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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세계의 짝짓기

하루살이 사랑법과 코끼리의 애정표현

 

거미 수컷(왼쪽)이 암컷과 교미한 후 암컷에게 먹히기 직전의 장면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동물들이 적지 않다. 거미는 수컷보다 암컷의 체격이 큰데, 암컷은 교미 후에 수컷을 잡아먹기 일쑤이다. 교미를 끝낸 암거미는 허기를 느끼므로 고단백질의 수컷을 먹이로 삼는다. 수컷은 교미행위를 하면서 재빨리 도망갈 궁리를 해야 한다.

교미 후 수컷 먹어치워

거미와 같은 절지동물인 전갈 역시 암컷이 사랑을 나눈 수컷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그러나 교미 전에는 다리로 상대의 몸을 휘감은 채 멋드러진 춤을 춘다. 춤을 추는 동안에 충분히 분위기가 고조되면 동굴로 들어가서 첫날 밤을 보낸다.

아침에 신혼의 침실에는 암컷이 먹다남은 수컷의 잔해가 발견될 따름이다. 거미 암컷처럼 전갈 암컷도 교미가 끝나자 마자 굶주림을 느끼기 때문이다. 암전갈은 비록 지아비에게 잔혹한 악처이지만 수십마리의 자식을 낳아 헌신적으로 돌보는 현모이다.

거미나 전갈 못지 않게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동물은 사마귀이다. 곤충 중에서 가장 피를 탐식하는 사마귀 암컷은 비수처럼 예리한 톱니모양의 날이 선 앞다리를 사용하여 닥치는 대로 살상한다.

암컷이 교미 전후를 가리지 않고 잡아먹으려 들지만 수컷은 암컷이 근시안이라는 약점을 이용하여 살금살금 접근을 시도한다. 암컷은 교미 도중에 수컷을 물어뜯는데, 몸의 절반이 먹힐지라도 나머지 부분에는 성욕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에 수컷은 교미를 계속한다. 교미가 끝난 뒤에 목이 잘린 수컷이 죽으면 암컷은 기다렸다는 듯이 먹어치운다.

곤충세계의 짝짓기는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하루살이는 특유의 춤을 추면서 목숨을 부여받은 하루의 대부분을 허송한다. 하루가 저물어갈 무렵, 최후의 한두 시간을 짝짓기로 보낸다. 수만마리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 종족 보존을 위한 축제를 벌이는 것이다.

모기 또한 땅거미가 지면 수만마리가 한 곳으로 떼지어 몰려들어 혼례를 준비한다. 근처 수풀에 있던 암컷들은 생식선의 분비물을 흘리면서 수컷의 무리 속으로 날아들어 짝을 찾는다. 암수가 눈이 맞으면 교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덤불 속으로 하강한다. 교미가 끝나면 암컷은 물 웅덩이에 알을 낳기 위해 떠나고 수컷은 다른 암컷을 만나기 위해 동료들이 몰려 있는 공중으로 되돌아간다.
 

암전같은 교미가 끝나고 수컷을 잡아먹는 악처이지만, 자식에게는 더없이 현신적인 현모다. 사진은 암전갈이 새끼들을 등에 업고 이동하면 장면


공중비행하며 교미

하루살이나 모기는 닥치는 대로 교미를 하지만 번식능력에서 파리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지구가 파리들의 집단으로 뒤덮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파리는 상대를 연속적으로 자극하여 교미한다. 교미 후에 암컷이 알을 뿌리고 돌아올 때마다 수컷은 다리로 암컷의 질을 자극한다. 교미와 산란행위를 벌갈아가며 계속하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파리가 지구상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파리는 교미상태로 비행을 자주 하는데, 이 점에서는 잠자리의 솜씨를 따라잡지 못한다. 잠자리의 교미과정은 동물세계에서 가장 절차가 복잡한 사례의 하나로 손꼽힌다. 잠자리의 생존기간은 12일 밖에 되지 않는다. 짝짓기에 짧은 삶을 불사르는 수컷이 취하는 첫번째 행동은 꼬리 끝부분에 달린 갈고리로 암컷의 목 주위를 얽어매는 것이다.

암컷이 뿌리치지 않는다면 수컷은 암컷의 꼬리 끝을 구부려서 자신의 꼬리 끝에 있는 생식기 쪽으로 끌어올린다. 마지막으로 수컷은 성기를 암컷의 생식기에 삽입하여 정액을 흘려보낸다. 한쌍의 잠자리는 함께 비행하면서 곡예를 연출하듯이 복잡한 짝짓기과정을 치른다.

사회성 곤충인 꿀벌 또한 여왕벌이 공중비행을 할 때 교미가 이루어진다. 대략 5만마리 정도가 한 집단을 이루는데, 여왕벌, 일벌, 수펄로 구성된다. 알을 낳는 능력이 뛰어난 암컷들은 여왕벌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일벌이 되고 수펄은 여왕벌의 애인 후보생이 된다. 꿀벌은 대단히 부지런하지만 성생활 면에서는 지극히 불운한 존재이다. 벌통의 5만여 벌 중에서 오직 두 마리, 즉 여왕벌과 수펄이 교미의 기회를 갖는데 그것도 어쩌다 한번이기 때문이다.

쾌청한 오후 숫처녀인 여왕벌이 하늘로 날아오르면 2백여마리의 수펄이 꽁무니를 뒤따른다. 공중에서 일정한 위치에 이르러 여왕벌이 느린 동작을 취하면 수펄 한마리가 잽싸게 여왕벌의 질 속에 생식기를 삽입한다. 두마리는 나란히 날면서 단 2초만에 교미를 끝낸다. 교미 뒤에 수컷은 성기를 끊어진 채로 여왕벌의 질 안에 남겨두고 땅바닥에 떨어져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나머지 2백여마리의 수펄은 패배의 아픔을 안고 벌통으로 돌아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시름시름 굶어죽고 만다. 단 한번의 신혼여행으로 수정된 여왕벌은 약 5년의 여생 동안에 무려 2백만개에 가까운 알을 낳는다.

 

코끼리 암컷은 10세 이후 대략 4년에 한번씩 발정한다.


복부 아무데나 찔러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해괴망칙한 성행위를 자행하는 대표적인 벌레로는 빈대와 좀벌레가 손꼽힌다. 빈대 암컷에게는 교미에 필요한 구멍이 없다. 수컷은 창처럼 날카롭게 생긴 페니스로 암컷의 복부를 아무데나 찔러 구멍을 만든다. 수컷의 성기에 찔려 암컷이 죽는 경우도 발생한다.

수컷은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정액을 쏟아넣는다. 정액은 혈관을 타고 난소가 있는 곳으로 흘러가서 난자를 만난다. 교미가 끝나고 나면 암컷 배에 뚫린 구멍은 없어지지만 흉터는 남는다. 따라서 상처 자국의 수를 헤아려보면 암컷의 교미 횟수를 알아낼 수 있다. 복부가 깨끗한 암컷은 성경험이 없는 처녀 빈대이다. 빈대 중에서 어떤 종은 수컷끼리 서로 배를 찌르고 교접행위를 한다.

좀벌레는 쐐기 종류에 기생하는 곤충이다. 기생곤충은 근친상간과 유아를 상대로 한 교미를 정규적으로 자행하는데 좀벌레도 예외는 아니다. 수컷 좀벌레는 출생 후부터 어미의 질 부근에 매달려서 지낸다. 어미가 분비하는 체액을 자양분으로 섭취하면서 동생이 태어나기를 기다린다.

암컷이 태어나면 수컷은 뒷발로 움켜쥐며 교미를 해치운다. 갓 태어난 새끼를 상대로 근친상간을 하지 못하면 번식의 기회를 놓치게 되므로 좀벌레로서는 종족 보존을 위해 유아와 교미하는 일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강간이 자손번식의 한 방편으로 진화되었다고 주장하는 생물학자들이 곧잘 예로 드는 곤충은 밑들이벌레이다. 죽은 곤충을 먹고 사는데 주로 거미줄에 걸려있는 것을 훔친다. 암컷은 죽은 곤충을 혼인선물로 바치지 않는 수컷과는 교미하지 않는다.

교미용 선물을 구하지 못한 수컷이 암컷을 수정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강간이다. 수컷은 지나가는 암컷에 달려들어 복부 끝에 달려있는 집게로 암컷의 다리를 붙잡고 강제로 교미한다. 수컷의 집게는 오로지 강간에 사용되기 위해 진화된 특수 기관이다.

사람 외에 강간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포유류는 오랑우탄이다. 열대우림에서 혼자 사는 오랑우탄은 강간이 전체교미의 절반 가까이 될 정도로 정규적으로 발생한다. 수컷은 큰 것과 왜소한 것의 두종류가 있다. 큰 수컷은 평균 몸무게가 암컷의 두배를 넘는다. 공격적이고 소란스럽지만 암컷이 선호하며 기꺼이 교미에 응한다.

한편 왜소한 수컷은 암컷 어른 크기만 하며 큰 수컷처럼 떠들지 않지만 강간을 일삼는다. 수컷은 암컷을 두들겨 팬 뒤에 성교를 하며 강간 당하는 암컷은 비명을 지르거나 흐느껴 울고 어린 새끼들은 교미가 진행되는 동안 깩깩거리며 강간범을 물어뜯고 때린다.

왜소한 수컷이 강간을 자행하는 이유는 교미 경쟁에서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큰 수컷과 싸워 이길 수 없으므로 자신의 암컷을 지켜내지 못하고 암컷 또한 그들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왜소한 수컷으로서는 강압적인 성교말고는 달리 자손을 퍼뜨릴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지구에 살았던 동물 중 가장 덩치가 큰 바다의 왕 고래. 짝짓기 방식이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저주파로 수코끼리 유혹

동물 중에는 짝을 찾지 못하면 수음을 하는 종이 많다. 다람쥐나 고슴도치처럼 작은 동물에서부터 코끼리와 돌고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성기를 자극한다. 성기를 입이나 손발 또는 꼬리로 애무한다. 생식기의 가려움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지속되면 나무와 같은 물체에 비벼대거나 땅에 끌고다니며 마찰시킨다.

코끼리와 고래의 성생활은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하나는 육지에서, 다른 하나는 바다에서 사는 동물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코끼리의 생식기는 몸집이 거대한 동물의 성공적인 짝짓기를 위해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암컷의 음부는 구멍이 여느 동물처럼 항문 근처에 붙어있지 않고 배의 아랫부분에 있다. 질이 배 아래쪽으로 길게 뚫려 있으므로 페니스 역시 매우 길다랗다. 페니스가 발기하면 골반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특수근육이 페니스를 에스(S) 모양으로 지탱하여 질 안으로 갈고리처럼 삽입되게 한다. 특이한 질의 구조 때문임은 물론이다.

코끼리 암컷은 약 10살 때 처음 발정하여 대략 4년마다 한번씩 발정한다. 발정기간이 겨우 사나흘 밖에 안되므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발정한 암컷은 요란한 소리로 다른 코끼리들을 부르는데, 이 소리는 주파수가 너무 낮아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밀림을 통과하여 수km까지 전달된다. 암컷의 소리를 들은 수코끼리들이 흥분한 모습으로 요란한 콧소리를 내며 달려와서 대소동이 벌어진다.

코끼리의 구애행동은 놀라울 만큼 사람과 비슷하다. 상대를 선택한 후 암컷은 매우 수줍어하고 장난을 친다. 수컷이 가까이 오면 도망가는 척 능청을 떤다. 서로 등을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상대의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기도 한다. 장시간 동안의 구애행위를 통해 사랑이 무르익으면 길다란 코로 상대의 성기를 애무한다. 상호수음으로 마침내 흥분하면 교미를 하러 숲속으로 사라진다.

코끼리 수컷은 뒤쪽에서 암컷을 올라탄다. 다른 네발짐승처럼 앞다리로 암컷을 껴안는 대신에 앞발을 암컷의 등 위로 올려놓고 어깨까지 점잖게 기어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암컷은 끽끽거리거나 나팔 부는 듯한 소리를 낸다.

페니스 삽입은 순식간에 조용히 끝난다. 교미는 대개 20초 이내에 완료된다. 페니스가 질 속에서 저절로 왕복운동을 하므로 수컷은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 수코끼리의 엄청난 몸무게가 짓눌러댐에도 불구하고 두마리의 코끼리가 성행위를 하는 동안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조용하게 서있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교미는 몇시간 동안 두세 차례 거듭되지만 부부관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암컷이 조만간 임신하게 되면 먼저 수컷에게 등을 돌린다는 사실이다.

코끼리 암컷은 고래를 비롯한 모든 포유동물 중에서 임신기간이 가장 길다. 20-22개월이다. 암컷은 2년 가까운 임신기간과 새끼를 돌보는 3년간은 교미에 전혀 관심이 없으므로 5년에 한차례 정도 짝짓기 기회를 가진다. 코끼리는 약 60년 이상 살지만 40살부터 노화가 시작된다.

제3의 고래가 동원

지구상에서 살았던 동물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것은 고래이다. 고래 중에서 가장 큰 것은 큰고래(blue whale)이다. 길이는 30m에 달하며 무게는 1백35t 이상이다. 코끼리 30마리 또는 사람 1천6백명에 맞먹는 무게이다. 가장 덩치가 컸던 공룡의 무게가 50t이고 보면 큰고래가 얼마나 거대한 동물인지 알 수 있다.

큰고래의 고환은 길이가 약 75cm, 무게는 45kg이다. 동물의 고환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다. 대부분의 포유류처럼 몸 밖의 주머니(음낭)에 들어있지 않고 콩팥 근처에 있으므로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페니스는 길이가 3m 정도 되며 지름이 30cm에 가깝고 단단한 밧줄처럼 생겼다.

따라서 사람의 페니스처럼 음경해면체가 충혈되는 대신에 황소의 성기처럼 근육의 신축력에 의해 발기가 이루어진다. 페니스의 길이와 굵기를 통해 암컷의 질이 얼마나 길고 큰 구멍인가를 실감하게 될 터이다.

어쨌거나 수컷은 성교가 끝나면 페니스를 몸에 붙은 특수 주머니에 넣어둔다. 거대한 물건이 몸 밖에 나와 있으면 수영이나 다이빙을 할 때 질질 끌리는 닻처럼 거추장스럽기 때문이다.

고래의 짝짓기 방식은 다양한데 흑고래와 쇠고래의 성행위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흑고래는 천천히 헤엄치면서 지느러미처럼 생긴 발로 상대의 몸을 애무하고 때린다. 사랑놀이를 하면서 상대를 때릴 때 나는 소리는 수km 멀리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요란하다.

두마리의 거대한 동물이 물 밖으로 완전히 뛰어올랐다가 벼락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광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케 한다. 물 위로 함께 오르면서 서로 얼굴을 대하고 교미를 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흑고래가 위로 솟아서 꼬리로 몸을 받쳐세우고 배와 배를 마주한 채 수직으로 서있는 모습으로 교미하는 것이 관찰된 적은 있다. 교미시간은 몇초 밖에 되지 않는다.

큰고래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쇠고래는 암수 한쌍이 바다 위에 둥둥 뜬 채 나란히 누워 상대의 얼굴을 보면서 삽입을 시도한다. 교미는 30초 이내에 끝나지만 한시간 동안 몇분 마다 계속하여 삽입을 반복한다. 특이한 것은 대부분의 짝짓기에 또 다른 수컷이 동원된다는 점이다.

제2의 수컷은 성교중인 수컷의 정반대 쪽에 누워 암수 두마리를 받쳐줌으로써 한쌍이 교미중에 자세가 흐트러져서 몸이 분리되는 일이 없도록 도움을 준다. 고래의 부피와 물의 부력을 고려해서 제3의 고래가 동원되는 교미방식이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돌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자유스럽게 성행위를 즐기는 동물의 하나이다. 대부분의 동물과는 대조적으로 별도의 정력 회복기간이 필요하지 않아 수시로 교미를 하며 동성애나 수음을 즐긴다.

특히 수음의 방법이 다양하고 교묘하다. 이를테면 물의 마사지 효과를 성적 쾌감으로 바꾸기 위해 들이닥치는 물에 생식기를 위치시키거나 제트기가 날아가는 속도로 물을 세차게 들이마시는 것도 알고 보면 수음을 즐기는 행위이다.

고래는 대부분 일부일처이지만 향유고래는 수컷이 20~50마리의 암컷으로 구성된 하렘을 거느리고 산다. 향유고래 역시 교미시간은 10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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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인식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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