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는 SF다. 그것은 인간이 끊임없이 꿈꿔온 결과이다. 화성 탐사 이전 인류가 꿈꿔온 화성의 모습을 되새겨 본다.
왜 화성일까? 그 이유를 궁색하게 지구에 가장 가까이 행성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언론보도도 있지만 그것은 옳지 않다. 우리에가 가장 가까운 이웃은 금성이기 때문이다. 천문학에서는 태양으로부터 지구까지의 평균거리인 1억5천만km를 1천문단위(AU)로 정의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지구로부터 금성까지의 최단거리는 0.28천문단위이고, 화성까지의 최단거리는 0.52천문단위이다. 따라서 화성은 금성보다 2배 가량 멀다.
화성의 ‘마르스’(Mars)라는 영어이름은 로마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에서 비롯됐다. 미의 여신인 ‘비너스’(Venus)의 이름을 빌린 금성에 비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뿐만 아니라 화성의 모습은 밝고 아름다운 금성과 달리 붉은 색을 띠고 있다. 그래서 화성은 옛날부터 불길한 행성으로 인식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성이 인류의 관심을 끌어온 이유는 여러 면에서 지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화성의 하루는 약 24시간 40분으로 우리 지구와 겨우 40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공전궤도면에 대한 자전축의 경사각도가 24도로 지구의 경사각 23.5도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화성에는 희박하나마 대기가 존재하고 4계절의 변화가 있다. 다만 화성의 공전주기가 2년에 가까운 6백87일이기 때문에 화성의 계절은 우리 지구보다 2배 정도 길다.
화성을 망원경으로 관측했다는 첫 기록은 1659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호이겐스가 세웠다. 그는 화성표면의 얼룩무늬를 관측했고, 자전주기가 약 24시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1666년에는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카시니가 극관을 발견한다. 극관은 화성의 극지방에서 마치 하얀 관을 씌워놓은 것처럼 보이는 부분을 일컫는다. 카시니는 토성의 테들 사이에 있는 까만 틈을 처음으로 관측해낸 업적으로 더 유명하다. 그래서 그것을 ‘카시니의 틈’이라고 부른다.
근세에 이르러 영국의 천문학자 허셜은 화성 극관이 얼음일지 모른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즉 화성에 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것이다. 극관을 관측한 결과 여름에는 작아지고 겨울에는 커지는 것이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했다. 허셜은 처음으로 지름이 50cm가 넘는 망원경을 제작해 우주를 관측하고 천왕성을 발견한 사람이다. 그는 다시 화성의 궤도경사각이 24도라는 사실도 알아내 점점 더 사람들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마침내 1802년 독일의 수학자였던 가우스(Gauss)와 같은 사람은 눈으로 덮인 거대한 시베리아의 평원에 커다란 낙서를 해서 화성과 교신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우스의 주장은 실행되지 못했다.
화성이 지구에 가장 접근했을 때, 즉 지구를 중심으로 해와 화성이 서로 반대 방향에 있을 때를 ‘충’(opposition)의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이때 화성은 자정 무렵 중천에서 아주 밝게 빛난다. 충은 2년을 약간 넘는 주기로 규칙적으로 일어난다. 그 이유는 지구의 공전주기가 1년이고 화성의 공전주기가 2년보다 약간 짧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두 행성의 공전궤도를 그려놓고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는 1877년 화성이 충의 위치에 왔을 때 약 40개의 줄무늬를 관측했다. 당시 그는 이 줄무늬들을 이탈리아어로 자연적 수로(水路)를 의미하는 말인 ‘canali’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이 영어로 번역되면서 ‘canals’, 즉 100% 인공(화성인이 만든) 운하로 둔갑해버렸다.
미국의 천문학자 로웰은 화성을 연구하기 위해서 애리조나주의 플래그스탭(Flagstaff)이라는 곳에 로웰천문대를 세웠다. 그리고 지난 세기 말까지 1백60개가 넘는 ‘화성의 운하’를 찾아냈다. 로웰은 조선 말기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도 있으며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천문학계의 원로인 조경철박사가 로웰천문대의 창고에서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용안이 가장 뚜렷이 나온 사진을 발견해 신문에 대서특필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랜드캐니언에서 비교적 가까우니 미국을 관광할 기회가 있으면 아리조나주의 거대한 운석공과 함께 로웰천문대를 꼭 들러보기 바란다. 로웰은 그 때까지 알려진 해왕성 밖의 새로운 행성을 찾는 일에도 매우 강한 집념을 보였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망자(亡者)의 한은 1930년 천문학자 톰보우(Tombaugh)가 로웰천문대에서 명왕성을 발견함으로써 풀어졌다.
화성에 대한 로웰의 집념은 영국의 웰스가 1898년 발표한 SF 거작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으로 활짝 꽃피웠다. 이 SF는 화성이 충의 위치에 있던 1894년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내용은 미국의 릭크천문대에서 화성 표면에서 생성된 강력한 섬광을 관측하면서 시작된다. 그 뒤로도 수차례에 걸쳐 이 현상이 목격되는데, 그것은 바로 지구를 향해 화성을 떠나는 우주선들의 모습이었다. 문어처럼 흉측하게 생긴 화성인들은 도착하자마자 지구를 쑥밭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다가 인간에게 아무런 해가 없는 부패 박테리아에 의해 화성인들이 전멸당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그 후 ‘화성인의 침공’을 다룬 SF소설과 SF영화가 쏟아져 나오게 됐다.
미국의 화성탐사선 바이킹 1, 2호가 1976년 여름에 보내온 황량한 화성 표면사진들은 고등생명체가 살 것이라고 추측되던 화성의 이미지를 바꿔 놓았다. 그러나 더욱 그럴듯한 SF소설과 SF영화가 나오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바이킹이 찍은 사진들 중에는 사람얼굴과 비슷한 형상이 나오는데, 이것만 가지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주장들이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 연속극 ‘X파일’에도 이 형상이 자꾸 나타나 사람에게 충격을 준다는 줄거리가 다루어진 바 있다.
바이킹이 촬영한 사진들을 바탕으로 화성 표면을 가장 정밀하게 묘사한 최근 영화로는 ‘토탈리콜’(Total Recall)이 있다. 이 영화에서 화성 식민지는 지구와 같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유리벽으로 외부와 차단돼 있다. 따라서 유리벽이 깨지면 사람이나 물체들은 밖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과학적으로 잘 묘사된 이러한 장면들은 감독이 물리학자 출신인 까닭이다. 영화 ‘스타워즈’(Star Wars)에 나오는 사막의 행성 ‘타투인’(Tatooine)의 표면도 색조만 붉은 색이 아닐 뿐 화성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 영화도 바이킹이 화성에 내린 직후 기획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성에 생명체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아직도 민감한 문제다. 바이킹 탐사 이후 고등생명체가 존재하리라고 믿는 천문학자는 거의 없지만, 비록 하등생명체의 형태로라도 존재만 한다면 이는 태양계에 대한 우리 인식의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최근 화성에서 날아왔다고 보는 운석에서 생명체와 관련된 유기물이 발견돼 전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일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화성은 특히 훌륭한 SF소재로서 인류의 짝사랑을 받아왔다. 화성에 패스파인더가 안착하게 된 것은 그러한 결과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패스파인더에 관련된 일 또한 SF일 뿐이었다. 언제나 우리는 ‘밥상 놓고 전화 거는’ 연속극에서 벗어나 SF를 즐기는 국민이 될까. 언제나 우주개발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우리나라 사람이 주인공인,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SF문화의 육성이 그 시작이라는 점이다.
행성 및 달 탐사 계획
1997년 9월 12일 마르스 글로벌 서베이어(미국)
1996년 11월 7일 발사된 화성탐사선 마르스 글로벌 서베이어가 화성궤도에 도착 예정.
글로벌 서베이어는 3차원 화성 표면지도를 완성할 계획.
1997년 9월 루나 A(일본)
달 표면 촬영, 지진 측정 등의 임무를 띠고 발사될 예정.
1997년 9월 24일 루나 프로스펙터(미국)
최근 얼음이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달의 극지방을 탐사하기 위해 발사될 예정.
1997년 10월 6일 카시니(미국)
토성 탐사선으로 타이탄을 비롯한 위성들과 토성고리를 탐사할 예정.
1997년 10월 6일 호이겐스(미국)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탐사할 예정.
1998년 7월 뉴밀레니엄 DS 1(미국)
소행성과 혜성 탐사
1998년 8월 6일 플래닛 B(일본)
화성 궤도선으로 화성 대기 탐사.
1998년 12월 마르스 서베이어 98 궤도선(미국)
화성 대기 탐사선
1999년 1월 마르스 서베이어 98 착륙선(미국)
마르스 서베이어 98 궤도선과 쌍둥이. 화성 대기 등을 탐사.
1999년 2월 스타더스트 혜성 샘플 수거기(미국)
1999년 발사해 2004년 혜성과 랑데부해 2006년 지구로 혜성 잔해를 가져온다는 계획.
2001년 3월 플루토 익스프레스(미국)
명왕성 탐사선
2002년 1월 뮤제스 C(일본)
소행성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기 위한 계획.
2003년 1월 로제타(유럽우주기구)
화성 표면에 두 개의 우주선을 착륙시킬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