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우주망원경이 10만번째로 보내온 사진은 지구로부터 90만광년 떨어진 퀘이사. 여기에 은하형성 논쟁의 타래실을 풀어줄 새로운 사진이 포함돼 있었다.
동전을 넣고 기다리면 우주 진화의 비밀을 알려주는 신령스러운 기계가 있다고 치자. 누군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우긴다면 모르지만, 그런 논쟁일랑 접어두자. 그렇다면 은하형성이론은 그 경이로운 기계를 움직이는 핵심적인 부품(또는 소프트웨어)이 될 것이다. 은하형성은 우주 거대구조로부터 별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사진1)은 허블우주망원경이 헤라클레스자리와 용자리 부근을 촬영한 것이다. 1, 5, 6, 8, …. 이렇게 띄엄띄엄 번호가 매겨진 18개의 빛덩어리는 언뜻 독립적인 은하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생각은 틀렸다. 이 18개의 천체는 은하를 꽃피우는 ‘씨앗’이다. 또 은하라는 큰 집을 짓는 ‘벽돌’이다.
20세기 초 우리은하가 섬우주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우주공간에는 이런 섬우주가 수없이 많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이때다. 천문학자들의 고민은 시작됐다. 은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수십년간 은하형성에 관한 논쟁은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나 태어난지 1백억년이 넘는 은하의 초기 모습을 매끈하게 재현해내는 작업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수치계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 계산은 벌써 물리적 의미를 상실한 다변수문제이며, 관측천문학자들에게도 다루기 힘든 작업에 속한다. 하지만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한장의 사진은 많은 얘기거리를 제공했다.
18개의 벽돌은 각기 수십억개의 별과 가스로 구성돼 있으며 대략 2천-3천광년의 크기를 가진다. 즉 성단보다 크고 은하보다 작다. 그리고 1백10억광년 밖에 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현 우주 나이의 16%. 빅뱅 이후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다.
허블우주망원경이 발견한 벽돌들은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의 거리와 같은 2백만광년에 걸쳐 흩어져 있다. 그러나 2백만광년은 그런 크기의 천체가 분포하는 공간치고 너무 작다는데 문제가 있다. 벽돌들은 서로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다. 은하형성 수수께끼는 여기서부터 풀려나간다.
2천-3천광년 크기의 구름들이 일정한 공간 안에서 만들어지고 이들은 무작위운동을 통해 다양한 물리적 과정을 경험한다. 즉 서로 중력적으로 이끌려 충돌하기도 하고 합쳐지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그 집단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진행된다. 결국 구름은 충돌과 성장을 거듭해 평균적인 은하로 성장하는 것이다.
(사진1)은 그 구름 하나하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많은 천문학자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중세 때 갈릴레오와 브라헤가 지동설을 뒷받침하는 관측 사실을 내놓았던 것과 같은 ‘헤비급’ 사건인 셈이다. 더구나 이러한 시나리오를 옹호하는 천문학자들에게는 통쾌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은하형성의 비밀은 밝혀진 것일까? 천문학자들은 아마도 “대체로 그렇지만 세부적으로는 아직 할 일이 많다”라고 대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