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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20세기를 달려온 인공장기6 : 심장

보다 작게 보다 가볍게 생명의 상징을 창조한다

심장은 생명의 상징으로 불릴만큼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 그 기능이 비교적 간단한 점이 흥미롭다. 즉 다른 장기들과 달리 심장은 특별한 효소나 단백질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오로지 혈액의 순환만을 책임지는 펌프일 뿐이다(그림).
 

(그림)심장의 구조와 혈액의 흐름^온 몸에서 우심방으로 들어온 혈액이 폐동맥→폐→폐정맥→좌심방→좌심실→대동맥을 거쳐 다시 온몸으로 나간다. 빨간 글씨는 판막임.


최대 6백20일 생존

따라서 인공심장에 대한 연구는 다른 분야에 비해 일찍부터 이루어져 왔다. 또한 심장질환의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아지는데 반해 심장을 기증하는 사람이 한정돼 있어 인공심장에 관한 연구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인공심장이란 심장 기능의 일부 또는 전체를 대신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일컫는다. 크게 심실보조장치와 완전이식형 인공심장으로 구분된다.

심장 좌우에는 심방과 심실이 각각 2개씩 있다. 이 중 힘을 많이 쓰는 부위는 심실이다. 심방은 혈액을 저장하고 있다 문을 열고 심실로 넘겨주는게 자기일이다. 이에 비해 심실은 혈액을 심장 밖으로 짜주는 역할을 맡는다. 그래서 평소 심방보다 심실에 무리가 많이 간다.

심실보조장치는 심실의 지친 노고를 덜어주면서 원래의 기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좌심실과 대동맥(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혈관)에 각각 구멍을 뚫고 몸밖에 있는 혈액 펌프에 연결한다. 이 펌프는 심실의 피를 직접 대동맥으로 이동시킴으로써 혈액의 박출 작업을 도와준다. 왼쪽 심실에 사용하는 것을 좌심실 보조장치, 오른쪽 경우를 우심실 보조장치라고 한다.

한편 보조장치와 달리 완전이식형 인공심장은 자연심장의 전체 기능이 회복되지 못할 상태일 때 사용되는 장치다. 자연심장에서 좌우심방과 대동맥, 그리고 폐동맥(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내보내는 혈관) 부위를 잘라낸 뒤 그 자리에 부착시켜 자연심장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려는 목적이다.

완전이식형 인공심장이 최초로 사람에게 사용된 것은 1982년의 일이다. 미국인 치과의사 클라크에게 이식돼 생명을 1백12일 동안 유지시켰다. 1985년 완전이식형 인공심장을 이식받은 미국인 스크로더는 수술 후 퇴원해 6백20일 동안 생존함으로써 인공심장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이러한 성공이 있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한때 미국과 소련에서 핵연료를 이용한 소형 열기관을 동력원으로 하는 열엔진식 인공심장이 개발됐다. 그러나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갔고 발열로 인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었으며 핵오염의 가능성이 커서 지금은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지금까지 개발된 여러 종류의 완전이식형 인공심장에서 주된 흐름은 두가지, 즉 압축된 공기의 힘으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방식과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공기압축식은 현재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클라크나 스크로더의 경우 이 장치가 사용됐다. 하지만 압축기가 너무 커서 환자가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따른다. 또 길다란 호스가 압축기와 피부 사이에 연결되다 보니 환자가 미생물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

이에 비해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구동장치를 작게 만드는 일이 상대적으로 쉽다. 전기 충전을 위해 전선을 몸 밖으로 적절하게 연결하면 된다. 외부장치라고는 허리춤에 착용한 배터리나 주변의 전원코드에 연결할 플러그 정도에 그칠지 모른다. 인공심장을 몸 속에 넣은 채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 사람에게 적용된 사례는 없다.
 

심실보조장치 원리를 설명하는 의사와 장치의 내부모습


전기식 완전이식형이 목표

우리나라는 1984년 이후 서울대 의대 의공학교실에서 전기식 완전이식형 심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88년 인공심장 ‘심청이’를 1백kg짜리 송아지에 이식, 4일간 생존시키는 성과를 보였다. 심청이란 이름은 자기를 희생해 남을 돕는다는 의미 때문에 붙여졌다. 크기는 8백cc 정도. 사람 몸에 적당한 크기(6백cc)에 비해 조금 컸지만 심청이의 설계방식은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1992년에는 6백cc 크기의 인공심장이 개발돼 60kg의 양에 이식됐다. 몸무게로 볼 때 송아지보다 사람에 가까운 경우였다. 양의 생존기간은 4일. 현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람에게 더욱 적합하고 안전한 인공심장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에 전기식 완전이식형 인공심장을 사람에게 사용할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우리나라도 그 경재 대열에 서 있다. 누가 먼저 도달할지 모르지만 아마 21세기에는 병원에서 자신의 심장을 골라 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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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민병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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