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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좌담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밤샘 토론에서 나온다

KAIST학생들. 대덕벌에서 그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학부부터 박사과정의 학생들이 모여 그들의 학교생활을 자체 평가했다.
 

KAIST 학생들. 대덕벌에서 그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학부부터 박사과정의 학생들이 모여 그들의 학교생활을 자체 평가했다.


사회 : KAIST는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많고 이과계열의 학과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대학과 분위기가 다를 것도 같은데요. 차이점이 있다면 얘기를 해줬으면 합니다.

강성우 : 저는 학부과정을 다른 학교에서 했거든요. 제가 보기엔 일반대학의 자유로움과는 다른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공부를 하고자 할 때 제공되는 무제한의 자유로움이 바로 그것이죠. 예로 들자면 교수님들이 학생의 의견을 많이 수렴합니다. 이상한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냥 무시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보시는 것 같더군요. 처음 석사과정을 입학했을 때 KAIST의 분위기가 너무 공부에만 얽매여 있는 것 같아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은 교양과목이 더 많이 개설돼 이공계 전공자가 자칫하면 부족하기 쉬운 다른 학문으로의 접근 기회가 많이 제공됐으면 하는 것입니다.

손영철 : 제가 학교분위기를 삭막하다고 느낀건 군대를 갔다오고 나서입니다. 대학원 건물이 생겨서 그런지 대학이 없어진 것 같더라구요.

윤송이 : 저는 생각이 다른데요. 처음에는 삭막한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에 정이 들어요.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는 친구가 많아서인가 봐요. 여럿이 모여 토론을 하다 보면 아이디어 교환이나 문제 해결 방식을 찾는 것도 쉽죠. 다른 대학을 다녔으면 밤새도록 모여 공부하는 기회를 갖지 못했을 거에요.

정명진 : 저 같은 경우에는 생활이 거의 제가 속한 실험실에서 이뤄지죠. 그런데 실험실에는 제가 관심있어 하는 논문집이나 자료들이 많아 일부러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또 실험장비가 많고, 하고 싶은 실험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이 많아 좋습니다. 그런데 매일 실험실에 있다보니 친구 사귀기가 어렵고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부족한 것이 탈이죠. 학교내에 운동시설들이 잘 돼있는 편이지만 여가활동을 할 만한 제반시설이 부족한 편이지요. 하고 싶은 일을 교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경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밖에 있는 경우에는 하기가 어렵습니다.

사회 : 자신의 관심사를 학교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모임을 많이 갖는다는 애기를 들었는데, KAIST의 동아리 활동에 대해 설명을 들었으면 하는데요.

정담이 : KAIST 학부에는 60여개의 동아리가 있는데 KAIST 학부 재학생이 2천4백여명 정도니까 다른 학교에 비해 동아리가 많은 편이지요. KAIST는 학술을 위한 소모임이 몇 개 되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기 위해 일부러 모이는 경우는 없는 거죠. 그대신 공부 이외의 관심사가 같은 학생들이 모여 서로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자 동아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안되는 대학생활이었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것도 동아리 활동이거든요.

손영철 : 동아리 활동 말고 더 구체적으로 하고 싶을 일을 하기위해 창업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임채풍씨도 같이 하고 있는데, SEMTL과AKCRON입니다. 일종의 소프트웨어 업체입니다.

임채풍 : 창업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 보단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밤새 일하고 고민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KAIST에는 TIC센타라는 곳이 있는데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보육시설 같은 곳이죠. 벤처기업은 그곳에서 5년간 입주해 있을 수 있고 KAIST로부터 연구성과를 교류할 수 있습니다.

사회 : 그렇다면 두사람은 대학생 사장님이네요. 돈을 많이 법니까.

손영철 임채풍 :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얼마를 버는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웃음) 하지만 공부하기도 힘들고 기업을 운영하기도 힘들어요. 학교 공부를 하면서 돈번다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사회 : KAIST학생들은 공부 잘하기로 소문 나 있는데 공부말고 다른 일들에 관심은 없나요?

이호선 : 저는 하루에 인터넷을 12시간 정도 합니다. 그래서 아직 대학 생활을 5년째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KAIST만한 네트워크를 가진 곳이 국내에는 없지요. 컴퓨터 앞에 앉으면 바로 그곳이 인터넷이니까요. 제가 제 1회 인터넷 정보 사냥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것도 제가 잘 했다기 보단 다른 사람들이 잘 못찾았기 때문이에요. 처음에는 유닉스를 배워야겠다는 일념에 컴퓨터를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사람이 많이 있는 인터넷에 빠지게 되었어요. 졸업을 하면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은데 네트워크가 좋은 KAIST로 진학하고 싶어요. 물론 전공을 전산학과로 바꿔서 말입니다.

강성우 : 진학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요즘 조교를 하다보면 학생들이 너무 성적에 연연하는 것을 접합니다. 석박사 입학이 무시험 전형이라 생기는 현상들이지요. 성적 뿐이 아닌 입학자격시험이나 구술, 또는 연구 성적도 입학에 반영돼 학생들이 너무 성적을 위한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회 : 학교 생활에서 재미있었던 일들을 듣고 싶은데요.

이치언 : 전 미팅했던 것이 학교 생활중에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대구가 집이라서 대구에서도 미팅하고 대전에서도 하고 조금만 신경쓰면 서울에 있는 학교와 조인트도 할 수 있거든요. 짜여진 미팅 일정에 맞춰 지내다 보면 어느덧 한학기가 가더라구요.저는 다음달에 RMIT로 한학기 동안 파견을 나갑니다. 호주에 있는 대학에서 전공강의를 영어로 듣고 실험도 하고 놀기도 하겠죠. 조금 더 일찍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외국 학교와의 교류가 있었으면 합니다. 외국대학에서 공부하는 것도 제 대학생활에 귀중한 추억이 될 거 같아요.

윤송이 : 저는 매일 매일이 재미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생각을 하지요.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 생각해보면 꼭 재미있는 일들이 있었더라구요. 챔버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켜는 것, 그림 그리기, 하물며 리포트 쓰는 일, 친구와 대화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이제까지 학교생활을 하면서 저의 기대가 깨진 적이 없어요.

대담에 참여한 학생들은 KAIST가 더 좋은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나 성적에 얽매이는 학생보다는 자신의 관심사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학생이 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곽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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