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섯다 장땡


우리는 일상적으로 확률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건 확률이 높아.” “왜 화투를 하면 나만 손해를 볼까? 확률적으로 이해가 안가.” 이런 현상은 논리적인 확률과 통계적인 확률의 괴리를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즉 논리적으로 정해진 확률이라도 실제로 실험했을 때는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확률은 그야말로 확률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겠다. 주사위 놀이를 여섯 명이 한다고 하자. 주사위의 각 눈이 나올 논리적 확률은 일 지라도 6번을 던지면 같은 눈이 여러 번 나오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때 경우의 수를 증가시켜가면 논리적 확률과 통계적 확률이 거의 일치함을 볼 수 있다.

또 우리가 사용하는 확률의 의미가 잘못 이해되거나 통용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한 반의 친구들 중에 생일이 같은 사람을 찾는 확률이 매우 작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구해보면 확률이 매우 높게 나온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섰다’같은 화투 놀이에서 사람이 많을수록 땡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확률에 관한 상식의 허실을 논리적으로 명확히 구분해보도록 하자.

1. 생일문제

23명이 모인 한 그룹에서 같은 생일을 가진 회원이 적어도 한 쌍 있을 확률은 50%를 넘는다. 그룹의 크기가 10명, 20명, 30명, 40명, 50, 60명일 때 같은 생일을 가진 사람을 만날 확률은 각각 0.117, 0.411, 0.706, 0.891, 0.970, 0.994이다.

예를 들어 그룹의 크기가 10명인 경우 어느 2명도 같은 생일이 되지 않기 위한 확률 q는 q=1×(364/365)×(363/365)×… (356/365)이다. 왜냐하면 두 번째 사람은 첫번째 사람과 다른 생일이어야 하고, 세 번째 사람은 첫 번째, 두 번째 사람과 다른 생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복된 생일이 발생할 확률 p는 1-q(1-0.883)이므로 0.117이다. 집단의 크기가 20, 30, 40, 50, 60명인 경우도 논리는 같고 계산을 좀 더 많이 해야할 뿐이다.

2. 화투놀이

2명의 ‘섯다’ 판에서 10땡, 9땡, …, 1땡 같은 것이 나올 확률은 0.1022이다 (3·8 광땡은 제외한다). 3명, 4명, 5명이 섰다를 하는 경우에는 땡이 나올 확률이 15%, 19%, 23%로 늘어간다. 10명이 할 때는 무려 41%나 된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내가 땡을 할 확률은 1/19인 5.26%이다.
예를 들어 영희, 철수 두 명이 섰다를 할 경우 땡이 나올 확률 p는 영희가 땡을 할 확률에 철수가 땡을 할 확률을 더하고 영희와 철수 모두가 땡을 할 확률을 빼면 된다. 즉 p=(1/19)+(1/19)-(1/19)×(18/18)×(1/17)=0.1022가 된다. 역시 사람이 늘어날 경우 계산이 복잡해 질 뿐 논리는 같다.
 

윷놀이


3. 가장 영리한 도박꾼

도박꾼의 파산(gambler's ruin)으로 알려진 확률문제에 따르면 무한 자본가인 카지노를 상대로 한 유한 자본의 개인은 필패(必敗)하도록 돼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은 현금으로 도박에 임하지만 카지노에서는 칩을 화폐로 유용한다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카지노에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무엇인가. 그것은 첫 판에 갖고 있는 모든 것을 거는 것이다. 그리고 지면 자리를 뜬다. 물론 이겨도 자리를 떠야 한다. 이 철칙을 알고 실천하는 도박꾼이 가장 영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번의 게임을 도박꾼들은 즐기려 할까. 파산의 지경에 이른 도박꾼들을 보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4. 복권의 기대값

일반인들이 확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복권이다. 1등의 당첨 금액이 1억5천만원인 5백원짜리 복권의 경우 1등에 당첨될 확률은 1백만분의 3정도밖에 안된다. 물론 1등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등수와 당첨 매수에 해당하는 기대값을 구해보면서 사람들은 희망을 건다. 하지만 기대값은 2백50원 정도. 이 중 복권으로 되돌려 주는 금액을 제외하면(보통 5천원 이하의 당첨금은 복권으로 되돌려준다) 약 75원 정도밖에 안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복권을 사는 것일까. 그 이유는 1억5천만원이 갖는 효용이 5백원이 갖는 효용의 백만배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5백원짜리 복권의 화폐적 기대값은 2백50원일지라도 복권을 사는 사람에게 있어 그 복권의 기대효용값은 5백원보다 크다는 것이다. “복권을 파는 기관은 확실하게 돈을 거두고, 복권을 사는 사람은 불확실한 꿈에 투자한다.” 이것이 복권이 굴러가는 운명의 수레바퀴라고나 할까.

5. 윷놀이

명절이면 사람들은 확률 게임의 하나인 윷놀이를 즐긴다. 윷놀이를 하면서 사람들은 일정한 확률을 기대하지만 윷놀이 만큼 다른 변수들에 지배되는 것도 흔치 않다. 예를 들어 윷의 모양, 윷이 떨어지는 바닥면의 성질, 윷을 던지는 방식이 모두 윷놀이의 확률에 관여한다.

윷놀이에 사용되는 윷은 반원이 아니라 원의 중심에서 아래 부분이 약간 잘려나간 모양을 취하므로 결국 얼마나 잘라냈는가가 두 면의 출현확률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또 윷이 떨어지는 바닥면의 성질이 윷의 운동에 영향을 미쳐 확률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딱딱한 바닥에서 윷을 굴릴 경우 평면이 바닥에 닿을 때 충격이 커서 윷은 쉽게 멈춰 항상 곡면만 나타난다.

14면 주사위와 마찬가지로 윷도 위로 던지는 경우와 옆으로 굴리는 경우의 확률이 다르다. 윷을 굴리는 경우 둥근 면에 대한 논리적 확률은 0.5897이나 던지는 경우에는 0.3287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모’를 원하는 경우에는 눈치껏 윷을 굴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윷’을 원하는 경우에는 가급적 윷을 위로 던지는 것이 좋다.

성(聖)과 속(俗)은 공존한다. 확률의 경우가 바로 그런 예이다. 유태인들은 확률을 하나님의 뜻으로 해석했다. 예컨대 세례자 요한의 부친인 즈가리야는 제비뽑기에 의해 성소에 들어 가 (누가복음 1장 9절) 천사의 말씀을 들었다. 그러나 유태인 사회에서는 도박(확률게임)이 금지돼 있다.

확률의 이론은 도박에서 기원해 발전했고, 한참 후에야 보험에 응용됐다. 보험도 도박과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을 다루기 때문이다. 사람이 언제 죽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사람들의 평균 수명과 연령별,직업별 질병 발생률을 조사해 확률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과 개인의 미래를 보장해 주는 보험 역시 보험통계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해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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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허명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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