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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②해부: 남녀의 신체특성9

1. 임신 9주째 외형으로 성별 구분

사람의 생명은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순간에 시작된다. 수억개의 정자 중에서 단 한개의 정자가 난자와 만나는데, Y염색체를 갖고 있는 정자가 난자와 만나면 남성이 되고, X염색체를 갖고 있는 정자가 난자와 만나면 여성이 된다. 성별이 결정되면 그에 따라 남성호르몬 또는 여성호르몬이 만들어지고, 그 호르몬에 따라서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의 특징이 나타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난 다음에는 엄마의 자궁에 착상해 38주 동안 자란 다음에 태어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난 다음 9주까지는 생김새를 보고 성별을 구별할 수 없으며, 9주가 지나야 바깥생식기관을 보고 성별을 구별할 수 있다. 하나의 구조가 9주가 지나면 남성에서는 음경(페니스)으로, 여성에서는 음핵(클리토리스)으로 발달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하나의 구조가 남성에서는 음낭으로, 여성에서는 대음순으로 발달한다.
 

남녀 골반 구조 차이


2. 음경과 음핵

이처럼 하나의 구조가 남성에서는 ‘가’로 발달하고 여성에서는 ‘나’로 발달하는 경우, ‘가’와 ‘나’를 상동기관이라고 한다. 즉 음경과 음핵이 상동기관이고, 음낭과 대음순이 상동기관이다. 상동기관은 하나의 구조로부터 발달했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 음경과 음핵을 예로 들어보자.

첫째 음경과 음핵은 크기가 다를 뿐이지 똑같은 발기조직을 갖고 있어서 성적 자극을 받으면 커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발기조직이 커지는 것은 동맥이 굵어지고 정맥이 가늘어짐으로써 피가 모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둘째 음경의 끝을 음경꺼풀이라는 피부가 싸고 있듯이 음핵은 음핵꺼풀이라는 피부가 싸고 있다. 음경꺼풀은 차지하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병균과 같은 이물질이 끼어 질병을 유발하기 쉽다. 그래서 남성은 음경꺼풀을 잘라내는 포경수술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성은 음핵꺼풀의 면적이 작기 때문에 이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

셋째 음경과 음핵에는 감각신경이 많이 분포돼 있어 중요한 성감대 역할을 한다.

3. 고환과 난소

남성의 고환과 여성의 난소도 상동기관이다. 따라서 고환에서 정자를 만드는 역할과 난소에서 난자를 만드는 역할이 비슷하며, 고환과 난소는 배 안에서 발달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고환과 난소는 큰 차이점이 있는데, 남성의 고환은 배 안에서 음낭으로 내려오고, 여성의 난소는 배 안에 계속 남는다. 왜 그럴까.

고환은 난소와 달리 차가운 곳에서만 정자를 만들 수 있으므로 배 안보다 비교적 차가운 음낭으로 내려와야 한다. 만약에 고환이 배 안에 계속 남게 되면 정자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므로 자식을 볼 수 없다. 따라서 음낭에서 고환이 만져지지 않는 남성은 되도록 일찍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음경과 음핵의 분화


4. 한쪽에서 사라져가는 흔적기관

생식기관의 상동기관 중에서는 남성에서만 발달하는 것도 있고, 거꾸로 여성에서만 발달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남성의 방광 밑에 있는 전립샘은 여성에서 매우 작은 구조에 해당된다. 반대로 여성의 질은 남성에서 매우 작고 기능이 없는 구조에 해당하고, 여성의 자궁은 남성에서 퇴화돼 흔적만 남은 구조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처음에는 하나의 구조였다가 남성 또는 여성호르몬의 자극에 따라서 발달하기도 하고 퇴화하기도 한다.

남성의 생식기관과 여성의 생식기관이 한 사람의 몸에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게 있는데, 이를 자웅동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여성이 태어나기 전에 남성호르몬의 자극을 지나치게 받으면 자웅동체가 될 수 있다. 이 여성의 음핵은 커져서 음경에 버금가게 되며, 양쪽 대음순은 합쳐져서 음낭과 비슷한 모양을 이루게 된다.

5. 병균이 침투하기 쉬운 여성 비뇨기관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관이 다르게 발달함에 따라 비뇨기관에 속한 요도도 다르게 발달하게 된다. 남성의 요도는 음경을 거처셔 열리기 때문에 길며, 서서 오줌 누는 것이 가능하다. 여성의 요도는 음핵과 질의 사이로 곧장 열리기 때문에 짧다.

여성의 요도는 질과 항문에서 가까운 곳으로 열리기 때문에 질과 항문에 있는 병원균이 요도로 퍼지기 쉽다. 게다가 여성의 요도는 짧기 때문에 병원균이 방광으로 퍼지기도 쉽다. 따라서 여성은 비뇨생식기관을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6. 유방과 젖샘

사춘기부터는 새로운 남성 또는 여성호르몬의 자극에 따라 새로운 남녀 차이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유방이다. 남성의 유방은 평생동안 기능이 없고 흔적으로만 남아 있으나, 여성의 유방은 사춘기부터 커지게 된다. 유방의 속에는 젖샘과 피부밑조직이 있는데, 그 중에서 젖을 분비하는 것은 젖샘이다. 따라서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에는 젖샘이 커지고, 젖을 다 먹이고 나면 젖샘이 다시 작아지게 된다.

유방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유방 속에 있는 피부밑조직의 크기다. 피부밑조직의 크기는 개인에 따른 차이가 뚜렷하나, 젖샘의 크기는 개인에 따른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 서양 여성의 큰 유방을 보고 부러워 할 때가 있는데, 유방이 크다고 아기에게 먹일 젖이 많은 것은 아니다. 가방이 크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오히려 서양 여성은 유방암이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서양 여성이 한국 여성의 유방을 부러워해야 할 것이다.

개 또는 돼지와 같은 짐승은 유방이 여러개 있으나, 사람은 유방이 두개뿐이다. 짐승은 새끼를 여러마리 낳으나, 사람은 아기를 많이 낳지 않기 때문이다.

짐승의 유방을 자세히 관찰하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여러개의 유방이 겨드랑이와 사타구니를 잇는 선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비정상적으로 유방이 여러개인 사람에서 겨드랑이와 사타구니를 잇는 선에 ‘추가’ 유방이 놓인다. ‘토탈 리콜’이란 영화에서는 양쪽 유방 사이에 유방이 더불어 있는 여성이 나오는데, 실제로 이런 유방은 있을 수 없다. 젖꼭지만 더불어 있는 경우에는 큰 점같이 보이기도 하며, 이런 경우는 남성에서도 나타난다.

7. 출산을 유리하게 돕는 골반뼈

사춘기가 지나면 여성의 엉덩이가 남성보다 커진다. 우선 여성의 엉덩이에 있는 피부밑조직이 발달하기 때문이고, 둘째로 여성의 골반뼈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골반뼈는 위아래가 뚫린 세숫대야 모양이다. 위로 뚫린 구멍을 위골반문, 아래로 뚫린 구멍을 아래골반문이라고 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위골반문과 아래골반문이 넓기 때문에 아기를 낳는데 유리하다.

나이든 사람은 “여성의 엉덩이가 크면 아기를 잘 낳는다”고 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엉덩이가 큰 여성 중에서는 피부밑조직만 발달하고 골반뼈가 넓지 않은 여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부인과 의사가 자연분만을 할지 제왕절개수술을 할지 결정할 때는 산모의 엉덩이 크기를 재지 않고, 산모의 위골반문과 아래골반문 크기를 잰다.

8. 남성은 다이아몬드형 여성은 역삼각형

남녀 신체의 차이는 털에서도 나타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온몸에 털이 많다. 사타구니에 있는 털의 경우, 남성은 배꼽까지 올라간 다이아몬드 모양이고, 여성은 아래에만 있는 역삼각 모양이다. 따라서 남성이 여성 수영복을 입으면 사타구니의 털이 많이 보여서 모양이 안좋다.
그러나 남성은 여성보다 머리털이 많이 빠져서 대머리가 되기 쉽다. 남성호르몬이 많으면 다른 곳의 털은 많아지지만, 머리털은 많이 빠지게 된다. 그래서 대머리인 남자에서 다른 곳의 털이 많은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9. 뼈와 근육의 크기

남성은 여성에 비하여 뼈와 근육이 크기 때문에 힘이 세다. 남성이 여성보다 뛰어나다고 말하는 사람한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남성은 여성보다 힘이 세기 때문이라고 할 때가 있다. 그렇다면 코끼리는 사람보다 훨씬 더 뛰어난가? 힘이 세면 유리할 때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어설픈 지식을 갖고 남녀 차별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남성의 특성이 유리할 때도 있고, 여성의 특성이 유리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은 남성에 비해 피부밑조직이 발달했기 때문에 극한 상황에서 오래 안먹고 버티기에 유리하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이해하고 유리한 점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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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정민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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