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수정을 위해 정자와 난자를 만나게 하는 방식에는 체외수정과 체내수정이 있다. 체외수정하는 대표적인 동물은 물고기이다. 암컷이 멀리 떨어진 강에 알을 뿌려놓으면 수컷이 다가와서 이리를 배설한다. 이리는 물고기 수컷의 뱃속에 있는 흰 정액덩어리이다.
체내수정을 위한 필수 기관
물고기에서 진화된 양서류부터 체내수정하는 종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개구리와 두꺼비는 체외수정을 하지만 불도마뱀과 영원은 암컷의 몸 안에서 수정한다. 이들의 체내수정 방법은 특이하다. 수컷이 습기있는 땅 위에 정포(精包)를 내놓으면 이것을 집어삼킨 암컷은 수정이 된다. 정포는 정자가 들어 있는 액체 주머니이다.
양서류가 파충류로 진화되는 과정에서 정자를 암컷의 몸 안으로 밀어넣는 삽입기관이 처음 나타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삽입기관은 페니스로 진화되었다. 빈대에서 고래에 이르기까지 제각기 고유의 페니스를 갖게 된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동물은 곤충류 따위의 절지동물이다. 몸이 작고 여러개의 마디로 이루어진 곤충은 종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정도로 독특한 생식기관을 갖고 있다. 예컨대 실잠자리의 페니스는 국자처럼 생겼다. 암컷이 여러 수컷의 정액을 몇개월이고 몸안에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수컷의 정액을 퍼내기 위해 페니스가 국자 모양이 된 것이다.
나비의 어떤 종은 페니스에 가시가 달려 있다. 페니스 가시의 유일한 쓰임새는 교미마개를 제거하는 일이다. 교미마개는 이미 수정시킨 암컷에게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암컷의 생식기관을 봉인하기 위해 수컷이 분비하는 아교처럼 끈적끈적한 배설물이다. 페니스를 가장 기묘하게 사용하는 벌레는 빈대이다. 수컷은 창처럼 생긴 페니스로 암컷의 외피를 마구잡이로 찔러댄다. 암컷의 배에 생긴 여러 개의 구멍은 사실상 질의 역할을 한다.
페니스는 체내수정을 위해 필수적인 기관이다. 그렇다고해서 체내수정하는 모든 동물이 페니스를 진화시킨 것은 아니다. 연체동물인 오징어나 절지동물인 전갈은 영원처럼 정포를 배설하여 수정한다. 또한 대부분의 새들은 도리어 페니스가 퇴화되었다. 처음에는 새들이 페니스를 갖고 있었으나 오늘날 삽입기관을 가진 종은 타조와 거위를 비롯해 3%에 불과하다. 페니스가 없는 새들은 배설강을 맞대면서 정액을 쏟아넣는 방식으로 수정을 시도한다. 새들의 페니스가 사라진 곡절은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포유동물 페니스는 발기한다
페니스는 포유동물에 이르러 가장 성능이 완벽한 생식기관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포유류의 페니스는 세가지 방향에서 진화되었다. 먼저 사람을 비롯해서 말, 코끼리 따위의 페니스는 성적 자극을 받을 때 음경해면체의 충혈에 의해 발기한다. 그러나 소, 양, 염소의 페니스는 사람의 생식기와 완전히 다르다. 음경에 해면조직이 없으므로 충혈 대신에 근육작용에 의해 곧장 막대기처럼 단단해진다. 한때 유럽에서는 황소의 성기를 잘라내서 노예나 마소를 부리는 채찍으로 사용했다. 끝으로 일부 포유류의 페니스에는 음경골(bacu-lum)이라 불리는 뼈가 들어 있다. 설치류, 박쥐를 포함해서 바다에 사는 물개, 해마, 고래가 음경골을 갖고 있다. 특히 고래의 음경골은 매우 길고 튼튼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식기를 가진 동물인 고래의 페니스는 길이가 3m, 지름이 30cm 정도이다. 수컷이 음경골을 가진 동물은 암컷 역시 클리토리스 속에 음핵골을 갖고 있다.
사람의 페니스는 음경골이 없으므로 흐물흐물하며 고환에 의지하여 아래로 처져있다. 페니스는 음경체부, 포피(包皮), 귀두로 구성된다. 음경귀두는 페니스 끄트머리의 버섯처럼 생긴 부분이다. 태어날 때는 포피로 완전히 덮혀있다. 이 현상을 포경이라 한다. 포피는 귀두를 감싸고 있는 여분의 피부껍질이다. 포피를 적출하여 귀두를 노출시키는 수술이 포경수술이다. 유태인들은 생후 8일째 되는 날 종교의식으로 포경수술을 시행한다. 이 의식이 할례이다. 귀두는 페니스 중에서 가장 민감한 성감대인데, 흥분시에도 발기되지는 않지만 오르가슴에 이르면 붉은 색조를 띠면서 확대된다.
음경체부는 질 깊숙이 정액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음경체부에는 원기둥처럼 생긴 두줄기의 음경해면체와 한개의 요도해면체가 들어있다. 사람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좌우 한쌍의 음경해면체에 혈액이 유입되면서 충혈에 의해 페니스가 단단해지므로 발기된다.
오르가슴에 도달하여 사정할 때 정액은 요도해면체를 통과하여 배출된다. 대부분의 남성은 자고 나서 아침이 되면 페니스가 피스톤처럼 발기되어 있다. 아침발기가 일어나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밤새 오줌이 방광에 가득 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사람 페니스는 왜 클까
사람은 조상이 같은 유인원보다 훨씬 길다란 페니스를 갖고 있다. 발기해서 성교를 준비할 때 페니스의 평균길이는 고릴라가 3cm, 오랑우탄이 4cm, 침팬지가 8cm인 반면에 사람은 13cm이다. 사람의 80%는 11-15cm의 페니스를 달고 있다. 인종별로 보면 황인종 10-14cm, 백인종 14-15cm, 흑인종 16-20cm이다. 고릴라와 오랑우탄은 사람과 침팬지보다 몸집이 크다. 2백여kg 나가는 고릴라는 침팬지보다 네배 가량 무겁다. 그러나 페니스의 길이는 침팬지가 고릴라의 세배 가까이 된다. 요컨대 페니스의 크기는 몸무게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사람의 페니스가 커지게 된 이유는 여러 각도에서 설명이 시도되었다. 일부 학자는 인간의 성행위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 성교할 때 얼굴을 서로 마주 보는 체위를 선호하기 때문에 긴 페니스가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랑우탄과 고릴라도 가끔 비슷한 체위를 즐기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했다. 또한 평균 성교시간에서 페니스가 긴 이유를 찾기도 하지만 역시 설득력이 모자란다. 사람은 대략 4분간 성교하는데, 침팬지 7초, 고릴라 1분보다 긴 시간이지만 오랑우탄의 15분보다는 훨씬 짧다. 이와 같이 페니스 길이를 성교행위와 결부시켜 설명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었다.
먼저 여성의 시선을 사로잡는 전시용으로 긴 성기가 진화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여자들이 끌리는 남성에 매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 주장이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여자들의 겨우 2%가 발가벗은 남자의 성기에 관심을 가진 반면에 응답자의 39%는 엉덩이가 성적 흥분을 촉발시킨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제안은 페니스가 작은 남자를 을러대기 위해 긴 페니스가 진화되었다는 가설이다. 이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페니스 크기는 몸무게에 비례하지 않는다. 따라서 작은 페니스를 가진 몸집 큰 사내가 큰 페니스의 야윈 남자 앞에서 겁을 먹을 리 만무하다.
큰 페니스의 진화를 여성의 오르가슴과 연결시킨 가설이 한때 인기를 얻었다. 페니스가 클수록 여자에게 성적 쾌감을 크게 준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긴 페니스로 질을 꽉 채우지 않으면 여자가 성적으로 만족하지 못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질은 처음 몇번 피스톤처럼 왕복운동하는 페니스의 길이와 굵기에 맞춰 확장되고 그 이상은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거대한 페니스가 반드시 성교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요컨대 질은 열린 구멍이라기 보다는 닫힌 틈이므로 페니스가 크건 작건 어떠한 크기의 질과도 궁합이 맞을 수 있다.
페니스의 진화를 가장 그럴법하게 설명한 것은 정자 경쟁의 측면을 강조한 이론이다. 여러 남자가 질 속에 쏟아 놓은 정자들은 먼저 난자를 차지하려고 경쟁한다.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정자를 가급적이면 질 깊숙이 밀어넣어야 한다. 따라서 난자 가까이 정자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게끔 길다란 페니스가 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질의 진화와 맞물려
사람의 페니스 크기는 질의 진화와 맞물려 있다. 페니스는 질 안에서 정자를 충분히 멀리 밀어넣을 수 있을 만큼 커야 되지만 동시에 질에 상처를 입히지 않을 만큼 작아야 되기 때문에 페니스와 질의 크기는 함수관계가 있는 것이다. 한편 질의 크기는 출산되는 아이의 머리 크기에 좌우된다. 인류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뇌가 급속도로 커짐에 따라 질이 커지게 되었으며 페니스 역시 덩달아 커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남자 셋 중 둘은 자신의 페니스가 작다고 걱정한다. 대개 목욕탕 탈의실에서 다른 남자의 성기를 흘낏 보고 자신의 것이 왜소하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자신의 성기는 위에서 내려다보기 때문에 남의 것보다 작아 보일 따름이다. 평소에 작은 페니스도 발기하면 극적으로 커지므로 열등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발기하면 작은 음경은 크게 늘어나지만 큰 음경은 덜 늘어나므로 몽땅 발기한 뒤 음경의 대소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미국에서 실험한 자료에 따르면, 평소 크기가 7cm인 음경은 발기시 120% 늘어났으나 11cm이던 것은 50%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페니스는 평소에 2cm 이상, 발기된 상태에서 5cm 이상이면 성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왜소한 음경은 확대수술로 그 길이와 굵기를 키울 수 있다. 길이는 음경과 연결된 인대를 일부 절단하여 밖으로 돌출하게 만드는 수술로 연장될 수 있으며, 굵기는 엉덩이에서 피부를 떼어내 음경 둘레에 감아주는 이식수술로 키울 수 있다.
페니스에 대응하는 여성의 발기조직은 클리토리스이다. 태아의 동일 조직이 음경 또는 음핵으로 분화되기 때문이다. 음핵은 생식에 쓸모가 없고 오로지 성적 쾌감만을 위해 존재한다. 오늘날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시술이 가능해지면서 생식기로서 페니스의 기능이 위협받고, 피임기술의 발달로 성교가 생식보다는 성욕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됨에 따라 페니스는 클리토리스와 비슷한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침실에서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소망은 최고의 기교와 정력으로 자신은 물론 상대방이 오르가슴에 도달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페니스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기발한 수단이 동원되었다. 예컨대 수마트라 섬의 사내들은 페니스의 피부에 틈새를 만들고 그 안에 작은 돌을 집어넣어서 상처가 아문 뒤에 혹이 생기도록 했다. 원나라의 몽고족은 속눈썹이 달린 염소의 눈꺼풀을 발기된 페니스에 매달아서 질을 간질이게 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자석, 정력팬티, 구슬고리, 플라스틱 고리에 솔이 부착된 밴드 따위가 정력보완에 효험이 있는 것처럼 뭇 남성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또한 남자들은 옛날부터 발기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물개의 성기, 자라의 생피, 곰의 발바닥, 인삼뿌리 따위의 최음제를 애용했다. 오늘날은 미국에서 선풍을 일으킨 DHEA와 멜라토닌이 기적의 회춘약으로 과대선전되어 대량으로 밀수까지 되었으나, 과용했을 때는 고혈압과 암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기에 이르렀다.
고개 숙인 남성 살리기
남자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성기능장애는 사정장애와 발기부전이다. 정상적인 남성이라면 오르가슴에 달할 때마다 3-6회 정도 정액을 사출하지만 페니스를 질에 삽입한 후 1분을 넘기지 못하고 사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사정장애를 조루증이라 한다. 조루는 페니스에 국소마취제를 바르거나, 여자가 사정 직전에 손가락으로 귀두를 꽉 잡고 여러 차례 압착하여 사정을 억제시키는 훈련을 반복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발기부전은 과거 6개월 동안 성관계 시도에서 발기를 유지 못한 횟수가 절반을 넘는 경우를 이른다. 그 원인은 정신적인 것과 기질적인 것으로 나뉜다. 심인성 발기부전은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기질적인 증상은 치료법이 다양하다. 내과적 치료법으로는 환자가 성관계에 앞서 직접 발기유발제를 음경해면체 안에 주사하는 방법이 있으며, 외과적 치료법으로는 음경혈관 재건수술과 음경보형물(補型物) 삽입수술이 있다.
음경해면체의 혈관 일부가 막혔을 경우에는 약물로 혈관을 일시적으로 넓혀주는 발기유발제 주사요법이 효과적이지만, 완전히 폐쇄되었을 때는 혈관재건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으면 음경보형물을 폐니스에 넣어 필요할 때 원하는 시간만큼 발기상태를 유지하는 페니스 보철수술을 받는다.
음경보형물은 음경해면체에 들어가는 실리콘 실린더, 한쪽 음낭에 삽입되는 펌프, 복부에 넣는 생리식염수 저장주머니 등 3개 부분으로 연결된 인공페니스이다. 손으로 고환 속의 펌프를 몇번 눌러주면 뱃속에 있는 물주머니의 식염수가 음경해면체의 실리콘 보형물 속으로 흘러들어가 실린더를 채워 발기상태가 된다. 성행위가 끝난 뒤 다시 음낭펌프의 이완밸브를 누르면 실린더의 용액이 저장주머니로 역류해 들어가고 페니스가 수축된다. 최근에는 펌프와 저장주머니를 하나로 합쳐 음낭에 장치하는, 두조각으로 구성된 제품이 개발되었다.
남근과 정신분석
페니스는 정신분석학에서 유아기의 성심리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에 따르면, 무의식 속에서 남아는 거세불안을 느끼고 여아는 페니스 선망을 느낀다. 남아는 어머니의 성기를 보면서 자신처럼 페니스를 갖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페니스를 원하는 어머니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스스로 어머니의 페니스가 되려는 갈망으로 아버지를 증오한다. 그러나 유아기를 벗어나면서 여성이 거세를 당해 페니스가 없는 것이라면 자신의 페니스도 위험에 처할 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들기 시작한다. 이른바 거세콤플렉스이다. 거세공포를 느낀 소년이 어머니의 페니스가 되려는 욕망을 포기하고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면 거세콤플렉스는 해소된다.
한편 여아는 아버지의 성기를 보면서 자신에게 페니스가 없는 사실을 발견할 때부터 자신이 결핍의 존재임을 깨닫고, 자기에게 페니스를 주지 않은 어머니를 원망하게 되며 아버지를 자기에게 페니스를 가진 아기를 갖게 할 수 있는 한 남성으로 선망하게 된다. 이른바 페니스 선망이다. 소녀가 아버지의 아기를 갖고 싶어하는 소원을 억제하고 어머니의 여성적 가치를 자기와 동일시하게 되면 페니스 선망은 소멸된다.
프로이트가 발견한 무의식을 재해석한 사람은 프랑스의 자크 라캉(1901-81)이다. 라캉은 아이들의 정신분석에서 남근(phallus)의 절대적인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근은 페니스라 불리는 생물학적 개념의 성기가 아니라 아이의 무의식 속에 있는 상징이다. 라캉은 남근이 가진 상징적 의미로 인간의 욕망을 독특하게 풀이했다. 정신분석학은 라캉의 욕망이론에 의해 정치, 사회, 문화예술 분야로 확대되었다.
인류 역사에서 남근을 숭배한 흔적은 부지기수이다. 고대 벽화나 조각에는 발기한 페니스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남근은 자연과 인간의 출산능력과 풍요를 상징했으며 마귀를 내쫓는 힘을 나타내기도 했다. 어디 옛날뿐이겠는가.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 우주로 쏘아 올리는 로켓 역시 영락없이 발기한 남근을 닮아 있지 않은가.
영원
도룡뇽과에 속하는 동물. 등은 검고 날카로우며 배 부위에는 선홍색 바탕에 불규칙한 반점이 있다. 4-5월에 2-3백개의 알을 물 속에 낳으며, 늦가을에 물에서 나와 돌이나 나뭇잎 사이에서 동면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