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들이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처음으로 다리를 건너다녔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쩔수 없이 만나게 된 깊은 계곡과 강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지형지물을 이용하게 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돌다리나 쓰러진 나무가 이용됐을 것이다.
결국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다리는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구름다리(아치)모양의 돌다리나 쓰러져서 개천 위에 건너질러진 통나무다리, 또는 강 위로 늘어진 나무넝쿨을 엮어서 만든 나무넝쿨다리(후에 현수교로 발달)들이었을 것이다.
또 도구를 사용한 후에는 돌도끼로 나무를 잘라 몇 개의 통나무를 엮은 나무판을 개울의 얕 은 곳에 얹어 놓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은 곳에는 바윗돌을 가져와서 징검다리를 만들어 하천을 건넜을 것이다. 만약 물살이 강했다면 좀더 튼튼한 징검다리를 놓았을 것이고, 좀 더 편하게 물을 건너다니기 위해서는 돌들 사이에 돌 널빤지를 걸쳐 사용했을 것이다. 이것이 소위 들보형 교량의 원시적인 형태로서 현재는 서울의 한남대교나 마포대교와 같은 교량형 태로 발전됐다.
다리 건축 1백년
한강에 놓인 최초의 다리는 조선시대에 국왕이 선왕의 묘에 참배하러 갈 때나 온천에 나들이 갈 때 가설한 부교다. 부교는 국왕의 행렬이 한강을 건널 수 있도록 큰 배 70여척을 강을 따라 가로로 이어 서로 묶는 뒤, 그 위에 널반지를 깔아 5-6필의 기마가 자유로이 건널 수 있도록 했다.
오늘의 한강대교 자리에 놓여졌던 이 다리는 백성의 배를 일정한 기간 동안 징발해 사용했는데 다리를 놓는데 한달, 푸는 데 한달이 걸렸다고 한다. 특히 정조는 사도세자의 능을 수원으로 이장한 후 부교를 이용한 수원행차를 자주 하면서 강변 백성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점차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생활권이 확장되고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보다 많은 물동량 수송이 요구됐다. 이와함께 더불어 발달한 토목기술은 한강에 교량을 건설하도록 했다. 길이 약 5백14km, 폭 1천4백m의 한강에 다리가 놓여진지 이제 1백년이 다 되어간다. 1백년간 흘러 간 강물의 흐름 만큼이나 무수한 사연을 담고 건축된 다리만 해도 1897년 착공해 1900년 준공된 한강철도교를 필두로 2000년 준공 예정인 방화대교까지 20여개에 이른다.
지금도 수많은 차량을 강 남북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한강의 다리를 살펴보자. 다리의 모양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모양은 다리의 구조. 왜 다리의 구조가 모두 다른 것일까. 과거 경제성과 안정성만 고려된 설계 구조에서 미학적인 측면까지 고려된다. 다리 구조의 역사를 살펴보자.
교량의 형태는 기차, 자동차, 사람 등의 무게가 어떻게 지반에 전달되는가에 따라 분류된다. 하나의 부재에 작용하는 하중은 인장력 혹은 압축력에 의해 지반으로 전달된다. 이때 어떠한 내력을 기준으로 설계하느냐에 따라 들보교, 아치교, 트러스교, 현수교, 사장교로 나눈다.
가장 단순한 형태, 빠른 시공의 들보교
대부분의 한강 다리가 이 형식를 따르고 있다. 형태에 따라 판형교(영동대교, 잠실대교, 잠 실철교, 양화대교, 마포대교, 한남대교, 천호대교), 상자형교(원효대교, 동작대교, 동호대교, 노량대교, 강동대교)로 나눠진다.
들보교는 다른 다리보다 공사비용이 적게 들고 빨리 만들 수 있다. 이런 특성은 1970년대 경제 개발이 최우선시 되던 때 기능 위주의 다리를 빠른 시일 내에 건설해야 한다는 목적에 부합돼 많이 건설됐다. 그러나 촘촘히 박혀있는 교각이 다리 전체의 미관을 해친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역사깊은 아치교
세계 교량사에 있어서 최초의 아치교는 기원전 4천년경에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현존하는 최고의 석조 아치교로는 B.C. 900년경 터키의 시미르나(Smyrna)에 건설된 아치교이다. 우리나라에 아치교(홍예교, 홍교)가 처음으로 가설된 시점은 8세기 말로 불국사의 청운교, 백운교, 칠보교, 연화교 등을 들 수 있다.
강에 다리를 건설할 때 교각(다리를 받치는 다릿발)을 수중에 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가급적 물속에서 하는 일을 줄일 필요가 있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상판을 길게해 교각을 듬성듬성 박는 것. 이런 요건을 만족시키며 등장한 것이 인도교로는 아치교, 철도교로는 트러스교다.
본래 석재 아치교는 교량 위로 사람이나 자동차가 지나가도록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나, 기술 이 발달한 현대에 와서는 한강대교(1936)나 동작철교, 서강대교와 같은 교량의 형식으로 발전했다.
철새 도래지인 밤섬을 통과하는 서강대교는 시드니의 하버브리지를 견학하고 돌아 온 고위공무원이 우리나라에도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미려한 다리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해 이뤄진 교량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름다운 사장교로 설계됐다가 시공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닐슨아치교(아치 부재 및 아치 부재와 보강형을 연결하는 로프나 봉강을 경사지게 배치 해 힘을 받는 능력을 향상시킨 아치교의 한 형태)의 형태로 재결정된 교량이다.
긴 교량 트러스교
19세기에는 산업혁명과 더불어 제철공업과 전쟁준비를 위한 군수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무거운 대포나 전차가 전쟁터로 운송되면서 그 때까지 있었던 것보다 더 긴 다리 가 필요해졌다.
따라서 상당한 기간 동안 긴 교량의 대표주자였던 석재아치형 교량은 트러스 형태의 교량형식에 그 지위를 물려주게 됐다. 이는 16세기부터 급속히 발달된 물리, 수학의 지식을 잘 갖춘 교량 기술자들이 역학지식을 경제적이고 보다 튼튼한 트러스교량 설계에 적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만주를 침략할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그 당시 일본에서 건설했던 것보다 더 많은 교량을 한국에 건설했는데, 그 과정에 가설된 것 중에는 한강철교(1900), 압록강철교(1911,선개 교) 등이 있다. 이후 한강에 건설된 트러스교로는 성산대교와 성수대교가 있다. 1980년대 들어서 신진 공무원들과 진보된 기술자들은 들보교의 진부함을 지적했다. 한강에 건설된 들보교의 지간이 40m로 너무 촘촘해 미적 효과가 없고 주변 환경과도 안어울린다고 말하면서 차츰 지간이 긴 다리를 건설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실 1970년대에는 지간이 1백m가 넘는 다리를 건설한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웠다.
성산대교는 최대 지간의 길이가 1백20m로 다른 교량에 비해 길고 다리 양끝을 입체교차로로 처리해 한국 교량 건설사에 신기원을 이룬 다리이다. 하지만 교량의 조형미를 추구한다는 미명 아래 반달 모양의 아치를 덧대었는데 이것은 힘을 전달하는 구조 부재로서의 역할 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풍하중(바람이 불 때 다리가 받는 무게)과 사하중(다리 자체의 무게)만을 증가시키는 꼴이 됐다.
즉 쓸데없는 장식을 교량에 부착시키는 것은 좋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예가 됐다. 즉 가장 잘된 설계는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부재의 선택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구조미학의 완성, 현수교에서 사장교로
19세기 말부터 세계 각국은 국력을 과시하려고 좀더 크고 긴 교량을 설계하는 경쟁을 벌였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괄목할만한 국력신장을 이룬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으로 불려질만한 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이때 미국 기술자들은 교각이 교량을 밑에서 받치던 이전의 설계개념에서 벗어나 교량을 공중에 케이블로 매다는 방법을 적용했다. 이러한 교량을 현수교라고 칭하는데, 교탑 사이의 길이가 4백4m인 남해대교(1973년)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건설된 현수교이다.
그러나 이런 형식의 교량은 바람에 매우 쉽게 흔들린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바람에 의해 무너진 현수교인 미국 타코마교의 붕괴는 새로운 형식의 다리를 탄생시켰다. 교량을 공중에 매달더라도 두 줄로 매다는 현수교보다는 여러 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에 견디기 쉽다는 것을 착안한 독일 기술자들은 1960년대 들어와서 사장교라는 형식을 즐겨 사용했다.
사장교는 특히 직선미를 강조하는 교량으로서 올림픽대교나 신행주대교(1995년)에서 볼 수 있다. 사장교인 올림픽대교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교량의 조형미를 설계의 중요한 요소로 설정해 공개작품 응모를 통해 선정된 교량이다.
상부구조와 하부구조
다리는 일반적으로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로 구성돼 있다.(그림). 상부구조는 자동차나 보행자를 직접 지지하는 부분을 말하고, 하부구조는 상부구조를 지지하는 부분이다.그러나 모든 다리가 상부와 하부구조로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상부구조를 구성하는 주요 부분으로는 교통하중을 직접 받는 바닥판과 이를 지지하는 바닥 틀로 이뤄져 있다. 이 바닥틀은 가로보와 세로보로 구성돼 있다. 또 상부 구조와 하부 구조를 연결하는 받침부 등이 있고, 신축이음장치, 난간, 방호벽, 배수설비, 조명설비, 점검설비 등의 부속설비가 포함된다. 하부구조는 상부구조를 지지하고 상부구조로부터 전달되는 하중을 지반으로 전달하는 교대, 교각, 기초로 이뤄져있다. 교량의 주요치수를 나타내는 옹어에는 교장, 지간, 경간 등이 있는데, 교장은 교량양단에 있는 교대의 흉벽전면 사이의 거리를, 지간은 받침부 중심 사이의 거리를, 경간은 교대와 교각의 전면 사이의 수평거리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