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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는 곳은 몇점?

지역별 주거환경 점수

 

서울 당신이 사는 곳은 몇점?


서울이라고 모든 지역이 오염된 것은 아니다. 몇가지 환경지료를 이용, 도시에서 건강한 생태계를 찾아보자.

서울이라는 '도시'는 대표적인 인공 생태계다. '생태계(生態界)'란 어떤 지역에서 생물이 살아가는(生) 모습(態)에 따라 어우러진 시스템을 말한다. 따라서 인공생태계는 그 안에 존재하는 자연생태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인간이 조성하고 유지하는 생태계를 의미한다.

인공생태계는 인간의 지속적인 관리로 그 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쾌적하고 환경적으로 건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생태계의 과학적 정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 정보를 이용, 도시의 쾌적한 정도를 나타내는 환경 점수를 만들 수 있다.

개미자리조차 없는 죽음의 도시
 

(그림1) 도시 생태계의 물리화학적 환경압력요소(브뤼셀)


도시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물리화학적 요소와 생물적 요소로 구분 될 수 있다. 먼저 물리화학적 요소를 통해 벨기에 브뤼셀의 환경을 살펴보자(그림1).

도시생태계의 구성을 '기능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도시 중심부의 구시가지, 신시가지, 대단위 아파트단지의 집단거주지역, 도시 외곽의 전원지역, 도시 내 공원 및 체육시설, 생산기지인 공업단지, 그리고 도시 외곽의 전원지역 및 개발제한구역의 숲과 경작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 중 보다 친환경적인 또는 친생물적인 도시 기능계는 숲 경작지 공원 전원지역이라 할 수 있으며, 보다 비환경적 또는 비생물적인 기능계는 공업지대 및 시멘트 건축물이 많은 거주 밀집지역이라 할 수 있다.

도시 대기의 환경오염물질인 이산화황 (SO₂)과 일산화탄소(C0)의 주 발생지는 공업지대와 도시 중심부, 그리고 집단거주 지역이다. 이 대기오염을 줄이고 여과해줄 수 있는 도시 기능계는 역시 녹색의 식물로 이루어진 녹지공간이다. 특히 여름에 도시 열대야와 같은 온도상승 현상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기능계, 즉 숲과 같은 식생의 면적이 극히 부족하기 때문에 증폭되고 있다. 또한 공업지대 및 도심지역은 시멘트나 콘크리트가 차지하는 공간면적이 상대적으로 넓다. 그 결과 온도의 열섬효과가 발생하고 지표수 유출이 쉬워져서 항상 건조한 환경이 유지된다.

한편 야생동식물의 생태는 도시를 평가하는 또하나의 요소다. 이 생물적 요소를 통해 독일 베를린의 환경을 살펴보자(그림2). 이 도시는 생물다양성이 빈약해서 , 몇 종만이 우점돼 있는 특성을 갖는다. 이는 자연생태계에서 생물다양성이 매우 커 여러 생물종이 모자이크 형태로 분포하는 것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즉 인간이 환경을 교란시키는 압력이 강할수록 생물다양성은 단순해진다. 결국 교란 압력에 살아남을 수 있는 몇몇 생물종만 살아 남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 환경은 생물의 다양한 정도를 이용해 판단할 수 있다. 베를린 도심에 사는 야생식물종(원예종 제외)의 약 50%가 외국에서 귀화한 도입귀화종인데, 시외곽으로 향하면서 종수가 감소한다. 또한 도심지 동물의 종류도 시 외곽지역보다 매우 단순하다.

한편 도시에서는 건조한 환경에서 유리하게 생존하는 바랭이 또는 명아주 등이 흔하게 관찰된다. 또한 어떤 생명체도 생존하기 어려운 지독한 건조 환경이 지배하는 도심의 인도블록에서도 개미자리-은이끼군집이라는 식물사회가 발달한다.

길이가 1㎝ 정도인 개미자리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 다니는 극히 생명력이 강한 식물로 남극의 과학기지 앞뜰에서도 관찰된다는 잡초다. 개미자리가 없는 인도블록이라면 그곳은 생명력을 잃은 도시의 생물학적 사막이며, 죽음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개미자리는 도시생태계의 생명력을 평가하는 진단 식물사회(diagnostic plant community)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물리화학적 요소와 생물적 요소를 동원해서 서울의 생태를 진단해 보자 (그림3, 그림4). 여기서는 생태 평가지수를 5단계로 구분했다. 만일 평가지수가 높으면 그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건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임을 의미한다.
 

(그림2) 도시 생태계의 생물적 특성(베를린)^식피율:구분된 지역에 식생으로 피복돼 있는 면적 비율 고등식물종수:단위면적(㎢)에서 관찰된 양치식물과 현화식물의 종수 도입귀화종:전체 식물종수 가운데 귀화식물의 구성비 고귀화식물:산업혁명 이전에 귀화한 식물종수의 구성비 신귀화식물:산업혁명 이후에 귀화한 식물종수의 구성비


중고등학교 생태지수 점점 떨어져
 

(그림3) 서울의 생태지수^환경기준이 높을수록 생태지수가 다양해진다.


가령 평가지수 Ⅴ지역은 에너지 소모가 적으며 이산화황의 방출도 미미한 곳이다. 반대로 평가지수 Ⅱ지역은 공중습도가 낮고 식물종수가 빈약하며 새의 다양성이 작은 삭막한 곳이다.

서울에서 가장 쾌적한 환경으로 평가된 곳(평가지수 Ⅴ)은 남산, 삼청공원, 그리고 근교 농촌이다. 반면 난지도, 마포 구시가지, 청량리역 주변, 그리고 구로공단 등은 상대적으로 평가지수가 낮게 나타났다.

분당 신도시 아파트단지 (평가지수 Ⅲ)는 생물다양성을 유도할 수 있는 생태적 조경이 요청된다. 한편 한강고수부지, 잠실 체육시설지구, 용산공원, 그리고 과천 전원도 시(평가지수 Ⅳ) 등은 생활환경과 여가환경이 비교적 잘 정비된 곳이다. 이 지역은 도시생태계의 건전성을 회복하는 핵심지역이기 때문에 Ⅴ지역과 함께 보다 많은 관리가 요구된다.

도시에 산재한 초중고 건물 지구의 생태 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 많은 대학의 생태지수는 Ⅳ 혹은 Ⅴ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초중고 건물지구의 생태지수는 Ⅲ이하로 나타나며, 도시의 과밀과 교통의 혼잡으로 그 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생물자원을 이용, 학교의 생태지수를 높이는 일도 도시생태계를 건전하게 회복하는 한 방법이다.

한편 구로구나 영등포구 공단지역과 청량리역 주변에서 개미자리를 관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신도시와 같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강남 테헤란로에서도 이 식물이 살 수 없는 열악한 공간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주거지역의 생태지수가 높게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서울에 야생동물이 별로 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에서 수계 서식처가 파괴되자 곤충이 감소되고, 특히 수서곤충이 소멸됐다. 그 결과 연쇄적으로 그것을 먹이로 삼는 조류들도 크게 감소한 것. 실제로 서울시 동물계는 매우 단순하다. 비둘기 참새 까치 집쥐 바퀴벌레 등으로 한정돼 있는 것이다. 또한 도심 구석구석에서 관찰되는 야생 식물종은 바랭이 서양민들레 돼지풀 등 잡초에 불과해 동물에게 먹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림4) 서울의 생태지수


녹색에도 '질'이 있다.

서울시 생태를 평가할 때 밀도효과도 훌륭한 지표다. 휴일, 사람들은 좁다란 등산 오솔길에서 스치는 낯모르는 사람에게 친근한 인사를 건넨다. "수고 많으십니다. 조금만 가면 샘물이 있지요"라고. 그러나 퇴근길 사통팔방 넓은 도로에선 서로 양보하지 않으며 상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원시적 밀도효과에 따른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적 발현이다. 이 밀도효과는 야생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유럽의 도시 비둘기나 청설모는 모두 건강하고 윤기가 돌며 눈들이 순박하기만 해서 여행객들이 쉽게 친근감을 느낀다. 그러나 서울 도심에서는 몸이 성한 비둘기가 드물고, 모두들 도시의 찌든 때에 지쳐 있으며, 사람의 눈치나 살피는 매우 표독한 눈을 가지고 있다.

너무 지나친 대비일지 모르지만, 이런 현상은 도시생태계 수용용량(carrying capacity)의 지배를 받는 밀도효과 때문에 발생한다. 서울의 밀도효과는 수용용량을 넘어선 소화불량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소화불량은 과밀한 도시 조성 때문에 발생했다. 그러므로 서울이 생물과 공존하는 도시로 복원하기 위해 1차적으로 인구밀도 조절과 녹지공간 배치가 최우선 과제이다.

어떤 사람은 용산공원에 대해 "말하기 부끄럽지만, 그래도 미국인들이 주둔하고 있으니 그나마 숲을 가꾸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것은 도시생태계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온 말이다. 용산공원은 아카시숲과 서양잔디로 이루어진 공원으로, 고국의 향수를 달래는 미국인들의 '미국식' 공원일 뿐이다. 그것을 비원의 숲과 비교하면, 이 땅의 기후와 풍토에 걸맞지 않은 조경이다. 즉 녹색은 녹색이로되, 질적으로 이 땅의 녹색이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인은 쾌청한 햇살을 필요로 하는 자연환경에 살기 때문에 햇빛이 나면 그늘에서 나와 일제히 일광욕을 한다. 그러므로 적절한 나무와 넓은 잔디밭이 필수적인 조경 요소다. 그러나 한순간 일제히 움솟는 짧은 봄, 따가운 여름 햇살, 금방이라도 금이 갈 듯 한 청명한 가을 하늘, 그리고 살을 에는 듯 한 겨울 추위 등이 나타나는 우리나라 자연 환경은 숲과 그늘, 그리고 다양성을 잉태한다. 결국 우리의 자연은 잔디밭 문화가 아닌 숲의 문화를 창출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도시생태계는 숲을 이용한 다양성의 증가를 추구해야 한다(그림5).
 

(그림5) 식물별 곤충출현 비교


남산과 한강은 서울의 축복

골프장 같은 넓은 면적의 잔디밭보다, 까치박달 모감주나무 가죽나무 졸참나무 서어나무 비목나무 생강나무 때죽나무 함박꽃나무 쪽동백나무 철쭉꽃 등과 같은 정겨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나무들을 이용, 도시의 숲을 형성하는 것은 도시생태계의 양적 질적 회복과 우리의 문화에 걸맞은 환경을 창조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 중 환경적으로 건전한 청사진을 토대로 조성됐거나 그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 도시는 없는 듯하다. 그러나 서울은 남산과 한강을 껴안고 있어, 자연과 어우러진 쾌적한 도시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서울 한복판에 커다란 공원을 새롭게 조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과밀한 서울 한복판에 남산이 존재한다. 그곳에 사슴 노루 산토끼는 살지 않는다 해도 사람과 녹색과 비둘기가 있다. 게다가 뻐꾸기가 울고, 청설모가 함께 있으니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한강의 밤섬처럼 한강 가운데 제2, 제3의 밤섬을 만들어 물새들의 휴식처를 제공한다면, 서울은 분명 생동력이 넘치는 훌륭한 도시생태계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199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종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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