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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인공위성이 온다

그림 속 인공위성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건 재료 때문일지 모른다. 보통의 알루미늄 금속이 아니라, 가구, 악기, 난간 등에 주로 쓰이는 목재로 만든 인공위성 상상도이기 때문이다. 일본 연구팀은 실제로 나무로 만든 인공위성을 2024년 지구 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이들은 왜 나무에 주목한 걸까.

 

“우주 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좁아지게 될 겁니다” 197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도널드 케슬러 박사는 우주탐사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모든 인공위성, 우주탐사선, 유인우주선은 잠재적인 우주쓰레기다. 이들의 수가 늘어나며 충돌 빈도가 높아질수록 연쇄 반응으로 인해 우주 공간이 엄청난 속도로 좁아질 것이고, 결국 오랜 세월 우주탐사가 불가능할 것이란 예측이었다. doi: 10.1029/JA083iA06p02637

 

케슬러 박사의 우려는 50년도 채 지나지 않아 현실로 다가왔다. 2023년 4월, 한국천문연구원이 김영주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 궤도에는 약 1억 9000만 개에 달하는 우주 쓰레기가 떠돌고 있다. 과학자들은 우주 쓰레기를 지구 대기권으로 끌어내려 태워 없앨 계획이지만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말할 순 없다. 태워 없애는 과정에서 대기권이 오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doi: 10.1073/pnas.2313374120

 

지속 가능한 우주개발 꿈꾸는 나무 위성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 연구팀의 나무 인공위성 아이디어는 지속 가능한 우주개발을 향한다. 도이 타카오 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우주비행사와 무라타 코지 교토대 농학연구과 교수 등 공동연구팀은 나무로 만든 인공위성인 ‘리그노샛(LignoSat)’을 2024년에 지구 궤도에 올릴 예정이라고 발표해 최근 화제가 됐다.

 

무라타 교수는 JAXA와의 인터뷰에서 “JAXA의 큐브샛(초소형위성) 방출기구 J-SSOD에 리그노샛을 탑재해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위성이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갈 때, 금속은 미세한 입자가 되지만 목재는 타서 가스가 된다”며 목재의 환경친화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나무 인공위성 계획이 처음은 아니다. 리그노샛 이전에도 핀란드의 합판회사 위사(WISA)가 자작나무로 만든 인공위성, ‘우드샛(Woodsat)’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2021년 발사 계획을 세운 바 있으나, 주파수 허가 문제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때문에 일본 연구팀이 발사에 성공하면, 리그노샛은 우주를 처음으로 방문한 최초의 나무 인공위성이 된다.

 

인공위성에 활엽수를 선택한 이유

 

일본 연구팀은 리그노샛의 재료를 정하기 위해 2022년 3월부터 12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우주 공간 노출 실험을 진행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일본 과학실험 모듈인 키보(Kibo)에 체리나무, 자작나무, 목련나무를 가져가 노출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무라타 교수는 JAXA와의 인터뷰에서 “영하 100℃에서 영상 100℃에 이르는 온도 변화가 반복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었다. 우주 방사선의 영향으로 목재 표면이 깎이면서 무게는 다소 가벼워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세 나무 모두 균열, 휘어짐 등의 열화가 없었고, 자외선을 받아 무게가 감소하지도 않았다. 일본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목련나무를 선택했다. 가공성과 강도, 치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더 좋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박용건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공학연구과 임업연구사는 “목련이 다른 나무들보다 재질이 더 단단하다”는 의견을 보탰다.

 

후보에 오른 세 종류의 나무는 모두 ‘활엽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 연구사는 “활엽수가 침엽수보다 단단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나무는 크게 소나무처럼 잎이 뾰족한 ‘침엽수’와 참나무처럼 잎이 평평하고 넓은 ‘활엽수’로 나뉜다. 영어로 활엽수 목재는 ‘하드 우드(hardwood)’, 침엽수 목재는 ‘소프트 우드(softwood)’라고 불린다.

 

활엽수가 하드 우드로 불릴 정도로 목질이 단단한 이유는 내부에 지지대 역할을 하는 ‘목섬유’가 있기 때문이다. 침엽수는 가도관(수분의 통로이자 지지 역할을 하는 세포)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해 세포 구성이 단순하다. 반면, 활엽수는 크기가 크고 가운데가 뚫려 있는 세포인 도관과, 지지대 역할을 하는 목섬유가 따로 있다. 목섬유는 가도관보다 재질이 단단하고 질기다. 그래서 대다수의 활엽수는 침엽수보다 무겁고 더 튼튼하다. 대신 건축 재료로서는 침엽수가 많이 사용된다. 활엽수는 침엽수보다 세포 구조가 복잡해서 재료의 물성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극한 환경 버티는 목재의 무궁한 가능성

 

침엽수든 활엽수든 목재는 인공위성에 사용하기에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다. 일단 비강도가 높다. 비강도는 무게 대비 강도로, 비강도가 높다는 것은 가벼우면서도 단단하다는 뜻이다. 박 연구사는 “흔히 목재는 콘크리트보다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강도가 더 세다”며 “종압축강도 실험을 해보면, 같은 크기일 때 콘크리트는 3t(톤)을 버티지만 목재는 20t 이상 버틴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벼워서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연료가 적게 드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목재는 금속과 달리 전자기파를 투과할 수도 있다. 박 연구사는 “송수신 장치를 위성 내부로 넣을 수 있다”며 “금속보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전파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밖에 폐기하기 용이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본 연구팀이 지속 가능한 우주개발의 대안으로 나무 위성을 제안한 이유다. 박 연구사는 “목재는 탄소(C), 수소(H), 산소(O), 질소(N) 단 4개의 원소로 이뤄져 있다”며 “덜 탄 채로 지상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없고, 불탄 위성 잔해가 대기를 오염시킬 확률도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물론 단점도 따른다. 결국 생물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열화(썩음)와 기상 열화(자외선 등의 영향으로 목재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리그닌이 깨지고 색이 변하는 현상)가 일어날 수 있고, 목재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헤미셀룰로스의 경우 산소 유무와 관계없이 200℃ 이상의 온도에서 분해된다는 특징도 있다. 자외선에 완전히 노출돼 있고, 온도가 영하 270℃에서 영상 100℃ 이상까지 수백 도씩 오르내리는 우주에서 목재가 다른 재료보다 잘 버틴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목재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립산림과학원의 2023년 연구과제 제안에서도 목재의 고부가가치 활용을 높이는 목적으로 나무 인공위성 아이디어가 나왔다. 최종 선택을 받진 못했지만 말이다. 산림청에서는 현재 목재를 북극, 남극, 심해 등 극한 환경에서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박 연구사는 목재를 사용할 수 있는 분야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4년 6월에 국내 최고층인 7층짜리 목조건축물(주요 구조부가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이 대전에 준공될 예정이에요. 목재는 바다 부표, 전지 분리막, 마스크의 필터, 인공 뼈 재료까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재료입니다.”

202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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