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한계에 부딪힌 선진국들은 벤처기업을 새로운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 일찍이 미국이 벤처기업을 통해 부루황에서 벗어난 예를 똑똑히 지켜봣던 것이다. 현재 세계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벤처기업 육성전략을 살펴보자.
벤처기업을 육성해 국가경제를 회복한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 90년대 초반 경쟁력을 상실한 외국의 초우량 기업들이 사람 잘라내기에 열중하는 동안 미국의 벤처기업은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또 일본에 추월당하려던 미국경제를 위기에서 구출해낸 영웅들은 바로 중소 벤처기업 군단이었다. 미국은 현재 벤처기업 덕택에 6년 연속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의 벤처기업은 지금까지 4단계로 발전해왔다. 50년대 미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국가적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많은 연구자와 경영자들이 벤처기업을 설립한 것이 그 시작이다.
60년대에는 인텔사를 비롯한 40여개의 반도체 기업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탄생했고, 78년 이후 정부의 투자촉진책이 시작되면서 반도체, 유전공학, 컴퓨터 등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제3차 벤처붐이 일어났다. 90년 이후에는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기술의 진보를 바탕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비롯해, 인터넷에 기반을 둔 업체들이 벤처산업을 이끌고 있다.
현재 미국의 벤처기업들은 주로 벤처자금과 나스닥(NASKAQ, 미국주식장외시장)에 의해 육성되고 있다. 특히 '엔젤'(Angel;개인적으로 친분이 없지만 사업상 알게돼 투자되는 타인의 돈)이라고 불리우는 개인투자가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소프트웨어업계의 황제'빌게이츠도 이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기업단지로 손꼽히는 곳은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터'로 일컬어지는 이곳에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벤처기업들이 태어나고, 벤처기업의 자금줄인 벤처자본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지난해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벤처자금은 약 22억5천만달러. 이는 미국 전체의 3분의 1, 전세계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이곳에서는 반도체로부터 소프트웨어, 서비스, 산업디자인 분야에 걸쳐 92년 이후 무려 4만6천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첨단 벤처기업의 신흥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텍사스주의 오스틴을 중심으로 한 '실리콘 힐'이다. 이곳에는 특히 모토로라, AMD, 사이프러스세미콘덕트 등 굴지의 정보통신업체들이 세운 미국 최대의 반도체 공장이 가동 중이다.
실리콘힐 외에도 실리콘밸리를 추종하는 도시들은 줄을 잇는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시애틀과 워싱턴주에는 2천여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의 96년 매출총액은 약 23억달러. 뉴욕 역시 멀티미디어산업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벤처기업에 고용된 사람은 7만5천명, 지난해 매출총액은 38억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벤처기업 단지는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나라마다 벤처단지 집중 육성
일본은 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벤처기업을 배우자는 붐이 일고 있다. 신규산업을 활성화하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전까지는 일반적인 중소기업지원정책이 주류였다. 그러나 최근 제2장외시장 개설, 엔젤에 대한 세금 감면 조치,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앞세워 벤처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벤처단지는 기후현에 위치한 '소프토피아저팬'이다. 소프토피아 저팬은 관주도형 정보산업단지로, 소프트웨어와 멀티미디어의 연구 개발. 유망 벤처기업과 인재육성, 지역 정보화의 거점 확보라는 3가지 목표를 세워 지난 88년에 개발하기 시작해 96년에 완성됐다. 89년 문을 연 '가나가와 사이언스 파크(KSP)'도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세계시장에서 "일본을 대표할만한 벤처기업을 육성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KSP는 예비 기업가의 발굴, 경영 노하우와 자금 지원, 각종 인재육성 프로그램, 기업간의 기술정보 교류 등의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온 결과 일본에서 가장 선구적인 벤처 요람으로 자리잡았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활발한 벤처기업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는 곳은 이스라엘이다.
현재 2천여 하이테크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는데, 이들 중 18개업체가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최근 이스라엘 정부는 텔아비브, 하이파, 예루살렘을 연결하는 삼각지대에 제2의 실리콘밸리를 건설해 하이테크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GDP 대비 연구개발비가 3.7%, 인구 1만명당 과학기술자수 1백40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91년 신산업육성을 위해 최고과학자부(Office of Chief Scientist)를 설치하고, 기술 인큐베이터(TI) 제도를 통해 국가가 전면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해외에 거주하는 유태인 기업가들도 귀환해 벤처기업을 활성화하는데 한몫하고 있는 상태다.
서유럽 첨단산업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영국에는 이미 실리콘글렌, 템즈밸리, 케임브리지 등 세군데에 하이테크 산업단지가 조성됐다. 북유럽의 덴마크와 스웨덴도 양국의 해협 양안에 위치하고 있는 대학병원들과 의약회사, 연구기관 등을 묶어 의료분야의 공동연구개발과 벤처기업 집중육성 등을 위한 '메디콘밸리'를 형성할 계획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에 이어 인도와 대만의 벤처기업 육성이 눈부시다. 인도의 하이테크업체는 6백개, 종사인력은 14만명에 달한다. 남부 카나타가주의 방갈로어지방은 실리콘밸리로부터 2억8천만달러 상당의 소프트웨어 개발업무를 용역받아서 일하고 있다. 지난 80년 설립된 대만의 신추과학공원은 실리콘밸리에서 끌어온 대만과학자들을 중심으로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세제 우대 혜택을 받으며 네트워크 효과를 충분히 활용해 급성장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