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일을 미리 알아내는 예지, 가려져있는 물체를 꿰뚫어보는 투시, 시공간을 초월해 생각을 교류하는 정신감응(텔레파시)등 ESP의 세계는 아직까지 현대과학으로 해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5차원 6차원의 세계를 고려한다면···
구약의 이사야서를 볼 것 같으면, 이사야가 어느날 세나체립(Sennacherib)이 막강한 군대를 이끌고 유대(Judea)를 침략하지만 갑자기 재난을 당하고 패퇴하는 장면을 환상속에서 미리 엿보았으며, 훗날 이러한 일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사실로 나타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한 예레미야서에서 예레미야는 어린 시절에 예루살렘이 멸망하는 환상을 보았는데 그 당시에는 이러한 일이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았지만, 그는 그 예견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에 집착했으며, 70년 후에 실제로 그와같은 상황을 맞이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구약에 등장하는 많은 선지자들은 앞에서 예로 든 바와 같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재난이 닥칠 때마다 미리 앞날을 내다보고 이에 대비해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었다고 한다.
신이 내려준 축복
정말로 인간은 자신들의 운명을 미리 내다볼 수 있는 초감각지각(Extrasensory Perception)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이스라엘 예루살렘 법원의 법관이며, 유명한 탈무드 학자인 제이콥 바자크(Jacob Bazak)박사는 그의 저서 '유대즘과 심령현상'(Judaism and Psychic Phenomena)에서 과거의 많은 종교 현상들에존재했던 기적과 미래에 대한 성스러운 예견 등이 오늘날 초심리학이라는 테두리에서 과학적인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들은 오랜 옛날부터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돼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Plato)은 '예견'(divin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이러한 현상을 설명했는데, 그에 의하면 예견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충분히 보상하는 증표로 신이 내려준 축복이라는 것이다. 그는 모든 인간이 이런 능력을 잠재적으로 갖고 있으며, 지력의 활동이 제한될 때 또는 병들거나 신성한 영감에 사로잡혀 있어서 지력이 짓눌려지게 될 때에 비로소 예견이 발휘된다고 말하고 있다.
기록상으로 보아 초감각지각에 대해서 처음으로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낸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다. 그는 수면 중에 나타나며, 꿈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알려진 예견에 대해서 경솔하게 이를 무시하거나 맹목적으로 확신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근대 철학사에 있어서 피히테(J. G, Fichte) 헤겔(G. W. F. Hegel)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그리고 하트만(Edward von Hartmann)등은 그들의 철학체계에 초감각지각의 개념을 어느 정도 도입하고 있다.
인간의 체험이 단지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심령적(즉 비물리적)인 주변에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헤겔은, 비록 어둡고 혼미한 전망과 개개인의 감정과 환상의 우발성과 외부로부터의 암시에 좌우되는 속성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에게 그 실재를 내적으로 인식케하는 투시(clairvoyance)의 합리적인 필요성과 그 역할을 발견했다. 무의식(the Unconscious)과 절대자(the Absolute)의 역할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많은 강조를 했던 하트만은 경험의 일부로 엄존하는 신비스러운 지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투시나 예지 등의 초감각지각 능력이라는 개념이 요구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와같은 능력이 무의식과 함께 부지불식간에 발휘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초감각지각의 실재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취한 철학자들도 많았다. 지식은 각각의 감각에 의해서 취득된 정보의 유기적인 총합이라고 생각했던 홉스(Hobbs)와 로크(Locke) 등은 초감각지각의 가능성을 부인했다. 또한 프랑스의 자연 철학자 데카르트(Descartes)는 인식에 대한 기계적인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초감각지각에 의한 인식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았다.
형이상학에서 탈피
철학자들 사이에서 형이상학적인 논쟁으로 머물던 초감각지각의 존재여부는 근세에 접어들어 프로이트와 융이라는 위대한 정신분석학자들에 의해 임상적인 영역에서 그 실재성이 확인되기에 이르렀다.
융은 그에게 정신치료를 받는 환자들과의 정신적 교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많은 경험을 통해서 숙지하고 있었으며, 그는 인간이 생활하면서 명백히 비인과적으로 보이지만, 우연히 일치되는 현상이 존재하며, 이런 현상은 인간의 집단적인 무의식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다. 융은 이것을 동기성(synchronicity)이라고 명시하고서 심히 혼란된 자아현상(borderline phenomenon)인 능동적인 원형(archetype)의 발현이 이같은 지각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하였다.
프로이트는 초기에 초감각지각에 대해서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의 정신 병리학'(Psychopathology of Everyday Life)에서 정신감응(telepathy)사례들을 특별히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밝히면서 모두 정신분석학적인 방법으로 설명해내고 있다. 하지만 그 책이 나온 지 18년후에 '정신분석의 새로운 입문서'(New Introductory Lectures on Psychopathology)에서 프로이트는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초감각지각을 해석하고 있다. 비록 외형적으로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여기서 그는 여러 정신적 현상에 나타나는 초감각지각의 특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아내는 예지(precognition), 숨겨져 있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를 눈으로 보지 않고 알아내는 투시(clairvoyance), 언어나 몸짓, 그밖의 어떠한 통신 수단을 통하지 않고 상호간의 생각을 교환하는 정신감응(telepathy)등과 같은 현상을 우리는 초감각지각(ESP)이라고 부르며, 염력(psychokinesis)과 함께 초심리학(parapsychology)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초심리학이란 문자 그대로 심리학에서 벗어난 심리학이다. 칼 융이나 지그문트 프로이트, 월리엄 제임스(Wiliam James)등 저명한 심리학자들이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심리학자들이 이를 심리학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를 꺼리고 있다. 그 이유는 초심리학이 다루는 내용의 과학적 기반이 여타 학문보다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969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 초심리학회가 가입되면서부터 점차로 많은 과학자들이 초심리현상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같이 초심리학이 과학적인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은 미국 듀크 대학 심리학 교수였던 조셉 라인(Joseph B. Rhine)박사의 통계적인 초감각지각(ESP)실험이 성공적인 결과를 나타냈음에 기인한다.
라인박사의 투시실험
1927년부터 시작된 라인박사의 실험은 그 이전까지 영매를 통한 교령회가 주류를 이루었던 심령연구를 탈피하여 실험실 안에서 잘 조정된 실험계획에 따라 이루어졌다.
라인 박사의 ESP 실험에는 25장의 제너카드(Zener card)가 사용되었는데, 이 카드는 다섯장 단위로 별모양 사각형 원 십자형 물결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라인박사의 첫번째 실험은 투시에 관한 것으로서 피실험자가 제시된 카드의 무늬를 알아 맞추는 정도를 1회실험에서 8백번씩 체크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라인박사는 우선 듀크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예비 테스트에서 투시의 자질이 있다고 판정된 경제학과의 한 학생을 제너카드를 사용한 투시실험의 대상자로 선정했다. 제너카드를 사용하는 이 실험에서 기대되는 확률은 1/5이다. 즉 25회당 5회꼴로 무늬를 알아맞추어야 정상인 것이다. 그런데 수천번 반복한 실험에서 나타난 평균치는 25회당 6.5번꼴로 카드를 알아 맞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1.5에 해당하는 벗어남은 확률로 보아 1/250,000에 해당하는 것이다.
1932년에 라인박사는 듀크 대학의 학생들 중에서 아주 뛰어난 투시 자질을 가진 학생을 발견했다. 그의 이름은 하버트 피어스 2세(Hubert E. Pearce Jr.)였는데 그는 25회당 10번 이상 카드를 알아 맞추었으며, 동기가 부여된 한 경우에는 25장의 카드를 전부 알아맞추기도 하였다. 이와같은 일이 일어날 확률은 1/298,023,223,876,953,125으로서 기적에 해당하는 것이다.
피어스 2세를 대상으로한 실험에서 라인박사는 실험자와 피실험자간의 거리를 약 2백m 떨어뜨리고 투시력의 변화를 관찰했는데, 그 결과는 투시가 공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라인박사의 실험에서 제너카드와 피실험자 사이에 개입하는 인간의 투시보다는 정신감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문제가 대두돼, 보다 엄격한 방법이 적용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BT와 DT인데, BT는 피실험자가 직접 카드의 뒷면을 보고 그 카드의 무늬를 생각하여 기록한 다음 뒤집어서 그 결과를 확인하는 방법이며, DT는 피실험자가 카드에 손을 대지 않고, 한묶음의 카드 배열순서를 생각한 뒤 이를 확인하기 때문에 순수한 투시의 효과가 작용하리라 기대됐다. 라인박사는 이와같은 방법을 사용해서도 확률에서 크게 벗어나는 투시효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
라인박사는 순수한 정신감응의 실험도 실시했다. PT라고 명명한 실험에서는 실험자가 카드의 한 무늬를 생각하고 피실험자가 이것을 알아맞추는 방법이 사용됐다. 피어스2세는 이 실험에서도 비범한 재능을 나타냈다.
라인의 두번째 실험은 피실험자에게 카드의 배열을 미리 예언하게 하고 수분 또는 수주일 후에 카드배열을 실시해 그 결과를 체크함으로서 예지의 영향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피어스 2세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라인 박사는 1/400,000의 확률로 일어나기 어려운 결과를 얻음으로써 예지 효과가 존재함을 입증했다.
계속되는 실험
오늘날의 ESP 실험은 대부분 라인박사의 방법론을 따르고 있으나 실험에 개입되는 외적인 요인을 보다 철저히 배제시키는 수단이 강조되고 있다. 1960년대까지 제너카드를 사용한 실험이 초심리 실험의 표준이었는데 그이후 보다 과학적인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이 REG(Random Event Generator)인데, 이 방법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카드를 선택할 때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보다 자주 고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와같은 외적 요인에 의해 실험결과가 영향받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 기계장치를 사용하여 임의의 무늬가 선택되도록 하는 것이다.
맨처음 REG가 초감각지각 실험에 도입된 것은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t)박사에 의해서였다. 그는 보잉 연구소에 근무하던 물리학 박사였는데, 스트론튬의 자연붕괴를 이용해 네가지 색깔의 표시등이 임의로 켜지도록하고, 피실험자가 어떤 램프가 켜질 것인지를 사전에 알아맞히는 예지력 테스트에 이 방법을 적용했다. 그는 반복된 실험에서 26.7%로 피실험자가 램프의 점등을 알아 맞추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기대되는 확률 25%에 대해 1.7% 벗어난 결과는 반복 실험의 통계적 결과로는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REG를 통한 실험에서도 예지효과가 검출된 것으로 판명됐다.
ESP실험에 있어서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감퇴효과(decline effect)다. 라인 박사의 실험에서 맨처음 제기된 이 문제는 초기에 매우 높은 자질을 보이던 피실험자가 오랜 횟수를 반복한 후에는 그 능력이 점점 저하돼 종국에는 확률정도로 기대되는 수준에 머물게 되는 것으로 ESP가 허구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좋은 표적이 되어왔다. 하지만 라인박사는 ESP가 결국 인간의 심리적인 조건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지루하게 반복되는 실험이 피실험자의 다른 심리적 조건과 함께 초감각지각을 발휘시키는 심리적 조건을 억압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문제는 동기부여, 약물투여 등으로 심리적 조건을 바꾸었을 때 ESP자질이 다르게 발휘되는 점으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1974년 스탠퍼드 연구소에서는 ESP 실험을 기존의 선택 강요적인 것에서 벗어나 자발적 반응으로 피실험자가 감퇴효과를 극복하도록 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해롤드 퍼토프(Herold Puthoff)박사와 러셀 타그(Russel Targ)박사가 주관한 이 실험은 먼저 실험자가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임의의 장소로 이동하고서 그곳의 풍경을 피실험자로 하여금 알아맞추게 하는 것이었다. 이 실험의 피실험자는 예비 실험을 통해 초감각지각적 자질이 있다고 판단된 전직 경찰관 팻프라이스(Pat Price)였는데, 놀랍게도 그는 실험자가 최종 기착지에 도착하기 20분 전에 그들이 보게 될 장소의 풍경을 말했다.
퍼토프 박사와 타그 박사를 주축으로 한 스탠퍼드 연구소의 ESP 연구팀은 약 10년에 걸쳐서 초감각지각을 연구했다. 그 중에서 주목할만한 실험은 6만㎞ 이상이나 떨어진 거리에서 투시실험을 한 것이다. 물론 그 결과도 매우 만족할만한 것이었다.
최근 초감각지각을 증대시키기 위해 실험대상자의 심리적 변이상태(altered state)를 유발시키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생화학자인 밀리안 리즐(Milian Ryzl)은 임의로 선택된 파벨 스테파넥(Pavel Stepanek)이라는 피험자를 최면상태로 만든 후 그로 하여금 그 자신이 초감각지각의 자질이 있는 것처럼 믿도록 암시를 주었다. 놀랍게도 그는 제너카드를 사용한 실험에서 50만대 1이라는 확률로 무늬를 알아 맞추었다. 스테파넥을 대상으로 한 이와같은 실험은 10여년간 계속되었으며, 항상 일정한 수준의 자질을 보여주었다.
최면 이외에도 심리적 변이상태(altered state)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약물투여 명상 바이오피드백 등이 있으며, 자발적인 변이상태로는 수면이 있다. 실제로 임상의들에 의해 수집된 수면 중에 발휘된 ESP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조셉 라인 박사의 부인인 루이자 라인(Louisa Rhine)여사가 20여년간 수집한 사례는 10만건에 달한다. 실제로 수면중에 발휘되는 정신감응을 실험실 안에서 검증한 연구가 있다. 1965년 몬태그 울만(Montague Ullman)박사와 스탠리 크리프너(Stanley Krippner)박사가 뉴욕의 한 의료원에서 함께 실시한 실험에서 그들은 정신감응 수신자를 한 방에서 수면 상태에 있게 하고, 송신자는 다른 방에서 임의로 선택된 그림에 정신을 집중하도록 시켰다. 수면상태의 수신자에게는 뇌파기록장치가 부착되어 꿈을 꿀 때 동반되는 고속 안구 운동(rapid eye movement)과 함께 발생하는 뇌파를 검출토록 했다. 뇌파 검출을 통해서 수신자들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 실험자는 수신자를 깨워서 꿈의 내용을 기록했다. 이와같은 실험은 방음장치가 되어있는 방에서 이루어졌고, 선택된 그림들은 포장지에 싸여서 철저히 관리됐다. 정신감응 발신자와 수신자는 서로 다른 판정관에 의해서 그들이 본 모습을 묘사했으며, 나중에 그 결과가 비교됐다.
이 실험에서 몇가지는 매우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 예를들면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의 권투 장면을 그린 조지 벨로우(George Bellow)의 그림을 발신자가 보고 있을 때 수신자는 꿈속에서 권투를 하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5차원 6차원에서는 당연
ESP현상은 다른 과학적 실험과는 달리 재현성이 없다는 이유때문에 아직도 많은 과학자들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뿐 아니라 ESP를 인정할 경우 우리의 물질적 세계관에 대폭적인 수정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물리학자들은 이를 과학으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실제로 옥스포드 대학의 철학자인 프라이스(H. H. Price)박사는 아무리 유물론적 세계관을 지지하는 많은 현상들이 존재한다고해도 정신감응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유물론에 결정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론도 있다. 즉 ESP현상을 자연스럽게 물질과학에 귀속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그것이다.
스탠퍼드 대학(Stanford Univ.)재료과학과의 틸러(William A. Tiller)교수는 심리학과 함께 초심리학이 현재의 4차원 공간에서는 지극히 '주관적인'과학(subjective science)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지만, 5이나 6차원의 개념을 도입한다면, 이 현상을 '객관적'과학(objective science)으로 받아 들일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아직 부가의 차원들을 감지할 만큼 충분히 진보된 과학지식을 갖고 있지 못할 뿐 실제로는 추가의 좌표축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초감각지각을 설명하기 위해서 실제로 5차원의 개념을 도입한 예가 있다. 1965년에 케임브리지 대학의 수리 물리학자인 아드리안 돕스(Adrian Dobbs)가 ESP현상의 매개체로 사이트론(Psitron)이라는 가상의 입자를 제안하면서 3차원의 공간에 2차원의 시간을 갖는 5차원의 시공간을 주장했다. 그는 2차원의 시간 중 어느 하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상은 각각 무수한 가능성의 산물인데, 이것이 다양한 경로를 거쳐서 표면에 나타나며, 이때 사이트론적인 파면이 시공간에 형성되고, 이것이 고도의 민감한 어떤 뉴런에 의해서 지각된다는 모델을 제시했다.
초감각지각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인과율을 위배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전자기파보다 빠른 통신수단은 없다고 말하였다. 이것은 상대성 이론을 구성하는 기본 개념이며, 여기로부터 상대론적 시공간 개념이 도출되었다. 따라서 전자기파에 의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또는 인과율에 어긋나게 전달되는 정보가 존재한다면 상대성이론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ESP현상은 상대성 이론을 반박하거나 보완을 주장하는 여러가지 물리이론에 의해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양자역학에서 EPR역설이라고 알려진 문제는 상대론이 주장하는 인과율에 위배되는 것이다. 비분리성이라고 표현하는 이런 성질은 데이비드 봄(David Bohm)과 같은 과학 철학자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관을 주창하도록 했다.
봄은 상대성 이론이 시공의 연속성과 엄격한 인과율(또는 결정론), 그리고 국소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에 양자론은 비연속성과 비인과율, 비국소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양자간은 기본적 개념부터 모순된다고 했다. 따라서 상대론과 양자론이 통합되지 않는 것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들 각자의 이론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근사적으로 도출되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며, 이 이론을 이른바 '총체성과 연관질서 원리'(principle of wholeness and the implicate order)라고 명명하고 있다.
봄에 의하면 한번 양자상태를 공유했던 두 입자는 비록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게 되더라도 측정 장치내의 입자를 포함한 다른 입자들과 함께 비선형 양자 포텐셜에 의해 결합된 상태에서 연관질서에 의해 묶여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체계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한 입자에서 행해진 일은 곧바로 전체계의 변화로 기록되며 따라서 총체적으로 다른 입자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봄은 양자이론이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물체가 비인과적이고 비국소적으로 연관된 보다 고차원(higher dimenson)적 실체의 투영들이란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고 말하며, 시간적으로 격리된 두가지 순간들도 실제로는 이와같은 고차원적 실체의 투영에 의해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그는 물리법칙의 기본적 원리들이 다차원의 배경을 갖고 있으며, 이와같은 배경이 투영하는 바에 따라 시간의 질서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한 극한의 경우에 이 질서는 일반적인 인과율을 따르며 고전역학이 추구하는 바를 만족하지만, 양자법칙이나 의식, 생명의 보다 깊은 본질 등에서 볼 수 있는 또다른 극한적 상황에서는 인과율적 근사는 부적합하며, 순간의 연속에 투영된 다차원적 실체로서 새로운 또 하나의 시간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공간 초심리현상
이 문제는 4차원의 주관이 보다 고차원에서는 객관일 수 있으며, 따라서 우리가 지금 주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생명체의 시간, 또는 심리적 시간이 5차원이나 그 이상의 차원을 도입함으로써 물리적 의미를 갖는 시간개념이 될 수 있다는 것일까.
소련 과학아카데미의 심리학자 두브로프(A. P. Dubrov)는 생명의 시간과 공간이 물질적 시공간과 달리 존재하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생명체는 초월상태(superstate)에서 의식의 변이상태를 맞이하고, 이때 시공간 초심리 현상(space-time parapsychology phenomena)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생명체가 미시적 거시적 단계에서 생명체의 시간 흐름을 가속하거나 감속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발생되는 사건들의 시간적 배열을 압축시키거나 느슨하게 할 수 있으며, 이것이 초감각지각을 가능케 하는 시공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생명의 시간문제는 1922년 4월 6일 파리에서 개최된 철학 회의에서 베그르송이 아인슈타인의 물리적 시간개념을 반박하며, 공존하여 영위된 시간의 중복성 원인을 옹호하고 나섬으로써 제기된 바 있다.
아인슈타인 자신도 지금(Now)에 대해서 크게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그가 설명하기로는 지금의 경험은 과거나 미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뜻한다는 것인데 물리학적으로 말해서 이러한 것들에 대한 차이는 그의 상대론적 체계에 관한한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이란 아직까지 우리에게 미지의 존재이며, 오늘날에 와서 그것은 매우 다양한 해석과 기준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말로 생명에 관한 시공간이 별도로 존재하여 초감각지각이 발휘되도록 신이 특별히 생명체를 위하여 배려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