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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4번이나 나갔으면서,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축구가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월드컵 1승의 거대한 산, 16강의 고지에 오를 길이 과학에 있다면 너무 큰 과장일까. 그러나 축구전문가들은 "우리 축구의 고질병을 고치면 16강의 길은 열려있다"며 한 목소리다.
 
축구는 기술과 함께 넓은 시야가 요구된다. 시야가 좋은 홍명보(좌), 서정원 선수(우)

세계적인 선수들은 왜 세계적이고 우리 선수에게는 무엇이 부족한가. 아무런 질서도 없이 무조건 치고 달리는 것 같은 축구경기에 오묘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과학으로 풀어보는 축구의 비밀, 선수들의 머릿속과 발끝의 움직임을 살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알고 봐야 재미있는 월드컵 축구를 위해 우리의 잘못된 축구상식 5가지를 과학으로 깨뜨리자.

1. 베스트 11은 없다 - 상대 선수 버릇 따라 대응 선수 달라져야

흔히 축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고 한다. 경기 도중 한 선수가 퇴장 당했을 때 한 팀은 11명, 다른 팀은 10명의 선수가 뛰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나 이런 때도 축구는 숫자싸움으로 승부가 결정나지 않는다.

한 팀의 경기력은 각 선수의 경기력을 산술적으로 합한 값이 아니고,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경기력의 총량이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하나의 변수는 축구에는 상대 팀이 있다는 사실이다.
 
상대선수의 버릇이나 경기 스타일에 따라 천적이 되는 대응선수가 있다.

선수간에도 천적관계

제일 잘하는 선수 11명이 항상 베스트 11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팀내 선수들의 관계와 상대팀 선수들과의 관계가 동시에 고려돼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11명이 바로 베스트 11이 돼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 축구는 큰 대회를 앞두고 "아직까지도 베스트 11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근시안적인 비판에 아무런 변명도 못해왔다.

자연계에도 천적관계가 있듯이 각 선수들에게도 천적관계가 성립한다. 세종대 이용수 교수는 바로 이런 천적관계를 잘 파악해서 적재적소에 선수를 배치하고 작전을 운용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근래 들어 차범근 감독이 대표팀을 맡으면서 이런 전술을 잘 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체육과학연구원의 신동성 박사는 천적관계의 선수를 파악해내는 한가지 방법으로 '주시검사'를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람은 사물을 볼 때 두 눈으로 보는 것 같지만, 실은 한쪽 눈이 중심이 되고 다른 눈은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때 사물인식의 주기능을 담당하는 눈을 주시라고 한다. 신 박사에 따르면, 주시가 어느 쪽이냐에 따라 사람의 행동특성이나 운동능력이 달라진다. 흔히 오른눈 주시-오른발잡이인 경우와 왼눈 주시-왼발잡이인 사람처럼 자기가 자주 쓰는 쪽이 주시인 경우가 전체의 82% 정도다. 그리고 오른눈 주시-왼손잡이, 왼눈 주시-오른손잡이처럼 자주 쓰는 쪽과 주시의 방향이 다른 사람이 18%정도 된다.

왼눈 주시-오른손잡이인 사람이 테니스를 할 경우, 이 사람은 오른눈 주시-오른손잡이보다 오른쪽 공 처리능력은 약간 뒤지지만 왼쪽 공은 매우 잘 처리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백핸드 스트로크를 아주 쉽게 하고, 자신의 왼쪽으로 오는 공을 잘 처리한다.
그러나 이 사람이 권투를 한다면 평소 익숙한 오른 자세보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왼 자세를 취해야 유리하다. 만일 이 사람의 상대선수가 오른눈 주시-오른손잡이라면 상대의 왼쪽 잽이 자신의 오른쪽 눈 부위에 집중될 때, 왼눈 주시로서는 오른쪽 눈 부위의 공격을 잘 인식하고 막아낼 수 없다. 그래서 이 사람은 오른쪽 눈 부위를 집중적으로 두들겨 맞고 패하기 쉽상이다.

왼눈잡이, 오른눈잡이

또 왼눈 주시-오른손잡이인 사람이 오른쪽 어깨에 총을 걸고 사격을 한다면, 초기에 약간의 재능을 보였다 할지라도 절대로 세계적인 선수는 되지 못한다. 때문에 이런 사람은 처음부터 왼쪽 어깨에 총을 거는 자세를 취해야 대성할 수 있다.

신 박사는 국가대표선수를 뽑을 때 주시검사를 꼭 해야 하며, 이처럼 잘못된 자세를 지닌 사람은 처음부터 대표선수로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봐야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야구선수들이 상대 투수의 볼 배합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듯이 축구선수들도 상태팀 선수의 운동특성을 눈여겨 살핀다면 대응책이 더욱 명확해진다. 그리고 감독은 바로 막아내고자 하는 상대 공격수가 왼발잡이인지 오른발잡이인지, 주시는 어느 쪽인지를 파악해서 선수를 배치한다면 우리의 붉은 악마 11명이 만들어내는 힘은 배가 될 것이다. 베스트 11이 상대에 관계없이 늘 베스트 11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선수의 특성과 상대 선수의 경기 스타일을 면밀히 파악하는, '연구하는 축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욱이 지난 94년 미국 월드컵에서부터 교체선수가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 것은 이렇게 상대에 따른 선수기용을 원활하게 하려는 연구하는 세계축구의 흐름을 대변한다.

이제 평소에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가 중요한 경기에 선발되는 것을 감독의 무능이나 정실이 개입된 선수기용이라고 비판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경기마다 선수마다 천적이 되는 선수를 골라내는 것이 감독의 용병술이기 때문이다. 경기 상황과 상대에 따라 베스트 11은 변해야 한다. 차범근 감독의 용병술을 월드컵에서 발휘되기를 기대해본다.
 
공격수의 주시방향을 알면 페인팅에 잘 속지 않는다.

2. 체력 게임이 아니다 - 순간 스피드가 더욱 중요

흔히 축구는 지속적으로 뛰는 체력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지치지 않는 강인한 체력을 중요시하지만 실상 축구는 계속 뛰기만 하는 운동은 아니다. 지난 1982년 영국의 스포츠역학 전문가 존 위더스는 축구선수의 운동형태를 분석했다. 그런데 연구결과 축구 선수들이 마라톤 선수들처럼 지속적으로 달리기를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90분 경기 동안 선수들은 총 12km 정도를 뛰는데, 이 가운데 조깅속도로 가볍게 뛰는 운동이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냥 걸어다니는 운동이 전체의 26%로 나왔다. 아침운동을 하는 것처럼 가볍게 뛰거나 걷는 것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마라톤 선수보다 단거리 선수

물론 축구선수에게 기초체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이번 프랑스 월드컵처럼 살인적인 더위가 예상되는 경기에서 체력은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축구전문가들은 "단거리 육상선수와 마라톤선수 중 한사람을 축구선수로 발탁하기로 한다면 누구를 뽑겠는가"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하나같이 단거리선수를 뽑겠다고 대답한다.

세종대 이용수 교수는 "순발력과 스피드는 타고나는 측면이 강하고, 지구력은 어느 정도 훈련으로 개선이 가능하므로 모든 감독들이 스피드 있는 단거리 육상선수를 택할 것이다"고 단언했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신동성 박사 또한 운동형태를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을 구분해볼 때 축구선수의 운동능력은 90% 이상이 무산소운동능력에 좌우된다고 밝혔다. 때문에 외부 산소의 공급이 없는 상태에서 체내에 들어있는 산소만을 소비해서 잠깐동안 최대의 힘을 발휘하는 1백m 선수와 같은 운동특성이 축구에서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마라톤선수는 호흡을 통해 외부 산소를 계속 공급받으면서 체내에 쌓인 피로를 극복하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축구의 운동특성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축구선수의 운동특성은 마라톤 선수보다는 단거리 육상선수에 가깝다.

넓은 시야 필요

그러나 단거리선수의 주력은 직선 빠르기일 뿐으로 축구를 위해서는 스피드 외에 여러 다양한 축구만의 운동특성이 요구된다. 축구는 방향전환, 전속력 달리기, 후진, 지속 뛰기 등의 다양한 형태의 운동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주위 상황을 살피고 다른 선수와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요구되므로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순간 빠르기에서는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 선수가 대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축구가 이토록 종합적인 운동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용수 교수는 이러한 종합적인 축구의 운동능력을 잘 발휘하는 선수가 좋은 축구 선수라며 그 예로 서정원, 홍명보, 노정윤 선수 등을 꼽았다. 특히 서정원 선수가 프랑스에 진출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를 축구에 새로운 눈을 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1백m를 11초대에 달리고, '날쌘돌이'라고 불릴 만큼 순간 스피드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서정원 선수가 이제는 빠르기뿐만 아니라 축구에서 요구되는 넓은 시야를 갖추게 됐다는 의미다. 이번 월드컵에서 그의 활약이 다시 한번 주목되는 대목이다.
 
공을 받기 전에 줄 곳을 미리 생각하고 있어야 패스가 빨라지고 시원한 경기가 된다.

3. 공 받기 전에 줄 곳 먼저 생각해야 - 생각 없는 로봇 축구

지금까지 한국 축구는 무조건 열심히 뛰는 축구, 머리를 쓰지 않는 '캥거루 축구'였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그리고 지난해 청소년 축구대회 이후 외국 언론이 표현한 '로봇 축구'도 이런 축구의 한국병을 지칭했던 말이다.

그러나 최근 차범근 감독을 중심으로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팀이 얻은 10골 중 9골이 상대문전에서 4회내 패스에 의해 만들어진 골이라는 사실에서 한국병이 조금은 개선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축구의 변화를 환영하고 있지만, 선수들이 패스를 받기 전부터 어느 곳에 어떻게 패스해야 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하는 두뇌축구를 하지 못하면 결코 한국병의 증세는 호전되지 않으리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킥의 교과서라 불리는 스토이치코프 선수

생각 없이 공 받으면 우물쭈물

한국병의 문제는 바로 '우물쭈물'이다. 공을 받기 전에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공을 받고 나서 줄 곳을 찾으니 이미 상대 수비에 의해 줄 곳을 차단당한다. 그리고 공이 이리저리 다른 곳을 옮겨 다니다 보니 패스 횟수가 많아지고 속도가 지연되며 결국은 답답한 축구가 돼버리는 것이다.

사람의 신체 반응은 대략 7단계의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과정을 잘 보면 우리 축구의 고질병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다. 먼저 선수는 공이 자신에게 패스되는 것을 오감을 통해 느낀다. 이 인식은 곧바로 구심성 신경에 모아져 뇌에 전달된다.

뇌에서는 이 정보가 어떤 것인지를 재빨리 식별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뇌에서 행동을 선택하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를 수행할 것인가 하는 반응프로그램이 확정되고 이것이 뇌에서 원심성 신경을 통해 근육에 전달된다. 근육이 이 신호를 받아 수축하면 하나의 반응과정이 완성된다.

(1.감각신경이 자극인식 2.구심성 신경을 통해 이 정보가 모아져서 뇌에 전달 3.뇌에서 자극 식별 4.뇌에서 반응선택 5.반응프로그램을 확정 6.원심성신경에 전달 7.근 수축)

이 모든 단계에 걸리는 시간이 반응시간인데, 정보 전달의 과정이나 근육수축의 과정은 신체의 기계적인 과정이므로 개인별로 시간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반응의 시간차는 바로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인식, 반응선택, 반응프로그램 확정의 3단계에서 주로 결정된다.

그 중에서도 뇌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반응선택'을 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신동성 박사에 따르면, 일반 선수는 반응시간이 0.25초-0.35초 정도지만 이 시간 중 0.8-0.12초 정도가 뇌에서 소요된다. 그러므로 '우물쭈물'은 뇌에서 반응선택을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선수가 스스로 머리를 쓰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공만 차고 달리는 훈련을 반복해봐야 시시각각 달라지는 실제 경기상황에서 반응 선택시간이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선수들이 훈련을 할 때 명심할 것은, 자극이 식별된 후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 시간을 없애고 곧바로 반응이 일어나도록 스스로 상황을 머리에 그려야 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나 무의식적으로 합당한 반응선택이 나와야 공을 어디로 보내야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는 시간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이용수 교수는, 축구선수에게 머리가 필요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무 의식도 없이 주어진 훈련을 기계적으로 반복만 할 것이 아니라, 훈련 때마다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하면서 다양한 상황에 자신의 반응모델을 생각해 보고 이를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드컵 경기에서 세계적인 선수를 앞에 놓고 아직도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면서 우물쭈물하는 한국선수가 있다면 그는 머리가 나쁜 선수임이 분명하다.
 
축구의 커브볼들

4. 축구에도 너클볼 있다 - 프리킥은 절대 운수소관 아니다

하석주 선수의 별명은 '왼발의 달인'이다. 드리블을 하면서 왼발을 잘 쓰기도 하지만, 그의 왼발은 특히 정지된 상태에서 프리킥을 찰 때 위력을 발휘한다. 월드컵 예선 동안 한국팀이 골 에어리어 근처에서 얻은 프리킥은 거의 대부분 그의 왼발 슛의 독차지였다. 한편 지난해 6월 프레월드컵 개막전에서 브라질의 카를로스 선수가 차 넣은 왼발 슛은 가히 프리킥의 예술이라고 할 것이다. 골문에서 37m나 떨어진 거리에서 찬 그의 슛은 프랑스 팀의 방어벽을 우회해서 골대 안으로 휘어져 들어갔다. 흔히 바나나킥이라고 하는 슛의 정수를 보여준 골이었다.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미국 CNN방송은 스포츠뉴스에서 이를 3번씩이나 다시 보여주었다.
 
(그림3) 페널티킥의 속도와 반응시간

회전력이 만드는 커브볼

상대선수들의 방어벽을 훌쩍 넘어 아웃되는가 싶은 공이 골대의 모서리로 휘어져 들어가는 환상적인 슛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소위 '바나나킥'의 원리는 야구의 커브볼의 원리와 똑같다.

발로 차야 하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섬세한 조절을 하는 야구공보다는 볼 조절이 정교하지 못하지만, 공이 크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휘는 정도는 야구공에 비할 바가 아니다.

카를로스의 프리킥을 보면 공이 상대선수 벽의 오른쪽을 돌아 휘어져 들어간다. 왼발잡이 선수가 이러한 커브볼을 만들려면 공이 정지된 상태에서 공의 오른쪽 모서리를 강하게 차 반시계방향의 회전을 줘야한다. 회전력은 바로 바나나킥의 생명이다.

강한 회전력으로 공이 앞으로 나아가면 베르누이 원리에 의해 회전하는 방향으로 휘어지게 된다. 카를로스는 허벅지 둘레가 58cm나 되는 어마어마한 다리근육을 자랑하는데, 그의 슛이 부메랑처럼 휘어질 수 있는 힘은 단련된 허벅지 근육에서 나오는 엄청난 회전력인 것이다.

골키퍼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또다른 슛이 드롭슛이다. 이는 배구에서 무회전 서브와 똑같은 구질의 공이다. 이 공은 언뜻 보기에 높이 떠서 골키퍼의 머리를 넘기고 골대를 넘어갈 듯이 보인다. 그러나 방심을 금물. 공은 골키퍼의 머리 위에서 갑자기 뚝 떨어져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가버린다. 이론적으로 이러한 슛은 공의 정중앙을 회전력을 없애 강하게 차면 된다.

공은 회전이 없어 처음에는 평범한 공으로 보이지만 공의 속도가 증가할수록, 그리고 골키퍼에게 다가올수록 공의 궤도는 예측불허가 된다. 야구에서 무회전 볼인 너클볼이 뱀처럼 흐믈거리며 예측불능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휘어지는 센터링은 감아차기

좌우 측면에서 움직이는 공을 중앙으로 센터링해 올릴 때도 커브볼이 적용된다. 직선으로 밋밋한 공을 올린다면, 곧바로 골키퍼에게 잡혀버린다. 대부분의 센터링은 골키퍼 쪽으로 가는 듯하다가 휘어져 돌아가 자기편의 머리에 맞추는 바나나킥이 다반사다.

골키퍼는 볼을 잡으러 뛰어나왔다가 볼이 휘어져 돌아가버리면 골문을 텅 비운 채 당황하게 되는데, 이런 커브를 만드는 것도 모두 공격수의 발이 부리는 묘기다.

오른쪽 측면에서 드리블하던 공격수가 중앙으로 센터링을 올릴 때는 움직이는 공의 앞쪽을 목표로 발등과 안축으로 감싸듯이 걷어올리면 공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휘어져 돌아간다.

이것을 보통 '감아 찬다'라고 표현한다. 완벽하게 감아 올려진 센터링을 보는 순간 이미 절반은 골이나 다름없다. 이때 우리선수의 머리가 공에 닿아 헤딩슛이 성공한다면 손보다 정확한 발의 예술, 축구의 과학까지 이해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카를로스같은 특출한 선수의 경우 슈팅 능력이 남다른 측면도 있지만, 월드컵에 나올 정도의 세계적인 선수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지점에 원하는 구질의 공을 자유로이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월드컵 경기에서 프리킥으로 얻는 골은 결코 운에 기댄 수확이 아니라, 발을 손처럼 쓰는 선수들이 만들어낸 작전과 기술의 결과라는 이야기다. 월드컵에서는 무조건 강하고 센 슛, 소위 기술 없는 '똥볼'은 통하지 않는다. 이번 월드컵에서 축구화를 신은 발로 너클볼을 만들어 내는, 야구공을 쥔 손가락보다도 더 섬세한 스타들의 발 묘기를 주시해보자.
 
(그림4) 페널티킥의 방어 영역

5. 페널티킥 60% 이상 막을 수 있다 - 시속 150km 광속구를 막는 비법

선수가 자극을 인식하고 반응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을 반응시간이라 한다. 예를 들어 1백m 육상선수가 총성이 울리고 나서 발을 박차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역대로 세계에서 반응시간이 가장 짧은 사람은 권투선수인 무하마드 알리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0.198초였다. 세계적인 단거리 스프린터가 0.2-0.210초 정도고, 우리나라 2백m 간판스타였던 장재근 선수가 약 0.230초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순발력이다.
축구에서 보통의 슛은 시속 80-90km 정도지만 속도는 선수에 따라 차이가 난다. 세종대 이용수 교수에 따르면, 최용수 선수가 슈팅 속도가 빠른 축에 들 것으로 예상하는데, 시속 1백40km 정도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브라질 대표팀의 카를로스 선수의 경우 시속 1백50km로 세계에서 가장 강한 슛을 구사한다.

이처럼 커다란 축구공이 박찬호의 광속구와 똑같은 속도로 날아올 때 골키퍼는 볼을 막기는커녕 피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페널티킥을 찰 때 보통선수의 공 속도가 시속 1백km라고 했을 때 11m를 통과하는 시간은 약 0.39초 정도밖에 안된다.

골키퍼의 반응시간을 보통 0.25초-0.35초 정도로 잡으면, 제자리에서 손만 살짝 드는 반응으로 골키퍼의 몸 가까이로 오는 페널티킥만 막는다 하더라도 겨우 막을까 말까다. 더욱이 골대의 양쪽 측면으로 쏜살같이 들어가는 공을 막기 위해서는 몸을 날려야 하는데, 이때는 몸 전체를 이동시켜야 하므로 반응시간이 훨씬 길어진다. 시간상으로 보자면 골키퍼는 자신에게 정면으로 오는 공이 아니면 페널티 킥을 거의 막을 수가 없다는 결론이다.

정면으로 오는 공만 막아라

80년대까지 페널티 킥은 주로 양쪽 측면을 목표로 스피드보다는 정확한 코스 위주로 차왔다. 코스만 정확하면 시간상으로 골키퍼는 몸을 던져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골기퍼들은 골대의 한쪽은 버리고 한쪽만 방어하는 운수에 기대는 방법을 택했다.

공이 가는 방향과 전혀 반대방향으로 골키퍼가 몸을 날리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골의 방향에 상관없이 골키퍼가 미리 한쪽을 택해 몸을 날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육과학연구원의 신동성 박사는 이러한 페널티킥 방어법은 페널티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신 박사는 86년 멕시코 월드컵 대회부터 세계축구에서 페널티킥의 주류가 코스 위주의 킥보다는 강한 파워슈팅을 구사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파워슈팅을 하면 보통 대표선수의 경우 시속 1백20km 정도를 웃도는데 이렇게 되면 반응시간상으로 더욱 막기가 힘들다. 세종대 이용수 교수는 세계적인 선수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코스에 자유자재로 공을 차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파워슈팅이라도 코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파워슈팅에 코스까지 고려하는 슛을 하더라도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데 있다. 먼저 골키퍼의 방어반경을 살펴보자. 선 채로 양발을 벌리면 신체가 차지하는 폭이 90cm 정도다. 여기에 양팔을 뻗으면 좌우 90cm씩 폭 2.7m가 된다. 여기에 빠른 반응으로 킥하는 순간 한발 정도 움직일 공간인 좌우 90cm씩 골키퍼가 움직일 수 있다고 하자.

그러면 계산상으로 골키퍼가 골대 중앙에서 몸을 던지지 않고 한발을 움직이는 아주 소극적인 방어로도 좌우 4.5m정도를 방어할 수 있다는 얘기다(머리 위로 가는 공은 다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골대 전체의 폭이 7.3m이므로 산술적으로는 약 61%를 막아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신동성 박사에 따르면 페널티킥을 막는 가장 좋은 자세는 양발을 적당히 벌린 상태에서 무릎을 약간 굽히고 발뒤꿈치를 약간 들고 순간동작이 쉽도록 하는 것이다. 예전 국가대표 선수였던 김풍주 선수의 경우 차는 사람을 위협한답시고 양팔을 벌려 높이 들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는데, 이러한 자세는 오히려 재빠른 움직임을 방해해서 반응시간을 길어져 공을 막아내는데 좋지 않다.

신 박사는, 골키퍼가 골대의 한쪽을 포기하고 슬라이딩해서 운수에 맡기는 방어법을 쓰지 않고, 중앙에 서서 몸쪽으로 날아오는 공만 막겠다는 방어법을 썼다면 경기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사례를 여러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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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전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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