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아래아한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국산 워드프로세서의 자존심'과 '윈도용 워드프로세서의 세계 표준' 이 펼치는 한판 승부가 뜨겁다.

한글 3.0b 다양한 한글 글꼴 지원, ‘아름다운 문서’ 제작에 최적


응용 소프트웨어 가운데 올해의 베스트셀러는 누가 차지할까. 96년이 시작된지 이제 한 달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것은 지난해까지 왕좌 자리를 지켜온 ‘아래아한글’ 이 과연 올해도 그 자리를 고수할 수 있을까 하는 관심 때문이다. 도스 시대의 패왕으로 영화를 누려온 아래아한글은, 그것이 비록 특정 기업의 상품일지라도, 소프트웨어가 곧 경쟁무기인 정보화시대에서 국민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잠시 외도를 결행한 바 있는 작년 몇 달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아래아한글은 필자의 충실한 심복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기능과 결과를 제공해 왔다. 당시 잠시동안 아래아한글을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윈도 운영체제 때문이었다. 프리젠테이션이나 스프레드시트 등 다른 업무용 프로그램들은 윈도용을 애용하면서도 워드프로세서만큼은 어김없이 도스로 빠져 아래아한글만을 쓰곤 했다.

그러던 차에 변화가 온 것은 지난해 초. 오랫동안 기다렸음에도 아래아한글이 공식 발표될 날짜는 앞으로도 몇 달 더 남아있었고, 결국 윈도 위주의 작업처리에서 언제까지나 도스용 아래아한글을 쓸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섰다. 그동안 애써 멀리 해온 마이크로소프트워드를 한번 써보니, 윈도 3.1과 연동하는 기능은 접어두고라도 그 자체의 다양하고 강력한 편집 기능들에 매료되기 충분했다. 플랫폼 자체가 다른 아래아한글과 비교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도 들지만, 윈도에 정착한 내게 아래아한글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드디어 윈도용 아래아한글이 발표됐다. 그러나 무료 업그레이드 쿠폰으로 윈도용 3.0a를 구입해 처음 설치했을때의 실망감이란…. 어쨌든 훨씬 안정화된 3.0b가 지금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으니 지난얘기는 접어두겠다. 새로워진 3.0b는 그동안 불안했던 나의 마음을 아래아한글로 안착시키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주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워드와 비교한다면, ‘워드는 분명 좋은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아래아한글은 내게 알맞은 프로그램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말 발표된 3.0b는 사용자들에게 안겨줬던 초기 버전의 버그, 느린 속도에 대한 실망감을 상당 부분 씻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매력적인 기능들을 추가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을 매료시켰다 .3.0a에서 보여준 진보적인 기능들에 덧붙여 3.0b로 안정화를 이룬 아래아한글의 특정과 장점을 살펴보자.
 

3.0a에 실망한 사용자들이라도 3.0b의 놀라운 변화를 살펴본다면 찬사를 아기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도

3.0a에서는 느린 실행속도도 문제지만, 불안정함 때문에 쓰면서도 언제 다운될 지 몰라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그러나 3.0b에서는 이 부분에 많은 기능 향상을 이루었다. 특히 윈도95환경에서는 완벽한 32비트설계로 빠르고 안정된 기능을 제공하며, 윈도 3.1 환경에서도 32비트 환경 제공을 위해 필요한 때 win32s가 1.30판으로 업데이트돼 더이상 'win32s error…'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아래아한글이 가진 독창적인 부분은 자체 한글의 내장이다. 이것은 사용자에게 피부로 느끼는 실질적 유용함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한글과컴퓨터사가 자존심을 걸고 완성형을 고수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정책에 도전장을 내민 만큼 사용자와 관련 업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어쨌거나 3.0b는 윈도95까지 완성형을 채택한 마당에 조합형의 독자적인 자체 라이브러리로 한글을 표현한 워드프로세서라는 점에서 MS워드와 확연한 차별성을 갖는다. 그리고 자체 한글을 사용하므로 소수의 영문윈도사용자까지 배려한다는 점이 일단 유용하다. 다만 윈도운영체제의 기본 한글을 불러다 쓰지 않고 독자적인 한글코드로 움직인다는점은, 이것을 수행하는 운영 체제 플랫폼의 규칙에 반하는 것이므로 한글 입출력상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아래아한글의 매력을 ‘아름다운 문서 편집 기능’ 에서 찾는다. 이유는 한글 특성을 잘 표현한 워드프로세서이기 때문 이다. 또한 무엇보다 다양한 한글폰트를 제공한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생각한다. 60여 가지가 넘는 한글폰트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워드프로세서는 국내에서 아래아한글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3.0b는 ‘자체 드로 기능’ 이라는 날개를 달았다. 물론 OLE지원으로 외부 그래픽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그림을 불러들여 어느 위치에든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선이나 원 직사각형 등의 그림을 문서 내에서 손쉽게 그려 시각적 아름다움을 더할 수 있다. 만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래아한글만으로 기본적인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이외에 한그림이나 글맵시와 같이 함께 제공되는 번들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더욱 멋진 문서를 만들 수 있다.

요즘 인터넷에 홈페이지 꾸미기가 한창 붐을 이루고 있다. 통신망의 자료실을 훑어보면 공개나 셰어웨어로 HTML 전용에디터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이미 친숙한 워드프로세서로 HTML문서까지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사실 3.0b를 접하고 제일 먼저 눈에 띈 부분은 바로 이 HTML 문서를 자체적으로 읽고 편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3.0b에서는 우선 외부의 HTML 문서를 읽어 들일 수 있으며, 홈페이지 문서를 작성하여 이를 HTML 포맷으로 저장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여전히 아래아한글에 대해 윈도95 이상의 많은 관심과 비명을 쏟아낸다. 설령 냉혹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사용자라도, 도스 시절부터 오랫동안 이 워드프로세서를 애용한 경험이 있는 한 그 밑바탕에 애정이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아한글 3.0b가 매우 좋아졌고 또 만족스러운 기능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그 속에도 분명 티는 있다. 3.0b를 사용하면서도 불편을 느끼는 부분은 윈도95가 자체 지원하는 프린터 드라이버 세팅시 충돌을 일으킨다든가, 기종과 램에 따른 성능 저하, 도스 버전의 기능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한 것 등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불만도 없진 않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아래아한글은 충분한 합격점이다. 필자는 필요한 경우 종종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를 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주 오래오래 이 워드프로세서의 지지자로 남을 것이다.
 

워드가 가진 표 기능에는 스프레드시트 기능이 첨가돼 있어 어지간한 산술식은 무리없이 처리할 수 있다.


MS워드 마우스 조작만으로 표 만드는 편리함

한동한 사소한 메모외에는 거의 모든 문서를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 버릇하다 보니 요즘들어 볼펜에는 아예 눈길조차 가질 않는다. “아무리 그렇다 치더라도 역시 글이라는 것은 손으로 써야 제 맛이 나고, 더 정성스러워 보이지 않은가‘라는 주장을 간혹 만나긴 하지만, 필자가 상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워드프로세서로 깔끔하게 편집한 문서를 더 반기는 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보면 이래저래 시간이 갈수록 펜을 들어야 할 일이 점점 더 없어질 것이라는 느낌이다.

요즘 일반인을 대상으로 현재사용중인 워드프로세서‘를 조사해 보면 대충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훈민정음 아래아한글 아리랑등이 통계에 잡힌다고 한다. 이렇듯 도스용 제품은 전무한 편인데, 그 이유는 2년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국내에서 펼친 절묘한 마케팅 진략 때문이다.

국내에 한글윈도3.1이 나온 지 2년이 넘던 지난 93년, 당시 윈도는 극소수의 전문가들만이 그래픽이나 전자출판 미디(MIDI) 작업등에 사용하고 있었다. 그 외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여전히 도스환경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일반인들이 윈도를 사용하지 않는 정확한 이유를 알아 보기 위해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윈도에서 쓸만한 적절한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없기 때문이라는 의외의 결과를 얻어냈다. 많은 사용자들이 호기심에 몇몇 윈도용 프로그램을 써보긴 했으나, 이를 곧 지워버리고 문서작성은 여전히 도스용 워드프로세서로 해결했던 것이다. 즉 PC작업의 85%를 차지한다는 워드프로세서 작업을 도스상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굳이 윈도를 사용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 PC환경을 윈도환경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당시 해외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자사의 워드를 한글화해 모잡지사와 결탁, 일부기능을 제한한 시험판을 CD타이틀 부록으로 내놓았다.

편리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마우스로 글과 그림, 표 등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게 되자 워드는 금방 사용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국내 PC환경을 도스 환경에서 윈도 환경으로 바꾸는 기폭제 역할을 맡게 되었다. 한편 이 CD타이틀은 국내 CD롬 시장의 성장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되었다. 시험판 CD 타이틀을 손에 쥔 사용자들이 워드와 함께 제공된 6백MB 분량의 셰어웨어를 쓰기 위해 경쟁적으로 CD롬 드라이브를 구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사용자들 사이에는 CD롬 드라이브 구입 전쟁이 불붙었으며, 한때 용산전자상가 에는 CD롬 드라이브 품귀현상이 날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어쨌거나 워드가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자 잇따라 훈민정음과 아리랑 등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윈도용 워드프로세서 전쟁이 일어났으며, 그동안 도스환경에서 탄탄한 아성을 구축해 놓은 아래아한글도 대세에 견디지 못한 듯 결국 뒤늦게 윈도버전을 내놓게 되었다.
 

워드는 윈도의 제 기능을 모두 활용할 수 있음 사용하기도 매우 편리하다.


사용설명서가 필요없다

워드의 특징을 들라면 한마디로 ‘쓰기 쉽다’ 라고 얘기하고 싶다. 글을 많이 쓰는 탓에 아무렇게나 생각나는대로 몇 문장씩 입력해 놓는 습관이 있는데, 나중에 조각글을 모아 정리하고 마우스로 문서의 전체 포맷을 정해주면 아주 멋들어진 출력물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품의서를 만들려면 표를 많이 작성해야 한다. 이때도 마우스만 가지고 쉽게 표를 만들 수 있으며 나중에 수정해야 할 부분도 쉽게 처리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이렇게 쉽고 강력한 기능 덕분에 직장상사에게 보고 서를 제출하면 “읽기 쉽게 잘 만들었다” “굉장히 빠르게 만드네” 라는 칭찬을 자주 듣는 편이다.

필자는 초창기 버전인 워드5.0부터 이를 쭉 써왔으며, 요즘은 윈도95용인 7.0 버전의 강화된 기능을 내 것으로 만드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전 버전에 비해 표 기능이 더욱 강력해져 세로셀 병합은 물론, 대각선 그리기, 행분할 등의 기능이 더욱 정교한 표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표기능에는 스프레드시트 기능이 첨가돼 있어 간단한 산술식은 굳이 엑셀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무리없이 처리할 수 있을 정도다.

글꼴 자체의 폭(장평)도 섬세한 조절이 가능해 동문회 회지 쯤은 전지출판 효과를 주어 만들어 쓰고 있다. 또 두 장의 문서를 A4용지 한 장에 인쇄할 수 있어 종이를 아끼는 효과도 보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매혹적인 기능은 특정한 상황에서 이러 이러한 기능을 써보라고 조언을 해주는 팁 마법사 기능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팁 마법사 기능 때문에 필자는 제품을 구입한 이후로 지금까지 사용설명서를 한번도 뒤적거리지 않고 무난하게 잘쓰고 있다.

그러나 워드가 모든 사용자들에게 잘맞고 쓰기 편할것이라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다. 사람은 항상 제멋에 산다고, 잘 아는 선배 한 분은 아직도 아주 오래 전에 나온 아래아한글 1.52를 지금까지 줄기차게 애용하고 있다. 궁금함을 참고 참다가 한번은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가 우문현답을 들었다.

“내가 전자출판을 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찍히는 글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쓰다보니 이것이 가장 편하더라.”

결국 현재 자신이 사용하고 있거나 앞으로 사용할 워드프로세서는 무턱대고 기능이 최고라고 선전하는 제품만을 고르기 보다는 자신의 손에 익었거나 아니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골라 쓰는 것이 더욱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
 

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권순성
  • 김현숙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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