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② 자연요법7: 카이로프랙틱

손으로 통증 다스린다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거리마다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이라는 간판이 많이 눈에 띈다. 이 말은 그리스어에서 파생했는데, ‘손’을 뜻하는 ‘카이로’(chiro)와 ‘치료’를 뜻하는 ‘프락토스’(praktos)라는 말의 합성어다. 즉 약과 수술에 의존하지 않고 주로 의사의 손으로 여러 가지 질환을 치료한다는 의미다. 현재 카이로프랙틱은 미국,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홍콩 등에서 법적으로 인정된 정식 의료의 일종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게 들린다.

카이로프랙틱은 1895년 미국인 팔머가 창안했다. 팔머는 척추를 비롯한 뼈나 관절, 그리고 근육을 손으로 만져 뇌와 장기 사이의 신경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척추의 구부러짐과 뇌 크기의 관계

카이로프랙틱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인체의 전반적인 구조와 기능을 살펴보자. 인간이 어머니 배속에 있을 때 척추는 C자형으로 뒤로 굽은 형태(후만곡)를 이룬다. 그러다 생후 3-4개월이 지나 머리를 가누게 되면 목에 한개의 만곡이 더 생기고, 생후 1년 쯤 지나 걷기 시작하면 허리에 세번째의 만곡이 생긴다. 그래서 옆에서 보면 세개의 C자형 만곡이 형성된다.

척추는 24개의 마디로 구성된다. 위로는 머리를 받치고 있고 아래로는 골반의 천추에 고정돼 있다. 그런데 척추의 정상적인 구부러짐과 24개 마디의 움직임, 그리고 가슴뼈와 사지 관절의 움직임은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의 상태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두발로 서는 인간과 네발로 기는 동물의 뇌 크기를 비교하면 이런 상관관계가 명확해진다. 네발 동물의 경우 한개의 C자형 척추 만곡을 가지는데, 사람의 경우 동물보다 발달된 큰 뇌를 가지고 있다. 또 사람 뇌의 성장 과정을 보면 한개의 척추 만곡이 세개의 만곡으로 변하면서 뇌의 크기와 기능이 발달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 뇌의 기능이 떨어지는 시기는 허리가 굽어져 척추의 만곡이 하나가 되는 시기와 일치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만일 척추 만곡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한다면 중추신경계 전반의 발달 역시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바로 이런 상관관계에서 카이로프랙틱의 원리를 찾을 수 있다.

카이로프랙틱에서는 환자를 어떻게 진단할까. 일반적인 의학적 진단과 함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자세가 어떤지, 그리고 척추 분절의 운동에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탐색한다. 흔히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지만 그 원인이 혈액 검사나 방사선 촬영에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카이로프랙틱의 포괄적인 진단이 도움을 준다.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에 효과가 있을까.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허리와 목에 나타나는 통증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허리와 목에 통증이 있는 사람들 중 약 3분의 1이 카이로프랙틱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카이로프랙틱에 대한 신뢰가 깊다는 점이 흥미롭다.

허리와 목의 통증에도 원인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치료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세의 이상을 교정하고 척추 각 분절의 이상을 정상으로 만들어주는 방법이 사용된다. 이를 통해 척수와 몸 곳곳에 퍼져있는 말초신경을 자극해 뇌의 통증조절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몸의 통증을 없앤다.

한편 자율신경계의 장애로 내장 기관의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도 효과가 있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나눠지는데, 내장 기관은 부교감신경에 의해 활동이 증가되고 교감신경에 의해 억제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대뇌 피질의 기능이 떨어지면 일부 부교감신경의 작용이 줄어들어 소화기나 심폐기, 비뇨생식기 등의 기능이 감소한다고 한다. 반대로 본다면 대뇌 피질과 연관되는 척추 부위를 적절히 자극해 부교감신경의 작용을 활발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수면 아래 빙산에 주목

카이로프랙틱은 크게 악화될 질환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기대가 모아지는 분야다. 우리가 아프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 우리 몸의 상태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아프다고 느끼는 것을 빙산에 비유하면 수면 위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수면 아래의 부위, 즉 몸이 나빠진 상태는 이보다 훨씬 크지만 우리는 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

카이로프랙틱은 내장기관에서 중추신경계에 이르기까지 신체의 모든 부위를 대상으로 미묘한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세밀하게 진단하는 분야다. 따라서 커다란 질환이 발생하기 전에 이상 부위를 미리 진단하고 정상으로 돌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조만간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치료 방식이 수용돼 지금보다 나은 의료혜택이 누려지기를 기대한다.
 

통증을 수면 위의 빙산에 비유하면 몸이 나빠진 상태는 수면 아래의 거대한 부분. 화학약물은 이 '빙산의 일각'만을 치료하는데 머물지 모른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진로 추천

    • 의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심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