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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벌 날개짓 모방한 선박추진장치

유체역학

생체모방공학은 생물학적 관찰을 통해 공학적으로는 응용하는 학제간 연구다. 작은 벌의 정지비행으로부터 선박 추진기를 개발해낸 와이즈 포와 라이트힐 박사의 협동작전은 바로 이 연구의 전형을 보여준다.
 

벌


알려진 바와 같이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구상했을 때 모델이 된 것은 하늘을 나는 새였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새 → 하늘을 나는 기계’ 식의 아이디어는 첨단을 자랑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하다. 요즘도 많은 연구자들은 효율좋은 메커니즘을 개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자연계에서 찾고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의 폐가 열교환기 노릇을 한다는 것에 착안해, 이 구조를 본떠 차세대 냉각기와 가열기 연구를 서두르고 있다. 또 로봇개발의 최종 목표는 인간과 같은 기능을 갖게 하는데 있으며, 이를 위해 로봇 과학자들은 인간의 팔과 다리, 뇌의 구조와 기능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유체역학 분야에서도 연구자들은 상어의 움직임이나, 벌이나 잠자리와 같은 곤충의 날개동작을 관찰함으로써 새로운 추진 메커니즘을 발견하기도 하고, 또한 그 원리를 공학적으로 응용하고 있다. 와이즈 포(Weis-Fogh)형 추진장치가 바로 좋은 예다. 지금부터 와이즈-포 메커니즘이 무엇이며, 이것이 어떻게 발견됐는지, 이 메커니즘을 어떻게 공학적으로 접근해가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그림1)와이즈 포 메커니즘 연구의 모델이 된 벌


독특한 방식으로 양력 발생

1970년 초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생물학 교수인 와이즈 포는 어느날 작은 벌(Encarsia Formosa, 그림 1)이 정지비행하는 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몸통 길이가 1mm 정도로 아주 작은 이 벌은 오랫동안 공중의 한 지점에서 정지 비행하는 독특한 움직임을 보였다. 와이즈 포 교수는 이 벌의 정지비행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비디오로 날개의 움직임을 촬영했다.

이 벌은 몸통을 수직으로 유지한 채 날개를 수평면으로 회전운동시켜 정지비행을 행한다. 먼저 날개가 몸통의 등쪽에서 후연(아래끝) 부분을 맞닿은 상태에서 열려, 그 후 어느 일정한 열림각을 유지하면서 몸통을 중심으로 수평면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몸통의 배쪽에서 날개를 반전해 다시 수평면으로 이동한 후, 등쪽에서 전연(윗끝)을 맞닿은 상태에서 회전해 닫히는 동작을 반복한다.

와이즈 포 교수는 이 벌의 날개 움직임이 독특하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그 자신은 생물학자였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 추진력이 발생되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같은 대학교수이자 세계적인 이론유체역학자인 라이트힐에게 문의했다. 라이트힐은 이 벌의 날개동작을 유체역학적으로 해석, 새롭고 독특한 메커니즘으로 양력을 발생시키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 메커니즘을 처음 발견한 교수의 이름을 따서 ‘와이즈 포 메커니즘’이라고 이름지었다.

유체역학에서 보면 물체를 뜨게 하는 힘, 즉 양력은 날개 주위의 순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비행기처럼 날개가 정지상태로부터 움직이기 시작할 경우, 날개 주위에 충분한 순환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이동할 필요가 있다. 이를 ‘와그너효과’라고하는데,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긴 활주로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와이즈포 메커니즘은 (그림2)의 2차원모델 두 번째 그림에 나타낸 바와 같이 날개가 후연을 중심으로 열리는 순간, 각 날개에는 서로 반대방향의 순환이 형성돼 날개의 짧은 이동으로도 충분한 양력을 얻을 수 있다.

실제 이 벌의 정지비행에서는 날개의 움직임이 4백Hz 정도로(1초당 4백번 진동), 날개가 붙어 있는 곳과 전연의 이동속도로 계산한 레이놀즈 수는 30 정도다. 그러나 양력계수는 3-4 정도이고, 또한 날개 주위의 섬모면적을 포함시킨 값으로도 1.6 이상이다. 이 레이놀즈 수에서의 정상인 날개에 비해 양력계수가 매우 커서 효율좋게 양력을 발생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헬리콥터와 같은 비행체는 비행해 나가는 것보다 정지비행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더 어렵고, 훨신 더 큰 동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 메커니즘은 많은 유체역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최근 이 메커니즘을 이용한 선박추진기, 공기압축기,송풍기 및 펌프 등의 연구가 활발하다.
 

(그림2)벌의 정지비행 모습(외)과 날개동작의 2차원 모델


각 날개의 운동은 서로 대칭

필자는 와이즈 포 메커니즘을 이용해 새로운 선박추진기를 개발할 목적으로 이 메커니즘의 2차원모델을 수로 내에 설치한 추진모델을 제안했다. 한 개의 평판날개가 수로 내에서 정해진 동작을 함에 따라 그림의 오른쪽 방향, 즉 배의 진행방향으로 추력이 발생한다.

날개는 날개축에 상당하는 P점이 일정류 U와 수직방향으로 속도 V로 왕복운동함에 따라 먼저 아래벽부터 열리고, 열린각α를 유지하면서 병진운동해 위벽으로 회전해서 닫힌다. 그리고 다시 위벽에서 회전해서 열리고, 병진운동해 아래벽에서 회전해서 닫히는 동작을 반복한다.

원래 와이즈 포 메커니즘은 한쌍의 평판날개가 일정한 각도로 열려 그 각도를 유지하면서 각 날개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몸통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각 날개의 운동은 서로 대칭으로 볼 수 있다. 이 대칭선에 수로벽을 설치해 한 개의 날개에 정해진 동작을 시키면 유체역학적으로 거울의 원리에 의해 와이즈 포 메커니즘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추진모델이 실제 배에서 제대로 동작하는지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모형선을 제작해 주행 시험을 행했다. 추진모델의 수로벽 대신에 쌍동선을 생각했으며, 모터를 정, 역회전함으로써 날개를 왕복운동시켰다. 그 결과 날개의 왕복운동에 따른 가속과 감속없이 모형선은 매끄럽게 주행했으며, 이 추진모델이 선박추진기로서 매우 유효하게 동작됨을 알 수 있다.

잇따른 추력, 항력특성 실험에서 이 추진기구의 최고 추진효율은 80%나 되었으며, 이것은 종래의 스크류추진기(약70%)보다 높아, 앞으로 실용화가 이루어진다면 경제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계를 유심히 관찰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미처 생각지 못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그림3)와이즈 포 메커니즘에 기초한 추진기구 모델
 

1997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노기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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