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요정 칼리스토는 사냥감을 쫓아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제우스는 눈부신 그녀의 자태에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남편의 바람기에 진저리가 난 헤라는 칼리스토를 곰으로 만들어버렸다. 칼리스토는 이제 오히려 사냥꾼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한참을 달아나다가 칼리스토는 그녀의 아들 아르카스와 맞딱드렸다. 그녀는 반가움에 아들을 껴안으려 했지만,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한 아르카스는 곰이 자신을 공격하는 줄 알고 활을 당겨 칼리스토를 죽이려 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제우스는 연인을 보호하기 위해 아르카스 또한 새끼 곰으로 변하게 했다. 제우스는 곰이 되어버린 두 모자를 안타까워하며 칼리스토는 큰곰자리, 아르카스는 작은곰자리로 하늘에 올려주었다. 그러나 헤라는 여전히 분이 안 풀려 두 별자리를 북극 근처에 옮겨 영원히 지지 않고 고통스럽게 하늘만 맴돌도록 했다. 모자의 슬픔이 아직도 계속되는 까닭이다.
북두칠성이 아니라 북두?성
큰곰자리는 하늘에서 바다뱀자리와 처녀자리에 이어 3번째 큰 별자리다. 대부분의 북반구 지역에서는 일년 내내 이 별자리를 볼 수 있다. 큰곰자리 전체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으나 곰의 꼬리에 해당하는 북두칠성은 모르는 이가 없는 친근한 별자리다. 고구려의 고분벽화에서 반 고호의 명화 ‘별이 빛나는 밤’에 이르기까지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감성에 깊이 깃들어 있는 별자리다.
중국에서는 황제가 타는 수레모양으로, 영국인들은 아더왕의 전차로 상상했다. 7개의 별 가운데 양끝에 놓인 알파별과 에타(η)별을 뺀 나머지 다섯 별은 ‘큰곰자리 운동 성단’으로 불리는데, 이들은 모두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젊은 별무리이다. 3등성인 델타별을 빼고는 모두 2등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국자의 휘어진 손잡이가 목동자리 아크투르스와 처녀자리 스피카로 이어지며 ‘봄의 대곡선’으로 불린다. 이 선은 봄철 별자리를 찾아가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휘어진 국자 손잡이 끝에서 2번째 별 미자르를 자세히 보면 실은 두개의 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2등성 미자르와 4등성 알코르다. 옛날 아라비아에서는 이 두 별이 병사들의 시력검사에 사용됐다고 한다. 보통 시력을 가진 사람들은 12분 떨어진 알코르를 알아보기 어렵다. 한편 미자르는 역사상 망원경으로 발견된 최초의 쌍성이기도 하다. 1650년 이탈리아 천문학자 지오반니 리치올리가 미자르에서 14초 떨어진 동반성을 찾아냈다. 그 후 미자르의 스펙르럼을 조사해 주성과 반성이 모두 분광쌍성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맨눈으로는 하나의 별로 보이는 미자르가 실은 여러개의 별 집단으로 이루어진 대가족인 것이다.
북극성은 진짜 북극 아니다
북극성은 작은곰자리에 속하는데, 이 별자리는 북두칠성의 손잡이를 반대로 휘어놓은 모양과 비슷하지만 어두운 별들이 많아 도시에서는 전체모습을 보기 어렵다. 작은곰자리 알파별인 북극성은 오랫동안 지상, 바다, 하늘을 오가는 여행자들에게 방향과 위치를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 밝기는 2.02등급으로 48번째지만 하늘에서 가장 중요한 별이다.
천구의 북극은 지구의 세차운동으로 매년 15초씩 움직이고 있는데, 현재 북극성은 천구의 북극에서 0.7도 떨어져 있다. 2102년에는 천구의 북극은 북극성과 0.46도까지 접근한다. 북극성의 위치는 오래된 유적이나 문헌의 나이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 이기도 하다. 2천년 전에는 작은곰자리 2등성 베타별이 북극성 역할을 했는데, 그 당시 나온 중국의 천문서들엔 이 별을 제성(帝星, 황제별)이라고 해 하늘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부여했다. 그보다 더 오래전인 4천년 전에는 지금의 용자리 알파별인 더반이 북극성 역할을 했다. 이때에 세워진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의 북쪽 입구는 이 별을 향하고 있다. 지금부터 2천년 정도 지나면 지금의 북극성이 천구의 북극에서 30도나 멀어져 세페우스자리 감마별이 북극성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의 북극성은 8백20광년 떨어진 세페이드형 변광성이다. 절대등급이 -4.5등급으로 절대등급+4.8등급인 태양보다 5천배나 밝다. 구경 75mm보다 큰 망원경이면 18.5초 떨어진 9등급의 반성을 볼 수 있다.
하늘에서 거리 재기
북두칠성은 밤하늘에서 별 사이의 각거리를 재는 좋은 기준자다. 자신의 주먹을 앞으로 뻗어 북두칠성의 크기와 비교하면 주먹이 가리는 부분의 각거리를 알 수 있다. 이 크기를 알고 있으면 다른 별자리의 크기나 길잡이 별들 사이의 거리를 쉽게 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