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에너지원’이라고 일컬어지는 ATP가 1997년 화학 부문의 노벨상을 안겨줬다. ATP 합성반응에 관여하는 효소의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한 미국의 폴 보이어 박사(79세)와 영국의 존 워커 박사(56세), 그리고 이온을 운송하는 효소인 나트륨이온, 칼륨이온 ATP아제를 발견한 덴마크의 젠스 스코 박사(79세)가 그 영예를 안았다.
ATP는 박테리아, 균류, 식물, 동물(사람) 등 모든 생물체가 생존하는데 필수적인 에너지로 작용한다. 에너지가 필요한 생체반응, 예를 들어 세포 구성성분의 생산, 근육운동, 신경전달의 신호 등의 중요한 생명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ATP다. ATP는 아데노신 3인산(Adenosine TriPhos-phate)의 약자로, 핵산인 아데노신과 3개의 인산으로 이뤄진 비교적 간단한 화학물질이다
ATP에서 가장 바깥쪽 인산을 제거하면 ADP가 얻어진다. 이때 방출되는 에너지의 도움으로 세포 내에서 여러가지 생체반응이 일어난다. 반대로 무기인산이 ADP에 붙게 되면 다시 ATP가 만들어진다. ATP는 주로 음식물로부터 흡수된 탄수화물과 지질이 ATP 합성효소에 의해 가수분해될 때 만들어진다. 하루에 성인이 만드는 ATP의 총량은 체중의 반, 심한 노동을 하는 사람의 경우 1t 정도의 양이 필요하다.
1929년 독일 화학자 칼 로우만이 처음으로 발견한 ATP는 1957년 영국 노벨상 수상자인 토드에 의해 최초로 화학적으로 합성됐다. 이 물질의 역할은 1953년 의학 부문의 노벨상 수상자 미국의 리프만에 의해서 규명됐다. 그후 미토콘드리아에서 ATP 합성을 촉매하는 ATP 합성효소도 발견됐다.
물레방아 이론
보이어 박사는 1950년대 초부터 ATP 형성에 관해 연구했으며,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위스콘신대학에서 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에서 화학·생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주된 연구 과제는 동위원소를 사용해 ATP 합성효소가 어떻게 기능하며 새로운 ATP를 어떻게 만드는가 하는 문제였다.
워커 박사는 1980년대부터 ATP 합성효소의 구체적인 화학적 구조적 지식을 얻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이 효소의 아미노산 순서를 결정했고, 1990년대에 들어와서 이 효소의 3차원구조를 밝혀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현재 케임브리지대학 분자생물학·의학연구위원회에서 연구하고 있다.
보이어 박사와 동료들이 발견한 중요한 사실은, 일반적인 다른 효소들처럼 ADP로부터 ATP가 합성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쓰이는 것이 아니고, ADP와 인산이 효소에 접촉되는 과정과 ATP가 제거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ATP 합성효소는 세포막에 부착돼 수소이온을 운송해주는 F0와 세포막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있는 F1으로 구성돼 있다. 보이어 박사는 ATP 합성효소를 물레방아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이를 ‘분자동력기계’라고 불렀다. F0가 물레방아이고, 수소이온의 흐름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이라고 하자. 그러면 물레방아가 돌 때마다 방아통에 있는 곡식인 F1이 구조변화를 일으켜 ATP라는 에너지원인 곡식알을 얻게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세포 내부와 외부에 있는 이온의 구성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1920년대 초에 이미 밝혀졌다. 즉 세포 안팎에서 나트륨이온과 칼륨이온의 농도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온이 운송되면서 ATP가 소요되고, 살아있는 세포에서 ATP의 형성을 방해하므로 운송이 멈추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스코 박사는 덴마크 아하우스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생물물리학과에서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이온의 운송과 관련해 신경세포막에서 ATP를 붕괴시키는 효소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1957년에 처음으로 ATP 붕괴효소인 ATP아제가 나트륨 이온과 칼륨이온에 의해서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나트륨이온, 칼륨이온 ATP아제의 실존을 확인했다. 즉 그는 처음으로 물질이 세포막을 통해 직접 운송에 참여하고 이를 추진하는 효소가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칼륨이온이 세포 내부로 유입되는 것보다 나트륨이온이 밖으로 배출되면 세포막을 경계로 전기적인 전위차가 얻어진다. 이러한 전위차는 신경자극을 통해 신경섬유나 근육세포로 자극을 전달시킨다. 뇌에서 산소부족현상이나 영양결핍으로 ATP의 형성이 정지되면 동시에 이온펌프의 작동이 정지돼 결과적으로 의식을 잃게 된다.
이러한 연구결과로 이와 유사한 효소인 근육수축에 작용하는 칼슘이온 ATP아제가 골격근육에서 발견됐다. 이는 심장근육운동의 기능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수소이온, 칼륨이온ATP아제라는 효소는 위에서 염산을 만들게 된다. 최근 위궤양 연구에서 이 효소의 기능을 방해시키는 물질을 찾음으로써 그 치료약을 제조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