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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식빵에서 곰팡이가 피지 않는 이유

우리들의 탐구노트

흔히 사먹는 식빵에는 소량의 방부제가 들어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식품회사마다 방부제를 넣지 않는다고들 말하지만, 정말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유통기한이 넘은 식빵에 바로 곰팡이가 피지 않는 것은 그런 의문점을 더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식빵에 피는 곰팡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과연 우리들의 생각은 옳은 것일까, 아니면 틀린 것일까.
 

식빵에 과연 방부제를 쓸까 의심하면서 탐구학습을 시작했다는 윤일상. 최민성, 그리고 고희경 (외쪽부터).


가설의 설정

(가설1) 곰팡이가 빨리, 많이 피는 식빵일수록 방부제의 첨가량이 적을 것이다.
(가설2) 곰팡이는 습기가 많고 밀폐된 곳에서 빨리 피게 될 것이다.

조건통제와 실험준비

먼저 (가설1)을 검증하기 위해 샤니, 크라운 베이커리, 고려당, 파리 크라상, 삼립식품 등 5개 식품회사의 식빵을 구입했다. 유통기한은 실험의 시작일인 4월 15일로 맞추고 식빵의 종류도 보통 중식빵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가설2)를 검증해 보기 위해 각사의 식빵을 6㎝×6㎝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잘라 샬레에 담아 1군은 개방, 2군은 습기와 밀폐, 3군은 밀폐의 각각 다른 조건으로 약간 서늘한 준비실에 놓아 두었다. 그리고 매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식빵에 일어난 변화를 관찰했다.

관찰

16일 2군의 빵에서 쉰 냄새가 나기 시작했으며 3군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1군은 건조해지면서 전체 부피가 줄어들었다.
17-19일 아무 변화가 없었다.
20일 2군의 삼립빵에서 곰팡이가 3-5㎜정도 피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곰팡이가 피지 않았다.
21일(일요일) 관찰하지 못했다.
22일 2군의 모든 빵에서 곰팡이가 피었다.
23일 2군에서 곰팡이가 조금밖에 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빵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곰팡이가 피는 조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3군에서도 곰팡이가 훨씬 더 많이 늘어났다. 1군은 부피만 줄고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24일 2군은 앞면이 곰팡이로 거의 덮였고 뒷면의 5분의 3정도가 곰팡이로 덮였다. 3군에는 곰팡이가 앞면만 3분의 1정도 피었다.

실험결과

(가설1)에서 곰팡이가 빨리, 많이 피는 식빵일수록 방부제 첨가량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식빵마다 곰팡이가 피는 시기와 면적이 다르긴 했지만 방부제 첨가량은 알아볼 수 없었다. (가설2)에서 습기가 많고 밀폐된 곳에서 빨리 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옳았다.

우리들은 처음 이 실험을 시작하면서 빵에는 방부제가 첨가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설1)을 세웠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약 10일동안 관찰을 했지만 우리는 빵 속에 얼마만큼의 방부제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관찰이 끝난 후 보다 정확하고 과학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 각 회사의 기술연구소에 여러가지 의문점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2군의 곰팡이 번식 정도


그 결과 1985년부터 어떤 빵에도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각 회사마다 곰팡이가 피는 시기와 그 면적이 다른 이유를 알게 됐다.

첫째 생산과정에서 곰팡이 포자가 묻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기계, 작업환경, 근로자의 위생상태에 좌우된다. 따라서 빵에 곰팡이가 빨리 핀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빵이라고 볼 수는 없다. 둘째 식빵에 수분이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다. 수분이 많을 경우 미생물은 빨리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식빵에 함유된 당의 양이다. 당이 많이 들어있는 빵은 수분 흡수가 힘들어 곰팡이가 늦게 핀다. 단팥빵이 식빵에 비해 유통기한이 긴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말을 듣고 (가설1)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이번 관찰을 통해 빵에 수분이 적을 경우에 곰팡이가 덜 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사실을 이용해 식빵을 건조시킨 후 가루로 만들면 튀김에 사용하는 빵가루로 사용할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의 능력과 기술이 부족해 보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관찰을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여러가지 것들이 모두 우리의 관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3군의 곰팡이 번식 정도


탐구학습을 마치면서

처음 여러 회사의 식빵을 구하려고 학교 주변의 가게들을 돌며 식빵을 사보려고 했으나 한 지역에는 한 회사가 전담하고 있는지 모두들 같은 식빵만 팔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토요일 오후에 학교에서 가까운 3개의 백화점(롯데, 신세계, 경방 필)을 돌며 식빵을 구했다. 그런데 백화점에서는 일반 식빵을 팔지 않았다. 일단 백화점 내에 있는 파리크라상, 크라운 베이커리, 고려당의 샌드위치 식빵을 사고, 나머지 삼립과 샤니의 식빵은 신길5동의 거의 모든 슈퍼마켓을 뒤져 겨우 구입했다. 식빵을 구할 때는 유통기한을 같은 날로 모두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우리는 구입한 식빵을 학교 내 냉장고에 하루를 보관한 후(4월 14일은 일요일이었음) 16일부터 과학실에 준비물을 설치했다. 가사실에서 칼과 도마를 빌려 6㎝×6㎝의 크기로 잘라 3가지 조건으로 분류했다. 다음날부터 관찰과 함께 매일 사진을 찍었다. 이를 지켜보던 친구들 중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고 조르는 사람도 있었다. "이 사진기로는 곰팡이만 찍는 거야. 너희들도 곰팡이가 될래"하며 협박도 했다.

처음엔 곰팡이가 생기지 않아, 우리는 빵에 방부제가 엄청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한 제품에서 깨알 같은 무언가가 생겨났다.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곰팡이다, 아니다"하며 열띤 논쟁을 벌였지만 관찰이 끝날 때까지 정체불명의 그것은 크기가 변하지 않았다.

20일(토요일) '오늘도 별일 없겠지'하고 살펴보는데, 이게 웬일인가? 삼립의 2군 식빵에 곰팡이가 생긴 것이다. 기쁜 나머지 샬레를 들고 날뛰던 희경은 샬레 뚜껑을 깨뜨려 과학실 선생님들의 귀여움(?)을 샀다.

일요일 하루를 쉬고 22일 과학실로 달려갔다. 세상에나! 곰팡이는 5개 회사의 2,3군 식빵에서 모두 엄청나게 피어 있었다. 그날부터 우리는 곰팡이의 면적을 재느라고 바빠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눈종이를 이용하려 했으나 식빵의 수분이 종이에 흡수될 가능성이 있어서 포기했다. 할 수 없이 일상과 민성이 자를 들고 이리저리 짜 맞춰어 면적을 재기 시작했다. 24일까지 우리는 관찰을 계속했고, 24일 오후 이제 관찰을 멈추고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선생님의 걱정어린 엄명(?)에 정든 곰팡이를 치워야 했다.

식품회사 전화 인터뷰로 많은 것 배워

마침내 5월 8일 시험이 끝나자 우리는 모여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실험결과만으로는 식빵과 방부제의 관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5개 회사에 전화를 걸기로 했다. 114의 전화 안내원은 "오늘 무슨 일 있어요, 왜 이렇게 빵회사 전화번호만 물어봐요"하며 친절하게 각 회사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먼저 샤니에 전화를 걸어 물었다. "이번에 샤니와 다른 4개사의 식빵을 구입해 식빵에 피는 곰팡이를 관찰했는데 샤니의 식빵이 곰팡이가 제일 늦게 피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랬더니 상당히 당황한 눈치로 연구소쪽으로 전화를 연결시켜 주었다. 그곳에서 식빵개발담당 연구원과 통화함으로써 많은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우리들) 식빵에 피는 곰팡이를 관찰했는데, 5개 회사의 식빵에 곰팡이가 피는 시기와 면적이 달랐다. 그 이유가 방부제 때문인가?

(샤니) 그렇지 않다. 국내 4개의 대표적인 업체들은 1985년부터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방부제를 쓰면 오히려 그 회사에 불이익이 온다. 식품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의 종합안내서를 보면 빵의 유통기한은 1주일이다. 그 기간 동안은 실온에서 방부제를 쓰지 않더라도 식빵을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샤니의 유통기한은 5일이다. 그리고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는 여름에는 유통기한을 4일로 줄인다.

(우리들)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데 회사마다 곰팡이가 스는 시기와 면적이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

(샤니) 그 이유는 약 3가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식빵이 변질되는 요인으로는 '균'을 생각할 수 있다. 생산과정에서 곰팡이 포자가 묻어서 부유할 경우 곰팡이가 빨리 핀다. 솔직히 공장의 천정같은 경우 위생을 철저히 하는 곳도 한달에 한번 정도 청소를 한다. 그리고 생산과정에서 사람의 손이 많이 닿으면 역시 곰팡이 포자가 묻을 가능성이 크다.

그 다음으로는 식빵에 함유된 수분의 양이다. 보통 식빵은 2백℃에서 35-40분 정도 굽는다. 굽기 전 49% 정도인 수분의 함량은 굽고 난 후 41-42%로 준다. 생산공정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따라 수분의 함량이 결정되는데, 수분이 많은 빵은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다.

마지막으로 원료의 사용을 들 수 있다. 식빵을 만들 때 계란이 들어가게 되는데 일정량 이하이거나 이상이면 변질되기 쉽다. 그리고 설탕, 물엿, 과당과 같은 당류가 많이 들어간 빵은 식빵에 비해 보관기간이 더 길다. 당분이 많으면 수분 흡수가 힘들어 곰팡이가 잘 피지 못한다.

우리들은 연이어 우리 밀로만 빵을 만든다는 고려당, 크라운 베이커리 등의 소비자 상담실과 기술개발부에 전화를 걸어 상세한 안내를 받았다. 그들 역시 방부제를 넣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다만 파리크라상에는 연결이 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우리들은 이번에 식빵에 든 곰팡이를 관찰하고 각 식품회사에 문의하면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번 탐구학습 중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선생님들과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던 각 식품회사의 연구원들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199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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