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백96℃의 액체질소 속에 보관한 수정란이 불임여성에게 임신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서울 제일병원 체외수정 연구팀(팀장 전종영박사)은 냉동보관해두었던 수정란을 녹여, 시험관아기 희망여성에게 이식했는데 그 여성의 몸에 태기가 움트기 시작한 것. 이는 동양권에서는 최초의 일이며,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나라가 별로 없어 우리의 시험관아기 시술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조금은 특이한 아기를 갖게 된 여성은 올해 46세인 김모씨. 양쪽 난관의 폐쇄로 26년간 불임상태였던 김씨는 수정란 이식만도 벌써 5차례다.
김씨는 4차 시도를 할 때 자신의 몸에 생긴 6개의 난자중 3개는 즉시 이용했으나 나머지 3개를 냉동보관해 두었다.
김씨의 4차 이식은 실패로 끝났고 2개월 후 5차 이식을 했다. 이때 냉동보관해두었던 3개의 수정란을 꺼내 김씨의 정상 배란주기에 맞춰 이식했는데, 호로몬검사를 통해 임신되었음이 확인되었다.
난자채취→체외수정→이식의 3단계
국내에서만드 50여명 이상 태어난 시험관 아기. 이들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난자채취→체외수정→체내이식 3단계를 거친다.
종래에는 복강경이나 개복수술을 통한 난자채취가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경질초음파를 이용한 채취를 하므로 신체적ㆍ경제적 부담이 많이 줄었다.
체외수정술은 이미 다양화의 길을 걷고 있다. 병원에 따라 또는 의사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활용, 채취한 난자와 정자를 합쳐 몸밖에서 수정란을 만든다.
그런데 시험관 아기를 임신할 확률은 15~25%에 불과하다. 이 수치도 동시에 3~4개의 수정란을 체내이식했을 때만 가능하다. 1개의 수정란을 이식했을때의 임신성공률은 10% 미만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여러 개의 난자를 얻기위해 과배란유도를 한다. 성선자극호르몬을 주입하여 다량의 난자가 생기도록 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해서 한꺼번에 10개의 난자를 얻었다고 치자. 10개의 난자를 모두 체외수정시키면 일단 10개의 수정란이 생긴다. 만일 이들을 한 여성의 몸에 한꺼번에 이식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10쌍동이도 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정란 3~4개를 이식하는 것보다도 임신성공률이 낮다.
이 10개의 수정란을 3+3+4로 나눠 이식한다면 1차시도에서 임신에 실패한다 할지라도 2번의 기회가 남게 된다. 또 지나치게 많은 수의 쌍동이를 낳게 될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한꺼번에 이식하는 것보다 일부는 보관해 두었다가 나누어 이식하는 게 장점이 많다는 얘기다.
이제는 수정란을 어떻게 보관하느냐가 과제로 등장한다. 결국'냉동보존학의 총아'로 알려진 액체질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수정란의 냉동보관은 난자의 냉동보관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다. 하지만 냉동됐던 수정란을 녹여 사람에게 제공, 임신에 성공한 것은 세계적으로 불과 4년전의 일이다. 네덜란드의 자일마커(Zeilmarker)의 공로였다. 냉동생리학이 어지간히 발달한 미국에서도 2년 전에야 그 일이 이뤄졌다.
이번 제일병원에서 성공한 냉동보존→해빙→이식→임신과정은 독자적인 연구의 결과는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트론슨(Trounson) 그룹의 냉동보관방법을 받아들인 뒤 일부 수정을 가해 적용했던 것.
제일병원 연구팀은 주로 8세포기 수정란을 냉동에 이용했다. 우선 수정란내의 수분을 뺀뒤 동결방지제(Cryoprotectant) 인 DMSO(Dimethyl Sulfoxide)를 주입했다. 그리고는 여러단계로 나눠 서서히 농도를 낮추는 방법(Slow freezing)을택했다. 영하 80℃까지 낮춘 다음 액체질소탱크로 옮겨 장기간 보존했던 것.
해빙도 단계별로 서서히 했다.(Slow th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