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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고위도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원숭이가 살고 있다는 것은 일본열도가 남쪽에서 북상해 왔으리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규슈(九州)는 섬나라 일본에서 세번째로 큰 섬이다. 전체 면적은 4만4천3백79㎢로 일본 총면적의 약 11.4%를 차지한다. 일본열도의 4대 섬중 가장 남쪽(북위 31°30′~34°00′)에 자리하고 있어 남국의 정취가 풍기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 현대화의 기수 역할을 하고 있는 북 규슈의 공업지대를 제외하고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태양과 상록의 땅'이라고 불릴 만하다. 규슈는 또 '불의 섬'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규슈가 필리핀 지판이 유라시아 지판 밑으로 잠입해 들어가는 섭입대(攝入帶)상에 자리하고 있어 화산과 온천들이 많기 때문이다.

규슈에는 아소(阿蘇)국립공원을 비롯해 기리시마야구(霧島屋久)국립공원 서해국립공원 운젠덴조(雲仙天草)등 6개 국립공원과 8개의 국정공원이 있어 섬 전체가 관광지로 보호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규슈는 남서쪽으로 난세이제도를 거느리고 있다. 사진은 난세이제도 끝에 있는 오키나와의 바다박물관.


작년 다시 폭발한 운젠화산

이국의 정서가 풍기는 나가사키(長崎)는 일본 현대화의 전진기지다. 16세기 경부터는 포르투갈 네덜란드와 무역을 했으며, 쇄국시대에는 유일한 개항장으로서 항구 역할을 했고, 2차대전 말기에는 원자폭탄이 투하돼 일본패전의 최후를 맛보기도 한 곳이다.

사가(佐賀) 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오우라(大浦)천주당은 일본 최초의 크리스천 순교자를 모신 곳으로서, 일본 최고의 고풍어린 성당이다. 26성인(聖人)순교자 중에는 한국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당 가까이에 있는 그로버 저택은 서양풍의 목조 건물로서 나가사키 항이 한 눈에 굽어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오폐라 '나비 부인'의 무대를 연상케 한다. 사가 북쪽의 우라가미 지구에는 원폭피해지로서 우라가미성당 평화공원 외인묘지 등이 있어, 그 때의 참상을 연상케 한다.

나가사키에서 동쪽으로 30분 남짓 자동차로 달리면 시마하라반도 운젠(雲仙)에 닿는다. 운젠화산은 1792년 대폭발 이후 휴화산으로 알려져 왔으나, 1991년 6월 3일 또다시 대폭발이 일어나 부근 주민의 마음을 조이게 했다.

이 운젠악(雲仙岳)은 임진왜란때 왜병에게 끌려간 조선 사람들이 의지할 곳 없는 마음을 천주(天主)에게 맡겨 귀의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때 조선 부인 가운데 이사벨라의 박해는 운젠악과 관련돼 일본 순교자를 한결 찬란하게 해주고 있다.

운젠악은 운젠-덴조국립공원의 일부다. 덴조제도를 잇는 다섯 개의 가교, 즉 덴조오교(天草五橋)는 덴조펄라인이라고도 불리는데, 해안지형의 관망을 위한 드라이브 코스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일몰시의 전경은 극치를 이룬다.

규슈의 지리적 중심은 구마모토(態本)다. 구마모토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에 의해 '숲의 고도'라고 불려 왔으며, 구마모토 성을 중심으로 녹음으로 둘러싸인 성하의 마을이다. 이 구마모토 성은 일본 3대성의 하나로서 임진왜란 때 선봉장이었던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1600년대에 축성한 것 이다. 시내에는 수전사(水前寺) 등 관광 자원이 많다.

구마모토-아소화산(阿蘇火山·1천5백92m)-벳푸(別府)를 잇는 관광 코스는 규슈에서도 극치를 이룬다. 규슈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아소화산은 약 2백만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약 30만년 전 현재의 아소 칼데라 내측에서 대규모의 화쇄류(火碎流)를 분출해 오늘의 활화산의 모습을 이루게 됐다. 지금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중악(中岳)을 중심으로 화구구(火丘口) 대칼데라 외륜산으로 돼 있는 복식화산이다.

외륜산은 둘레 80여km, 남북 25km, 동서 18km로서 규모에 있어서 세계적이다. 이 분지상의 대칼데라의 한 가운데에는 마을이 줄지어 있으며, 철도와 도로가 달리고 있다. 관광의 중심은 아소5악중 유일한 활화산인 중악이다. 둘레 4km, 깊이 1백25km의 거대한 원추상의 분화구에서는 수증기와 유황을 분출한다.

살아있는 30만년의 역사
 

온천수가 풍부한 벳푸에서는 노천탕이 많은데 남녀가 함께 온천욕을 즐기는 경우도 흔하다.


외륜산의 밑에서 볼 수 있는 용암은 3천만 년 전에 이 지역이 류큐열도에 연결되는 해저화산대였으며, 천만년 전에는 세토내해(瀬戶內海)가 뻗쳐 있어 해저화산을 분출했고, 수만년 전에는 서남일본의 내대(內帶)인 상잉(上陰) 지방으로부터 이어지는 화산활동이 있었음을 알게 해준다.

30만년 전 규슈는 남·북 두개의 섬으로 분리돼 있었다. 이를 아소 수도(水道)라고 부른다. 해저에서 대분화가 일어나 바다가 메워지게 되었고 구주(九重) 아소 운젠 등의 연봉들이 해중에서 융기했다.

그 후에도 대규모의 분화가 계속 있어서 화산분출물 3천5백㎢, 용적 1백75㎦에 달하는 다량의 지하 물질을 방출함으로써 내부 붕괴를 일으키게 됐다. 이리하여 중앙부에서 대함몰이 일어나 세계적 대화구원(大火口原)이 출현했다. 이를 칼데라(caldera)라고 한다. 이는 3만년 전의 일이다.

그 후 외류의 일각(다데노 부근)에서 호수의 물이 유출됐다. 그 후에도 화산활동이 재개돼 아소 5악을 포함한 중앙화구구가 형성돼 북쪽의 아소 곡(谷)과 남쪽의 난교다니(南鄉谷)로 분리됐다. 현재 활동중에 있는 중악은 오래 전부터 수명이 긴 활화산으로서 지금도 분연을 토하고 있다.

아소를 사이에 두고 동쪽 세토내해 해안에 자리하고 있는 벳푸온천은 일본에서도 굴지의 천도(泉都)와 하나다. 온천수의 용출량은 일본에서 첫째이고 천원(泉源)은 3천개소나 있어, 시내 곳곳에서 김이 솟아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검붉은 피로 물들인 것과 같은 피의 못 지옥, 코발트 색을 띠는 바다 지옥, 뜨거운 진흙이 중의 머리처럼 부풀어 오른 중의 지옥 등 10대 지옥은 관광객의 눈길을 끌게 한다. 그 중 용권지옥(龍卷地獄)은 20~30분 마다 뜨거운 수증기를 뿜어내는 간헐천이다.

이곳 바닷가에 있는 다카사키산(高崎山·6백28m)은 원숭이 서식지로 유명하다. 이 산의 산록에 있는 만수사(萬壽寺)에는 많은 원숭이가 모여 관광객의 흥미를 돋군다. 비교적 고위도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열대 또는 아열대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원숭이가 살고 있다는 것은 일본 열도가 몇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지는 작은 지판이 남쪽에서 북상해 왔으리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규슈 남부에서 남북으로 뻗어 있는 가고시마지구 내에는 기리시마회산군 사쿠라지마 화산 개문악(開聞岳) 등이 줄지어 있으며, 이 중 사쿠라지마 화산은 분연을 내쁨고 간헐적으로 폭발한다. 유사 이래 30여회에 달하는 대폭발을 반복했다.
 

30만년 전 규슈는 남·북 두개의 섬으로 분리돼 있었는데, 이를 아소 수도(水道)라고 부른다.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섬

특히 1914년 1월 12일 폭발했을 때는 용암도 유출, 8개 부락을 메워버렸고 더군다나 대외반도와 육속됐다. 이때 63명이 죽고 가옥 2천1백 48호가 소실됐다. 1946년 3월 9일에는 또 다시 용암 유출이 일어나 2개 부락이 매몰됐다.

기리시마는 단식화산 22좌, 복식화산 1좌로 돼 있는 전형적인 군상(群狀) 화산이다. 화산군의 최고봉은 한국악(韓國岳·1천6백99.9m)이며, 신야키악(新燃岳)에서는 지금도 분연을 뿜고 있다. 이 기리시마공원 일대는 상록활엽수의 천연림으로 봄에는 벚꽃과 철쭉, 여름에는 신록,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무빙(霧水·설화)을 보이는 등 네 계절의 변화가 다양하다.

필자는 겨울, 여름 2회 방문했으나 불행히도 안개가 뒤덮여 있어 10m 전방을 식별하기 곤란할 정도였다. 이러한 연유에서 기리시마(霧島 : 안개 섬)라고 불리는 듯하다.

가고시마(鹿兒島)는 사쓰마 번(薩摩藩)의 본고장으로서 일본에서 정계와 재계의 인물을 많이 배출한 곳으로 유명하다.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했던 사이고 다카모리(西鄉薩盛)도 이곳 출신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현해탄을 바라보는 기타규슈(北九州) 일원은 해안선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현무암의 주상절리(柱狀節理)로 되어 있는 해안 절벽은 극치를 이룬다. 마쓰우라(松浦) 반도의 요부코(呼子)는 임진왜란 때의 전진가지로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정한기념탑이 우뚝 솟아 있어 마음 아프게 한다. 부근에서 생산되는 아리타키(有田燒)는 임진왜란 때 피랍돼 간 조선 도공에 의해 개발된 것인데, 아리타 가까이에 있는 고령토 광산과 조선인 도공 이참평(李參平)의 기념탑은 우리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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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 원종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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