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약의 형태도 무궁무진하다. 먹는 약이 가지는 부작용을 극복하고자 붙이는 약이 나왔고 '약발'이 오래도록 유지되는 약이 개발된 지 오래다. 이제 계면공학은 정확하게 병원체를 공격하는 약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미 '먹는 약' 만이 유일한 시대는 지났다. 로숀타입의 바르는 약은 우리에게 친숙해진 상태이고 어깨 결림이나 신경통에만 쓰이던 붙이는 약이 이제는 담배를 끊게하는 데도 이용되고 있다.
약은 인체로 투여될 때 안전성과 유효성을 높히기 위해 콜로이드로 만드는데, 콜로이드로 만드는 것이 바로 계면공학이다. 의약품에서 콜로이드란 0.1㎛ 크기 이상의 분산상 입자가 분산매에 산재돼 있는 제제를 총칭한다. 일반 의약품 중 콜로이드에 속하는 것은 액체입자가 액체 중에 분산된 유화제(emulsion 에멀전), 고체입자가 액체 중에 분산된 현탁제(suspension), 그리고 기체 중에 고체입자가 분산돼 있는 에어로졸제(aerosol) 등이 있다.
인체에 투여한 약물이 약효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일단 소화액, 혈액 등에 잘 용해돼야 한다.그래서 용해가 어려운 난용성 약물을 쉽게 녹인다거나 약물의 표면적을 최대화해 약물이 되도록 많이 방출되게 해야한다. 이와같이 생체이용률을 높히는데는 콜로이드가 가장 적절하다.
일반적으로 경구(입으로 먹는것) 또는 주사제로 약을 투여했을 경우, 약은 혈액과 함께 순환계를 통해 몸으로 흡수된다. 그렇게 되면 약이 간이나 위장 등에 걸리게 되면서 약효가 떨어지기도 하고 온몸에 퍼지면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입자성 제제인 콜로이드는 순환계를 통해 흡수되는 것 이외에 소량이지만 임파계를 거쳐 몸에 직접 흡수가 된다. 즉 콜로이드를 이용해 입자의 크기를 조절하면 많은 양의 약을 원하는 부위에 직접 도달하게 할 수 있다. 최근 항암제와 같은 약물을 표적지향화하는 특수 전달 체계에도 콜로이드가 이용되고 있다.
이런 콜로이드성 제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계면활성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계면활성제는 소량으로 표면 또는 계면의 여러 성질을 현저히 변화시키는 물질을 총칭하는 것으로, 그 성질과 용도에 따라 유화제 가용화제 습윤제 침투제 세정제 기포제 등으로 부른다. 의약품의 유용성을 보다 높게 발휘하기 위한 보조 첨가제로서 계면활성제는 필수품이다.
가슴에 붙이는 심장약
의약품에서 계면활성제는 유화기능을 목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몸 밖에서 사용하는 유화제제는 피부에 이용되는 크림제가 있다. 약물을 크림으로 만들어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든 것이다. 현재는 국소작용의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지만, 근래에는 약물송달시스템(DDS, drug delivery system)의 주요 연구 분야의 하나로서 먹지않고 피부로 약이 직접 흡수되는 경피흡수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근래 케토펜(신경통 치료약)이라는 이름으로 케토프로펜(ketoprofen)을 함유한 경피제제가 상품화됐고, 담배를 끊게하는 붙이는 약도 선보인지 오래다. 앞으로는 심장약도 먹지않고 가슴에 붙이는 날이 올 것이다.
먹지않고 붙이는 약은, 경구 투여시 발생했던 위장장애 간독성 신장부전 등의 전신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치료 효과도 높힐 수 있다. 이때 계면활성제의 양은 약물의 방출속도와 흡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즉 계면활성제의 양이 많으면 약물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양이 적으면 약물의 방출속도가 느려진다.
먹는 유화제제로는 보통 친수성 유화제제(물안에 기름이 퍼져있는 상태)가 이용되고 있지만, 근래 다중유화제에 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친수성 유화제는 위장 내에서 흡수를 촉진시켜 생체이용율 높이지만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름안에 물을 분산시키고,그 물 에 다시 기름을 분산시키는 형태의 다중유화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어린이용 시럽에도
현탁을 이용한 의약품제제 역시 크게 경구용 외용 주사용으로 분류된다. 경구용으로는 어린이용 시럽제가 많이 이용되고 외용으로는 로숀 형태로 오래전부터 이용됐다(예 : 칼라민로숀).
그러나 콜로이드계에 계면활성제를 사용할 때 특히 주의할 점은 인체에 사용되는 만큼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계면활성제는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계면공학을 이용한 제제 개발에 있어서 지질 등의 소재를 이용한 미립자성 운반체에 약물을 적용시키는 방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리포솜이다. 특수한 기능을 나타내기 위해 리포솜 표면에 여러가지 다당류나 단백질을 수식시켜 보다 특정한 세포나 장기로의 이행성이 높아졌다는 연구가 이미 발표됐다. 또 제한된 온도나 pH에서만 반응해 선택적으로 약물을 방출하는 리포솜도 보고되고 있다.
고분자매트릭스 미립자는 0.1㎛에서 수백 ㎛까지 넓은 범위의 입자분포를 나타내는데 고체 상태로 분산되기 때문에 최근 약물 운반체로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는 의약품에서 콜로이드계를 이루는 제제는 일반 제제에만 이용됐으나 앞으로는 약물송달시스템(DDS)에 대한 연구와 개발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원하는 세포만 공격하는 '미사일' 약
의약품을 인체에 투여해 치료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체내에 존재하는 병소 부위나 특정한 표적부위에 약물 분자가 작용해야만 한다. 그러한 표적 부위로는 특정 장기나 악성 종양과 같은 세포군 또는 병원 미생물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때 표적부위에 도달한 약물은 치료 효과를 나타내지만 나머지 부분은 효능을 발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체의 다른 부위에 작용해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
특히 항암제와 같이 독성이 강한 약물은 암세포에 대한 특이성이 없어 정상세포까지 파괴하므로 가능한 한 암세포에만 약물이 도달하게 하는 것이 DDS(약물송달시스템)의 가장 큰 목적이다.
DDS는 매우 많은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는데, 콜로이드를 이용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미립자성 운반체에는 리포솜 등이 있으며 특별히 암세포와 친화성이 있는 물질을 이러한 운반체에 사용해 최대한 많은 약물이 암세포 부위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콜로이드계에서 입자크기를 미세하게 조절하면 혈액을 통해 약물이 운반될 때 까지 간이나 비장에 입자가 걸리지 않고 목적하는 부위까지 도달하게 할 수 있다.
이들은 암세포와 먼저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켜 암세포와 특정하게 결합해 약물을 방출한다는 원리다. 이미 많은 연구와 진전이 돼 있고, 실용화단계까지 도달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