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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힘 공명

디스코텍도 무너뜨릴 수 있다.

모든 소리의 근원은 물체의 진동

물체에 힘을 가하면 변화가 일어나지만 힘을 없애면 본래 상태로 돌아가려고 한다.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성질을 탄성이라 한다. 탄성이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되돌아가는’이라는 말을 어원으로 한다. 탄성을 가지고 있는 물체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이 없어지면 평형점을 중심으로 진동한다.

철판과 나무 조각을 바닥에 떨어뜨려보자. 분명히 다른 소리가 난다. 또 큰 종과 작은 종을 쳐보면 작은 종이 큰 종보다 높은 소리를 낸다. 여러 개의 유리컵에 물의 높이를 변화 시키면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각각의 물체가 다른 진동수를 갖기 때문이다. 모든 소리의 근원은 물체의 진동이다. 각 물체가 다른 소리를 낸다는 것은 물체가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진동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그 물체의 고유 진동수라 하는데, 한 물체는 여러개의 고유 진동수를 가질 수 있다.

강제 진동의 마법

주기적으로 변하는 힘을 탄성체에 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론 힘의 진동수가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같을 필요는 없다.) 물체는 주어진 힘과 같은 진동수로 운동한다. 이것을 강제 진동이라고 부른다.

만일 강제로 운동시킨 물체의 진동수가 그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같아지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 같은 진동수를 갖는 한쌍의 소리굽쇠와 다른 진동수를 갖는 소리굽쇠 하나를 준비한다. 같은 진동수를 같는 소리굽쇠 중 한 개를 어느 정도 떨어뜨려 놓고 소리굽쇠를 쳐본다. 그러면 소리굽쇠는 고유 진동수로 진동하기 시작하고 이 진동은 공기를 통해 전파하면서 다른 소리굽쇠를 강제 진동시킨다. 그러면 같은 진동수를 가진 소리굽쇠는 진동하지만 다른 진동수를 가진 소리굽쇠는 거의 진동하지 않는다.

길이가 다른 여러 진자들을 같은 축에 매달아 놓고 이들 중 1개를 진동시키면 다른 것들도 진동한다. 왜냐하면 진자들은 같은 축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 같은 폭으로 진동하는 것은 아니다. 진자의 진동수는 진자의 길이에 의존하므로 이들 중 길이가 같은 진자가 가장 큰 진폭으로 진동한다. 이와 같이 강제 진동의 진동수와 물체의 고유 진동수가 같아지면 진폭이 커지는 데, 이러한 현상을 공명(공진)이라고 부른다.

공명과 에너지

공명 현상을 에너지 면에서 살펴보자. 에너지는 진폭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진폭이 커진다는 것은 공명 조건에서 에너지가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공명에 의한 진동폭의 증가는 주기적으로 변하는 외부의 힘과 진동하는 물체의 속도 방향와 관련된다. 강제 진동수와 고유 진동수가 다르면 물체의 진동은 각 주기 안에서 힘과 속도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공명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즉 공명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은 힘과 속도의 방향이 같아서 연속적으로 물체를 운동 방향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진동폭이 커짐을 의미한다.
 

진자의 주기는 길이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같은 길이의 전자 사이에서만 에너지가 전달된다. ①번 진자가 진동하는 주기로 축을 흔들면 ④번 진자의 에너지가 커지면서 진폭이 커지게 된다.


자연속에 존재하는 공명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의 예를 살펴보자.

그네

그네의 운동을 생각해 보자. 그네를 계속 신나게 타려면 친구에게 어떻게 밀어 달라고 해야 할까? 친구는 타고 있는 그네가 움직이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밀어줘야 한다. 즉 앞으로 나올때는 앞으로, 뒤로 갈때는 뒤로 당겨줘야 점점 큰 진폭으로 움직이는 그네를 볼 수 있다. 그러면 그네를 멈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네가 움직이고 있는 방향과 반대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쉽게 멈춘다. 왜냐하면 힘과 속도 방향이 반대이므로 공명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감쇄진동의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라디오 주파수 맞추기

“최화정의 가요 프로그램이 어디서 하지?”, “FM 107.7MHz에 맞추면 돼.” 여기서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춘다는 것이 바로 공명. TV의 채널을 바꾸는 것도 같은 원리다. 가정에 있는 라디오, 또는 텔레비전 수신기에는 코일과 축전기로 연결된 회로가 있는데 이것을 동조회로라고 한다. 우리가 채널을 맞춘다는 것은 TV내부의 회로 진동수를 방송국의 전파 진동수와 일치시키는 일종의 공명이다. 이러한 공명 현상을 이용해 각 방송국마다 고유의 주파수를 결정하는 것이다.

목소리로 포도주 잔을 깨보자

피아노의 지음기 페달을 밟으면 피아노의 현은 계속 진동할 수 있게 된다. 피아노의 건반을 누르고 하나의 음정으로 소리를 낸다. 이 때 손에서 건반을 떼고 소리를 멈추어도 피아노는 계속해서 같은 음정을 내는 것처럼 들린다. 이 현상은 목소리로부터 나오는 음파가 노래 음의 진동수에 가까운 피아노 현의 진동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보다 흥미로운 보기는 성악가의 증폭된 목소리로 포도주 잔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성악가가 포도주 잔의 고유 진동수 중 하나에 해당하는 진동수를 갖는 큰음을 내면 잔에는 큰 진폭의 진동이 형성돼 깨지게 된다.

내가 깨뜨린 유리잔

유리잔을 젓가락으로 때리면 소리가 난다. 이것이 유리잔의 진동이다. 즉 가만히 있던 유리잔은 외부에서 힘을 가하면 본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진동한다. 똑같은 유리잔을 때리면 항상 같은 소리가 난다. 그 이유는 유리잔의 고유 진동수가 있기 때문이다.

소리로 유리잔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유리잔의 진동수를 찾아내는 것이 첫번째 할 일이다. 유리잔을 막대기로 쳐 소리를 낸 다음 주파수를 찾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소리의 지속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보통의 실험 장비로는 찾기 어렵다. 다른 방법으로 유리잔 둘레에 적당히 물을 묻힌 후 손가락으로 문지르는 것이다. 삐~~~~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 소리의 진동수가 잔의 진동수다. 이제 이 소리의 진동수와 똑같은 음을 유리잔 앞에서 내보내기만 하면 된다.

유리잔의 진동수와 똑같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실레이터와 오실로스코프가 필요하다(고등학교 물리 실험실에 있는 실험기구인 오실레이터는 진동을 발생시키는 장치이고, 오실로스코프는 파형을 관측하는 장치다). 오실로스코프를 준비하고 한 쪽 입력에는 오실레이터를, 다른 쪽 입력에는 마이크를 연결한다. 오실로스코프 표시 형식은 (X-Y)형식으로 맞춘다. 이것은 1번 입력으로 들어오는 신호는 X축에, 2번 입력으로 들어오는 신호는 Y축에 표시해 주는 것이다.

만약 두 입력 주파수가 같다면 화면에 나타나는 그림은 원형, 타원형, 또는 직선이 될 것이다. 유리잔을 문질러 나는 소리를 마이크로 담아내면서 오실레이터를 작동시키면 화면에는 복잡한 모양의 곡선이 나온다. 오실레이터의 주파수를 미세하게 조정하다보면 화면의 곡선이 원, 타원 또는 직선으로 나타난다. 즉 오실레이터가 유리잔에서 나오는 소리와 똑같은 주파수를 가지게 된 것이다(피아노 건반에서 제일 높은 ‘도’음과 유사한 주파수를 갖는다).

이제 유리잔을 스피커 앞에 놓는다. 오실레이터를 앰프에 연결하고 출력을 최대한 높여서 소리를 내면 유리잔은 소리와 함께 미세한 진동을 하면서… ‘쨍’. 유리잔의 파편이 튀겨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박종흠(서울대 컴퓨터공학과 2학년)
 

오실레이터로 유리잔의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수를 발생시켜 컵으 깨뜨릴 수 있다.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우는 것도

음식을 데우거나 요리하는데 사용되는 전자레인지도 공명 현상을 이용한 예다. 전자레인지는 파장이 약 1.2 ㎝인 마이크로파를 방출해 음식 속의 물분자를 진동시킨다. 음식물 속의 물분자가 공명 현상에 의해 맹렬히 진동하면 분자 운동으로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음식물의 온도를 높이면서 데워지거나 조리된다. 그러나 수분이 부족한 음식은 전자레인지로 데우거나 조리할 수 없다.
 

전자레인지^물 분자와 마이크로파의 공명


다리를 행진하는 군인은 발 맞추지 마라

1831년 영국의 한 보병 부대는 맨체스터 근처에 있는 현수교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우연히 다리 고유의 진동수에 맞춰 행진하는 바람에 다리가 무너진 일이 있다. 행진하는 군인의 규칙적인 발걸음이 다리의 고유 진동수 중 하나와 같아 진폭이 증가해 커다란 진동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명을 아는 군인들은 다리를 건널 때 발을 맞추지 않는다.

디스코텍에서는 나만의 스텝을

1940년 7월1일 개통된 워싱톤 타코마 협교는 세워진지 4개월 후에 가벼운 돌풍에 의해서 무너졌다. 그 이유 역시 바람이 다리의 진동수와 공명하면서 진폭이 점점 커져 끝내 무너지게 된 것이다.

바람이 부는 계절에 흔들리는 육교를 지나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육교의 진동수와 바람의 진동수가 공명을 일으키면….

여기서 우리는 즐겁게 춤추는 디스코텍을 연상할 수 있다. 디스코텍의 스테이지에서 여러 명이 큰 음악 소리에 맞춰 발을 구르며 춤을 추고 있을 때 순간 떠올려야 할 사실이 있다. “공명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스텝으로 춤을 추어라.”

현대 의학과 공명

핵자기공명은 1964년에 발견된 이후 화학적, 의학적인 분야에 적용돼 왔다.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자는 핵과 전자들로 구성돼 있다. 원자들이 자기장 속에 있으면 회전하고 있는 전자 때문에 에너지차가 생기고 이에 비례하는 진동수가 결정된다. 물질에 전자기파가 들어와서 결정된 진동수와 공명이 일어나면 전자기파는 흡수된다. 즉 높은 에너지를 갖게되는 것이다. 이것을 핵자기공명이라고 한다. 물질 내의 수소 원자는 외부 자기장 뿐만 아니라 주변 원자의 자기장에 의해서도 영향받는다. 같은 종류의 핵이더라도 조금씩 다른 공명 주파수를 보인다. 따라서 공명 진동수를 연구하면 물질 내의 여러 구조에 대해서 알 수 있다.

핵자기공명 현상을 의학적인 분야에 응용한 장치가 자기공명 단층촬영장치인 MRI다. 이것은 X선을 사용하지 않고 인체의 단면 사진을 찍는 장치인데, X선 단층 촬영보다 더 높은 해상도를 가진다. 인체의 대부분은 물(H2O)로 이루어져 있다. 신체 검사를 하고 있는 사람의 몸에 자기장을 걸어주면 몸 안에 있는 수소 원자는 공명 현상에 의해 외부의 전자기파로부터 특정 진동수의 에너지를 흡수한다. 흡수된 에너지가 다시 낮은 상태로 될 때까지의 시간은 질병을 가진 세포에 따라서 다르므로 질병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것은 방사선을 쓰지 않고 고주파의 전자기파를 사용하므로 인체 세포에 거의 무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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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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