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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백km를 나는 셔틀콕의 비밀

보통사람들의 최적운동 배드민턴

불과 5g짜리에 불과한 셔틀콕은 시속 2백km 이상의 속도를 내며 기기묘묘한 조화를 부린다.

일정한 선을 가운데 두고 무엇인가를 넘기고 받고 하는 유희는 고대사회부터 행해진, 가장 고전적인 형태의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인도 봄베이 근교 푸나 지방에서도 양가죽으로 만든 공을 손바닥으로 쳐보내는 경기가 있었다. 마을 이름을 따 ‘푸나’라고 불린 이 경기가 점차 발전하면서 코르크에 새의 깃털을 꽂아 손이 아닌 라켓으로 쳐 넘기는 놀이의 형태로 변했다.

한편 1873년 푸나에 주둔하다 본국으로 돌아간 한 영국군 장교는 이를 그로스터셔에 있는 보퍼트 공작의 영지인 배드민턴 마을에 소개했다. 그리하여 이 경기는 이 마을의 이름을 따 배드민턴이라 불리며 빠른 속도로 세계 각지로 퍼지게 된다.

오늘날 배드민턴 경기는 일반인들이 야외에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구기종목으로 꼽히고 있으며, 북유럽과 동남 아시아 등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대중 스포츠로 발전해 있다. 특히 배드민턴이 국기(國技)로 자리잡은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같은 곳에서는 “대한민국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대표선수 박주봉은 안다” 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다.

배드민턴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받는 이유는 경기에 필요한 장비도 간단하고, 심하게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비교적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 에게는 적당히 경기 속도를 조절해 최적의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운동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배드민턴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동작보다 관절의 가동범위가 훨씬 커 장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오십견 예방 효과가 있다. 장년이 대부분인 새벽 운동회에서 배드민턴을 주로 즐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

그러나 선수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배드민턴은 대단히 힘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다른 네트 경기와 마찬가지로 상대방 선수와의 직접적인 몸 부딪침은 없지만 배드민턴은 코트에 선 선수의 한동작 한동작을 규정하는 까다로운 경기 규칙 때문에 세심한 가운데 파괴적인 힘을 발휘해야 상대방을 꺾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최상의 스트로크로부터 네트 플레이에 필요한 ‘묘기’ 를 익히기 위해서는 스피드와 스태미너, 그리고 빠른 반사신경이 필요하다. 운동량 역시 적지 않아 선수가 단식 한 게임을 경기하는데 소모되는 팔 운동량은 한 경기 평균 1백번 공을 던지는 야구 투수보다 많으며 축구의 윙 포지션을 맡은 선수가 달리는 거리보다도 많다.
 

배드민턴 선수의 운동량은 한 경기 평균 1백번 공을 던지는 야구선수보다, 또 윙포지션을 맡은 축구선수의 그것보다 훨씬 많다.


오리털 파커와 셔틀콕의 함수관계

배드민턴 경기의 공인 셔틀콕은 대단히 복잡 미묘한 물건이다. 공이라 불리긴 하지만, 농구공이나 야구공같은 완벽한 구형체를 이뤄 튀김(bound)이 있는 다른 공과는 성질이 다르다. 또한 무게라고 해봤자 4.74-5.50g에 불과해 경기장의 여러 요인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경기장의 공기 흐름과 온도는 셔틀콕의 성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발휘한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1℃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비행거리가 2-3cm씩 변화하는데, 따뜻한 곳에서는 공기의 밀도가 낮아져 속도가 빨라지며 추운 곳에서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 제조업자들이 보통 곤욕을 치르는 것이 아니다.

이에 따라 경기가 시작되기 전 셔틀콕을 코트의 한쪽 끝선에서 평행한 방향으로 위를 향해 언더핸드 스트로크로 쳐 상대편 끝선 가까이에 그려진 53-99cm 사이에 떨어져야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셔틀콕은 합성제품이나 유사한 인조제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국제 경기에서 사용되는 것은 길이 64-70mm의 동일한 길이를 가진 새 깃털 16개를 25-28mm 지름의 반원 코르크에 58-68mm의 직경을 이루도록 심어 만든다. 대개는 왼쪽이면 왼쪽, 오른쪽이면 오른쪽 날개의 것만으로 제조하는데, 이는 왼쪽과 오른쪽 각각의 깃털 살의 휨 방향이 달라 이를 동일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깃털의 재질은 예전에는 육조구(陸鳥球)라 하여 닭털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요즘들어 경기에 사용되는 셔틀콕은 수조구(水鳥球), 즉 물오리털이나 거위털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육조구에서 수조구로 재질이 바뀐 이유는 수조구 셔틀콕이 스트로크시 상대적으로 상쾌한 타구감을 준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잠시 우리가 겨울에 즐겨 입는 파커 안에 거위털이나 오리털을 사용하긴 해도 닭털을 넣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간단히 말해 닭털과 오리털(거위털)의 분지(分枝) 구조가 사뭇 다르다. 닭털은 분지구조가 무질서한 반면, 오리털은 비교적 고른 분지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수가 라켓으로 셔틀콕을 가격할 때 스핀이 먹는 정도는 육조구보다 수조구가 훨씬 좋다. 실제로 육조구를 쳐보면 불규칙한 분지구조 사이에 함유되는 공기 차로 인해 회전 속도를 내지 못하고 낙하 시점까지 포물선을 그리는 반면, 수조구는 포물선을 그리며 비행하다가 낙하지점에서는 수직으로 떨어진다.

육조구에서 수조구로의 변화는 선수들의 체력훈련에도 영향을 미쳤다. 육조구 사용 당시에는 강한 스트로크를 위해 어깨 힘 기르기에 치중했으나, 수조구가 보편화되면서 손목 힘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된 것이다.

셔틀콕의 비행속도는 평균 시속 1백60-1백80km로, 네트 바로 앞에서 가격될 때는 2백50km 이상으로 비행하기도 한다. 이는 테니스 서브보다도 빠른 속도다. 한편 셔틀콕의 물리적 성질이 경기 당사자 모두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면 68cm의 길이를 가진 배드민턴 라켓은 선수 개인의 선택이 가능한 영역이다. 길이 외에는 라켓에 대한 국제 규정에 비교적 여유가 있어 다양한 재질과 무게를 가진 제품이 나와 있다.

라켓의 핵심 부분인 줄은 탄력성이 좋을 뿐 아니라 힘의 균형에 의해 셔틀콕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재료를 주로 사용한다.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것도 있고 나일론 제품도 있지만, 요즘에는 질기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화학섬유 제품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공격형 선수들은 강한 힘이 셔틀콕에 전달될 수 있도록 팽행하게 줄을 매며, 수비형 선수는 약간 느슨하게 맴으로써 안정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셔틀콕을 보낸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건 라켓의 머리 부분을 5등분 했을 때 위로부터 5분의 2 영역에서 가장 탄력이 좋다. 가장 많은 줄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배드민턴 코트 규격과 셔틀콕


키 큰 선수가 불리할 수도

우수한 배드민턴 선수의 조건은 무엇일까. 물론 배드민턴 경기가 단식과 복식, 또 혼합 복식으로 나뉘어 이 가운데 한 선수가 한가지 종목만을 담당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일률적으로 답을 제시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그간 연구된 바를 살펴보면 세계 정상급의 선수는 구기종목의 기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어깨와 가슴이 좁고 하체가 강한 사람이 많다. 반면 신장은 그리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팔 길이나 신장이 크면 타점을 높게 잡을 수 있어 코트 장악에 유리한 반면, 유연성은 단신 선수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배드민턴 경기기술은 크게 서브와 스트로크, 그리고 발움직임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서브는 배드민턴 경기기술 중 유일하게 자신의 의도에 의한 제 1의 공격수단이다. 따라서 상대편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순간적인 서브나 다음 공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서브를 구사해야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서브를 할 때 특히 중요한 것은 체중의 이동. 오버헤드 스트로크를 할 때와 같이 강력한 힘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런 발의 이동은 실로 눈깜짝할 사이에 되돌아오는 셔틀콕을 받아치기 위해서 절대적인 요소다. 서브를 할 때 인체의 무게중심은 스윙을 시작하는 순간에는 뒷발에 실려 있다가 전진 스윙이 이루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앞에 놓여 있는 발로 옮겨진다.

한편 숙련된 선수들이 구사하는 스트로크 형태는 수m 높이에서부터 상대편 코트 후방 깊숙이 수직으로 낙하하는 하이 클리어(high clear)라든가, 네트에 살짝 떨어뜨리는 헤어핀(hair pin), 빠른 속도로 마루 바닥에 내려꽂는 스매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공격형 기술은 단연 스매시다. 스매시란 홈 포지션 근방의 높은 위치에서 상대방 코트에 급각도로 셔틀콕을 타구하는 것으로, 타구의 정확성과 힘, 셔특콕의 다양한 착점을 이용해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거나 랠리를 끊어 점수로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이 동작은 라켓 속도와 관절의 각도, 그리고 라켓 스윙의 각도에 따라 결정된다.

스매시는 반스매시 점프스매시 모둠발스매시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상대방의 클리어(높게 멀리 셔틀콕을 쳐서 상대방 코트의 깊은 곳으로 날리는 스트로크)가 짧거나 스피드가 둔화됐을 때 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발로 점프해 셔틀콕을 타구하는 점프 스매시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서브를 할 때 인체의 무게중심은 스윙순간에는 뒷발에 실려있다가 자연스럽게 앞발로 이동한다.


손목 스냅이 핵심

배드민턴은 궁극적으로 셔틀콕을 필요한 크기의 속도와 방향으로 되보내기 위해 셔틀콕을 가격(impact)하는 라켓 경기다. 셔틀콕과 라켓을 서로 충돌시킨 결과는 바람과 중력 같은 외부 요인 외에도 ▲셔틀콕이 가격되는 라켓면의 위치 ▲가격 전의 속도와 가격 후의 라켓 속도 ▲셔틀콕의 가격 후 속도▲가격시 셔틀콕에 가해지는 회전(spin) 속도 ▲가격 동안 가해진 선수의 근력 등 여러 변수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많은 독자들은 가격되는 순간의 속도와 힘이 셔틀콕의 방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겠지만, 가격 후의 라켓 속도는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잠시 골프로 화제를 바꿔보자.

골프의 스윙을 고속 촬영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타구가 가격되는 시간은 불과 1만분의 5초에 지나지 않으며 공과 클럽 면이 접촉한 상태로 나가는 거리는 약 2cm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골프 선수가 가격 후에도 어깨 너머까지 큰 팔로스루(follow through, 라켓을 이용한 구기운동에서 공을 친 후의 라켓 스윙 동작)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드민턴의 팔로스루는 골프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셔틀콕이 최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가격 직후 스윙을 멈춘다는 것은 곧 가격 직전의 스윙 속도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필요한 최대한의 힘을 모아 가격이 이루어진다면 그 힘의 여력으로 가격 후에도 라켓 스윙은 계속되는 것이다. 팔로스루의 거리와 속도를 측정하면 가격시 가해진 힘의 크기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배드민턴의 팔로스루 동작은 테니스의 그것과는 다르다. 테니스의 스트로크는 공을 친다기 보다는 허리의 회전에 이어 바로 밀어주는 동작이기 때문에 팔을 끝까지 뻗어서 밀어치는 반면, 배드민턴은 셔틀콕 가격 후에 손목을 중심으로 휘둘러지는 반원 궤도상의 길이가 공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는 운동인 것이다.

 

199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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