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인간만이 즐기는 스포츠이자 유희로 알려졌다. 다른 동물은 유감스럽게도 앞발질을 못해 축구를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마이크로로봇이 인간을 훌륭하게 흉내내고 있다. 더구나 세계 각국의 마이크로로봇들은 월드컵의 열기가 절정에 달할 6월 30일부터 7월 3일까지 프랑스에 모여 기량을 뽐낼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마이크로로봇 축구대회는 탁구대 절반 크기의 경기장에서 손뼘 크기의 마이크로로봇 3대가 한팀이 돼 오렌지색 골프공을 상대 골문에 넣어 승부를 가리는 경기다. 경기시간은 전후반 각각 5분. 경기가 시작되면 로봇들은 사람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자기팀 선수끼리 컴퓨터로 의논해 가며 공격과 수비를 펼쳐야 한다. 마이크로로봇 축구대회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장난감 경기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큰 오산이다. 여기에는 사람이 하는 축구 이상의 기술이 필요하고 재미도 있다. 공을 발견하고 빠르게 달려가는 순발력, 선수 간의 의사소통, 누가 수비를 하고 누가 공격을 할 것인지에 대한 작전, 그리고 상대방에게 밀리지 않는 몸싸움과 체력이 마이크로로봇 축구의 핵심기술이다.
공과 상대방을 인식하는 센서기술, 주컴퓨터와 선수를 연결하는 무선통신기술, 로봇을 빠르게 움직이고 멈추는 제어기술, 상대팀 선수들과 자기팀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인공지능, 그리고 공격전술과 수비전술을 지휘하는 프로그램이 총체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한 마이크로로봇 축구는 이뤄질 수 없다.
마이크로로봇 축구의 산실, KAIST 지능제어연구실
마이크로로봇 축구대회의 종주국은 한국이다. 1996년 5월 9-10일 양일간 KAIST에서는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로봇 축구대회가 열렸다. 그 산파는 KAIST지능제어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김종환 교수다. 김교수와 KAIST의 노력으로 그해 11월에는 제1회 국제 마이크로로봇 축구대회(MiroSot)가 미국, 일본, 프랑스 등 10개국 24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 대회 첫 우승은 미국의 뉴턴팀이, 2등은 KAIST에서 출전한 소티팀이 차지했다.
97년 6월 1일부터 5일동안 열린 2회 대회에는 미국, 스페인, 싱가포르 등 9개국 23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으며, 마지막 날 세계로봇축구연맹(FIRA)이 창립돼 마이크로로봇 축구대회가 세계인의 관심 속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현재 FIRA의 회원국은 33개국이다.
이번 '98프랑스 FIRA 로봇 월드컵은 6월 30일부터 7월 3일까지 프랑스 파리 국립과학관에서 개최되며, 남미컵 북미컵 아태컵 유럽컵 등 4개 지역예선을 거친 11개국 40여개팀이 참가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더불이 이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 로봇 선수들은 6월 20일-21일 양일간 중국과학기술과 초청으로 베이징에서 시범경기를 치룬 뒤 프랑스로 떠났다. 프랑스 월드컵이 끝나면 서울에서는 다시 한번 APEC 마이크로로봇 축구 챔피언전(8월 17일-19일)이 열릴 예정이다. 마이크로로봇 축구대회를 자세히 알고 싶으면 세계로봇축구연맹(FIRA)의 홈페이지(http://www.fira.net)에 찾아가면 된다. 로봇축구를 관람하고 있으면 이것이 첨단과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경기장 위에 설치된 카메라를 이용해 로봇은 상대 선수와 자기 선수, 그리고 공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이는 위성을 이용한 위치정보시스템(GPS)과 유사하다. 또 수집된 정보는 컴퓨터로 분석해 각각의 로봇에게 행동지침을 내린다. 이를 다개체협동시스템이라고 한다. 이를 모두 합하면 자동차가 위성을 통해 자동항법하는 장치도 만들 수 있다.
KAIST 지능제어연구실이 로봇축구를 처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김종환 교수를 중심으로 지능제어기술, GPS를 이용한 자동차 합법장치, 다개체협동시스템(Multi agent Robotic System)등을 연구해온 결과다. KAIST 지능제어연구실에서는 현재 10명이 박사과정을, 6명이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리고 3명이 박사학위를 받고 미래산업, 삼성전자, LG전자에서 일하고 있다. 지능제어연구실의 홈페이지(http://vivaldi.kaist.ac.kr/~iclab/)를 방문하면 지능제어 연구를 좀더 자세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