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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자동차의「화려한 외출」

TV외화 속의「키트」가 도로를 질주한다

자동조향장치 자동간격유지기능 최적경로차량 유도시스템 등 세가지 개념이 완전히 결합되는 날, 우리는 운전에서 해방되는 홀가분함을 맞보게 될 것이다.

인류의 문화발달과정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인류는 끊임없이 편안함을 추구하고 그것을 지표로 과학발전 또한 이루어져 왔다. 인간은 두발로 일어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숲에서 평야로 나가 곧 사냥을 했고 사냥도구들을 개발해냈다. 이어서 인간의 뛰어난 두뇌는 두 발이 아니라 바퀴를 가진 훨씬 편안한 수송수단을 개발해냈고 이것에 동력을 붙여 급기야 인간이 타고 다니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발달과정을 통해 생겨난 결과물이 바로 '대표적 문명의 이기'라고 말하는 자동차다. 우리가 너무 흔히 접하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생각해보면 얼마나 편리한 도구인가. 자동차 덕분에 우리는 두발로 뛰면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없이 가만히 앉아서 가볍게 손발만 움직이면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무인주행차량은 두개의 눈(카메라)를 이용해 앞에 있는 물체와의 원근을 판단한다.
 

도로에서 교통경찰관 철수

이와 같이 인간의 끊임없이 편리함을 추구하는 기질은 결코 이 단계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과학발전과 이러한 인간의 기질이 연관되어 필연적으로 태어날 미래의 자동차의 모습은 어떨까, 사람이 자동차 안에 앉아있고 그 사람은 엉뚱하게도 도로상황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책을 보고 있는 동안 자동차는 신나게 달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택시들은 운전석에 기사도 없는데 택시승차장에 정차하여 손님을 태우고 어디론가 떠난다. 도로에는 교통경찰관은 찾아볼 수 없고 신호등만 깜박이는데 자동차들은 신호등을 정확히 지키며 분주히 움직인다. 이것들이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찾아올 무인자동차 세상의 모습이다. 몇년 전 TV외화에서 소개된 무인자동차 '키트'가 실제로 도로를 누비게 된다는 꿈같은 얘기다.

현재 자동차의 제어는 모두가 운전자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즉 운전자는 달려야 하는 도로, 주위의 교통상황, 특히 장애물에 주의하면서 자기의 현재 도로상의 위치 속도 가속 및 감속을 점검하여야 한다.

운전자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껴 자동차를 여하히 제어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인간의 두뇌와 감각중추계통을 이용하면 방금 말한 기능을 알맞게 그리고 착실하게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교통의 흐름속에서 뜻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나는 속도보다 인간의 반응속도가 늦는 경우가 많다. 운전자가 위험에 대응하는 시간은 약 1초가 걸리는데 이 시간은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행동을 결정한 다음 제어하기 위한 자세를 갖추는데 소요된다.

이때 자동제어장치를 사용하면 운전자가 직접 판단해 대처할 때보다 시간도 짧아지고 판단을 그르칠 위험이 적어진다. 따라서 자동제어장치는 도로의 수용능력 증대와 도로 안전성의 개선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여러가지 조건들이 있다. 즉 제어장치가 보통의 운전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반응할 수 있어야 하고 고도의 신뢰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고장상황에서도 안전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이러한 자동제어장치들에 대해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인간의 신체기능을 하나씩 떠맡아

첫번째로 자동조향장치(automatic steering)를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쉽게 말해 현재 주변상황에서 어디로 자동차가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차량 스스로가 판단, 차량이 제 방향을 잡아 주행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이 장치는 무인차량시스템을 구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지난해 말 필자가 중심이 돼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발표한 무인차량 KARV-1호를 예로 들어 보면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가 받아들인 도로의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여 핸들을 제어하게 돼 있다. 필요한 정보란 현 도로상황이 차선도로인가 비차선도로인가를 구별하고 만약 차선도로라면 차선을 인지, 차선의 범위내에서 주행하도록 하는 정보 등이다. KARV-1호는 영상정보를 컴퓨터에 보내는데 컴퓨터는 이 정보들의 분석을 떠맞는다. 컴퓨터에서 핸들의 회전정도와 차량의 속도가 결정되면 KARV-1호는 핸들제어장치와 속토제어장치에 적절한 명령을 내리게 된다.

언뜻 생각하면 인간이 운전할 때 눈앞에 펼쳐진 주변상황을 받아들인 뒤 두뇌에서의 분석을 거쳐 최종명령이 손으로 전달되어 적절한 핸들회전과 가속페달에 의한 속도조절을 하는 원리와 상당히 흡사하다. 이때 인간의 눈에 해당하는 것이 카메라이고 두뇌에 해당하는 것이 컴퓨터, 또 손에 해당하는 것은 핸들제어장치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로 자동간격유지(automatic spacing), 즉 접근거리제어(proximity control)에 의한 충돌회피기능을 갖춰야 한다. 이것은 무인차량의 장애물 감지능력을 기본으로 한다. 차량 앞에 어떤 물체가 나타난다면 그 물체를 식별하고 충돌위험이 있을 때 정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지하고 있다가 위험상황이 해제되면 재출발이 가능하여야 한다. KARV-1호의 경우에는 2대의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 인간이 두 눈을 활용해 원근판단을 하는 원리를 이용, 앞에 나타난 물체가 높이가 있는 장애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영상정보는 주위의 명암변화 반사광 잡음에 약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인주행차량에는 보통 초음파센서를 장착한다. 즉 장애물을 발견하는 보조역할을 초음파센서에 맡기고 있다. 초음파센서는 초음파를 발사하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앞에 나타난 물체까지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고 이 정보를 이용하여 차량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 경우도 초음파센서로부터 컴퓨터에 거리정보가 전달되고 이 정보에 따라 컴퓨터는 브레이크 및 가속페달 제어장치에 적절한 명령을 내려주는 방식이므로 사람의 동작원리와 역시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무인주행차량은 실제실험을 통하여 사람이나 물체가 차량 앞에 나타났을때 약 5m의 간격을 두고 정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접근거리제어는 여러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하다. 수송덤프트럭 여러 대가 마치 기차처럼 줄지에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모습을 연상해 보라. 이때 앞차와의 접근거리제어가 적절하게 이루어진다면 사고예방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를테면 앞차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뒤차가 따라갈 수 있게 된다. 이 정도는 현재의 기술수준에서도 실현될 수 있는 수송시스템이다. 무인주행차량은 무사고 안전운행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밖에도 레이저거리계나 적외선거리계를 병행사용함으로써 장애물 검출의 신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두가지 개념이 무인자동차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다. 물론 이 두가지의 개념은 별개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무인차량시스템으로 융합되어야 한다.
 

고려대에서 국내최초로 개발한 KARV-1호
 

자신의 위치를 지도상에 나타낸다

무인주행차량의 세번째 기능은 차량이 놓여진 도로를 따라서 스스로 주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승차자가 가고자 하는 지점까지 운전을 하여 모셔다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최적경로차량유도시스템 (optimal path vehicle guidance system)의 개발이 무인주행차량의 궁극적 목표라 할 수 있다. 무인주행차량내의 컴퓨터는 넓은 범위를 포함하는 지도를 내장하고 있는데 인공위성과의 통신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그 지도상에 나타난다. 이어서 목표지점을 입력시키면 현재 위치에서 목표지점까지의 최적경로를 산출해내고, 목표지점까지 가는 동안 위치 및 방향을 음성출력하여 운전자의 운전을 보조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완전 무인주행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차량이 안암동 로터리에 있고 운전자가 차량에게 '동대문'이라고 음성명령을 내리면 차량은 인공위성으로부터의 수신신호를 통해 자신의 위치가 안암동의 어느 곳인가를 알아낸 다음 현 위치로부터 동대문까지의 최적경로를 파악하고 목적지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탑승객의 호기심을 일깨우기 위하여 이 정보를 컴퓨터 화면에 출력시켜 차량의 현재 주행위치와 방향 그리고 가고자 하는 도로를 화면에 나타난 지도위에 표시할 수도 있다.

앞서 설명한 두 장치와 이 세번째 개념이 결합되면 비로소 인간의 운전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무인자동차의 기초가 완성될 것이다.

외국의 경우는 일찌기 미국 일본 독일 등지에서 무인자동차와 이와 유사한 시스템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져왔고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카네기멜론(Carnegie-Mellon)대학에서 개발해낸 나브랩(NavLab)이라는 무인자동차가 있다. 이 차량은 상당히 저속으로 주행을 하면서 길가에 우체통이 나타나면 정지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잠시 내려 우체통에서 우편물을 수거해간다.

독일의 경우 독일 국방대학에서 개발해낸 무인자동차가 있다. 이 차량은 시속 1백㎞에 상당하는 고속으로 주행할 수 있고 앞에 나타난 장애물을 감지하며 도로변의 신호등도 식별해낸다.

일본은 도요타(Toyota) 마쓰다(Mazda)등 유명 자동차회사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각기 진행되고 있으며 시험주행의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일본 NEC에서 PVS(Personal Vehicle System)라고 명명한 차량을 한정된 환경내에서 주행시험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두가지 외국의 개발사례들의 공통점은 큰 용량과 빠른 속도의 고가장비들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PC급으로 워크스테이션급의 기능 발휘해

국내의 개발상황은 어떠한가. 현재 발표된 것으로는 고려대 연구팀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KARV-1호가 있다. 이 차량은 기본적인 도로주행 및 장애물감지능력을 가지고 있다. 외국사례와 비교해 놀랄만한 사항은 KARV-1호의 시스템은 아주 저가의 장비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경우 외국은 워크스테이션급 이상을 사용하고 있으나 KARV-1호는 PC급을 사용하면서도 주행속도 장애물 탐지 및 대응속도 등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 성능을 과시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국민학생이 건장한 성인의 일을 한 것과 같다. 이는 국내의 기술수준이 어떻게 보면 외국수준 이상이거나 또는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내대학의 연구팀들이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내놓은 성과가 이 정도인 점을 볼 때 기술연구개발에 있어 첨단장비들의 사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두뇌싸움에서 승패가 갈리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우리 민족은 머리가 우수한 민족인 만큼 뜻있는 젊은이들이 끈기와 패기로 노력한다면 멀지않은 미래에 국내에서 만들어진 무인차량이 세계 각국의 도로를 누비고 다닐 날이 올지도 모른다.

KARV-1호는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대전EXPO에서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기술수준을 보여주기 위하여 대회장 내 행렬퍼레이드의 선두차량으로 계획되어 있고 이와 아울러 최첨단 차량(KARV-2호)의 제작을 서두르고 있는 중이다. KARV-1호의 탄생이 국내 무인차량개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우리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의욕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KARV-1호의 뒷자리에는 PC본체와 모니터가 실려있다. 이것이 이 차량의 「머리」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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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한민홍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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