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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틀란티스 대륙의 정체

지중해 크레타섬이 유력한 후보

 

아틀란티스 대륙 상상도


'아틀란티스 대륙'이란 말은 항상 우리들의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가상의 얘기이든 사실이든 아틀란티스 대륙의 전설처럼 수천년 동안 수많은 호사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온 것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틀란티스는 실제로 존재했을까.

'아틀란티스 대륙'이라는 단어는 기원전 335년경 플라톤이 쓴 '대화편'에서 처음 언급된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이상 국가에 대해 설명하는 중 '아틀란티스 대륙'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9천년 전에 아주 강력한 고대 국가가 있었다. 이 나라는 모든 면에서 완전한 이상국가였다… 그런데 엄청난 지진과 해일이 일어나, 단 하루의 밤과 낮 사이에 아틀란티스 대륙은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아직 사라진 섬과 유적들이 수면 바로 아래에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배가 항해하기 불가능하다."

플라톤 이후 아틀란티스 대륙에 대한 논쟁은 꾸준히 이어져 내려왔다. 수많은 저자들이 아틀란티스 대륙의 위치를 놓고 다양한 주장을 펼쳤다. 발간된 책만 해도 5천권이 넘었다.
 

지진과 해일로 인해 파괴되는 아틀란티스 대륙의 모습


서양이나 지중해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태평양 한가운데 있다는 설명도 있었고 심지어 영국이 아틀란티스 대륙이라는 설까지 등장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가 아틀란티스 대륙이므로 자신들이 아틀란티스인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민족이 20개가 넘었다.

그러나 가장 세인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이그나티스 도넬리의 책이다. 그는 '노아 홍수 이전의 아틀란티스 대륙'(1882)과 '신들의 황혼, 불과 돌맹이의 시대'(1883)를 출판했는데, 이 책들은 1963년까지 50회 이상 재판됐다. 도넬리는 플라톤의 얘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세계에 퍼져있는 전설을 수집해 정리했다.

도넬리는 '아틀란티스 대륙'이 대서양 한가운데 대륙으로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각 대륙에 퍼져있는 피라미드, 미라의 보존 기술, 태양력, 그리고 대홍수의 전설을 예시했다.

즉 아틀란티스 대륙이 대홍수로 가라앉은 후 두문화권이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 현재의 동서문화로 제각기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넬리는 플라톤의 얘기에 너무 집착했기 때문에 일반인이 수긍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내용을 많이 기술했다.
 

자신이 아틀란티스 대륙이라고 주장한 국가 분포도.


이웃 섬의 화산폭발로 황폐화

이에 비해 학문적 발굴에 토대를 둔 설득력 있는 주장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아틀란티스 대륙의 파괴는 지중해 크레타섬의 미노아 문명, 그리고 대폭발을 일으킨 화산섬 테라의 유적과 관련된다는 내용이다. 이 가설은 1909년 '타임'지의 한 사설에서 처음 발표됐으며, 그 후 '재발견된 아틀란티스 대륙'이라는 사설로 1969년 다시 언급됐다.

사설은 플라톤이 말한 아틀란티스 대륙과 미노아 문명이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유사성을 가졌다고 말했다. 우선 책에 언급된 아틀란티스의 위치가 크레타섬의 위치와 비슷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틀란티스 대륙에서 황소를 제물로 바칠 때 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매듭과 몽둥이만을 사용했다는 기록이다. 크레타인들은 무기 없이 황소와 싸우는 운동을 즐겼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듯 1960년 그리스의 지진학자 가라노포우르스는 플라톤이 기록한 아틀란티스 대륙에 관한 19가지의 사실은 대부분 크레타 문명과 연관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가지 중 6가지는 완전히 일치하고 8가지는 일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 학자도 있었다.

그렇다면 '단 하루의 밤과 낮 사이에' 대륙이 갑자기 소멸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1939년 처음 제기됐다. 기원전 14세기 크레타에서 1백60km 북쪽에 위치한 테라섬에서 갑작스럽고 거대한 화산이 폭발해 크레타를 황폐화시켰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한 과학자는 테라섬의 화산 규모를 예측해 눈길을 끌었다. 1883년 자바섬의 화산폭발과 테라섬의 경우를 비교한 연구였다. 자바섬의 폭발은 약 4천8백km 떨어져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동부 주민들의 귀에 들릴 정도로 대규모였다.

그런데 테라섬의 화산 폭발은 자바섬의 경우에 비해 4배나 큰 규모였다. 그렇다면 테라섬의 폭발이 크레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크레타섬에서 북쪽으로 1백60km 떨어진 테라섬.


폭발에 의한 진동이 크레타의 건물들을 파괴시켰고, 거리는 화재로 뒤덮혔다. 엄청난 해일이 북쪽의 여러 연안을 강타했고 큰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 섬의 중앙과 동쪽에는 20cm 이상의 화산재가 수북히 쌓였고, 식물들은 대부분 질식사했다.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틀란티스 대륙에 대한 많은 과학적 조사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초적인 의문을 떨칠 수 없다. 플라톤이 말한 내용의 어떤 부분까지 실제라고 믿을수 있을까.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말한 '이상 국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상상 속의 아틀란티스 대륙을 꾸며낸 것은 아닐까. 즉 플라톤의 주된 관심사는 고대의 역사가 아니라 '이상 국가'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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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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