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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강청결 단맛 내며 충치 예방하는 껌

입냄새 제거에서 세균 박멸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은 껌을 많이 씹는다. 한 관계자 말을 빌리면 우리나라 껌 소비량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고, 1인당 소비량으로 따지면 세계 최대라고 한다.

해방 후 미국으로부터 전파된 껌문화는 이제 청소년이나 젊은층뿐 아니라 성인과 노년층까지 확대됐다. 식당에서는 식사 후 무료서비스 차원에서 나눠주는가 하면, 운동선수들이 경기 도중 껌을 씹는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껌은 입에 들어갈 때는 딱딱하지만 씹어서 단물이 빠지고 나면 흐물흐물해지는 묘한 습성 때문에 인간의 씹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기도 한다.

근래에는 제조회사들이 껌의 기본적인 성분에다 약간의 특수한 성분들을 넣어 항균작용을 통해 건강을 증진시키고, 독특한 맛과 향을 내 입냄새를 제거하는 껌을 만들고 있다. 커피성분을 많이 넣어 졸음을 방지하는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하지만 껌은 특수한 성분을 첨가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다양한 기능을 가지는 ‘기능성 식품’ 이다.
 

단것을 먹을 때는 즐겁지만 깨끗이 양치하지 않으면 세균이 득실.


타액은 재주꾼

우선 껌은 정신적으로 사람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현대 사회에서 복잡한 업무로 인한 긴장감이나 권태, 스트레스를 무엇인가를 계속 씹음으로써 정신적으로 완화시키고 느긋함을 가져보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다. 이를 대변하듯 남학생보다 사회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학생의 경우 껌을 씹는 비율이 높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껌의 기능은 타액(침)의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하루에 분비하는 타액은 1-1.5L 정도다. 치의학에서 임상적인 목적으로 타액을 측정할 때 보통 5분간 분비되는 양을 관찰하고 비교하는데, 서양인의 경우 평소에는 7-8mL, 무엇을 씹을 때는 13-14mL가 분비된다. 우리나라 사람은 서양인보다 타액을 약간 적게 분비한다. 성인의 경우 5-6mL, 무엇을 씹을 때는 10mL가 흘러나온다. 어린이가 분비하는 양은 성인의 절반 정도다.

타액은 여러 가지 소화효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몸의 소화작용을 도와준다. 음식을 먹을 때 입에서는 치아로 음식을 씹거나 잘게 부수고 맷돌처럼 갈아서 음식을 미세하게 만드는 기계적인 작용과 함께 타액의 소화효소들이 음식을 삭히고 분해하는 생화학적 반응이 일어난다. 타액의 분비량이 많을수록 소화가 잘되는 셈이다.

또 타액은 각종 세균을 죽이거나 그 증가를 억제시키는 항균작용을 한다. 공기, 음식물, 그리고 우리의 구강에는 수많은 각종 세균들이 널려 있다. 그 숫자는 한두마리 정도가 아니라 단위 부피(mL) 당 수십만 또는 수백만마리로 표시할 정도로 많다.

그렇다고 구강이나 환경이 불결하고 징그럽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입안에 타액이 있어 불필요한 세균을 적당히 죽이거나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액은 상처가 났을 때 발라주는 일종의 소독약 효과를 가진다. 하지만 타액에 있는 세균이 상처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침을 발라주는 자가치료법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또 타액은 산성이나 알칼리성과 같은 화학적 자극을 중화시키거나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물에는 여러가지 자극이 있다. 타액은 이들이 인체 기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어느정도 중화시킨다. 이런 완충작용이 없다면 인체는 벌써 타거나 녹아버렸을 것이다.
 

치아 표면에붙은 세균막. 세균은 산을 배설해 표면을 녹인다(10배 확대한 모습)


20분 이상 씹어야 충치 예방

구강에 생기는 질병중 가장 빈번한 것이 충치다. 구강내 세균들은 치아에 붙어 있는 미세한 당성분을 먹고 산다. 이 세균들이 번식해 형성된 것이 치면세균막이다. 문제는 이 세균이 산(acid)을 배설해 치아 표면을 녹여 충치를 만든다는 점이다. 치아표면의 성분인 수산화인회석인데, 수소이온농도지수(pH)가 5.0 정도면 칼슘과 인성분이 녹아 빠져나간다. 세균이 배출한 산은 이보다 더 낮은 수소이온농도지수를 가지기 때문에 치아표면은 쉽게 상한다.

그래서 당성분이 있는 과자, 초콜릿, 사탕 등을 자주 먹으면 충치에 잘 걸린다. 타액은 이런 현상을 방지하고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즉 당성분이 치아표면에 묻어있어도 타액의 양이 많아 자주 씻겨지면 아무래도 당성분이나 세균의 양이 줄어든다. 더욱이 항균효과까지 있는 타액이므로 청정효과는 더욱 좋을 것이다. 또 세균들이 산을 배설했더라도 타액이 흘러들어가서 중화시키거나 완충작용을 한다면 그 산의 위력은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충치를 예방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이렇듯 타액의 양을 증가시키는 효과는 충치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식사 후 껌을 적절히 씹어 타액의 양을 증가시키면 충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껌에 충치를 유발하는 당성분이 포함돼 있어 단맛을 낸다는 점이다. 입안을 깨끗이 하고 충치를 예방할 목적으로 껌을 씹지만 껌에 들어있는 당성분에 구강내 세균들이 붙어 오히려 충치 발생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껌을 씹으려면 어느 정도 오랫동안 씹어서 단물이 다 빠지고 난 뒤까지 씹어야 한다. 한 실험에 따르면 대략 20여분 이상 껌을 씹을 때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근래에 충치를 유발할 수 있는 당성분 대신 인공감미료인 솔비톨이나 자이리톨, 또는 아스파탐 등을 설탕 대치 식품으로 넣어, 껌의 단맛은 유지하되 충치는 발생시키는 않는 제품이 제조되고 있다.

한국구강보건협회는 이처럼 인공감미료성분을 사용해 만든 껌이나 사탕, 과자류의 겉포장에 ‘튼튼이 마크’ 를 인쇄하도록 허가하고 있다. 이 마크는 스위스의 국제치아보호협회에서 공인된 임상실험을 거쳐야 받을 수 있다. 실험에서 치면세균막의 수소이온농도지수가 5.7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합격’ 점수를 받는다. 그 정도면 충치가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치아보호협회는 소비자들이 가급적 이런 마크가 있는 껌이나 사탕을 자녀들에게 사주도록 권장하고 있다.

한편 입냄새를 확실하게 제거한다는 껌이 주변에서 많이 관찰된다. 일반적으로 껌의 입냄새 제거효과는 두가지 원리 때문에 일어난다. 첫째 껌을 씹으면 치아에 붙은 음식물 찌꺼기나 치면세균막, 그리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세균덩어리들을 씻어낸다. 둘째 껌에 포함된 독특한 향료가 구강내 악취를 덮어버리는(masking) 효과를 낸다. 요즘 선전되는 입냄새 제거용 껌은 두번째 효과를 강화시킨 것이지 세균이나 음식물 찌꺼기를 더 잘 없애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청결이 병을 부른다

주의 사항 한가지. 단순한 입냄새는 껌을 씹어 제거하거나 덮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입냄새는 치과질환이나 내과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껌을 씹어도 냄새가 없어지지 않으면 반드시 치과나 내과에 가서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어떤 제조회사는 껌에 독특한 약제나 성분을 넣어 구강의 청결을 위해 항균작용을 높이거나 잠을 쫓기 위해 신경계통을 자극하는 제품을 선보였다. 물론 이런 껌들은 사람에게 어느 정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의 구강에는 이미 많은 세균들이 항상 일정한 평형관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따라서 항균작용처럼 일종의 약리효과를 가진 껌을 상용하면 오히려 구강내 세균의 평형상태가 깨질 우려가 있다. 그 결과 외부 병원균과 싸워 몸을 보호해줄 세균이 줄어들어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신경계통을 자극하는 효과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졸음을 깨게 한다는 껌에 커피 성분이나 특정 향료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 있으면 몸에 좋을 리가 없다. 더욱이 우리 감각이 이런 성분에 익숙해지면 점차 자극의 문턱값이 높아져 신경이 무뎌질 수 있다. 따라서 특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껌은 국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권장할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껌의 기원

1871년 미국의 토마스 아담스가 사포딜라라는 나무에서 진(latex)을 채취하고 여기에 아리코라이스향을 첨가한 것이 껌의 시초다. 과거에는 사포딜라나무에서 나오는 천연치클을 주원료로 사용했다. 그러나 천연치클의 양이 세계적으로 소비량에 도저히 따라갈 수 없고 생산원가가 너무 비싸 대부분의 생산업체들은 천연치클 대신 인공수지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인공수지는 천연치클과 유사한 고분자합성물(polybuthylene, isobuthylene)을 섬유질 형태로 만든 것이다. 여기에 단맛을 내기 위한 물엿, 포도당, 설탕, 또는 인공감미료가 포함돼 있다. 독특한 냄새나 맛을 내기 위해 향료나 과즙을 넣으며, 어떤 때는 알코올 성분을 첨가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튼튼이 마크. 단 맛은 유지한 채 충치는 예방하는 기능이 검증됐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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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신승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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