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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후 지구상에 열대우림은 없다.

인도네시아 산불파장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지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불이 전세계적인 환경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열대우림은 지난 1백년간 지구상에서 가장 심하게 파괴가 진행된 곳이다. 열대우림의 가치와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살펴본다.

요즘 지구 전역에서 벌어지고 열대우림의 파괴는 모두가 한번쯤 그 심각성을 인식해야 할 중대한 환경 문제다. “열대우림이 사라지든 말든 우리네와 무슨 상관이 있는 일인가” 하고 반문할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열대우림의 파괴가 오늘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할 지구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남의 일만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지난 고도 성장기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열대우림을 가장 많이 파괴했던 전과가 있다. 즉 6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 국내의 가구회사와 합판회사 등이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수없는 나무를 베고 이를 가공해 수출함으로써 경제 성장의 밑둥을 다졌던 것이다.

이렇다 할 임산자원을 갖지 못한 우리나라가 한때 세계 제일의 합판수출국이었다는 사실은 우리 자신도 사라져가는 열대우림에 대해 적잖은 책무가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1분에 축구장 수십개 없어져

열대우림은 보통 북위 23도 30분과 남위 23도 30분 사이에 위치한 고도 1천m 이하의 지역으로, 연평균 강수량이 적어도 1천8백mm 이상인 곳에 자리잡고 있다. 열대우림은 평균 30-50m씩 자라는 상록수가 두터운 임관(林冠)을 형성하면서 숲 안으로 태양광선 투입이 거의 차단될 정도로 높은 밀도를 유지하고 있다.

흔히 세계 3대 열대우림지역으로는 중남미 열대우림, 아프리카 열대우림, 그리고 말레이시아 열대우림이 꼽힌다. 이 가운데 지구 전체 열대우림의 5분의 3이 분포된 중남미 열대우림지역은 아마존 지역, 안데스산맥의 서부, 적도 북부에서 멕시코까지 뻗어 있는 3개 지역을 말한다. 아프리카 열대우림지역은 네 부분으로 구분되며, 북위 10도와 남위 5도의 대서양 해안을 걸쳐 분포하지만 모두 부분적으로 파괴된 상태다.

한편 동남아시아 지역이라고도 불리는 말레이시아 열대우림은 파푸아뉴기니를 포함한 말레이 군도를 말한다. 아시아의 진정한 열대 우림지역은 태국의 최남단부, 남서 캄보디아 등에 걸쳐 형성돼 있다. 이밖에도 작은 면적의 열대우림이 오스트레일리아, 극동 및 인도대륙의 일부지역과 열대의 섬지방에 흩어져 있다.

금세기 초엽만 해도 지구 전체 지표면의 16%를 차지하던 열대우림은 현재 지표면의 약 6-7% 면적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세계 열대우림의 원래 총면적은 1천6백만km²였으나 이제는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6백40만km²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오늘도 1분에 축구경기장 수십개에 해당하는 열대림이 소실되고 있다.(오른쪽 도표 참조).

전문가들은 만일 지금과 같은 속도로 파괴가 계속된다면 약 80년 뒤에는 지구상에서 열대우림이 영원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간별 열대우림 훼손랸(출처:열대우림 액션 네트워크)


숲을 팔아 경제를 살린다?

열대우림은 조악한 경제구조를 가진 후진국에 대부분 분포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경제개발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거대한 목재 축적량을 가지고 있는 열대우림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열대우림 파괴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들 자원을 보유한 국가들의 과도한 인구증가와 그로 인한 경작지 확장, 부존자원을 활용해 경제개발을 이루겠다는 후진국의 개발의지, 그리고 이 곳에 입성한 다국적 기업의 산업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산업화된 선진국의 다국적 자본은 향상된 벌채 기술과 새롭게 개발된 벌채 장비를 활용해 엄청난 속도로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있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강 지역은 세계 열대우림 면적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지만, 브라질 정부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는 광산과 목장의 개발, 개척민들의 이주로 매년 2백만ha씩 파괴되고 있는 상태다.

아프리카 열대우림의 파괴는 코트디부아르와 나이지리아에서 특히 심각하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개간과 벌채로 매년 15%씩 밀림이 유실되고 있다. 이미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의 경우 남아있던 거의 모든 열대우림이 사라져버렸다. 인도양 쪽에 있는 마다가스카르의 열대우림은 많은 희귀종 동식물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늘날 가장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말레이시아 열대우림지역의 파괴도 만만치 않다. 한때 국토의 70% 이상이 열대우림으로 덮혀 있던 목재 수출국 필리핀과 태국은 과도한 벌채로 인해 요즘은 오히려 목재 수입국으로 전락했으며, 태국의 경우 30%, 필리핀의 경우 4% 미만의 국토만이 열대우림으로 남아 있다.
 

열대우림에 선진국의 다국적 자본이 유입되면서 향상된 기술은 이 지역의 황폐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수난의 ‘젖은 사막’

80만ha의 열대우림이 잿더미로 변한 인도네시아 산불은 열대우림 파괴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인근 국가들에게 심각한 연무현상을 일으켜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하긴 했지만, 사실 올해의 산불은 매년 벌어지던 일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브라질 정부와 마찬가지로 과도하게 늘어난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80년대부터 열대우림을 개발해왔다. 농민들을 밀림에 이주시키는 이주정책은 오는 2005년까지 계속되며, 총 6천5백만명의 농민을 정착시킬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와 칼리만탄섬 남부에 이주한 농민들은 건기 때 밀림지역에 불을 질러 비옥한 경작지를 마련하는 전형적인 화전식 영농방법에 의존해왔다. 이들은 밀림에 불을 지른 후 수년간 곡식을 재배하다 땅이 척박해지면 인근 밀림에 불을 질러 새로운 경작지를 마련하는 약탈식 영농방법에 의존한다. 그러나 물리적 구조가 가장 취약한 토양으로 구성된 이 지역의 숲은 한번 파괴되면 다시 복구되지 않으며, 바로 사막화되기 쉽다. 그래서 생태학자들은 공극 간격이 넓은 열대우림의 토양을 ‘젖은 사막’이라 부른다.

열대우림에서 벌어지는 화전식 영농방법의 문제는 한번 파괴된 토양이 쉽게 복구되지 않는데 있다. 이 지역의 생태계는 미생물의 작용으로 유기물질들이 순식간에 분해되고 억수같이 내리는 빗물에 쉽게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토양에 영양소가 쌓일 틈이 없다. 따라서 토양은 화전민들이 2-3년만 경작하면 더 이상 작물을 재배할 수 없을 만큼 척박해진다. 그래서 새로운 경작지를 얻기 위해 새로운 숲을 다시 불태우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엘니뇨 현상으로 대기가 안정돼 심각한 가뭄현상이 초래됐고, 9월이면 내리던 비마저 오지 않아서 산림피해를 더욱 확대시켰다.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 동태평양의 따뜻한 바닷물이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상승기류를 만든다. 이 상승기류는 중앙 태평양과 동태평양, 페루 등에는 예년에 비해 많은 비를 뿌리지만, 반면 동남아 일대는 예년보다 비가 조금 내려 기후가 더욱 건조해진다. 인도네시아의 산불은 인재와 자연 재해가 겹쳐 그 피해가 더욱 커진 셈이다.

탄소통조림 공장, 공기 청정기

열대우림은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인간생활에 필요한 목재를 공급하는 경제적 기능은 열대우림이 가진 아주 조그만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수원(水源)을 만들어 취약한 산림토양을 유지하고 기후를 안정시키는 환경적 기능은 쉽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열대우림만의 역할이다.
열대우림은 효율적인 광합성 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해 다음 세기 인류의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는 온실효과를 완화시킨다. 다량의 산소를 공급하는 ‘지구의 허파’이자 거대한 공기 청정기 노릇을 하는 것이다.

화석연료 소비 등으로 인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기상과 생태계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는 온실효과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따라서 산림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흡수는 기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관건이다.

이를 테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생산되는 산소가 지구 총 산소 공급량의 25%를 담당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열대우림의 환경적 기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1ha의 열대우림은 30-40년에 걸쳐서 매년 10t의 탄소를 광합성작용으로 고정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탄소 통조림 공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열대우림을 보존해야 하는 보다 중요한 근원적 이유는 하늘로 향해서 뻗어 있는 물기둥격인 이들 숲이 파괴되면 나무들이 대기 중으로 뿜어내던 수증기의 공급이 중단된다는 데 있다. 수증기 공급 중단의 여파는 실로 가공할 만하다. 더 이상 구름이 형성되지 않으며, 햇빛을 차단할 수 없어져서 더 많은 열기가 이 지상을 덮치게 돼 열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열시대는 기온의 상승과 더불어 극지방의 빙산이나 고산지대의 빙하가 녹는 것을 촉진시켜 해수면의 지속적인 상승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생태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

열대우림을 보존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열대우림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 집단의 중요한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지구에 사는 약 3천만종(학자에 따라서는 1천만종에서 5천만종으로 추산)의 생물종 가운데 약 50-80%가 열대우림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 반도의 50ha 열대우림 속에는 북아메리카 전역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생육하고 있다. 또 페루의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한그루의 나무 부근에는 영국에 서식하는 전체 개미의 종류만큼이나 많은 종의 개미들이 살고 있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 열대우림에는 곤충만 3천만종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경우 4평방마일 면적에 1백25종의 포유동물, 4백종의 새, 1백종의 파충류, 60종의 양서류가 서식하며, 각 종류의 나무마다 4백여종의 곤충이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아마존 열대우림 1ha의 면적에서는 1백-2백종의 나무들이 발견된다. 이는 온대림이 평균 10-20종, 많게는 30여종이 발견되는 것과 비교해 훨씬 많은 종류다(우리나라 가리왕산의 경우 ha당 30-40여종의 수목이 생육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처럼 열대우림은 온대림이나 한대림에 비해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다.

정상적인 환경조건에서 새로운 생명체는 일년에 약 20종이 새롭게 태어나고, 20종이 사라지면서 3천만종이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오늘날 벌어지는 멸종의 속도는 새롭게 탄생하는 속도보다 더 지난 1백년동안 인간의 산업활동과 문화활동 등으로 생물종의 멸종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1600-1900년 사이에는 4년에 1종의 생물들이 멸종해 모두 75종이 멸종됐고, 1900년대 초에는 1년에 1종씩, 1970-1980년대 중반에는 1년에 1천종씩, 그리고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하루에 1백종씩 연간 4만종씩 멸종하고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0년 경에는 전생물종의 5분의 1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온대림이나 한대림보다는 열대우림이 더욱 심해 라틴아메리카는 전체종의 30%, 동남아시아는 40%, 북아메리카는 10%가 멸종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열대우림은 1950년부터 1990년까지 40년동안 그 면적이 20%나 감소되었다. 열대우림의 파괴와 생물종의 멸종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이 있다. 다양한 생물종들이 서식하던 생태 공간인 열대우림이 사라짐으로써 그곳에 살던 생물종까지 멸종되는 것이다.
 

남미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다람쥐원숭이.


‘천혜의 약상자'

생물 멸종이 우리의 생존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흔히 생물종의 다양성이 많으면 많을수록 안정돈 생물사회를 유지한다고 말한다. 이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의 역할이 여러 생물들에게 세세하게 분담돼 닫혀진 순환체계가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순환의 과정이 월활하면 할수록 생태계의 평형이 잘 유지된다고 알려져 있다.

열대우림의 자원적 가치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예는 우리들이 약국에서 구입하는 의약품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구입하는 약의 4분의 1 이상이 열우대림의 식물로부터 얻어진다. 즉 열대우림은 ‘천혜의 약상자’인 것이다.

열대우림은 수많은 종류의 항생물질, 진통제, 이뇨제, 설사약, 진정제의 원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백혈병과 암치료에 놀라운 효험이 있는 마다가스카르 빙카는 서아프리카 열대우림에서 자라고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동북부의 퀸즈랜드 숲에 있는 식물은 에이즈 치료제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12만 5천종의 식물 중 자원적 가치가 자세히 조사된 것은 겨우 1백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열대우림의 파괴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고조됨과 더불어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움직임도 없지 않다. 아마존유역 토착 원주민 조직(COICA)이나 인도네시아의 ‘환경포럼’, 인도의 ‘치프코 운동’, 케냐의 ‘그린벨트’란 이름의 조직이 벌이는 나무심기 운동은 열대우림 보호의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들이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가장 손쉬운 것은 열대우림의 활엽수로 만든 가구, 목재, 합판 등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사용하고 있는 가구들은 가능한 오래 쓰는 것이다. 국제적인 환경운동 단체는 물론이고 국내의 환경운동 단체를 지원하는 일도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구 최초의 사회적인 동물이며, 지적인 동물인 인간은 이제 열대우림의 중요성을 새롭게 자각해야 한다. 사라져가는 열대우림에 대해 우리들이 오늘도 여전히 뒷짐을 진 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더욱 심화된 재앙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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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전영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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