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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인용로봇

인간과 공존하며 비서역할척척

사람과 함께 생활하며 힘든 일을 도와주는 개인용 로봇은 공장에서 맡겨진 일에 충실하고 있는 로봇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 정밀한 설계와 제작이 필수적이다.

기원전 8세기에 쓰여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는 바다의 여신 데티스가 전쟁에 나가는 아들 아킬레스를 위해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가 훌륭한 무기를 만들어주길 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헤파이스토스는 지성과 기술을 갖춘 로봇이었다.

또한 기원전 3세기경의 ‘아르고 모험록’에 나오는 해안경비로봇인 놋쇠 인간 탈로스는 뜨겁게 달구어진 몸으로 섬을 침입한 적을 격퇴시키고 있다. 이들 이야기는 비록 신화에 불과하지만 힘든 일을 대신해주는 ‘기계 인간’에 대한 인간의 염원이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근대적인 개념의 로봇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이란 희곡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 생산된 인조 인간 로봇이 돌연변이에 의해 지능과 감정을 갖게 되며,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겨 반란을 일으킨 인간과 로봇이 투쟁을 벌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대 신화로부터 시작된 ‘인간의 꿈’ 로봇은 인간이 하기 힘들고 어려운 일을 대신해주는 자동화 기계였다. 이는 근대의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생산 혁명과 맞물려 대량의 자동화 기계를 배출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고정밀, 고생산성의 생산 자동화 로봇이 수많은 공장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다.

노동 대체라는 인간의 염원에서 출발한 로봇은 인공지능을 실현할 수 있는 고성능의 컴퓨터와, 인간의 감각을 구현할 수 있는 첨단 센서의 발전에 힘입어 ‘봉사(Service) 로봇’의 차원으로 개념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능을 보조하고 도우며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의 등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인간의 생활 속에서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사용될 수 있는 개인용 로봇이 언제쯤 개발될 수 있는지, 또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과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집은 공장이 아니다

로봇을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이용하는 일은 공상 과학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같은 로봇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 기술이 필요하며, 또한 특별한 설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공장과 같은 환경은 고정적이다. 생산 로봇의 기능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에만 국한된다.

따라서 로봇은 정해진 위치에서 ‘인간과 무관하게’ 주어진 일을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사무실이나 가정은 공장과는 판이하게 다른 환경을 갖고 있다. 사무실이나 가정의 환경에는 정형화된 규칙이 없으며, 이때 로봇은 항상 인간과 접촉하거나 아니면 매우 근접한 위치에서 동작해야만 한다. 또한 로봇이 담당해야 할 일도 단순 반복작업이 아니라 인간을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등의 다양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용 로봇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재에서부터 인공지능 제어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 기술들이 필요하다.

개인용 로봇을 설계할 때 가정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안전성의 문제다. 산업용 로봇은 대개 단단한 금속 재질로 만들어지며, 매우 무겁다. 작업자는 로봇의 오동작에 의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로봇의 근처에서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일반적으로 공장에서는 작업자(인간)와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지 않기 때문에 로봇과의 충돌과 같은 사고는 미연에 예방하기가 쉽다. 그러나 사무실이나 가정에서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특히 가정에는 노약자나 어린이와 같이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구성원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로봇이 노약자와 충돌하거나 어린이를 밟고 지나가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와 같은 로봇의 대인 안전에 관한 규칙은 일찍이 아이작 아시모프에 의해 서술된 로봇의 3원칙을 통해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안전한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먼저 로봇의 소재가 인간이 접촉해도 다치지 않도록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설사 로봇의 골격이 구조적으로 단단한 재질을 요구할지라도, 로봇의 외부를 인조 고무와 같은 재질로 감싸면 최대한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부드러운 재질의 로봇 피부 재료는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

다음은 로봇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벼운 재질의 재료를 사용해 골격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특수 플라스틱과 같은 합성 재료를 사용하면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로봇이 구동할 수 있는 힘이다. 인간이나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무게에 비해 훨씬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는 근골격을 가지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산업용 로봇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무게보다 가벼운 대상체를 주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가벼운 재질로도 인간을 들어올릴 수 있거나, 혹은 더 무거운 물건도 들어올릴 수 있는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모터와 같은 기구와 로봇의 골격 구조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에 관한 많은 연구가 현재 진행 중에 있다.
 

한 가정을 가득 메운 다양한 개인용 로봇들. 영화 '스타워즈'에 R2D2와 C3P0가 나온 이래 이같은 로봇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어졌다.


환자 돌보고, 서류 정리도 대신

현재 개인용 로봇의 대표적인 연구는 복지형 로봇의 개발이다. 복지형 로봇이란 신체 장애자와 같은 사람들을 보살피고 보조하는 로봇을 말한다. 일본의 기계기술연구소에서는 멜독이라는 맹인용 길 안내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 로봇은 도로상에 설치된 유도선을 따라 움직이는데 사용자의 걸음 속도에 따라 자신의 속도를 조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한 이 로봇은 따라오는 사람이 정해진 길로부터 많이 벗어나면 미약한 전기 자극으로 경보 신호를 주며, 사용자가 지팡이에 설치된 몇 개의 버튼으로 원하는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로봇이 실용화되려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유도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도쿄대학 공학부에서는 환자에게 주스를 서비스하는 이동 로봇을 개발했는데, 두개의 로봇 팔로 저장된 주스를 환자에게 가져다주거나 먹여주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또다른 로봇으로는 일본의 공업기계연구소에서 개발중인 간호용 로봇이다. 이 간호용 로봇은 누워있는 환자를 두 팔로 껴안아 움직일 수 있다. 따라서 환자나 지체 부자유자가 타인의 도움없이도 휠체어에 옮겨타거나 다시 침대에 눕는 등의 동작이 가능하다.

한편 미국 내시빌의 반더빌트 대학에서는 보다 인간에 가까운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스테레오 시각 시스템과 청각 시스템, 합성 얼굴 영상 시스템, 2개의 로봇 팔 등을 장착하고 있다. 이 로봇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추적하며, 대상체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잡는 동작이 가능하다. 이 대학에서 아이삭(ISAC)이라는 시스템은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나 신체 부자유자에게 수저를 사용해 음식을 먹여줄 수 있다. 이외에도 사람에게 음식물을 먹여주는 로봇으로 영국의 킬(Keele)대학에서 개발한 핸디(HANDY)와 일본의 세콤 지능시스템 연구소에서 개발한 식사 보조 시스템 등이 있다.

사무실을 겨냥한 시스템으로는 스탠포드대학과 팔로알토 VA의료 센터가 공동으로 개발한 드바(DeVar)라는 로봇이 대표적이다. 음성 명령이 가능한 이 로봇은 로봇 팔과 로봇 손을 가지고 있으며, 각종 서류와 디스켓 등을 다루거나 전화를 받아주는 등의 비서 역할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로봇들은 개인용 로봇의 초보적인 단계에 지나지 않아 우리가 알고 있는 ‘아톰’과 같은 지능적이고 인간과 유사한 외모와 감정을 가진 로봇의 개발은 가까운 장래에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현재 많은 요소 기술들이 개발 중에 있으므로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의 사무실과 가정에서 특정한 용도에 사용이 가능한 개인용 로봇들이 등장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로봇의 등장에 의해 변화되는 인간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로봇은 고도의 정확성과 능률로 사람들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해 줌으로써 분명히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또한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어가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이나 노인, 환자를 돌보는 일과 청소와 세탁 등의 가사 노동들을 로봇들이 대신한다면 가족간에 대화가 더욱 단절된 삭막한 분위기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로봇이 아무리 지능화 및 감성화된다고 해도 사람의 창조적인 지능과 따뜻한 감성에 버금가는 수준에 이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로봇이 가져다주는 편리성으로 인해 얻게되는 여유시간들을 보다 인간적인, 그리고 창조적인 일에 알차게 사용할 수 있는 지혜를 우리는 터득해야 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위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따뜻한 사랑과 슬기로운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용 로봇에 필요한 기술들

개인용 로봇의 안전에 관한 요구 사항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실용적인 수준까지 실현할수있다. 하지만 개인용 로봇은 다양한 인간의 작업을 대신하거나 보조할 수 있는 응용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또한 필요에 따라 다시 프로그램하기에 편해야 한다. 즉 다양한 용도에 활용될 수 있는 적당한 지능과 도구를 갖추어야 하고, 인간이 편리하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야 한다. 여러개의 로봇이 한 공간에서 작업할 때 필요한 협조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어야만 진정한 개인용 로봇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기능 개인용 로봇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기술들을 살펴보자.

⊙정밀한 측정 센서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의 감각에서 인간의 감각능력을 뛰어 넘는 고성능의 센서들이 이미 개발돼있다. 트깋 시각은 적외선, 자외선, X선 등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감지할 수 있는 센서들이 개발돼 있고, 촉각 및 후각 또한 인간의 감지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의 성능을 갖는다.

이러한 기능들은 인간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 이를테면 자외선 노출, 유독가스 누출 등에서 로봇이 인간에게 경고를 해주거나 대피조치 및 방재 조치 등을 스스로 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CCD카메라와 같은 시각 센서 등으로 처리되는 시각 인식 기능들도 지능적인 인식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다양한 작업을 할수 있다.

⊙반작용도 인식하는 접촉 센서

로봇의 접촉 부위에 부착된 압전 소자(접촉면에 가해진 힘이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되는 장치)와 관절 부분에 장착되는 힘-토크 센서(관절에 의해 구동되는 힘을 받는 대상체로부터 반대로 전달되는 힘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등이 대표적인 접촉센서. 이들 센서를 이용해 로봇이 대상체의 윤곽이나 경도, 반발력 등의 힘을 전기적인 신호 크기로 전달 받아 인간의 같은 부드러운 조작이 가능해진다. 이들 기능은 로봇이 깨지거나 부서지기 쉬운 물건을 다룬다든지, 혹은 어린이나 노약자, 신체 장애자와 같은 사람들을 부축하거나 안아 올리는 동작을 구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 수발 가능한 로봇 손

로봇의 손은 인간과 같은 다섯 개의 손가락 혹은 3-4개의 손가락으로 구성된 다관절 기구로 제작된다. 로봇 손은 용도에 따라 다른 도구로 대체되거나(예:전동 드릴), 혹은 인간과 같이 도구를 손으로 잡은 뒤 작업을 하는 용도로 이용될 수 있다. 현재 유리컵이나 수저와 같은 인간의 일용 도구를 안전하게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음식을 먹여줄 수 있는 수준의 제어 기술이 이미 개발돼 있는 상태다.

⊙시각 인식

시각 인식 기술은 주로 CCD카메라를 통해 얻어지는 흑백, 혹은 컬러영상에서 로봇의 동작에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는 기술이다. 현재 로봇이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은 인간의 인식 능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한적이다. 인간은 필요한 정보의 90%를 시각에서 얻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의 시각능력에 준하는 로봇의 인식능력은 범용의 가정용로봇의 구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각 인식은 많은 정보 처리량과 계산시간이 빨라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컴퓨터와 효율적인 계산 알고리즘이 필요하며 이에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의 기술 수준은 특정 물체를 다른 물체와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사람의 얼굴을 다른 물체와 구별할 뿐만 아니라 눈, 코, 입 등의 특정부위만을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의 인식 알고리즘과 움직이는 물체를 추적하는 정도의 제어 기술이 개발 돼 있다.

⊙음성 인식

인간이 의사를 전달하는 대표적인 수단은 언어다. 따라서 로봇이 인간의 음성 명령을 인식하고 필요한 작업을 행하는 것은 사용의 편리성 면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현재 개발된 음석 인식 수준은 제한된 어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작업 명령이 가능한 정도다. 실제로 일본의 도시바에서는 음성을 인식해 문서를 출력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이 시스템은 1분에 1백20자를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보인다고 한다.

한편 음성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로봇은 다양한 사람의 음성 특성에 적응할 수 있는 학습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학습능력을 구현하는 대표적인 알고리즘 중 하나가 인간의 뇌 신경을 모델로 개발된 뉴럴 네트워크가 있다. 음성 인식 기술은 현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므로 머지않아 인간의 자연어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전망이다.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개인용 로봇은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지닐 것이다. 종래의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는 조이스틱과 같은 조정장치로 로봇의 동작을 조정하거나 키보드의 입력에 의해 동작 명령을 주는 방식이었다. 이 분야는 원격 조정 로봇을 탄생시켰는데, 이것은 위험한 공간에서의 작업, 화산 및 심해 탐사, 정밀 수술 등과 같은 분야의 핵심 기술이 돼 왔다. 그렇지만 가정용 로봇은 보다 인간적인 인터페이스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시각 및 음성 인식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인간만이 가진 고유 감각인 감성적인 측면이 고려된 인터페이스 기술이 도입될 것이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로봇이 인간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유사하게 컴퓨터로 합성된 얼굴의 표정을 통해 기쁨, 슬픔, 노여움 등과 같은 기본적인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에관한 많은 연구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진척돼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인공적인 얼굴을 제작해 사람의 표정을 만들어 내는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감성 공학에 바탕을 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춤으로써 로봇은 딱딱한 기계적 인상을 벗어버리고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다정한 친구처럼 우리에게 다가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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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민용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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