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는 호흡을 한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다. 호흡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또 호흡을 하지 않으면 에너지를 얻을 수 없는 것일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 모든 기능과 작용을 정확하고 질서정연하게 수행해야 한다. 영양분을 섭취하고 배설하며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등의 일들은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만일 이 질서와 기능이 흔들린다면 삶의 기쁨과 환희는 일순간에 사라지고 깊은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기분이 좀 나쁘겠지만 시체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때 시체는 조직화의 실체였다. 적어도 생명의 끝에 다다르기 전까지 생명체는 질서정연하게 조직화된 상태에서 삶을 유지했다. 그러나 시체는 점차 부패함으로써 질서를 잃어 간다. 이때 구성분자들은 무질서하게 행동하며 결국 시체는 사라진다.
삶의 비용을 호흡으로 지불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조직화된 상태를 유지하려면 생명체들은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대표적인 비용의 하나가 생물체가 아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에너지다. 아름다운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보고 듣고 말하고 운동하고 통신하고 필요한 분자를 합성하는 일 등을 말한다. 이런 일들이 중단없이 이뤄지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에너지는 모든 생명체가 실시하는 호흡에서 얻어진다.
식물은 광합성 동화작용에 의해 이산화탄소(CO₂)를 끌어들이고 산소(O₂)를 내보내면서 포도당과 같은 유기물을 합성한다. 이 유기물이 바로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이다. 그리고 유기물을 에너지화하는 것이 호흡인 것이다.
흔히 산소를 많이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것이 호흡의 전부인 양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산소와 이산화탄소는 물질의 흡수와 배출 과정에서 외견상 나타나는 공기의 발자취일 뿐이다. 따라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문제로 좁혀 호흡을 생각하는 것은 호흡을 단순히 숨쉬기 차원으로만 생각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동물, 식물, 곰팡이, 어느 것이든 생명의 기본단위는 세포다. 바로 이 세포가 광합성과 같은 동화작용이나 호흡과 같은 이화작용의 근원지다. 또한 세포는 에너지 전환의 필수장소로 포도당에 있는 많은 양의 자유에너지를 사용하기 쉬운 ATP라는 형태로 전환한다. 좀더 쉽게 이야기하면 1백만원짜리 수표(포도당)를 사용하기 편리한 1천원짜리 지폐(ATP)로 바꾸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림1)은 광합성과 호흡을 에너지 차원에서 생각해 본 것이다. 광합성은 빛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포도당을 합성하는 흡열반응 과정이다. 이에 비해 호흡은 광합성에 의해 생산된 포도당을 이산화탄소와 물로 쪼갬으로써 얻은 자유에너지를 ATP로 전환하는 발열반응 과정이다.
호흡이 연소와 다른 점
지금까지의 얘기를 정리하면, 호흡은 '유기물(영양소)을 산화해 에너지를 얻는 것’ 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호흡은 다시 외호흡, 내호흡, 세포호흡 등 세가지 의미있는 개념들로 나눌 수 있다. 외호흡은 산소를 폐포까지 운반하고 물질대사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폐포에서 배출하는 기체교환과정을 말한다. 내호흡은 모세혈관과 몸속 세포 사이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리고 세포호흡은 세포 내에서 산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내는 것을 말한다. 세포호흡은 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이뤄지는데, 이곳이 에너지 화폐인 ATP를 생성하는 곳이다.
호흡은 어떤 물질이 불에 타는 연소과정과 똑같다고 할 수 있다(과학동아 96년 4월호 참조). 그런데 호흡하다가 불에 타서 목숨을 잃었다는 말은 들어보기 어렵다. 이것이 바로 일반적인 연소와의 차이점이다. 호흡을 통한 에너지 생산과정은 불이 붙는 것과 달리 그 반응이 서서히 필요한 만큼만 일어난다.
탐구실험
산소가 필요없는 호흡
모든 생명체가 호흡을 하는데는 꼭 산소가 필요할까. 흔히 술을 담그는데 이용하는 효모(곰팡이류)를 준비해 간단한 실험을 해보자. 먼저 효모를 설탕과 섞어 밀폐된 삼각플라스크에 넣는다. 그리고 유리관을 통해 석회수가 담겨있는 시험관과 연결해 두고 관찰해본다. 그러면 석회수가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알 수 있다.(사진1)
석회수를 뿌옇게 만든 원인이 이산화탄소라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실험에서 얻은 이산화탄소는 바로 효모의 무산소호흡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효모의 무산소호흡의 발자취는 우리가 평소에 먹는 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진3)은 밀가루 반죽 속에서 효모의 호흡 결과 갇혀있던 이산화탄소가 빵을 굽는 과정에서 박차고 나온 흔적이 남아 구멍이 뚫려있는 모습니다. 흔히 인간에게 유익한 무산소호흡(무기호흡)을 발효라고 한다.
이와 같이 모든 생명체가 호흡을 하는데 산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부분의 식물과 동물은 호흡을 하기 위해 산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호수 바닥의 진흙이나 토양의 깊은 곳과 같은 무산소 조건에 적응된 어떤 박테리아들은 호흡과정에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호흡을 좀더 세분화한다면 산소가 필요한 산소호흡(유기호흡)과 산소가 필요없는 무산소호흡(무기호흡)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산소호흡을 하는 생물은 무산소호흡을 하지 않고, 무산소호흡을 하는 생물은 산소호흡을 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큰 동물들은 심한 운동을 할 때 필요한 산소를 빨리 공급 받을 수 없다. 바로 이때 필요한 에너지를 내기 위해 무기호흡인 젖산 발효가 일어난다. 식물의 경우도 알코올 발효에 의해 에탄올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무기호흡을 하는 효모도 산소의 공급이 원활할 때 산소호흡을 하기도 한다.
탐구활동(자료해석)
숨을 참고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어린 동생이 숨을 참고 있다고 하더라도 혹시 죽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얼굴이 창백해질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까.
(그림2)에 나타난 그래프는 사람이 세가지 종류의 기체를 각각 호흡할 때 호흡수를 나타낸 것이다. 이 그래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산소의 농도가 높아도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으면 호흡률(단위 시간당 호흡수)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호흡률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이산화탄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호흡속도가 증가한다.
휴식상태에서는 숨을 쉴 때마다 약 0.5L 정도의 공기가 들어오고 나간다. 그러나 폐를 최대로 채운다면 약 4L 정도가 출입할 수 있는데, 이 양을 폐활량이라고 한다. 폐활량은 몸의 크기와 성별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그러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폐에서 공기를 다 내보내려고 한다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보통 약 1.5L 정도가 항상 폐 속에 남아 있다. 이것을 잔류공기라고 한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 속에는 호흡운동을 조절하는데 필수적인 이산화탄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생이 숨을 참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혈액 내의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가하면 자율신경계가 숨을 내쉬도록 하기 때문에 끝까지 참을 수 없다. 호흡운동은 연수에 의해 조절되며, 호흡을 하도록 자극하는 것은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 농도이다.
땃쥐와 코끼리의 호흡
우리들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아마도 다른 열기구가 없다면 그 열기의 대부분은 우리 몸에서 나왔을 것이다. 우리 몸에서 나온 열기의 일정 정도는 호흡에 의한 것이다. 동물의 체온 조절은 대사율과 관련이 깊다. 대사율은 단위시간 당 생산되는 몸 전체의 에너지를 말한다.
정온동물의 에너지 생산 정도인 대사율은 동물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옆 그림에서 보면 코끼리와 쥐의 대사율은 서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몸의 크기가 작을수록 대사율이 높고, 대사율이 높을수록 더 많은 열이 생성된다.
포유류 중에서 가장 작다고 알려진 땃쥐(그 크기가 커다란 바퀴벌레만함)는 가장 높은 대사율을 가지고 있는 반면, 코끼리는 대사율이 가장 낮다. 땃쥐의 부피는 대략 코끼리의 약 1백만분의 1정도이지만, 1g의 무게당 1백배나 많은 산소를 섭취한다. 땃쥐들의 먹이 소비는 과히 놀랄 만하다. 땃쥐는 매일 자기 몸무게의 75% 정도에 이르는 음식물을 섭취한다.
물론 정온동물들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호흡에 의해서만 열을 생성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같이 털이 없는 포유류는 갈색지방이라고 불리는 지방조직이 목과 등 위에 축적돼 있어 이것을 이용한다. 또 몸을 떨어서 열을 생성하기도 한다. 갈색지방은 다른 지방조직보다 미토콘드리아를 많이 가지고 있으며, 주로 열을 생성하는데 이용된다.
함께 풀어보기
다음은 포도당이 호흡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단, 원자량은 H=1, C=12, O=16이다).
${C}_{6}$${H}_{12}$${O}_{6}$(포도당)+6O₂+6H₂O→6CO₂+12H₂O+686㎉
(1)오늘 점심에 밥을 든든히 먹었는데 알고보니 그 밥에는 포도당 200g이 들어있었다. 이 포도당이 모두 호흡에 의해 완전히 산화된다고 하면, 이때 발생한 열량은 몇㎉나 될까?
(2) 그렇다면 이때 소비된 산소의 양은 얼마나 될까?
해설
(1) 포도당(${C}_{6}$${H}_{12}$${O}_{6}$)의 1몰은 180g이므로 다음과 같은 비례식을 세울 수 있다.
180g:686㎉=200g:X
X=762.2㎉
포도당 200g을 먹을 때 발생한 열량은 762.2㎉이다.
(2) 포도당 180g을 산화시킬 때 소비되는 산소의 양은 6몰이다. 이것을 양으로 환산하면 192(6×32)mL이다.
180:192=200:X
X=213.3mL
따라서 포도당 200g의 경우 소비된 산소의 양은 213.3mL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