄소를 저장, 폐기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고 보인다. 특히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수화물에서 방출돼 해수표면으로 이동되는데는 약 1천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또 방출되는 양도 전체 흡수량의 약 4% 정도로 추산되므로 바다 속에 저장하는 방법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양을 조절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1천년 후에 벌어질 바다의 산성화에 대비해야 한다.
바닷물 속에 포함되어질 수 있는 최대 이산화탄소의 양은 염도에 따라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0℃와 24℃에서 각각 65, 32 mol/m³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해수 중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약 2 mol/m3 이므로 저장 가능량은 앞으로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바닷물의 산성화에도 주의
화력발전소나 제철소는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주 배출원이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이산화탄소는 다양한 통로를 통해 방출된다. 이러한 이산화탄소를 심해에 저장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다양한 배출원으로부터 얻어진 배기가스에서부터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회수해 농축한다. 다음은 고압으로 액화시킨 이산화탄소를 해상기지로 운반한다. 폐기하려는 수심까지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바닷속으로 뿜어내면 이산화탄소 수화물이 형성된다. 그러면 이산화탄소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돼 심해에 저장된다.
하이드레이트를 통한 심해저장법이 제안된 것은 아주 오래됐다. 1960년대 말부터 하이드레이트를 이용한 해수의 담수화 공정이 연구되면서 자연스레 해수에 대한 하이드레이트가 연구됐으며 지구 온난화문제가 제기된 1980년대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됐다.
해외에서의 연구는 대단히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 개념적인 수준을 넘어 이미 상당 부분 실용화 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 개념에서 출발해 바다에 갇혀있을 수도 있는 메탄같은 천연가스를 채취하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심해저장법은 비용이 적게들고 대량폐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선결되어야 할 문제점 갖고 있다. 수화물로부터 방출되거나, 반응에 참여하지 못하고 분사된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탄산이 될 경우가 문제다.
이 때는 해저의 산성화로 인한 바다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간의 폐기장소 협의를 거쳐야 하며 종합적인 환경영향 평가가 정확히 내려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면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심해저장 기술개발을 추진해야 하며 먼저 지상에서 해저와 유사한 모사시스템에 대한 기초 및 응용연구가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