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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고대에도 태양관측 있었다

한민족 가장 많은 관측기록 남겨

 

태양의 흑점은 서양에서는 17세기 이후에야 관측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대부터 관측돼왔다.


지구상의 모든 민족 중에서 우리 선조가 태양 활동에 대해 가장 많은 관측 기록을 남겼다면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외국에서 더 잘 알려진 사실이다. 태양 활동에 관한 고대의 기록은 흑점과 오로라에 관한 기록, 그리고 태양에 영향을 받아 지구의 기후가 변화해 온 기록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2천여년 전부터 중국과 더불어 이러한 현상을 체계적으로 관측해 많은 기록을 남겼다.

서양보다 2천년 앞서

대부분의 과학사 책에는 태양의 흑점을 서양의 요한 파브리시우스와 갈릴레이가 1611년에 발견했다고 쓰여있다. 그러나 중국의 고대 기록을 보면 적어도 한라나 때인 B.C. 28년부터 흑점을 분명히 묘사한 기록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A.D. 640년에 고구려의 기록부터 흑점과 관련된 표현이 나오고, 고려시대인 1105년부터는 분명한 흑점 기록이 전해온다. 당시 흑점은 주로 흑자(黑子)라고 불렀다. 특히 고려시대의 흑점기록은 이웃한 송, 금, 원 각국의 자료보다 훨씬 많다.

태양 활동과 지구 자기권의 반응을 나타내는 오로라 기록이 우리 역사에서 처음 나오는 때는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 3년(B.C. 35년)이다. "골령의 남쪽에 신비로운 빛이 나타났는데 그 빛이 푸르고 붉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해 온다. 이 기록을 필두로 조선 중기인 1747년까지만 해도 무려 7백개 이상의 오로라 기록이 전해 온다. 오로라 기록은 서양에서도 기원전 전부터 많은 기록이 전해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기록 수는 한 나라의 기록으로서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은 왜 그렇게 태양을 열심히 관측했을까. 그것은 자연을 배우고 더불어 살고자 하는 고대인의 마음 때문이다. '고려사 천문지'의 앞 머리를 보면 천문지를 펴내는 까닭을 밝히며 '주역'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하늘은 그 표시한 징상에 의해 길흉을 나타내는 바 어진 사람은 이것을 본 받는다." 그래서 옛부터 하늘과 땅을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겼으며, 이를 존중해 빠짐 없이 보존했다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과연 태양을 어떻게 관측했을까. 옛 기록에 따르면 태양 안에 있는 흑점뿐만 아니라, 일식, 태양의 색깔과 밝기, 태양 앞을 지나가는 행성, 태양 바로 옆의 기체, 해무리나 무지개, 그리고 여러 개의 태양이 나타나는 것과 같은 햇빛의 굴절 현상 등을 철저히 관측했다. 태양 주변의 모습은 대낮에도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기상 조건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기록한 것으로 보아 철저한 육안 관측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해의 광구 면에서 흑점이나 행성을 찾아내는 것은 기상조건 때문에 햇빛이 약할 때가 아니면 대낮에는 육안으로는 할 수 없다. 때문에 주로 해뜰녘이나 해질녘에 관측해 이상현상을 발견했을 것이다.

맨눈으로 흑점을 볼 수 있는지를 필자가 직접 확인해 보았는데, 지평선 가까이에 해가 있을 때 시력이 좋지 않은 필자의 눈으로도 어렵지 않게 흑점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반투명한 수정이나 유리를 이용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일식 또한 고대 태양관측 기록의 중요한 요소였다.


태양 연구의 귀한 자료

고대인이 남긴 이러한 기록들은 과연 태양의 과거 활동을 충실히 나타내줄 수 있을까. 우리는 고대인의 문화 수준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의 지식들은 모두 땅 속에 묻어도 상관 없는 열등한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과학성에 있어서 더 그러하다. 그러나 당시에서는 물론 오늘날의 관점에서도 고대의 천문관측기록은 과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다.

태양 활동의 직접적 지표인 흑점의 경우 서양의 관측은 4백년에 못 미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는 태양활동의 장주기 변화를 살펴보는 데에 매우 부족한 기간이다. 따라서 중국과 한국의 흑점과 오로라 기록은 태양 활동의 장기적 변화를 알아내고, 그로부터 태양 활동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실제로 고려가 관측한 흑점과 오로라 기록을 들여다보면 이 기록의 수가 약 11년의 주기로 변화한다. 우리의 고대 기록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알 수 있다. 고려의 일관(日官)들이 자신이 관측한 자료를 분석해 보았다면, 서양에서 태양 흑점 주기를 발견하기 5백년 이상 앞서 이 사실을 알아 냈을 것이다.

또한 오늘날에는 우리의 오로라 자료로부터 지자기의 세기와 자극의 위치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내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과학자들이 세계 각국이 남긴 고대 오로라 자료를 이용해 태양 활동의 장기적 변화와 지자기 변화를 연구해 왔다.

이밖에도 일식, 월식, 행성식, 성식(星食) 기록은 지구의 자전 속도의 변화, 달과 행성의 운동 등을 알려준다. 또 혜성 유성의 운석 기록들은 태양계의 진화에 대한 귀중한 자료이며, 객성 기록 등은 신성과 초신성과 불규칙 변광성에 관한 중요한 자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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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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