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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과 입학의 계절이다. 동시에 꽃다발의 계절이다. 청초하고 아름다운 꽃들에 주는 이의 마음을 담아 전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꽃들은 아쉽게도 금방 시들어 버린다. 좀더 오래 피어있다면 좋으련만. 그렇다고 화분 채로 선물하기란 번거롭다. 이런 이들을 위해 좀더 수명이 긴 꽃들이 연구되고 있다.

정기를 주었더라면···

꽃은 신이 만든 작품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표현된다. 그리하여 꽃은 인류역사와 함께 생활속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우리는 신을 숭배하거나 기쁘고 슬픈 일을 당할 때 대개 꽃으로 장식한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며 자기의 마음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꽃을 보면 소유하고 싶어 한다. 또 항상 자기와 같이 했으면 하는 욕심으로 산과 들에 핀 꽃을 꺾으려 든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오늘날에는 전문적으로 꽃을 재배하여 판매하고 있다.

우리는 또 꽃을 오래도록 생생하게 감상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꽃은 시간이 흐르면 늙고 시들어서 더 감상할 수 없게 된다. 고사에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지 않는가? 즉 10일간 아름답게 피어주는 꽃은 없다는 말이다.

장미를 창조한 로마의 신화, 프로라(Flora)신의 이야기를 들추어 보자. 꽃과 봄의 여신 프로라는 어느날 가장 사랑하고 예뻐하는 여정(女精)이 갑자기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몹시 슬픔에 잠기게 된다. 프로라는 동료 신들에게 죽은 여정을 ‘꽃중의 꽃’으로 인정될 수 있는 꽃으로 변화시켜 주기를 요청한다.

예술의 신 아폴로(Apollo)는 죽은 요정에게 생명을 주었고 바카스(Bachus)는 꿀물로 목욕을 시켰다. 베르트므스(Vertumus)는 그윽한 향기를 주고 포노나(Ponona)는 과실을 맺게하는 자방을 주었다. 프로라 자신은 최종적으로 꽃잎을 꾸며 주어서 장미를 탄생시켰다.

만약 신들이 오래 피어있도록 하는 정기를 주었더라면 꽃을 오래 보존하려는 시도는 없었을 텐데!
 

(그림1) 절화 수명에 관계하는 요인


에틸렌 가스가 노화를 일으켜

꺾은 꽃이 왜 시들어 죽어가는 것인지를 좀더 과학적으로 관찰하면 우리가 평상시 생각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다.

절화(切花, 꺾은 꽃)의 수명을 지배하는 요인은 크게 나누어 세가지이다. 첫째 물을 흡수하는 상태, 둘째 자체양분이 공급되는 상태, 셋째 노화가 그것이다.

각각의 요인을 보다 상세히 풀어 보자.

물을 흡수하는 상태가 좋으려면 물이 올라가는 통로 즉 물관이 크고 막히지 않아야 하며 물이 청결해야 한다. 물에 먼지 세균 녹조류 등이 많이 있으면 물을 따라 함께 올라가면서 물관을 막아버린다. 따라서 절화는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므로 시들어 죽게 된다.

이번에는 자체양분의 공급상태를 알아보자. 식물의 양분이라 하면 대부분 무기물(질소 인산 칼리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여기에서 자체양분이라 하면 유기물 즉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포도당을 말한다.

꽃을 일단 꺾으면 꺾기 전 식물체와는 다른 독립된 하나의 생명체가 된다. 때문에 절화자체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따라서 에너지원인 당류가 잎 줄기 꽃속에 충분히 간직되어 있으면 오래 살 수 있고 부족하면 영양부족으로 일찍 시들어 죽는다. 또한 식물체는 탄소동화작용을 해서 양분을 만들어 내므로 꺾은 꽃도 광선이 주어지면 양분을 생성할 수 있다.

꺾은 꽃이 정상적으로 수명을 다 하는 것을 노화라 한다. 노화는 왜 일어날까 한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녹색의 잎은 완전히 펴진 후에도 오래도록 시들지도 떨어지지도 않는데 꽃은 피는가 하면 시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식물도 체내에서 각종 호르몬을 생성하여 생장과 노화를 지배한다. 꽃을 피울 때와 시들게 할 때의 호르몬 분비가 다르다는 것이다. 꽃을 시들게 하는 것은 꽃의 체내에서 에틸렌가스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에틸렌가스는 식물에서 노화호르몬이다.

이 에틸렌은 대체로 자방내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일부는 꽃잎세포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또 에틸렌은 한번 발생이 시작되면 촉매처럼 작용하면서 발생량을 급속히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또 꽃에서 수분 수정이 이루어지면 꽃잎에 서는 에틸렌 생성이 급격히 증가된다.

에틸렌 생성과정은 다음과 같다. 식물체 단백질의 한 성분(아미노산)인 메티오닌에서 시작하여 중간물질인 SAM과 ACC를 거쳐 에틸렌이 되는 것이다. 이 변화과정을 중간에서 차단시키면 에틸렌 발생은 멈추게 되고 노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한편 노화는 자체내 영양분 소모로도 온다. 절화한 후 꽃잎이 확장되거나 화분세포가 분열하면 양분을 많이 소모하게 된다. 이때 노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림2) 세균 유무와 국화 절화의 수명 차이


꽃은 꾸준히 피지 않는다.

개화하는 과정은 꽃의 종류에 따라서 다소 다르다. 그렇지만 꺾어진 장미꽃의 개화과정을 정밀히 관찰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결론을 말하면 장미꽃은 연속적으로 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멈추어 있다가 1~3시간 내에 하루 피어날 분량을 한꺼번에 피어버린다. 그리고는 멈추었다가(24시간 정도) 다시 반복한다.

그러나 밝은 상태만 계속되거나 어두운 상태만 계속되면 그 리듬은 깨져서 꾸준하게 개화가 일어난다.
 

(그림3) 꽃의 개화 현상도


수명을 연장시키는 기술들

절화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은 이론상 간단하다. 앞에서 분석한 수명을 지배하는 요인을 잘 이해하고 이에 대처한다면 가능한 것이다.

우선 물의 흡수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하여 물관의 폐쇄를 미리 방지한다. 또 흡수된 물이 잎표면의 기공등을 통하여 너무 많이 증산해 버리지 않도록 해야한다.

물관은 세균류나 조균류가 꽃을 꽂아둔 물 또는 꽃의 물관내에 존재하면 막혀 버린다. 즉 물이 더러우면 물관은 곧 폐쇄된다. 또한 물관벽에서 생기는 이상물질도 물관을 폐쇄한다.

물관 폐쇄와 관련된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을 바꿔야 한다. 또 유기산등을 이용하여 물의 산도를 pH4 정도로 낮춘다. 그리고 하이드로퀴놀린이라는 화학물질을 물 1ℓ에 0.2g의 비율로 소량 희석해주면 큰 효과가 있다.

한편 꺾은 꽃의 물관의 크기는 자라는 속도와 비례한다. 즉 빠르게 자란 부위는 늦게 자란 부위보다 물관이 크다. 다시 말해 연한 부분은 딱딱한 부분보다 물관이 큰 것이다.

그러므로 국화나 거베라꽃을 구입한 후 꽃밑둥치가 너무 강건해 보이면 물의 흡수가 적어지므로 딱딱한 부분을 자르는 게 좋다. 이렇게 처리한 후에 꽃병에 세우면 물 흡수가 잘된다.

식물체속엔 흡수된 물은 잎표면의 기공을 통하여 증산한다. 즉 밖으로 빠져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기공은 낮에는 열리고 밤에는 대부분 닫히게 된다. 기공이 너무 많이 열리면 그 틈으로 물은 매우 빠른 속도로 증산해 버린다.

한편 냉장고속에 꽃을 놓아두면 기공이 닫혀 물이 흡수되지 않는 상태에서도 꽃은 싱싱하게 남아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화학약제중에는 기공이 열리는 것을 적게하는 효과가 있는 약제도 있다. 그러나 실용적으로 활용되는 약제는 아직 없는 상태이다. 앞으로 이 방면의 연구가 진전되면 곧 좋은 약제가 등장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로 양분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우선 적기에 꽃을 수확해야 한다. 꽃이 피기 전인 봉오리때 수확하면 자체 저장양분이 부족된 상태가 된다. 또 너무 많이 개화된 후 수확하면 노화로 인해자체수명이 짧다.

물론 꽃의 수확 적기는 꽃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꽃은 봉오리 상태에서 꽃잎이 약간 드러나 보이는 시기가 적기라 할 수 있다. 너무 일찍, 즉 완전한 봉오리시기에 수확되어 자체양분이 부족한 꽃이나 수명이 오래 가는 꽃에 인위적으로 양분을 공급해주면 꽃도 잘 피고 색상과 윤택이 좋아진다.

이때 공급하는 양분으로는 식용 설탕이 좋다. 또 특별히 살균제와 설탕 및 기타 물질을 혼합해서 제조한 절화보존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식용설탕을 이용하는 경우는 1~2% 용액으로 사용하면 좋다.
 

(그림4) 물의 산도와 흡수량 차이


꽃과 과일은 상극

셋째로 노화를 방지하는 수단은 무엇일까? 노화는 노화호르몬 즉 에틸렌가스 작용에 의한다. 따라서 에틸렌 생성을 방지시키는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

백합등의 꽃을 구입해서 보면 꽃내에는 암술과 수술이 있다. 꺾은 꽃도 꽃가루가 터져서 암술머리에 닿으면 수분수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수분수정을 한 꽃은 하지않은 꽃에 비하여 수명이 짧다. 그러므로 수분수정이 되지 않도록 꽃가루를 미리 제거해주는 것도 수명을 연장시키는 하나의 수단이다.

꽃주변에서 날아온 에틸렌도 꽃에 닿으면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런데 사과나 배 등 과실은 에틸렌가스를 연속적으로 소량씩 발생시킨다. 특히 상처가 나서 썩기 시작하거나 벗겨낸 껍질 그리고 씨방속에서는 대단히 많은 에틸렌가스를 발생시킨다.

이것들이 꺾은 꽃 주변에 있으면 꽃의 수명은 짧아진다. 그래서 꽃가게와 과일가게는 같이 있어서는 안되며, 꽃을 수송할 때 과일을 함께 수송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또 자동차 매연이 많아도 꽃의 수명은 단축된다.

꽃 자체 내에서 발생하는 에틸렌을 억제시키면 탁월하게 수명연장 효과가 있다. 특히 카네이션이나 백합은 효과가 크다. 그리고 잎이나 꽃등에 상처가 없는 것이 좋다. 상처는 에틸렌을 발생시키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메티오닌으로 시작된느 에틸렌 발생 대사과정을 차단하는 방법도 있다. 그 차단제로는 은(Ag)이온이 효과가 높은 것으로 규명되었다. 질산은 용액에 녹아있는 은이온은 물에 흡수되기가 어려우나 치오유산은 용액에 녹아 있는 은이온은 물과 함께 흡수가 잘 된다.

이 용액은 현재 시중에서 절화보존제로 판매되고 있다. 이 약제를 농가에서 사용할 때는 전처리라 하여 농도를 높게 쓴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 사용할 때는 후처리라 하여 농도를 낮게 쓴다. 아뭏든 이 약제는 매우 낮은 농도로도 효과가 있으며 독성은 없다.

요컨대 절화를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해서는 청결한 물을 이용하여 자주 갈아주고 산도를 낮추어주면 묽은 설탕물 용액으로 영양분을 보충한다. 그리고 치오 유산은 용액으로 에틸렌가스 발생을 억제시켜 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재배를 잘 하고 적기에 수확하고 되도록 상처를 입지 않은 꽃을 구입해야 한다. 또 과일등과는 가깝지 않은 곳에 놓아두면 오래도록 좋은 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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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장순경 연구관
  • 사진

    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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