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근래 개봉된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서 세기말적인 우울함을 달래는 듯하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바닷속에 깊이 잠겨버린 타이타닉호를 보면서 그 당시의 상황 재연에 놀라고 있지만, 이 타이타닉호 사건이 수중음향학의 시발점이 됐다고 하면 또한번 놀랄 것이다.
타이타닉호는 20세기 들어 인간이 만든 배 중 가장 튼튼하며 어떤 경우에도 침몰하지 않는 배라고 자신했던 여객선이었다. 그러나 바람도 잔잔하고 조용했던 평온한 바다에서 조그마한 빙산에 부딪친 후 무참히 침몰하는 과정은, 자연의 엄청난 위력과 인간의 약함을 다시 한번 실감시키는 장면이었다.
아무리 맑은 물이라 하더라도 물 속에서 몇 m 앞을 내다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빛과 같은 전자기파는 물 속에서 단지 수 m의 짧은 거리만을 전파하면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잃기 때문이다.
캄캄한 밤중이라도 타이타닉호의 선원들이 배 앞에 빙산이 있는 줄 알았다면 그들은 속도를 줄이고 빙산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1912년 발생한 타이타닉호의 침몰 사건은 1천5백13명의 생명을 빼앗아간 불행한 사고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사고 당시와 같은 어두운 밤에 물 속에 있는 물체를 어떻게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또 현대에 활용되고 있는 수중음향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바닷속의 영웅 소나
어두운 밤에 장애물이 있는 길을 걸을 때는 전등으로 앞을 밝혀야만 넘어지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바닷속에서도 앞을 볼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수중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먼 거리까지 관측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소리를 발생시키고 수신할 수 있는 음향장치인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 음향탐지기)이다. 소나는 자체적으로 소리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반사돼 오는 소리와 외부 소리를 들음으로써 장애물을 식별하는 능동소나와 단지 소리를 듣기만 하면서 탐지물을 식별할 수 있는 수동소나가 있다.
소나는 제 1차 세계대전 후 전자 장비들의 급속한 발달로 음파를 이용한 탐지장치로 개발됐다. 미국에서는 제 2차 대전이 임박한 1938년 소나의 대량생산이 가능했다. 미국은 제 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 소나를 대부분의 군함에 장착해 독일의 잠수함 유보트(U-boat)를 섬멸하는데 이용했다.
군함 또는 음향어뢰에 장착된 소나는 해양에서 표적을 잘 탐지할 수 있어야 하므로 강력한 음파를 발생시키고 수신된 신호를 잘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수중 음파 발생장치의 개선은 전기적인 에너지를 역학적인 에너지로 변환시켜주는 압력 변환자와 전기 증폭장치의 개발로 가능해졌다. 그러나 음파탐지장비인 소나의 적정 운영주파수를 선정하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음파를 전달하는 상황은 매질의 물리적 성질에 따라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실험에만 근거한 자료들을 가지고 소나의 적정 운영주파수를 선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컴퓨터가 발달해 보다 효율적인 소나의 적정 운영주파수를 선정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뜻을 상대방의 말을 들음으로써 이해한다. 마찬가지로 수중에서 소리를 이용하는 것은 정보를 전달하거나, 알고자 하는 정보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가진 소리를 음향신호라 부른다. 그러나 수중에서는 공기중보다 많은 부유물들이 떠 있어 원하는 곳으로 소리를 전파시키기 어렵다. 또 전파된 소리도 진행할수록 세기가 점점 약해진다.
공기방울은 말한다
수중에서 형성되는 공기방울들은 음파를 산란시켜 음파의 장거리 전파를 방해하는 주범이다. 이들이 수중소음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수중에서 전달되는 음파가 갖고 있는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중에서 발생되는 소음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음의 세기가 어떻게 해석되는지 알아야한다.
따라서 소음의 발생 메커니즘과 소음의 세기에 대한 이해와 소음을 배제한 음향신호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근래 들어 컴퓨터의 연산 처리 속도가 향상되면서 다양한 음향신호 분석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물 속에서 만들어진 공기방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바닷물 속에서는 많은 원인들에 의해 공기방울들이 만들어진다. 그 중에서도 특히 파도, 비, 해상에서 운행되는 선박, 그리고 해양 생물이 공기방울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만들어진 공기방울은 공진하면서 소리를 주변에 효율적으로 방출한다.
수중에서 만들어진 개개 공기방울들의 운동은 용수철처럼 복원력을 가진 역학적 진동자로 설명할 수 있다. 수중에 형성된 공기방울의 크기와 개개 공기방울에 의해 방출되는 소리의 공진주파수와의 상관 관계는 미네르트(Minnaert, 1933)에 의해 밝혀졌다. 공기방울의 반지름과 공진주파수의 곱은 3.3 정도. 예를 들면 반지름이 1 mm인 공기방울의 경우 약 3.3 kHz의 소리를 매우 효율적으로 방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해양에서는 1 mm 또는 그보다 작은 많은 공기방울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3 kHz 이상의 수중 소음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해양에서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백 Hz 대역의 소음이 주로 관측된다. 이는 이미 형성된 공기방울들이 집단운동을 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두 개의 공기방울들은 집단운동을 함으로써 각각의 공진진동수보다 약 70% 낮은 공진진동수를 갖는다. 또 공기방울이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물에 비해 공기방울이 들어있는 물은 매질의 압축률이 변해 음속을 변화시킨다. 이것이 공진진동수를 낮추는 요인이다. 한마디로 얘기해 수중에서 발생하는 공기방울로부터 얻는 정보는 우리가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 눈으로 쉽게 볼 수 없는 곳을 보는 것과 같다.
최근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수중소음과 수중음파의 전달을 연구할 때 능동 소나를 이용해 수중 공기방울 집단의 분포 및 공기방울 크기를 예측할 수 있는 음향탐사법들이 제안돼 해양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