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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루동굴과 바코국립공원

말레이시아 사라와크의 열대우림

말레이시아 사라와크의 구눙물루 지역은 규모가 큰 석회동굴 50여개가 자리잡고 있어 동굴탐사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곳. 열대 동식물들이 잘 보존된 바코국립공원 또한 천혜의 학습탐사지다.

보르네오섬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섬이다(73만6천㎢). 동남아의 아마존이라고 불릴 정도로 밀림이 우거져 있으며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섬 남쪽 대부분은 인도네시아 땅으로 칼리만탄이라고 부르며 북부는 말레이시아령으로 사라와크주와 사바주로 구성돼 있다. 사라와크주의 구눙물루(구눙은 산을 의미) 지역은 크고 작은 석회동굴 50여개가 자리잡고 있어 세계적인 전문 동굴탐사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서울에서 코타키나발루(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산 키나발루로 유명)까지 4시간 반, 코타에서 국내선을 타고 1시간 정도를 가면 미리에 도착한다. 미리에서 1박한 후 다시 경비행기로 30분을 들어가면 물루가 나타난다. 미리에서 경비행기 노선이 없을 때는 배를 타고 8시간 이상 정글을 헤치면서 바람강을 거슬러 올라갔다고 한다.

물루 정글은 멜리나우 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터 달린 나무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강 양쪽으로 드문 드문 반수상(半樹上)가옥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 문을 연 사라와크 주정부가 운영하는 로얄레조트는 정글 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시설 규모가 어느 휴양지보다 뒤지지 않는다. 아직은 관광객들의 발길도 뜸해 정글 특유의 적막감과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주 눈에 띄는 곤충들의 색깔은 화려함이 극치를 이루고 있고 햇빛을 반사하는 나뭇잎의 번쩍거림이 이곳 식생의 영양상태를 단적으로 증명해준다. 열대의 풍요로움이 피부에 와 닿는다. 가끔 눈에 들어오는 조그만 새끼도마뱀들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물루에도 여느 열대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스콜(열대성 소나기)이 어김없이 찾아 온다. 한두시간 쏟아지고 그치는 것이 상례지만 7,8시간 이상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어김없이 멜리나우 강가에 세워진 수상(樹上)가옥은 수상(水上)가옥으로 바뀐다.

구눙물루 국립공원은 입구에서부터 아주 좁은 산길까지 아주 탄력이 뛰어난 나무로 이루어진 구조물(일종의 길 안내 지지대)이 잘 깔려져 있다. 철나무(Iron Wood)라 불리는 이 나무는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습기를 먹으면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이 지방의 거의 모든 건축물은 아이언우드로 만들어 진다.

석순과 종유석의 하모니

총면적이 5만2천ha에 달하는 물루 국립공원은 중심에 물루산(2천3백76m)이 자리잡고 있고 아피산과 베나레트산 주변으로 비교적 낮은 석회암봉이 둘러싸고 있다. 물루 석회동굴 대부분은 바로 이 석회암봉에 분포한다. 50여개의 석회동굴 중 일반에 공개되고 있는 곳은 사슴동굴 랑동굴 워터클리어동굴 바람동굴 네곳이다. 이 동굴들은 나름대로 특색을 갖추고 있다.

우선 사슴동굴은 규모가 어마머마하다. 입구에서 얼마 안가면 보잉 747 점보기 서너대가 착륙할 수 있는 아주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높이는 자그마치 1백20m. 과거 많은 사슴들이 이 동굴에서 살았다고 전해지나 지금은 사슴 대신에 수만 마리의 박쥐가 동굴을 점령하고 있다. 동굴바닥은 그들이 떨어뜨린 똥(구아노)으로 뒤범벅이 돼 있다. 저녁 5시쯤 정글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면 수만마리의 박쥐가 떼를 지어 동굴 밖으로 나오는 모습은 장관이다. 박쥐 이외도 지네 전갈 귀뚜라미 집게벌레 흰게 등이 동굴 속에서 먹이사슬을 이루며 살고 있다.

발견자의 이름을 딴 랑동굴은 규모는 작으나 석회동굴이 연출할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석순과 종유석이 장구한 세월동안 만들어낸 사람 동물 새 등의 기기묘묘한 형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금할 수 없게 한다. 마치 커튼을 쳐놓은 듯한 돌커튼, 바다조개 해파리 모습을 한 종유석과 바닥에서부터 자라난 석순이 천장까지 올라가 만들어낸 석회기둥 하나하나는 자연의 예술품으로 손색이 없다.

항상 황토색을 띠는 멜리나우강물과는 달리 워터클리어동굴(델리나우 강가에 자리잡고 있음)에서는 아주 밝은 물이 흘러나와 주변에서는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일종의 산속 깊은 곳에서 흐르는 계곡물이 75km(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길다)나 되는 동굴속을 거쳐 강으로 나오는 셈. 동굴 입구에는 모노필라에아 글루카라 불리는 식물이 종유석을 뒤덮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식물의 특징은 잎이 하나이기 때문에 이 지방에서는 싱글 맆(single leaf)으로 불린다.

워터클리어동굴 안에는 아담한 또하나의 동굴이 자리잡고 있는데 워터클리어와 독립적으로 숙녀동굴(Lady Cave)이란 이름으로 부른다. 숙녀동굴에는 석순이 자라 만들어진 성모마리아상 등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습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천장 곳곳에 뚫어진 구멍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는 것이 이 동굴의 특징.

동굴 안에도 항상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는 바람동굴은 비교적 생성연도가 오래된 곳이다. 따라서 석순과 종유석이 만나 기둥을 이룬 석회기둥이 마치 신전의 대리석기둥처럼 동굴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 다른 어떤 동굴에서보다 자주 눈에 띈다. 안쪽에 자리잡은 킹스룸(king's room)은 왕을 중심으로 신하들이 도열한 모습을 석순과 석회기둥이 표현해주고 있다.

석회동굴 이외에 물루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은 아피산 정상에 자리잡은 피나클. 흰 파이프오르간이 하늘로 치솟은 모습을 한 피나클은 1천5백만년 전에 바다에서 단층지괴가 솟아올라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떻게 그러한 모양을 가지게 됐는지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자리가 칼과 같이 날카로운 피나클의 높이는 20~30m. 큰 것은 45m짜리도 있다.
 

물루 아피산 정상에 자리잡은 피나클
 

색깔이 변하는 원숭이
 

부리가 큰 혼빌은 보르네오섬 고유의 조류


사라와크주의 중심지는 남서부의 쿠칭 시. 쿠칭에서 1시간 정도 북쪽으로 달리면 해변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모터배를 타고 30분정도 가면 바코국립공원에 도착한다. 공원 입구 해안에는 특이한 모양을 한 기암괴석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바닷물 속에 잠긴 밑둥은 염분으로 용식돼 대부분 버섯 모양을 하고 있다. 용식된 부분은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한 색깔을 자랑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미색에 가깝다고나 할까.

해안 곳곳에는 사암이 벌집구조를 하고 있다. 이 사암은 표면에 많은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 풍화나 용식 정도에 따라 형형색색. 사라와크 어느 해변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바코해안에는 바닷물에 잠겨 있으면서도 울창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 숲이 있다. 맹그로브라 불리는 이 나무는 펄프의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사라와크에 있는 어느 국립공원보다 일찍 조성된(1957년) 바코는 면적이 2천7백ha로 원숭이를 비롯 많은 열대 동식물이 보호받으면서 자라고 있다. 대표적인 동물은 역시원숭이. 코큰원숭이(프로보시스)를 비롯 은색잎원숭이, 긴꼬리원숭이 등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프로보시스는 암놈이 아주 코가 큰 것이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수놈의 코는 볼품이 없다. 아주 몸집이 작은 은색잎원숭이는 색깔로 한몫을 본다. 5,6마리가 항상 몰려 다니면서 생활하는데 새끼들은 은색이 아니고 밝은 오렌지색. 이들이 자라면 아주 품위를 느낄 수 있는 은색 원숭이로 변한다.

공원 안쪽에는 원숭이 이외에도 희귀종이긴 하지만 '밀림(utan)의 사람(orang)'이란 뜻을 가진 오랑우탄을 비롯 표범고양이, 부리가 아주 큰 혼빌이라는 새가 서식하고 있다. 혼빌은 10여종이 넘는다.

바코국립공원의 식생 중 가장 특이한 것은 다양한 식충식물이 저습지를 중심으로 넓게 퍼져 있는 것. 주전자모양을 한 피처식물과 개미와 공생을 하는 개미식물이 대표적인 종이다. 개미식물은 개미에게 집과 먹이(죽은 곤충 등)를 제공하고, 이 대가로 개미들은 자신의 배설물을 통해 질소나 토양으로 섭취된 영양소를 개미식물에게 공급한다.

이처럼 자연 그대로의 식생이 잘 보존된 바코국립공원내는 학습과 탐사를 위한 다양한 트레킹코스와 숙박시설(오두막집), 편의시설이 잘 마련돼 있어 , 세계 각국에서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장기적으로 체류하면서 탐사와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바코국립공원 앞 해상에는 버섯 모양의 바위가 여러개 눈에 띈다. 밑둥은 염분에 용식된 것으로 보인다.
 

199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위희복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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